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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어서 다음 의제, 사니와 서포터 여우형 식신 로봇 '콘노스케' 의 실장화 진척입니다만...."


낭랑하게 울리는 목소리는 넓은 방 안에서도 잘 들렸다.

사니와가 모이는 회의 자리에서 진행역을 맡는 것은 대부분 정부에서 파견된 사랗이다. 모여 있는 사니와들은 순서에 따라 서로의 전황을 보고하면서, 진행자가 꺼내는 의제나 과제에 대해 그 자리에서 의논하고, 정리된 의견을 최종적으로 정부를 통해 결정한다.

정부나 사니와 관계자에 한해 일반공개되어 구경할 수 있는 대규모 연련, 그 전에 이루어지는 관위 사니와들의 회의에서도 본부 사람이 의장으로 파견되어 있었다. 역시 본직이라고 해야 하는지, 소리를 지르는 것도 아닌데 단어 하나하나가 또렷하게 들리는 의장의 설명은 이해하기 쉽고 정중했다. 이제 주변 사니와끼리가 조금 더 온화한 분위기였다면 제대로 집중해서 듣고 싶었을텐데, 하고 몰래 한숨을 쉬고 싶었다.

얼굴 앞에 펼친 부채 너머로 슬쩍 살핀 주위 사니와들은, 대부분 좋게도 나쁘게도  속내가 그대로 얼굴에 나타나 있었다.


관위 사니와는 사니와로서 눈에 띄게 우수한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지만, 그만큼 개개인의 특성이 강한 경향이 있다. 좋게 말해서 개성적, 나쁘게 말하면 이상한 사람들로 타인을 신경쓰지 않는 성격이 많은 것은 자리 변동이 심한 지금도 여전하다. 오히려 변동이 심한 만큼 사니와끼리의 결속이 흐릿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일도 그다지 없기 때문에 드물게도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는 항상 일정한 긴장감이 따라다닌다.

지루하다는 듯 턱을 괴고 이야기를 듣는 사람도 있고, 특별한 보고가 없다는걸 안 순간 흥미를 잃어버린 듯이 듣기를 그만둔 사람, 새로 관위를 받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긴장한 모습으로 말석에서 움츠러들어 있는 사람,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근시 도검과 소근거리는 사람.

제대로 진행자를 보면서 이야기를 듣는 사니와도 있지만, 집중하지 않는 사람 중에는 회의를 내버려두고 옆자리 사람에게 적의가 담긴 시선을 보내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 사족이지만 나에게도 악의 있는 시선이 몇 개 꽂히고 있다. 날카로운 눈초리가 쿡쿡 찌르는 것을 아플 정도로 감지할 수 있다. 숨길 생각이 전혀 없는 그것에, 하지만 모르는 척을 하면서 말없이 시선을 피했다.


사니와들의 자리 순서는 정부로부터 받은 관위 숫자가 작은 순서---그러니까 관위가 높은 사니와---부터 안쪽에 앉게 되어 있어서, 서로의 관위를 굉장히 의식하게 된다. 그냥 눈길을 주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서로의 우열이 보이는 자리라니, 그 순위를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이 보기에는 불쾌하기 짝이 없을 거라는 것은, 분수에 맞지 않게 상위를 차지한 나도 다른 의미로 뼈에 스미도록 알 수 있었다.


가능하다면 나도 이런 자리에 있고싶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정부에서 직접 주는 명령 외에 사니와가 모이는 자리는 이런 회의라 해도, 다른 사니와에게 결석 연락을 넣고는 나가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다. 내가 지금 얼마나 불편함을 억누르고 있는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지만, 애초부터 거의 교류가 없는 다른 사니와들이 내 성격을 파악하고 있을 리도 없다. 그러니까 내가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 따위는, 얌전히 부채로 한심한 표정을 숨기는 것 정도였다.

이마노츠루기는 다른 사니와의 근시 도검들처럼 내 자리 뒤에서 대기하고 있다. 아까 살짝 모습을 살폈더니 굉장히 심심하다는 듯이 하품을 하고 있었다. 주위를 신경쓰지 않는 그 정신이 부러웠다.


채 벗어내지 못한 안좋은 분위기 속에서도, 평상시와 별반 다르지 않게 회의가 흘러간다.

이야기가 끝나고 각 시대의 대 역행군 전투 현황에 대한 사니와들의 보고도 끝나, 이제는 할 말이 있는 사니와들이 손을 들고 발언한다. 무언가 다른 의제가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하는 대사에 손이 스르륵 올라갔다. 매혹적인 빨간색으로 바른 입술과 눈물점이 특징적인, 눈꼬리가 내려가고 눈썹이 두터운 미녀 사니와다. 최근에 내가 거의 참석하지 않은 동안 변동이 있었는지, 모르는 얼굴이었다. 관위 7위로 통칭 '7의 사니와' 라고 불린 여성은, 잘 보니 회의 동안 옷소매로 입가를 가리고 근시 도검과 이야기하던 사니와였다.



