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글짤려서 재업함... 이번에는 제발... 올라가라...

오타비문 존많이고 호칭이나 그런 것도 뒤죽박죽일 거 같은데 그냥 자기만족으로 번역한 거라 익스큐즈 좀ㅎㅎㅈㅅ

원문 링크 가면 1년 후 이야기인 후속편도 있음


원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7458001





쇼쿠다이기리씨 완전 멋있어! 그치, 오오쿠리카라?




있잖아, 있잖아! 쇼쿠다이키리씨 엄청 멋있지 않아!? 아~~~ 오늘도 완전 멋있어! 얼굴도 물론 잘생겼지만 목소리도 낮고 부드러워서 완전 내 취향! 그 목소리로 ‘나쁜 아이네’라고 말해주면 나 완전 나쁜 아이 할래!! 혼나고 싶어! 아, 그래도 ‘열심히 했구나’라고 칭찬도 받고 싶어! 못~고~르~겠~어~~! 양쪽 다 좋아 둘 다 좋아 뭐든지 좋아!! 아~~ 쇼쿠다이키리씨 정말 좋아! 완전 좋아! 현현시킨 날 첫눈에 반했습니다! 완전 좋아해요! 결혼해줘요!!


나는 심신자로서 일하고 있는 여학생. 17세. 남자친구 없음.

중학교 졸업 후 방위대학 부속 고등학교 심신자과에 입학했거든. 입학했다기보다는 입학당했다는 느낌에 가깝지만. 어느 날 내가 심신자의 자질이 있는 걸 안 높으신 분들이 학교랑 집까지 쳐들어와서 강요 반 설득 반 어쩔 수 없이 심신자가 되어버렸으니까. 그래도 학비도 무료인데다 배우는 입장인데도 돈까지 받으면서 취직처까지 정해져 있으니 지금은 나도 불만은 없어. 우리 집은 어머니 밖에 안 계시는데 형제도 많아서 솔직히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니까.


내 혼마루는 비젠국 소속. 혼마루 번호는 15000. 숫자가 딱 떨어져서 기억하기 쉽지?

오전 중에는 방위대학 부속 고등학교 심신자과에서 일반적인 수업을 듣고, 오후부터는 심신자 전공 수업을 들어. 심신자과는 좀 특수해서 남녀공학에 온라인 수업도 아니고 제대로 수업을 받게 되어있어. 그 대신 커리큘럼이 엄청 빡세지만.

출진이나 연련도 오후 수업의 일환이야. 출진이라 해도 나는 아직 햇병아리 수준이라 뭘 하려 해도 지도 선생님이나 리더라고 불리는 선배가 따라붙지만. 버디 제도라고 해서 같은 학년 학생과 함께 짝을 지어 서로 돕는 제도도 있다고! 부모님 곁을 떨어져서 지내는 생활은 낯설고 처음에는 불안해서 우는 날도 많았지만 입학하고 일년 반이 지난 지금은 제법 익숙해졌어.

내 초기도는 야만바기리 쿠니히로. 신입생에게 각자의 혼마루가 배정되기 전 츠쿠모가미를 현현시키는 수업이 있어서 그 대 한 사람 당 한 자루씩 초기도를 골랐거든. 다섯 자루의 검 중에서, 단 한 자루를.

카슈 키요미츠, 카센 카네사다, 야만바기리 쿠니히로, 하치스카 코테츠, 무츠노카미 요시유키.


내가 골랐던 건 야만바기리 쿠니히로. 왜 야만바기리를 골랐냐고 지금도 가끔씩 다른 도검남사들이 물어볼 때가 있는데 솔직히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 뭐라고 해야하나… 느낌적인 느낌? 어떤 검이어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가장 와닿았다고 해야 하나.


“어이, 학교에 늦는다. 그렇게 느긋하게 밥을 먹고 있을 시간은 없을 텐데.”


야만바기리의 말에 화들짝 놀라 시계를 확인했다. 쇼쿠다이키리씨가 직접 만든 아침밥 오늘도 최고~~~! 같은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음미하고 있었더니 어느새 학교 갈 시간이잖아! 앞으로 두 그릇은 더 먹을 생각이었는데!


