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폭파하신다길래 번역하면서 읽고 있어서 오역/의역 심함

번역 허락 안받음



#2 부엌을 들여다보면 칼이 있다

O월O일 흐림 때때로 맑음
정부에 사진을 보낸 후로 임무요청이 오게 되었다.
출진·원정을 해라, 라고... 누가 하는데?
그렇게 물어보니까 콘노스케가 작게 고개를 기울이면서 "도검남사님들이요?" 라고 말하길래, "남자? 과연? 여기에 남자는 없는데?" 라고 자세히 물어보려고 하자 콘노스케랑 내 사이에 금색이 떨어졌다.
심지어 뽑힌 상태로. 수직으로 푹 깊게 다다미에 꽂혔다.
이거 잘못하면 바닥판까지 관통한 게 아닌지.
오오, 엄청난 예리함! 하고 감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어떻게 된 거야, 금색은 우릴 죽일 생각인건가.
뭐 이번에는 내가 아니라 콘노스케를 노린 것 같지만.
콘노스케의 코 앞 1센치도 안되는 위치에 예리한 일본도.
불쌍한 콘노스케는 부들부들 떨더니 그대로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걸 보고 나는 첫날을 떠올렸다.
콘노스케는 금색이랑 뭔가 불화가 있는 걸지도 모른다.
꽂혀버린 금색은 나도 무서워서 그대로 냅뒀다.

O월O일 맑음
맑다. 좋은 날씨다.
정원에 있는 커다란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볕에 처음 왔을 때와 많이 달라진 걸 느꼈다.
이 나무 메말라 있었으니까.
어느샌가 다른 식물도 부활해서 푸릇푸릇하다.
녹색이라고 하니까 야생화된 밭과 지금을 비교하면 시간의 흐름을 느꼈다.
뭐 그건 그렇다치고, 당장 눈 앞에 놓인 출진·원정요구에 대해 고민 중.
출진도 원정도 인간이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나한테는 무리야! 어쩌라는거야!
라고 머리를 감싸쥐고 소리를 지르고 있자 방의 미닫이문이 몇 센치 열려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미닫이가 지 맘대로 열려있는 건 의외로 일상적으로 있는 일이지만 오늘은 그 틈새에서 순간적으로 금색 눈동자가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진심으로 쫄았다. 무서워.
나도 모르게 지를 뻔한 비명을 삼키고 기합을 넣고 미닫이를 열어보았지만 널부러져있는 건 칼이었다.
뭐야 기분탓이냐고.
문 앞에 있었던 건 구슬 장식이 있는 놈.
이게 수리실을 나와서 내 주위에 있는 건 흔치 않다.
단말 카메라로 비춰봤지만 이름은 알 수 없었다.
 
O월O일 맑음
오늘도 출진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어떡해야하나.
콘노스케한테 부탁해서 조금만 기한을 미뤄달라고 할까...
하지만 콘노스케는 '위에서 금색 사건' 이후로 불러도 오지 않는다.
정말이지 직무태만이지만 내 주위에는 여전히 금색이 있고 하니까 오고 싶지 않은 기분이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었다.

O월O일 맑음
오늘은 하루종일 조용했다.
항상 나는 소리가 안난다.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수리실을 들여다봤지만 칼이 없었다.
11자루 전부.
어디로 간거지?
조용한 건 좋지만.

O월O일 구름 하나 없이 맑음. 왠일로.
아침, 일어나서 미닫이를 여니까 복도에 쭉 칼이 늘어서 있었다.
깜짝 놀랐다. 잠이 확 달아났다.
내 쪽으로 칼자루 끝을 향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는 칼에게서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압력을 느꼈다.
나도 모르게 복도를 내딛으려던 발을 다시 집어넣고 미닫이를 닫는다.
복도에서는 덜그럭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무서워.
무서워서 그대로 이불을 덮고 다시 잠들었다.
다시 일어났을 때 의지를 다지고 미닫이를 여니까 이번에는 한 자루도 없었다.
아까 대열은 뭐였지.

O월O일 흐림 때때로 맑음
콘노스케가 왔다.
최근 불러도 무시한 거에 대해서 살짝 빈정거렸더니 겸언쩍어했지만, 마음을 다잡았은 것 같이 임무달성 보고를 해왔다.
하? 어떻게 된거야?
거기다가 몇 자루인가 수리가 필요한 칼이 있는 모양이다.
하? 어떻게 된거야??
일단 질색하는 콘노스케를 잡아서 수리실에 가보니까 확실히 너덜해진 칼이 몇 개 있었다.
콘노스케 왈, 칼이 출진·원정에 가줬다고 한다.
츠쿠모가미 쩔어! 역시 츠쿠모가미! 신!
어떻게 갔다왔는지는 지금까지의 평상시 행동에서 짐작이 갔다.
어쨌건 일상이, 진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니까.
요전에는 금색이 다다미에 꽂히고도 했고, 스스로 싸우는 것도 가능하다...  는 건지도 모르겠다.
깊게 생각하면 안되겠네.
칼을 수리하고 칼걸이에 돌려놨다.
전에는 하루에 몇 자루씩은 안됐는데 이번에는 어떻게든 전부 됐다.
그 때랑 뭐가 다른거지.