"요즈음 사니와들 사이에서 소문이 돌고 있는 단도 레시피를 참고로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봤습니다만, 역시 지금 가장 출현률이 낮다고 하는 미카즈키 무네치카를 내리기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무언가 대책을 세우거나 하신 분이 계실까요? 저는 슬슬, 존재 자체에 불안을 느낄 정도인데요"



미카즈키 무네치카.


그 이름에, 평온을 가장하면서도 심장이 한순간 쿵쿵 뛰었다.



"미카즈키 무네치카의 출현은 우리 10관위에 속하는 사니와 중에서도 아직 수 건 밖에 없다. 너무 초조해하는 것이 아닐런지?"


흥 하고 코웃음을 치며 재빨리 대답한 것은 연배가 있는 남자 사니와다. 이쪽도 본 적이 없는 얼굴로, 그 책상을 힐끔거리자 '6' 이라고 새겨진 명패가 보인다. 관위 6위의 남자 사니와는 군인처럼 제복을 빈틈없이 껴입었고, 입가에는 수염이 풍성하다. 팔짱을 끼고 가슴을 쫙 편 모습이 거만하지만, 분위기는 틀림없이 좋지 않다.


"어머, 6의 사니와님도 도첩을 채우려고 필사적이시라는 소문을 바람결에 들었는데요. 역시 전 군인 나리께서는 인내심이 강하시군요. 아니면 그냥 허세를 부리고 계시는 걸까요?"

"당신같은 여자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할 수 있는 준비를 모두 마치고 기다리면 머지 않아 반드시 내 곁으로 내려오겠지. 영력 보유량이 충분하다면 당신도 걱정할 필요 따위는 없지 않겠어? 아니면, 스스로의 능력 부족을 한탄하고 있었던 건가?"

"그만하세요, 두 분. 서로를 도와야 할 사니와끼리 싸워서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7의 사니와님께는, 괜찮으시다면 제가 무네치카를 내렸을 때의 레시피를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가시돋친 말다툼에 끼어든 것은 관위 5위 자리에 앉은 '5' 의 사니와 청년이었다. 청량감이 있는 왕자님같은 청년의 말에 여성인 7은 '어머' 하고 옷소매 아래에 슬며시 보이는 입가에 미소를 만들었다. 눈썹만 조금 찌푸리고 대화에 끼어든 청년 뒤에는 지금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 있었던 미카즈키 무네치카가 근시로 대기하고 있었다. 조용히 미소짓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아름다웠고, 감탄의 한숨을 쉬면서 홀린듯이 바라보는 사니와들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익숙한 일인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 모습을 한 번 힐끗 보았을 뿐 곧 눈을 돌렸다.


나는 미카즈키 무네치카의 단도에 성공했었다는 것도 보고하지 않는다. 그러니 내 미카즈키가 나한테서 떠난 것도 모르겠지만, 오래 보고 있는 것은 아무리 다른 개체라고 해도 모습이 같은 도검에게 버림받은 입장에서는 괴롭다. 눈썹을 한껏 찡그리고 안색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숙여버린 나를 놔두고, 이야기가 이어진다.


"...역시,현재 현현시킬 수 있는 도검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도검이군요. 어쩜 저렇게 눈부실까, 빨리 얻고 싶네요"


열이 올라 달라붙는 것 같은 여자 사니와의 혼잣말이 황홀한 한숨과 함께 흘러나왔다.

다른 사니와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자신들보다 상위 사니와들의 다툼에 끼어들지 못했던 사람들도 제각기 부러워하는 소리를 냈다.

유일하게 이 자리에서 근시로 미카즈키 무네치카를 데리고 있는 5위 청년은 조금 불편하다는 듯 웃었지만, 희소가치가 높은 도검남사를 감상하는 데 푹 빠진 사니와들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여자 사니와에게 반론했던 군인같은 남자도, 숨길 수 없는 질투와 시기심이 섞인 눈길을 주고 있다.


"------------예의 없게 남의 칼을 뚫어져라 훑어보는 거 아니야. 감상용이 아니라고, 이제 적당히 하는 게 어때"


슬슬 수상해지려 하는 분위기를 단숨에 환기시킨 것은, 지금까지 회의 중에 거의 입을 다물고 있었던 남자 사니와였다. 반쯤 질린다는 노골적인 시선을 받은 사니와들은, 그 말에 겸연쩍어하며 미카즈키 무네치카로부터 시선을 거뒀다.

하아, 하고 한숨을 쉰 남자는 마침 내 앞에 앉아 있다.

옷 위로도 무예를 연마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근육이 단단히 붙은 체형의 남자로, 키가 큰 남자다운 모습이 전에 봤을 때보다 더 커진 것 같았다. 나보다 순위가 하나 높은 2위인 그 남자는 당당하고 위엄 있는 모습으로 그 자리를 일갈했다.