“헉! 지각하겠다! 다녀올게요!”


허겁지겁 부산스럽게 혼마루를 나서는 나를 향해 도검남사들이 현관까지 나와 잘 다녀오라며 손을 흔들어줬다.

야만바기리 쿠니히로, 야겐 토시로, 히라노 토시로, 마에다 토시로, 호네바미 토시로, 오오쿠리카라, 츠루마루 쿠니가가와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

우리 혼마루의 도검남사는 이렇게 총 여덟 기.

검에 깃든 츠쿠모가미들은 모두 상냥하고 어른스럽다. 그리고… 뭐라고 해야 할까, 차분하고 말수가 적은 사람이 많으…려나? 우리 혼마루에서 활기차다고 할 만한 건 츠루마루 정도니까. 전쟁은 솔직히 정신적으로 힘들 때가 많지만 그래도 일단은 어떻게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건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

완전 멋있는, 내 이상형!! 꺅! 진짜 좋아해~~~!



*



“있잖아, 있잖아, 츠루상 좀 들어봐! 쇼쿠다이키리씨가 오늘도 엄청 멋있다고! 어떻게 그렇게 멋잇는거지? 출진 부대 편성할 때 나오는 확인창의 프로필 사진만 봐도 눈부셔! 사진 속 쇼쿠다이키리 씨랑 눈이 마주쳐 버렸잖아! 난 몰라! 사진인데도 눈 마주쳐버렸다고~! 부끄럽잖아~~ 아~ 진짜 엄청 멋있다고~~~~ 진짜 왜 그런거지? 왜 그렇게까지 멋있는 건데 정말 멋있다고~~~~”


오후 출진도 무사히 마치고 선생님과 리더에게 제출할 레포트를 마무리하면서 나는 오늘도 집무실에게서 츠루마루에게 연애 상담을 하고 있었다.


혼마루에 있는 심신자의 집무실의 넓이는 다다미 열 장 정도. 안에는 소파랑 낮은 테이블, 접대용 다기가 갖추어져 있고 그거랑은 또 별개로 내 개인용 책상이 방 한 쪽 끝에 있어. 네 모서리에는 책장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옆에 또 관엽식물 화분이 하나. 중요한 자료는 자물쇠 달린 캐비닛 속. 그리고 차를 내리기 위한 간단한 부엌이 딸려 있는 정도.


집무실 옆에는 근시를 위한 방이 따로 있지만 츠루마루가 근시일 때는 대체로 심신자 집무실의 소파에서 뒹굴거릴 때가 더 많아.


“그래, 그래. 미츠보가 멋있는 건 현현한 날부터 매일 들었고 목소리가 좋다는 것도 가슴이 두텁단 것도 다리가 길다는 것도 키가 자판기 수준인 것도 매일 들었다. 그래, 그래. 주인은 오늘도 미츠보한테 홀딱 반했… 어이쿠.”

“츠루마루 내 이야기 제대로 안 듣고 있지! 너무해!”


“어쩔 수 없잖냐!? 미츠보가 멋있다는 소리를 매일 들어야 하는 내 입장도 좀 생각해 보라고. 야만바기리가 ‘사본인 나에게는 버거운 일이다’면서 근시를 교대해달라고 했을 때는 근시 업무도 상당히 힘든가보군 싶었는데 야만바기리가 부담스럽게 느꼈던 건 무조건 네 연애 상담이었을 걸!? 이 나도 버겁다고!”


마무리한 레포트를 메일의 송신 버튼을 누르고, 이제는 학교 숙제 차례. 오늘의 목표는 지리 시험 범위 암기! 아 내일 수업 있는 영어 교과서 지문도 번역해놔야지!


영한사전과 문법 교과서를 꺼내 책을 펼치는 내 앞에서 츠루마루는 지리 교과서를 흥미 없다는 듯이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너 곧 추기 정기 훈련이었나 거기 가야 하지 않았나? 그동안 출진이나 원정은 어떻게 할건데?”

