돌겠군.


사니와가 벌써 몇 시간째 붙잡고 있는 서류는 금주의 일정표였다. 혼마루의 운영방법이야 사니와의 숫자만큼 있다는 것이 통설이자 정설이었지만, 이 사니와의 혼마루에서는 출진, 내번, 원정, 휴가 등 개인의 요청에 맞추어 그 일정을 짜고는 했다. 다소 조정이 필요한 경우는 있지만, 어느 정도 자원도 확보되어있고 실적도 쌓인 베테랑급 혼마루이다보니 큰 무리는 없었다. 정부에서의 지령만 없다면, 대게는 그런 식으로 일과가 정해졌다. 그래, 정부에서의 지령만 없다면.


여태까지도 정부에서 갑작스럽게 지령을 내려보내는 일은 많았다. 오사카성 지하를 파봐라, 전력강화 훈련에 참가해라, 연대전에 참여해라, 비보의 마을로 출전해라, 에도성에서 상자를 열면서 다음 상자를 열기 위한 열쇠를 찾아라 etc. 느낌표가 하나씩 덧붙여진 오사카성 재패기념 플랜카드를 보상이랍시고 받은 게 10번을 넘어갔을 때부터, 사니와는 정부의 갑작스런 지령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는 걸 그만두기로 했다. 물론, 어느날 갑자기 이미 역행군이 역사수정을 한 곳이 있으니 처리해~ 하면서 특별조사 임무를 받았을 때는 일처리를 이따위로 하냐며 화도 냈지만, 그것도 슬슬 익숙해졌다. 아마, 남사들도 익숙해졌을터다. 몇 년이나 사니와를 하고있으면, 다소의 서프라이즈에는 흔들리지 않는 멘탈을 가지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사니와는 오늘만 벌써 몇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쉬었다.



 정부로부터 내려온 지령은 역사수정주의자가 될 위험분자가 있으니 어떻게든 처리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제법 두꺼운 설명이 붙어있어서 일견 복잡해보였지만, 결국 하는 일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나. 시간을 거슬러 특정 시점에 간다. 둘. 위험분자가 역행군이 되지 않도록 막는다. 셋. 그게 실패해서 역행군이 나타나면 언제나처럼 싸운다. 요는 열심히 적을 베면 해결되는 일이다.

 문제는, 그 '위험분자'가 상당히 귀찮은 대상이라는 점이다. 길게 돌려말할 것도 없이, 정부가 '위험분자'라며 보내준 타겟의 사진에는 사니와의 모습이 찍혀있었다. 지금보다 어린, 아직 사니와가 되기 전의 사니와다. 이에 대해서도 정부는 다시 길고 긴 설명문을 첨부했는데, 아무래도 사니와가 되는 것을 선택하지 않은 자신이 하필이면 역행군쪽에 붙게 되는 미래가 관측된 모양이었다. 평행세계가 어떻고 정사가 어떻고 하는 정부의 길고 복잡한 설명에 따르면, 이대로 내버려두다가는 사니와가 역행군이 되는 것이 '정사'가 되어, 사니와가 된 지금의 자신은 위험하다는 것 같았다.


다른 곳에 있는 내가 죽던 말던, 지금 여기 있는 자신이 살아남는 쪽이 중요하다. 렇게 말할 수 있을정도로는 사니와는 지금의 생활이 마음에 들었다. 덤으로 말하자면 다른 선택을 한 자신에 대해서도 큰 관심은 없었다. 그러니까, 주가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에 잠에서 덜 깬 상태로 단말을 통해 그 지령을 확인한 사니와는 적당히 이 일을 결론지었다.


뭐, 적당히 지원자 받아서 보내면 되겠지.



그 생각이 정말로 안일했다는 걸 깨달은 건 오후, 본격적으로 보낼 인원을 정할 때였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니와를 베어야 할지도 모르는 지령이다. 즉, 남사 입장에서는 주인을 벨 수도 있다는 소리다.

……이거 적당히 보냈다간 지뢰 와장창 터지는 거 아냐?