"자기가 가지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는 마음은 알지만, 주변을 생각해야겠지. 자신들이 사니와들의 얼굴이라는 것을 제대로 자각한 다음 행동해라, 보기 흉한 꼴을 드러내지 마"


짜증이 섞인 엄한 목소리에 회의 자리가 쥐죽은듯이 조용해진다.

관위는 승진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자신보다 위에 있는 이 남자 사니와는 전부터 얼굴을 알고 있다. 기본적으로 조금 무뚝뚝하지만, 성실하고 정중한 호청년이라는 인상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니와들의 이러한 언동을 참을 수가 없는 것인지, 진지한 성격은 변하지 않을 모양이다.

그쪽을 보고 있었더니 눈이 마주쳐서 가볍게 미소지어주자, 약간 당황해서는 인사해 주었다.


그리고 또 한명, 그보다 더 위에 있는 유일한 사니와인 '1' 을 가진 남자는, 일련의 흐름에 아무런 흥미도 없다는 듯이  지루하다는 얼굴을 하고 보고 있었다. 특별히 뭘 하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처럼 입이 열린다.


"뭐, 올 때는 오고 안올 때는 안오는 거지. 다행히 너희는 소지 영력에는 자신이 있잖아? 그게 진실이라면 언제가 내릴거고, 안 내린다면 능력 부족이야.나나 2나 5 같은 녀석한테는 틀림없이 내려왔으니 실재한다는 건 보장해 줄게"


거만한 말투에 반론하는 사람은 없다.

사니와의 관위 순서는, 나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승진제 치고는 영향을 잘 끼치고 있는듯, 기본적으로 상위 사니와의 발언은 존중받는 경향이 있다. 변동이 심한 하위와 다르게 지금 상위는 오랫동안 변동이 없었던 점도 한몫 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상위 사니와가 거기에 걸맞는 영력을 가지고 지위를 확립하고 있다는 것이 전제여서, 나 같은 예외는 입을 다물고 부채나 펼치고 있는 게 제일이다.

그런데도 내 옆에 앉은 남자 사니와가 1의 말에 대꾸를 하는 바람에, 나는 움찔 하고 몸을 굳히고 말았다.


"나를 잊지는 말아줬으면 좋겠군요. 4위 관위를 얻은 것은 최근이지만, 관위 소유자 중에서도 얼마 되지 않는 미카즈키 무네치카 단도에 성공했다는 공적은 사실입니다"


득의양양하게 1의 말을 정정하는 4의 모습은 하나 아래라고는 해도 가까운 관위임에도 불구하고 초면이었지만, 다음번에는 더 이상 보고싶지 않다는 재수없는 생각을 한순간 하고 말았다.

그러냐, 하고 대단한 일도 아니라는 듯 1이 정정을 받아들였지만, 4의 발언에 누군가의 눈이 반짝 빛난 것을, 나는 확실하게 느꼈다.


"1, 2 다음에 3을 건너뛰고 4와 5가 모두 레어도 최고 도검을 내렸다는 건 대단하군요. 그런데, 3의 사니와님은 어떠신지? 아직 내리시지는 못하신 듯 보이는데 무언가 계획이라도 있으십니까?"


입가에 기른 훌륭한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6의 남자 사니와가 심술궂게 웃고는 나를 보았다.

끌려가듯이 나에게 집중된 시선에, 나는 잠시 침묵했다가 완만한 동작으로 탁 하며 부채를 접었다.


".....아니오. 1의 사니와님 말씀대로, 만남은 운이지 않습니까. 올 때는 오고 오지 않을 때는 오지 않겠죠. 저는 운이 부족한 것 같군요"

"부족한 것은 운이 아니라 능력이 아니신지?"

"말이 지나치군. 그 말은 3의 사니와님에 대한 모욕인가, 6이여"

"아니요? 단순한 감상입니다, 2의 사니와님"


자연스럽게 흐른 비아냥거리는 말에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낮게 으르렁거리듯이 2의 사니와가 엄한 목소리로 6에게 말하는 바람에, 나는 결국 입을 다물었다. 부드럽지는 않아도 뿌리는 다정한 2의 남자 사니와는 얼굴을 아는 나를 감싸는 것처럼, 6의 남자를 박력있는 얼굴로 노려본다. 그 안광에 눌려 6도 윽 하고 입을 다물었지만, 마지막으로 나를 향해 한마디 남기는 것은 잊지 않았다.


"대단한 영력도 없는 일반인 출신 꼬마가..."


적의로 가득 차 나를 향하는 시선을, 나는 눈을 내리깔아 흘려보냈다.