“아… 응. 일주일 동안 연련장에서 심신자 집중훈련. 아~ 싫다… 봄에도 했지만 엄청 힘들단 말이야 그거… 심신자도 일단은 전쟁에 관련된 일이니까 체력 단련도 필요한 건 알겠지만 문과 여학생한테 체력을 요구하는 건 좀…”


고교생 심신자는 의외로 바쁘다. 평범한 고등학생과 같은 수업을 들으면서 거기에 심신자 전공 수업과 실습에 훈련. 거기에 봄, 가을, 겨울마다 일주일씩 이루어지는 정기 훈련. 여름에는 5km 수영대회까지. 심신자라고 하면 흔히들 신사에서 볼 수 있는 무녀를 생각하면서 ‘대충 기도 같은 거 하는게 다잖아?’ 같은 소리릏 나느 사람도 있는데 웃기지 말라고! 거의 군대 수준이거든? 요구되는 근력은 물론 군대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심신자에게 체력은 필수적이란 말.


“평범한 여고생은 방과 후에 아이스크림 먹거나 노래방 가거나 알바도 하고 동아리에서 멋있는 선배한테 수건 건내주든가 하잖아? 좋겠다~ 나도 그런 거 해보고 싶었는데! 나도 여고생인데~”

“동아리라면 방위대 부속 고교에서도 있지 않았나? 하고 싶으면 하면 되지. 동아리 드는 학생들한테는 출진 횟수도 배려해준다고 들었는데?”


츠루마루에게서 건내받은 지리 교과서를 뒤적이자 오른쪽 모서리에 졸라맨 만화가 그려져 있었다. 졸라맨인 내가 쇼쿠다이키리씨(물론 졸라맨. 그래도 안대를 차고 있으니까 쇼쿠다이키리씨가 분명했다)한테 하트를 날리는 만화. 츠루마루가 그렸겠지. 재주도 좋구만! 근데 왜 마지막에 하트가 반오르 쪼개져 바닥으로 떨어지는지 어디 한 번 설명해 보실까?


“동아리… 동아리라… 아니, 됐어! 얼른 돌아와서 쇼쿠다이키리씨 봐야지!”

“아니 공부 해야지!”


츠루마루라 하면 보통 장난치는 걸 좋아한다고들 하는데 태클도 잘 하는구나. 별로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지만. 아, 혹시 우리 혼마루의 츠루마루가 특이한건가?


“아, 그러고보니 오늘 옆 반 애랑 친해졌다? 심신자는 남녀비율 거의 비슷하지만 방위대부고는 여자애 은근 적잖아! 심신자과는 특히 더. 그래서 친한 여자애 생겨서 엄청 기뻤어! 그 애 혼마루에도 쇼쿠다이키리씨가 있대~ 사진 보여줬는데 역시 다른 집 쇼쿠다이키리씨도 엄청 멋있었어! 그래도 역시 우리 집 쇼쿠다이키리씨가 제일 멋있지~~~!! 뭐가 다르냐 하면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뭐라고 해야 하나 분위기라든가, 실루엣이나 머리색 같은 것도 혼마루마다 미묘하게 다르단 말이지. 체구도 은근 제각각이고…”


입을 움직이면서도 손으로는 지리 교과서의 요점을 추리고 있자 그렇게 떠들면서도 공부가 되긴 되나보다고 츠루마루가 한 마디 했지만 모르는 척.


“사진 보는 걸로 어떻게 차이점을 찾는건지 넌…”

“알 수 있거든! 실습 때 현역 심신자 분들 연련 견학하러 갔을 때도 다른 혼마루의 실물 쇼쿠다이키리씨는 많이 봤지만 확실히 엄청 다르다고. 뭐 어느 혼마루의 쇼쿠다이키리씨도 완전 멋있다는 건 틀림 없지만! 그래도 역시 우리 혼마루의 쇼쿠다이키리씨가 세상에서 제일 멋있단 말이지! 꺄~~!”


아, 정말 쇼쿠다이키리씨를 떠올린 것만으로도 지리 공부는 머릿 속에 하나도 안 들어오잖아! 저녁 준비 하고 있을 쇼쿠다이키리씨 보러 가서 공중에서 토마토 커팅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싶어!