본디 감정면에 대한 배려는 그렇게 능숙하지 못한 사니와였지만, 과연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귀찮은 일을 만드는 건 사양이었다. 사니와는 맨 먼저 야겐과 후도를 제외했다. 수행을 다녀온 둘은 전력으로만 보자면 훌륭한 전투원이었지만, 이 지령 자체가 지뢰 키워드가 될 가능성이 컸다. 비슷한 이유로, 이마노츠루기나 토시로 계열의 검도 제외했다. 마모리카타나를 자칭하는 그들에게 이건 좀. 남은 단도들의 명단을 보다가, 사니와는 그것을 마저 다 지워버렸다. 이딴거 시키다니 제정신이냐고 항의할 보호자들이 눈에 선했다.


 다음으로 집은 것은 타도들이었다. 이유는 저마다 달랐지만 수행을 다녀온 이후 타도들은 적극적으로 전투에 참여하고 있었다. 아직 수행에 다녀오지 않은 인원도 그들을 보며 자극을 받는 건지 전투 희망자가 가장 많았다. 좋아, 타도중에 고를까.

라는 생각은 30초를 가지않았다. 겁없이 콘노스케가 있는 곳에서 "정부놈이든 역사수정군이든 검외비사든 아루지가 원하신다면 뭐든지 벨 수 있습니다!" 라는 말을 당당히 내뱉던 하세베의 이름을 본 탓이었다. 그놈이면 지령을 듣고 정부로 쳐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혹은, 주명이니 일단 지령수행은 하지만 돌아온 이후 정신병 코스. 양쪽 모두 리얼하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라 사니와는 약간 소름이 돋았다. 자세히 보니 타도놈들도 지뢰밭이잖아. 초기도를 비롯해서 이놈은 안되고, 저놈도 위험하고, 하며 지운 끝에 남은 명단엔 정말 몇 자루 남아있지 않았다. 우와 타도 위험해…….

선택지가 확 줄어든 타도 명단 다음으로 사니와는 협차와 창, 나기나타 명단을 손에 들었다, 가 바로 나기나타의 명단은 내려놓았다. 전멸이다. 그 뒤에도 이놈저놈요놈을 전부 지워내고, 사니와가 가장 마지막에 손에 든 명단은 태도였다.


칸스트 해놓은 태도들은 전력적으로도 충분했지만, 정신적인 면에서도 이번 지령에 적합해보이는 이름이 많았다. 그야 귀찮은 컴플렉스 한개나 두개나 세개쯤 가지고 있는 놈들도 있지만 이번 지령 내용이 지뢰가 될만한 남사는 없었다. 멘탈도 강한 편 같으니 나중에 이 일로 트라우마 남는 애도 없어보이고. 좋아, 너네 이번 주엔 내번말고 출진이나 해라. 적당히 이 문제로 고민하는 것도 귀찮아진 사니와는 이름 몇개에 동그라미를 쳤다.

 













해서 태도놈들이랑 사니와 본인이 생각하기엔 괜찮아보였던 타 도종 몇명 불러서

대강 사정 설명해주고 이러이러 하다니까 니네 과거로 가서 나 좀 죽이고 와라~ 했다가

의도치 않게 칼놈들 멘탈 쪼개놓는 거 존나 꼴리는 거 같음


거기서 마찬가지로 의도치 않게 태도놈의 집착을 알게 되는 전개도 좋고

아니면 어디서 세어나가서 그런 지령이 있었다는 걸 들은 극 다녀온 타도놈들 단체 정병 발동해서 타도방 쎄해지는 것도 좋고

단도방 분위기 초상집되서 난리나는 것도 좋다


존나 혼마루 전체가 암울하고 정병걸리는 분위기인데 사니와 혼자 어 시발 내가 지뢰를 밟아버린건가? 하면서 헷갈려하면 개꿀잼 보장일듯

분위기 전환하겠다고 던지는 말마다 꼭 칼놈들 트라우마 하나 건들던지 해서 수습 안되면 좋겠다

그리고 사니와는 칼놈들이 왜 저런 반응보이는 건지 머리로는 이해해도 공감은 끝까지 못하고 아 근데 여기있는 나를 베는 것도 아닌데 왜 저지랄; 이랬으면


아ㅏㅏㅏㅏ칼놈들 정신적으로 괴롭히는거 넘 윾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