아직 수 건 밖에 출현을 확인하지 못한 미카즈키 무네치카를, 1위부터 5위까지가 나를 제외하고 모두 내리는 데 성공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도 성공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내린 순간 떠나버린 것을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내리는 것 자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면, 분명히 성공했다. 그러나 내려온 도검이 그 자리에서 떠난 사례는 존재하지 않으며, 거기다 그 중에서도 지금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미카즈키 무네치카가 나를 보고 한눈에 실망했다는 걸 알게 되면, 다른 사니와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더 노골적으로 변할 거라는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그래서 나는 미카즈키 무네치카를  내리는 데 성공했다는 보고를 하지 않았고, 내 심정적으로는 그 도검에 대한 화제는 그다지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잊어버리고 싶을 정도였지만, 아마도 무리다. 아주 짧은 한순간 슬쩍 보기만 했던 나의 도검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탓인지, 어느 틈엔가 회의의 의제가 오늘 이 다음에 열릴 대규모 연련 이야기로 흘러가 있었다. 연련중에는 관객석 등이 사람으로 가득 찰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운영에 주의하고 무언가 문제를 발견하면 도와주라는 지시나, 연련 막간의 여흥으로 관위 사니와 중 두 명의 부대가 모의 전투를 하자는 이야기, 거기에 입후보할 사람을 결정하기 위한 의논. 의제가 모두 한 귀에서 다른 귀로 흘러나가버려, 나는 시종일관 아무 발언도 하지 않고 그냥 거기에 앉아 있었다. 회의가 끝나기 직전, 연련이 시작되기 전까지 관위 사니와들의 회식 자리가 준비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지만, 나는 더 이상 이 공간에 있을 생각이 없었다.


"그럼 이 녀석들아, 오늘은 모쪼록 잘 해봐라"


의욕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모를 1의 말로 회의가 종료되고,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 2의 시선을 느꼈지만 한시라도 빨리 자리를 뜨고 싶었던 나는 빠른 걸음으로 나갔다.


회의 후반은 선 채로 자고 있었던 듯한 이마노츠루기가, 으응- 하고 기지개를 펴고는 총총 뛰었다. '엄청나게 심심했어요' 하고 말하는 이마노츠루기를 보고 그랬겠네 고생했어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나서야, 나는 후 하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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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지고 선 천수각을 빙글빙글 돌아 내려오자, 차츰 지상이 다가오면서 그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방금 전까지 아무 소리 없이 조용했던 복도 쪽까지 멀리서 시끄럽게 소리가 울리고 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두웅 하고 뱃속을 자르르 울리게하는 큰 북 소리에 섞여서, 축제 음악이 들려오고 있었다. 바깥을 내다볼 수 있는 복도에서 몸을 내민 이마노츠루기가, 아래층에 펼쳐진 세계에 와아 하는 탄성을 질렀다.



"아루지사마! 축제에요!"

"그렇네. 지금 시간이면 연련은 이미 시작됐을텐데, 축제 먼저 구경할까?"

"다른 도검은 어떻게 하구요-?"

"다른 도검들은 연련이 끝나고 합류하게 되지 않을까? 내 순서는 중반쯤이라서 아직 조금 시간이 있거든. 연련이 다 끝나는 게 점심쯤이고, 축제가 끝나는 게 밤이니까, 제대로 다 모여서 여러가지를 구경할 수 있을거야"


물론 돌아가고 싶다면 빨리 가도 되고, 하고 덧붙이자 이마노츠루기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루지사마는 돌아가고 싶은가요? 오랜만에 밖에 나왔는데요?"

"........으음. 나는 말이야, 이마노츠루기. 우리 가족만 예뻐하는 타입이거든"

"으응? 무슨 뜻이에요-?"

"이마노츠루기를 정말 좋아한다는 말이야"

"?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아루지사마를 정말 좋아해요!"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윘으면서도 깊이 생각하지는 않은 것 같은 이마노츠루기는, 대강 얼버무린 나에게 한가득 미소지었다. 숨기는 것이 없는 그 미소는 나의 깊은 곳을 파고들지 않아서, 나도 안심하고 이마노츠루기의 손을 잡을 수 있었다. 새삼스럽지만 오늘 근시를 이마노츠루기에게 부탁한 내 판단에 감사했다. 아까 회의에서 보인 한심한 모습도, 사실은 혼마루에 있는 도검 중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주인이 다른 사니와에게 얕보이는 상황을 그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모실 주인을 선택할 수 없는 그들에게 미안한 일이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그런 나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평소에는 떫떠름하게 밭당번이나 말당번을 하다가 끝난 순간 뭐가 기분이 나빴냐는 듯 전력으로 달려 놀러가는 이마노츠루기의 그 유연함에 구원받는다. 흥미가 없는 것에 관심도 없는거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이번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들 앞에서는, 설령 실제로 능력이 부족하다 해도 되도록 '훌륭한 주인님' 으로 있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나에게 가치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해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모르는 채로 있으면 된다.

손을 잡고, 머리를 쓰다듬고, 미소를 나누고, 눈을 마주치고, 하지만 마음에는 닿지 않는다. 이렇게나 가까이에 있는데도 이렇게나 멀다. 사소하지만 확실하게 여기에 존재하는 골짜기를, 나는 메울 수 없다.

인정받을 수 없어 메우지 못하는 마음의 결함을, 사랑하는 것으로 메우지 않으면 숨을 쉬는 것도 어려워지는 나를 알아차리지 말았으면 하고 바란다.

