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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지널 女사니와 설정 주의

- 쓰다보니 극꽃뱀 됐음 주의

- 폭발하는 동인설정 주의





  조용한 달밤, 어느 혼마루의 여주인은 제 방에서 근시인 하세베의 시중을 받으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저녁 조회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온 이후 느릿하게나마 계속 마시고 있으니 그녀의 자작(自酌)은 몇 시간째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 긴 시간동안 홀로 마시기 적적해 하세베에게도 몇 번인가 술을 권하였지만, 이 재미없는 남사는 "주군 앞에서 제가 어찌." 하는 짧고 단호한 말로 그녀의 권유를 거절할 뿐이었다. 이런 주제에 주명이니 마시라, 고 하면 "주명이라면 무엇이든."하며 마시겠지. 이러니 사니와들의 커뮤니티에서 '주명맨' 같은 짓궂은 별명이 붙는 것일텐데 헤시키리 하세베라는 도종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대충 그런 생각을 하며 술병에 손을 뻗은 순간, 목석처럼 조용히 시중을 들고 있던 하세베가 조심스럽게 불렀다.


  "주군."

  "왜?"

  "벌써 세 병째입니다. 안주도 다 떨어져가니 이쯤 드시고 오늘은 주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 싫어. 쇼쿠다이키리처럼 잔소리라니."

  "잔소리가 아니라."

  "싫어, 싫어. 안 듣습니다아."


  정말로 쇼쿠다이키리였다면 이쪽이 무어라 징징대든 "멋지지 않은 짓은 그만 둬?"하고 덤덤하게 대꾸한 뒤 술병을 들고 가버렸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헤시키리 하세베로서는 그렇게까지 주군에게 냉정하기는 어려운지 쩔쩔매며 눈썹을 팔자로 늘어트리고 있다. 그 얼굴이 어딘가 돋구는데가 있어 사니와는 킥킥 웃으며 술병을 잔에 기울였다. 술을 좋아하는 지로타치와 니혼고가 함께 빚어냈다는 술은 과연 그리 독하지 않으면서도 풍미가 있다.


  "이봐, 하세베. 비밀을 하나 알려줄까."

  "예? 갑자기 무슨…… 아뇨, 주명을 거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어찌 주군의 비밀을"


  여전히 겸손하게 말하고 있지만 "너니까 말해주는거야. 들어둬."하고 덧붙이는 것만으로도 풍겨나오는 분위기가 달라진다. '역시 주군께는 내가 가장 소중한 것이다'라는 자신감. 수행을 다녀오기 전의 어딘가 불안한 자신감과는 전혀 방향성이 다르다. 역시 무리해서라도 수행을 보내두길 잘했지, 하고 생각하며 잔을 단숨에 비우면 술의 열기가 아랫배까지 내려가 속을 덥혔다. 그 열기를 즐기며 미미하게 미소 짓고 있는 얼굴을 향해 뱉듯이 말한다.


  "이번 주 토요일, 난 사니와 직에서 은퇴할 생각이야."

  "…하?"


  침묵은 길고도 짧았다. 하세베는 자신의 하나뿐인 주군이 뱉은 말의 저의를 얼른 파악하지 못한 듯 둔하게 되물었고, 사니와는 그런 자신의 근시를 즐거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은퇴라고. 이 혼마루엔 다른 사니와가 올 거고 난 인간세계로 돌아가." 그 말까지 듣고서야 떨어졌던 (정신적)기동이 돌아온듯 하세베가 소리를 높였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이 이채롭다.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은퇴라뇨! 주군!"

  "아무래도 내가 가진 영력이 다 떨어져간다나봐. 애초부터 그렇게 영력이 많은 편은 아니었고, 어디까지나 효율적으로 소모할 줄 알아서 사니와가 된거니까 당연한 결과겠지."

  "그런…!"

  "게다가 최근에 널 수행까지 보냈으니 말이야. 예정에 없던 대규모의 영력 소모라 시기가 앞당겨져버렸다던걸, 담당자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겁니까, 하고 따져묻던 담당자의 표정을 떠올리며 사니와는 짓궂게도 웃었다. 주군의 은퇴에 자신의 수행이 한몫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하세베가 더 창백해지든 말든 알 바 아니라는 태도였다.


  "무슨… 무슨 방도는…"

  "없어. 내가 다른 방도를 찾거나 시도해보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아무래도 무리네. 앞으로 수 주일 내에 나는 영력을 잃고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가. 이대로는 너희들도 잘해봐야 현상유지, 높은 확률로 현현이 풀려버려. 그 꼴이 나면 혼마루는 폐쇄지. 담당이랑 콘노스케랑 같이 셋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 그렇게 되기 전에 빨리 우수한 인재에게 혼마루 채로 인계해서 영력을 연결해주는 게 유일한 답이라는 결론이 났어. 모두에겐 내일 이야기할거고, 내일 모레부터 후임이 와서 인수인계를 받을 거야. 스무스하지? 네 기동만큼."

  "어, 어떻게 그런…"

  "응?"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하세베의 표정은 달빛 아래에서 처참하게 무너져가고 있었다. 그 얼굴을 흥미롭게 관찰하며 사니와는 잔에 술을 한 잔 더 따랐다. 태연자약한 태도에 하세베가 이를 갈며 비명처럼 소리 질렀다.