“있잖아 츠루마루는 쇼쿠다이키리씨랑 알고 지낸 시간 제법 길지? 쇼쿠다이키리씨는 어떤 여자애르 ㄹ좋아해? 머리는 긴 걸 좋아해? 아님 단발? 옷은 역시 청순한 느낌을 좋아하려나!? 쇼쿠다이키리씨 정도로 멋있는 사람 옆에 서려면 역시 이 쪽도 어느 정도 수준은 되어야겠지? 눈은 쌍꺼풀 진하게 진, 동그랗고 귀여운 느낌으로? 나 눈은 그렇게 작은 편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속쌍이라서… 쌍테 같은 거라도 써볼까? 아무래도 성형은 좀 무섭잖아~ 응? 어떻게 생각해?”

“…아무래도 좋지 않을까.”


“츠루마루의 의견 말고! 쇼쿠다이키리씨는 어느 쪽이 취향인지 묻고 있는 거잖아~ 응? 몰라? 가르쳐줘 츠루마루~~~~~”


진심으로 아무래도 좋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는 츠루마루의 어깨를 퍽퍽 두드리며 재촉했다. 쫌! 츠루마루! 자지 말고! 내가 이렇게 시끄럽게 구는데 잠이 와? 아 츠루마루가 부들거린다! 일어났어?


“아, 그~래 알았다! 미츠보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알고 보기도 더 오래 보고 지낸 녀석이 있지!”


반쯤은 눈이 맛이 간 츠루마루가 갑자기 테이블을 내리치는 동시에 기세 좋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 혼마루는 아직 야전 참가 자격이 없어서 밤에는 다들 제대로 자고 있을 텐데 왜 츠루마루 눈 밑에 다크 서클이 생긴거지? 츠루마루 왜 그래? 왜 빨간 피로야???


“쇼쿠다이키리씨랑 오래 보고 지낸 녀석… 이라니 누군데 그게?”


바보 같은 얼굴로 츠루마루를 올려다보자 츠루마루는 거기서 얌전히 있으라는 취지의 손동작을 해보인 후 방을 나서려 들었다. 잠깐 어디 가는데? 도망가는 거야?


“자, 주인 거기서 가만히 기다려라. 아, 제대로 공부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어허, 일어나지 말고. 따라오면 안 된다? 지금 그 녀석이랑 근시 교대하고 올테니까. 뭘, 걱정하지 말라고. 나보다 훠어어어얼씬 더 미츠보에 대해 알고 있으니까 안심해라.”


워, 워, 진정하라는 손동작과 함께 츠루마루가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내가 무슨 개인줄 아나! 멍멍멍! 멍멍! 컹컹! 월월월… 아… 가버렸네. 뭐 어쩔 수 없지. 근시의 감시도 없겠다 이 때를 틈타 손톱 정리라도 해야지~ 네일 세트가 어디있더라~ 출진표 옆 서랍~


“초기도로 카슈 키요미츠를 골랐던 애가 카슈 키요미츠는 네일 완전 잘 한다고 했었지… 부럽네~ 우리 혼마루에도 와주면 가르쳐 달라고 해볼까…”


흰 껍질을 벗기면서 끝은 잘 갈고… 음. 오, 제법 괜찮은데? 손 끝 예뻐진 것 같은데? 나 은근 이런 섬세한 작업 특기란 말이지~ 교칙 상 네일 아트는 안되지만 주말 정도는 괜찮잖아? 자 그럼 이제 손톱에 오일 발라야지~


“어이”


응! 이제 다음은 핸드 마사지~ 지난번에 샀던 핸드 크림이 향이 되게 좋았었지 그러고 보니? 약간 무리해서 좀 어른스러운 걸로 사버렸지~ 멋있는 선배가 알려줬던 걸로!


“어이”


에헤헤헤헤! 여기 있었네! 그래, 이거! 검은색 케이스에 금박 글씨! 쇼쿠다이키리씨 컬러링 같지 않아? 거기다 향기도 엄청 좋단 말이지~ 쇼쿠다이키리씨 눈치채 주려나? “어? 주인, 향수 바꿨어? 좋은 향이네…”라든가~~!! 꺄악~!


“어이!”


쿵, 하고 옆에서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 화들짝 놀라 얼굴을 들었다.


“으악! 깜짝이야!”

“몇 번이나 물렀다만.”