사니와라고 하는 긍지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내 마음 속에는 대체 무엇이 들어 있을까. 문득 떠오른 그 의문은, 평소와 똑같이 만들어낸 미소 속으로 밀어넣어 숨겼다.











전반 연련 결과는 전승이었다.

본래 연련은 하루에 최대 10회까지만 할 수 있지만, 이번 대규모 연련은 정부에서 온 귀빈도 여럿 있어서 퍼포먼스를 겸해 토너먼트 형식을 취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겨 나아감에 따라서 싸우는 상대의 부대 련도도 높아지지만, 처음부터 격차가 심한 사니와와 대전하거나 강한 사니와끼리 맞붙지 않도록 관위 사니와에게는 시드권이 주어진다. 상위 5명은 1시드, 하위 5명은 2시드로 초기단계 대전은 면제되기 때문에, 내 차례가 찾아왔을 때는 오후가 시작된 지 꽤나 지난 시간대였다. 도중에 관위 사니와를 만났지만 태도나 대태도가 중심인 부대에 겁내지 않고 싸워준 도검들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승리를 거머쥐고 그 토너먼트에서 우승했다. 몇 년에 한 번 있는 이벤트이기도 해서 모여든 사니와 숫자도 많았고, 다섯개 정도로 나눈 토너먼트표에 제각기 랜덤으로 배정된 대전이었지만, 평소에 그다지 열리지 않는 이벤트에 흥분한 사니와가 이끄는 도검들의 전투에 높으신 분들도 상당히 만족스럽게 관전했을 것이다.


남은 후반전은 각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사니와끼리 대전하게 되는데, 축제를 마무리하는 것이기도 해서 늦은 시간에 열린다.

그 때까지 빈 시간에 근처를 구경하라며 도검들을 돌려받고, 현현한 그들에게 얼마정도는 마음대로 돌아봐도 된다며 자유행동을 허락했다.

이마노츠루기에게 용돈이라고 하고 코반을 나눠줬더니, 그다지 내키지 않는 것 같은 오오쿠리카라와 야만바기리를 억지로 끌고 달려가버렸다. 이어서 카센도 그럼 벚꽃을 구경하고 오겠다며 떠나고, 하세베는 처음에 내 옆에 있겠다고 주장했으나 위험한 것은 없다고 코반을 쥐어주고 떠미니 미묘한 표정으로 사라졌다. 코반을 쥐어주었다고 하니까 뇌물이나 그런 것처럼 들리지만, 정당한 용돈이다. 벚꽃길에는 노점이 쭉 늘어섰고, 연련이 시작되기 전까지 이마노츠루기와 이리저리 다니며 군것질을 했기 때문에 코반이 얼마나 필요한지는 이미 계산해 두었다. 대략적으로 갖고싶은것이 있는데 돈이 없어 곤란한 일이 없을 정도로 건넸으니 내가 없어도 괜찮을 것이다. 이마노츠루기와 노점을 둘러보면서, 나는 도중부터 날아다닐 기세로 이곳저곳을 구경하는 이마노츠루기에게 반쯤 끌려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야만바기리와 오오쿠리카라도 얼마간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남은 카슈는, 연련 때부터 계속 나와 마주치지 않으려 하던 시선을 땅바닥에 떨어트리고 서 있었다.


"카슈"


이름을 불러도 반응하지 않는다.

다시 부르자, 어깨를 흠칫 떨고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었다.


"카슈는 나랑 같이 구경할까"


어딘가 거북해보였던 카슈는 멍하니 눈을 깜빡거렸다.

어쩌면 저번에 그 건으로 단 둘만 있을 때 혼이 날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어디에 있어도 누군가의 눈이 있는 혼마루 안에서는 남의 눈이 없는 곳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아서 단둘이 아무도 모르게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한데다, 사건 때문에 요즘에는 다른 도검이 나와 카슈가 접촉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막고 있기도 했다. 대놓고 불러낼 수도 있었지만, 카슈가 좋지 않은 쪽으로 눈에 띄는 것은 피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카슈 자신이 나를 피하고 있는 것 같아서 서로가 며칠동안은 얼굴도 보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이번 동행 멤버로 선택한 것이다. 다른 도검들은 불만스러워했지만, 그들도 나를 걱정하는 것일 뿐 언제까지고 이런 상태로 있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한 번 제대로 얼굴을 마주 보고 둘이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빈틈을 찔렸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카슈를 앞에 두고 나니 딱딱한 이야기를 할 생각도 없어졌다. 원래부터 나는 카슈에게 화가 나지도 않았다.


"자, 손 잡자"

"어....."

"사람이 많으니까 잃어버리면 안 되잖아. 자, 가자"

"어, 잠깐, 아루지"


당황하며 목소리를 낸 카슈의 손을 잡고 뛰기 시작한다. 끌려오는듯한 상태로 따라 달리게 된 카슈가 황망해하는 것이 귀여워 작게 웃음소리를 내자, 뒤에 있던 카슈에게도 들렸는지 한 박자 뒤에 평소에 보이던 카슈의, 조금 토라진듯한 목소리가 났다.