  "어떻게 저를 후임에게 넘긴다하실 수 있습니까!! 이제 저의 주인은 당신 뿐이라고 말씀드렸는데!!"

  "그건 네 멋대로 정한 일이잖아?"

  "하?"

  "수행을 다녀와서 나만 섬기겠습니다, 하는 건 고맙게 생각해. 그 지긋지긋한 오다 타령도 안 들어서 좋고. 하지만 하세베, 하세베… 그래봤자 넌 검이잖아. 검은 주인을 가리지 않는 법이지. 걱정 마. 새 주인은 나보다 더 역량이 뛰어난 모양이니까, 내가 간 다음에 그녀석에게 속시원하게 말해주라고. '그런 녀석이었습니다. 예전 주군은.'하고. 그 녀석은 네 평생의 주군이 되어줄 수도 있겠지."


  말을 뱉을 때마다 와작, 와작, 하고 눈 앞에 있는 남사의 마음에 금이 가고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아아, 자신은 이미 취해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 이전에 나의 10대와 20대를 바쳐 일궈낸 혼마루를 통채로 넘겨주어야한다는 현실에 어딘가 망가져있었던 것일까. 그래, 분명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제 독설에 형편없이 바스라지는 남사의 마음이, 감정이, 고통이 이렇게나 생생하고 이렇게나 달콤하고, 이렇게나 기쁠 수가 있을까.


  "제, 가… 제가. 어떤 마음으로 수행을,"


  갑자기 멱살이 잡혀 반쯤 들어올려져 단정하게 틀어올렸던 머리가 풀려 엉망으로 흐트러지는데도 겁 먹는 기색없이 주정뱅이처럼 히죽, 히죽 웃고 있는 자신을 보며 헤시키리 하세베는 현현된 이후로 처음으로 울 거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아니 사실은 이미 울고 있었는지도.


  "당신만을 주군으로 인정했는지, 일해왔는지… 당신은… 주군은…"


  아무것도 모르십니다. 상체를 일으킨 탓에 달빛이 머무르는 범위에서 그의 얼굴이 벗어나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사니와는 이제 킥킥 웃어대기 시작했다가, 툭 뱉었다.


  "그럼 날 데리고 가."

  "어디에 말입니까."

  "너의 신역에."


  멈칫. 멱살을 잡은 손의 떨림이 멎었다. 사니와는 히죽거리며 그의 손을 꽉 쥐었다. 다시 손이 떨었다. "날 정말 네 주군으로 인정한다면, 내가 너의 마지막 주인이길 바란다면, 하세베. 나의 하세베. 나를 신역으로 데려가. 그러면 나라는 존재는 적어도 '너'의 주군으로 인간의 삶을 다해." 하세베의 고개가 숙여져, 밀빛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이마를 간지럽혔다. 그만큼 얼굴과 얼굴이 가까웠다. "진심이십니까." 싫어? 되물으니 바람새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눈에 괴인 것이 후두둑 떨어진다. "오히려 너무나 기쁜 말씀이십니다. 너무나 기쁘고, 너무나 죄스러워서 재앙신이라도 되버릴만큼." 그럼 되버려. 소근거린다.


  "하지만 잊지 마. 날 데려가도 내 영력이 되살아는 일은 없어. 너의 신역 속에서 나는 끝내 영력을 다할 거고, 그래서 영원히 너를 인식하지 못할 거고, 그래서 거기에 있는데도 없는 너를 그리다 영원한 고독에 미쳐버릴지도 모르지. 그래서, 잠깐의 기쁨 이후의 영원한 고통이 될 거야. 감당할 수 있겠어?"


  손을 들어 뺨을 감싼다. 달은 구름 속으로 숨어 우리는 어둠 속에 호흡과 온기로 서로를 인지한다. 생각해보면 그와 자신 사이에 존재하는 감정을 사랑이라 불러도 괜찮은 것인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친애, 어쩌면 동경, 어쩌면 가족애. 연모의 감정 없이 우리는 그 영원의 시간을 일방적인 인지 속에 버틸 수 있을까. 아아, 세상 사람들은 신역을 천국이라 하던데 이래서야 너의 신역은─


  사색의 한켠, 손에 온기가 다가온다. 손에 뺨을 기댄 그녀의 검이, 그의 마지막 주인에게 속삭였다. "죄송하군요… 저는, 이제 주군께 버림받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함께 지옥에서 살아가지요……"


  ─아름다운 지옥이구나.



  툭하는 작은 소리가 나고, 겨우 달이 구름 속에서 고개를 내밀었을 때 방에 남아있는 것은 다다미에 부딪쳐 뒹구는 작은 술잔과 먹다남은 주안상 뿐이었다.





  「이것은 어느 혼마루의, 어떤 도검남사와 어떤 사니와의 영원의 지옥을 다룬 글,

이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연습으로 쓴 거라 목표는 1천자 내외 단편이었는데 분량 3배로 뛴 거 실화냐? 자살

지쳐서 탈고는 포기.. 오타 있으면 마음의 눈으로 고쳐서 읽어주라

리퀘 준 아루지 감사하구여 첨에 준 리퀘에서 샛길로 빠진 기분이라 맘에 들지 모르겠다 안 들면 이러이러하게 고쳐달라고 말해주셈.. 최대한 반영해볼게..

다른건 내일 써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