O월O일 흐림
칼이 안 보이게 됐다.
그것에 대해서 콘노스케가 이렇게 말했다. '삐졌습니다" 라고.
아무리 츠쿠모가미가 들렸다고 해서 칼은 삐질 수 있는건가.
무기물인데. 감정이 있는거야?
콘노스케는 내 질문을 가볍게 무시하고 현재 칼의 심정을 알려주었다.
아무래도 출진과 원정을 한 걸 칭찬해줬으면 한 모양이다.
거기서 나는 떠올렸다. 며칠 전, 모든 칼이 복도에 늘어서 있던 것을.
그 땐가...! 그 때 뭔가 반응을 원했던건가...!
그치만, 막 일어나서 상황도 파악이 안된 와중에 다가온다고 내가 어떻게 알아.
그리고 칼한테 '칭찬한다'는 어떻게 하는거야?

O월O일 흐림
오늘도 칼이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삐진 모양이다. 그렇게 칭찬이 필요한거냐고.
이쪽은 조용해서 좋지만 기껏 임무를 해줬는데 그 감사를 해야될텐데.

O월O일 흐림 후 맑음
오늘은 칼을 칭찬했다.
맞는 칭찬법을 모르니까 어림짐작이었다.
수리실에 가서 한 자루씩 손에 들고 칼집 부분을 쓰다듬어보았다.
그랬더니 벚꽃잎이 퐁퐁퐁 나와서 깜짝.
츠쿠모가미라는 건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는거야?
그리고 뒤에서 해설을 위해서 강제연행해온 콘노스케도 깜짝 놀랐다.
이 벚꽃은 호마레 벚꽃이라는 놈인 모양이다.
컨디션이 좋을 때나 기분이 좋을 때 나오는 특별한 것이라고 한다.
즉, 기분이 풀렸다는 건가. 쓰다듬은게 전부인데. 별거 아니네.
특히 빨간놈의 벚꽃 양이 많았다.
"좀 더 빨리 칭찬해줬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콘노스케가.
아니아니, 아침에 일어나서 멍할 때 칼이 늘어서 있어봐. 어쩌라는 건지 모르니까.
칭찬이 필요했으면 좀 더 알기 쉽게 해주면 좋을텐데. 라고 대답해뒀다.

O월O일 맑음
임무나 원정은 칼이 자발적으로 해주게 되었다.
그에 나는 수리를 하거나, 아직 손이 닿지 않은 방의 청소를 하거나 사니와 업무를 하고 있다.
아침의 대열은 처음 한 번만이고, 그 이후로는 칭찬해 달라고 가까이 다가오게 되었다.
다가온다고 해도 아직 움직이는 걸 본 건 아니다.
내 집무실에 있는 방석 위에 칼이 있는 게 신호다.
그럴 때는 칼을 일단 손에 들고, 쓰다듬어주고 옆구리에 놓는다.
칭찬을 바라는 칼이 여러 개 있을 경우는 방석 주위에 예의 바르게 늘어서 있어서 알기 쉽다.
칭찬받아서 벚꽃을 흩날리는 칼들은 옆구리에 놓은 후에도 계속 그 자리에 있다.
빨간 거랑 금색이랑 흰거 이외에는 그다지 왔다갔다 하지 않고 내 시야에 얼쩡거리기만 하는데 이럴 때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일을 끝내고 방을 나와서 다시 한번 들여다보면 없긴 하지만.

O월O일 맑음
칭찬해주기 시작한 이후로 칼이 주위에 있는 경우가 잦아졌다.
있는 칼의 종류도 늘은 것 같다.

O월O일 맑음
부엌에 가니까 칼이 있었다.
지금껏 부엌에 칼이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검은 칼이다. 칼집에 보라색 끈이 둘러져 있다.
싱크대 구석에 세워져 있었지만 신경쓰지 않고 수확해온 야채로 밥을 만든다.
쌀, 고기·생선, 조미료 종류는 콘노스케 with 단말이 온 뒤로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신기했던 건 그릇에 담아놨던 음식의 일부가 없어진 것이다.
마치 누군가가 먹어버린 것 같았다.
싱크대 구석에 있었던 보라색끈이 음식을 올려놓은 테이블 있는데로 이동했으니까 아마도 범인은 이건가?
혹시 칼도 먹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네, 츠쿠모가미니까. 공물이 필요하려나.

O월O일 맑음
수리실 있는데 콘노스케한테 부탁해서 제단을 설치했다.
공물이라고 하면 제단이잖아.
그래서 작은 상을 준비해서 바쳤다.

O월O일 맑음
수리실에 있는 상을 치우려했더니 비워져있었다.
역시 먹은 모양이다.
그리고 가까워지는 칼과의 거리.
뭐야 그게, 나 설마 먹을 걸로 길들여버린거야?

O월O일 맑음
부엌에 있는 칼은 여전히 보라색끈 뿐이다.
단말 카메라로 비추니까 흐릿했던 글자가 초점이 맞아서 읽었다.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라고 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