"어쩔 수 없네. 아루지는 항상 그렇게 다 얼버무리니까"


맞잡은 손에 꼭 하고 힘을 주는 것을 알았다. 뒤에 있던 카슈는 어느 틈엔가 옆에 있었다.


".......있잖아, 지금도 아직 나 사랑해?"


어딘가 불안해하며 꺼낸 그 질문에, 나는 작게 웃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거야"


그렇게 대답하자, 카슈가 손을 한층 더 세게 꼭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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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동안, 나와 카슈는 이리저리 노점을 구경하면서 별 것도 아닌 이야기를 많이 했다.

둘 사이에는 요즘 약간 어색했던 분위기는 어디갔냐는 듯 온화함이 흘렀고, 완전히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돌아온 카슈는 적극적으로 내 손을 잡아끌었다. 응어리가 풀렸는지 나에게도 평소같이 대해 주는 카슈를 보고 나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 번 이렇다고 생각하고 나면 좀처럼 인식을 바꾸는 일이 없는 카슈지만, 이마노츠루기와는 또 다른 유연함을 가지고 있다. 마음 속에서 타협점을 찾는 것도 빠른 거겠지, 하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약간 정신을 팔고 있었던 게 잘못일까.


"카슈?"


처음에 잡고 있었던 손은, 현세의 축제가 신기한 것인지 여기저기 구경하고 싶어하던 카슈를 배려해서 부자연스럽지 않은 타이밍으로 풀었다.

아름다운 세공이 들어간 사탕을 늘어놓은 노점을 열심히 보고 있던 카슈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대금을 내는 것이 나였기 때문에 초반에는 흥미가 없는 척을 했지만 누가 봐도 대단히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 개를 사줬을 때까지는 함께 있었다.

조금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카슈가 보이지 않게 되어서, 나는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연련을 끝낸 사니와나 그들의 도검남사들이 여기저기 있었지만, 방금 전까지 옆에 있었던 카슈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미아...."


어느 쪽이 미아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미아가 되어 버렸다는 건 틀림없다. 당황을 절반 경악을 절반 담아 혼잣말을 하자 가까이 있던 사니와의 시선이 꽃힌다. 원래는 이 자리에서 카슈를 기다리는 것이 좋겠지만 마음이 불편해 그 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일단 걸으면서 찾아보기로 했다.

시끌시끌한 소란은, 사람들 목소리가 이리저리 뒤섞여 형태를 잃은 집합체다.

나 자신도 그다지 바깥에 나오는 일이 없어서, 인파에도 소란에도 익숙하지 못하다. 10분도 채 되지 못하는 사이에 피로를 느끼기 시작했다.

카슈나 이마노츠루기나, 자신의 도검들과 함께 있었을 때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던 남들의 눈도, 자의식 과잉이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혼자 있으면 신경이 쓰인다. 실제로 누군가가 이쪽을 보고 있는 것도 아닌데 남의 눈이 신경쓰여 오가는 사람들을 눈에 담는 것도 힘들어졌다.

고개를 내저어 멍한 머리를 털어버리고 기분을 전환하려 했더니, 앞을 보지 않았던 탓에 누군가와 부딪혔다.

퉁 하는 충격이 머리에 와서, 고통은 없었지만 놀라 고개를 들어올리자 나랑 부딪혀 똑같이 놀란 카슈 키요미츠가 있었다.


"아이고, 미안해. 괜찮아?"

"카슈...."


작게 이름을 부르니, 카슈 옆에 있던 남자가 당황해서 나를 보았다.


"야야 제대로 앞에 봐야지, 키요미츠. 죄송해요, 괜찮으세요?"

"시끄럽네, 아루지는. 제대로 사과했단 말이야"


가볍게 혼이 난 카슈는 남자를 향해 투덜거렸다.

미안해하며 사과하는 남자의 몸에서 느껴지는 영력은 사니와의 것이다. 그러니까, 이 카슈 키요미츠의 사니와.

나의 도검이 아닌 같은 도검을 앞에 두고, 나는 갑자기 숨이 막히는 것 같아서 다급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어떻게든 입에서는 괜찮으니 신경쓰지 마세요, 하는 말을 쥐어짜내고 서둘러 걸음을 옮긴다. 처음에는 빠른 걸음이었던 것이 차츰 더 빨라져 뛰는 것이 되었을 즈음에는 이미 주변을 볼 여유도 없이, 그저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으로 달렸다.


"헉헉.....허억"


색색거리며 어깨를 흔들어 크게 숨을 쉬면서 그 자리에 웅크려 앉았다. 평소 운동 부족이었던 탓에 체력도 얼마 되지 않는데다가, 지금은 움직이기 힘든 일본식 정장을 입고 있기 때문에 움직이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잠시 앉아서 숨을 고르고 있으니, 커다랗던 심장 박동이 잦아들면서 추한 감정이 고개를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방금전에 보았던 다른 사니와의 카슈 키요미츠가 떠올라서는, 끈적끈적하고 좋지 않은 것이 가슴 속에 휘몰아쳤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 같았다.

토할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쁘다.


"헉.....헉, 헉...."


천천히 호흡이 편해진다. 작게 떨리는 목을 누른 채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완전히 숨이 편해진 것을 확인하고, 목에서 손을 떼며 깊게 한숨을 쉬었다.


요즘에는 정말 되도록 연련도 하지 않았고, 다른 혼마루의 도검을 볼 기회도 없어서 긴장이 풀려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괜찮을 거라고 과신하고 있었던 것일까. 엄청난 꼴이네, 전혀 괜찮지 않았다.


호흡이 편해진 대신, 가슴에서 피어오르는 더러운 감정이 증가하는 것을 뚜렷하게 느낀다. 모르는 사이에 어두워진 마음 속을 드러내는 것처럼, 눈물샘이 스르륵 풀어졌지만 필사적으로 입술을 깨물어 참았다. 눈물로 도망치는 것은 내가 가장 잘 하는 짓이지만,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언제 누가 다가올지 모르는 야외에서 한심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좋은 일도 아니고, 앞으로도 아직 후반 연련이 남아 있다. 가슴을 차갑게 찌르는 고통을 가만히 견디고 있으니, 그동안 울고 싶은 충동이 사라지고 그 대신 남은 것은 허무함이었다.


조금 전에 이마노츠루기와 나눴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으음. 나는 말이야, 이마노츠루기. 우리 가족만 예뻐하는 타입이거든''


그것은 내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이마노츠루기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을 거고, 실제로 알 기회도 그다지 없기 때문에 사실을 알고 있는 도검은 내 혼마루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러 가르쳐 줄만한 것도 아니다. 이건 내 마음의 약한 부분이었으니까.


나는 다른 사니와의 도검남사라는 존재가 껄끄러웠다.


그건 어쩌면 껄끄럽다는 가벼운 말로 표현할 수 있는게 아니라, 자칫하면 증오에 가까운 감정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싫어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서 대신할 말을 찾았더니 껄끄럽다는 말이 가장 무난한 것 같았다.

나는 자기중심적인 인간이라는 자각이 있다.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도검남사들에게도 인정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제멋대로 슬픔을 느끼고 한탄했으며, 혼자서 자기만족을 위해 그들을 사랑했고, 혼자만이 불행한 것처럼 울었다. 나는 그런 나를 혐오하고 있었고, 때때로 죽고 싶을 정도로 싫기도 했다. 지금도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탓에 현현도 시키지 않은 도검을 가지고 돌아다니며 혼마루의 평화를 쓸데없이 흐트러뜨리고 있다. 그래도 그들의 주인으로 있고 싶어서 그것들을 정당화하고는 보지 못한 척을 하고 있는 나 같은 건, 하고 생각한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나다.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감정으로, 다른 사니와의 도검남사를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언제였던가.

여기서 내 과거나 들추고 있어도 쓸모가 없는데다가 끝도 없어 보이니 그만둬야지. 사실과 이유만 말하자면,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니와가 내 도검과 같은 도검에게 사랑받고 있는것을 보는 것이 싫었다.

별로 모든 도검이 나를 좋아해야 한다거나 그런 바보같은 소원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그게 아니라, 내가 인정받지 못한 도검들에게 인정받은 '성공 사례' 인 사니와와 그 도검남사를 보면, 나는 어떻게 할 수가 없을 만큼 열등감을 느끼는 것이다. 도검들과 잘 타협하지 못하는 내가 부끄러우니까.


현현한 도검남사의 혼은 제각기의 기억을 가지고 사니와를 따른다. 그러니 같은 도검이라 해도 다른 사니와 곁에 있는 도검은 내 곁에 있는 도검과는 다르다. 하지만 그들은 분명히, 불러낸 사니와의 영력 차이에 따라 성격에 다소 차이가 생긴다고는 해도, 기본적으로 같은 성격 같은 외모 같은 목소리를 가지고 존재하는 것이다. 같지만 다르다. 다르지만 같다.


원래 내 혼마루에 없는 도검이라면 괜찮다. 실제로 오늘 연련도 많은 태도나 대태도를 봤지만, 내 곁에 없는 도검을 보아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오늘 연련에 데리고 온 부대 편성은, 내 영력 문제로 강한 도검을 불러낼 수 없다는 것도 확실히 원인 중 하나였지만, 이것이 또 다른 이유였다. 이 대규모 연련에 데리고 오는 도검은 타도나 단도보다도 태도나 대태도 쪽이 훨씬 많다. 부대에 태도를 한 자루밖에 넣지 않고 나머지는 타도와 단도로 편성한 것은 입후보 결과이기는 했지만, 가령 잠재능력이 높은 도검이 입후보했다고 해도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서 편성을 변경했을 것이다. 대전 상대와 같은 도검남사가 부딪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처음부터 레어 도검을 넣을 생각이 그다지 없었던 것이다.


단지, 초기도로서 오랫동안 함께한 타도는 련도도 높아서 역시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되도록 우리 혼마루에 있는 도검과 같은 도검을 보게 되면 곧바로 시선을 돌리곤 했고, 방금 전까지는 내 도검남사와 함께였기 때문에 발작하지도 않았지만, 그 탓에 긴장이 풀어져 있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어째서, 냐고 묻는다면 나는 모두 나의 제멋대로인 감정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어느 사니와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정을, 생리적으로 거부하는 나는 객관적으로 본다면 정말 틀림없이 사니와에 맞지 않는 사람이다. 나름대로 오랫동안 봐 왔던 1위 사니와도, 언제였는지 완고하게 '내 것이 아닌' 도검남사를 받아들이지 않는 나를 비웃는 것처럼 "살기 힘들겠네. 결벽증이라" 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결벽증. 그건 그리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는 내 가족만이 사랑스럽고, 무엇보다도 내 도검남사를 사랑한다. 내 마음 속에서는 다른 사니와의 도검남사는 내 도검에 비하면 훨씬 아래에 위치한다. 필요하다면 분명 파괴하는 것도 아무렇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타인의 것이니까. 요증 들어 점차 문제가 발각되기 시작한 블랙 혼마루라고 불리는 도검남사를 혹사시키는 혼마루 이야기를 들어도, 겉으로는 눈썹을 찌푸리고 너무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다지 흥미가 없는 인간이라는 말이다,나는. 내 것이 아니라고 하는 이유만으로,나는 끝없이 차가워질 수 있다.


전 주인에 대한 굴절된 감정을 가진 도검이나 과거를 끊어내지 못하는 도검에게 주인이라고 인정받고, 일방통행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며 천칭이 균형을 이루는 행복한 사니와를 보면, 내 가슴 속에는 어두컴컴한 열등감이 차오른다. 알고는 있다.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나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고칠 방법을 알지 못해 제멋대로 소리지를 뿐인 나 자신과, 어떻게든 그들에게 다가가려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다른 사니와라면, 후자 쪽이 명백하게 좋을 게 틀림없다고. 그래도 내가 아무리 필사적으로 노력해도 어떻게 할 수 없었던 관계를, 이렇게 쉽게 눈 앞에서 목격하게 되면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추악한 질투가 치밀어 오른다. 




질투. 그래, 이건 질투다.


대단한 영력을 가지지도 못하고, 태생이 특수했다는 것만으로 사니와가 되는 길 밖에 주어지지 않았고, 그 길조차 만족스럽게 걷지 못하고, 유일하게 얻은 나의 것에게는 동일한 사랑을 갈구하는 것 밖에 할 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솔직히 말해서 다른 사니와가 부럽다. 물론 나 이상으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원하지 않았는데 사니와가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그들이 괴로운 것과 내가 괴로운 것은 다르다. 그리고 남이 본다면 내가 괴로운 것과 그들이 괴로운 것이 다를 것이기 때문에, 이 마음은 누군가에게 동의해주길 바랄 수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모두 다르고, 모두 괴롭다.

하지만 그래도. 나도, 역시 괴롭다.

그리고 괴롭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끔찍하다.



"...하아"



몸 안에 쌓인 부정한 기운을 뱉어내려는듯 숨을 깊게 내쉰다. 몸에 달라붙는 허탈감은 떨쳐낼 수 없지만, 계속 이러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억지로 기분을 전환하려고 했다. 축축 늘어지는 몸을 질질 끌듯이 해서 마침 가까이에 있더 벚나무로 다가가, 기대듯이 서서 몸을 맡겼다.

머리 위에서 팔랑팔랑 떨어지는 벚꽃잎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주위를 볼 여유가 없었지만, 노점이 늘어선 벚꽃길을 벗어나 천수각 옆에 있는 경내에 들어와 있었던 모양이다. 먼 곳에서 나는 축제 소리를 들으면서 바라보는 경내는 조용하고 경건해서, 몸을 좀먹는 사기가 사라지지는 않아도 다소 괜찮은 기분이 드는 것 같았다.


다시 깊게 숨을 쉬고, 경내에 있는 돌계단에 앉았다.

방금 전보다는 많이 진정됐지만 곧바로 움직이다가 또다시 똑같은 짓을 반복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일단 마음을 정리하고, 조금 쉬었다가 움직이기로 했다.


정적이 내려앉은 경내에도 드문드물 벚나무가 서 있었다.

그것을 별 생각 없이 감상하고 있다가, 시간이 지나고 슬슬 도검들을 찾으러 가려고 몸을 일으킨다.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는거냐, 너"

"3의 사니와님...?"


"어..."


갑자기 들리는 낯익은 목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