“진짜? 미안해, 오오쿠리카라…”


옆에는 어딘가 맥빠진 표정으로 서있는 오오쿠리카라가… 응? 오오쿠리카라?


“오오쿠리카라가 왠 일이야? 이런 시간에.”

“츠루마루가 근시 일을 떠넘겼다. 어울릴 생각은 없지만 맡은 일을 대충 할 생각도 없어.”

“진짜? 츠루마루가 말했던 ‘츠루마루보다 쇼쿠다이키리랑 더 오래 보고 지년 녀석’이 오오쿠리카라였어!? 아~ 그러고 보니 확실히 쇼쿠다이키리씨가 ‘카라쨩’이라고 부를 정도로 사이 좋았지! 근데 설마 오오쿠리카라가 와줄줄은 몰랐지! 깜짝 놀랐잖아!”


이 혼마루에 있는 도검남사들의 역사는 모두 학교 도서관이나 인터넷에서 조사해봤지만 일본사는 솔직히 약해서 다 까먹어버린단 말이지… 지난 달에 오오쿠리카라가 와 줬을 때 분명 조사했었는데… 으으 역시 한 번 더 복습해야지…

나도 모르게 손 끝에 힘이 들어가 푸슉, 하는 소리에 놀라 확인해 봤을 때는 이미 핸드크림이 손바닥에서 흘러 넘칠 정도로 짜낸 후였다.


“아, 어떡해!”

“무슨 일인데?”

“핸드 크림 너무 많이 짜버렸다…”


다른 생각 하다가 힘조절 잘못 해버렸네. 아~ 이거 비싼 건데! 이대로 버리기도 아깝고… 아 그래!


“오오쿠리카라, 손 줘봐!”

“뭐?”

“손! 손 마사지 해줄테니까! 자 빨리! 핸드 크림 떨어질라고 하잖아!”


내 기세에 넘어가버린 건지 오오쿠리카라는 눈썹을 찌푸리면서도 제대로 손을 내밀어줬다. 넘치려고 하는 만큼 오오쿠리카라의 손등에 핸드크림을 옮겨서 재빨리 남은 분을 내 손에 펴발랐다.


“자, 여기 앉아봐!”


손 마사지는 학교에서 친구들끼리도 자주 하니까 제법 자신 있거든!

오오쿠리카라는 내가 부르는 대로 소파에 앉았다. 좋아, 먼저 오른손부터!


양 손으로 오오쿠리카라의 오른손을 감싸쥔 후 원을 그리듯이 크림을 펴발랐다. 가볍게 지압하듯이 힘조절을 하면서 친구들한테 해줬던 것처럼…


“아프진 않아?”

“별로.”


어? 뭔가 엄청 의심스럽다는 표정인데 완전 웃겨! 으하하하하!


“있잖아, 이 핸드크림 향기 좋지 않아? 학교에 멋있는 선배가 있는데 그 선배가 알려준 제품이거든. 고등학생이 쓰기엔 좀 비싸려나~ 싶었지만 방과후에 놀러가지도 못하는데 이 정도 사치는 괜찮지 않나? 싶어서 큰 맘 먹고 샀지! 검은색 바탕에 금색 케이스도 멋있지 않아? 쇼쿠다이키리씨 같잖아!”


새끼 손가락부터 순서대로 손바닥의 경계선부터 손끝까지 차례로 힘을 주며 주무른다. 천천히 세 번씩 반복하면서. 마지막에는 손끝을 약간 세게 눌러주면 끝! 이러면 혈액 순환이 좋아진다나 뭐라나.


“멋있는 선배… 남자인가?”

“에이 설마! 당연히 여자지!”


깜짝 놀랬네! 오오쿠리카라는 맨날 ‘어울릴 생각은 없다’라고 하니까 내가 이야기도 안 듣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제대로 들어주고 있었구나! 뭐 난 무시당해도 멋대로 신나서 이야기하지만!


“그 선배가 말이야~ 같은 심신자과인데, 엄청 우등생! 고등학생인데 미카즈키 무네치카도 현현시켰다고. 대단하지 않아? 우리 같은 고등학생 심신자들은 심신자의 자질이 있다고는 해도 아직 햇병아리 같은 거니까 힘도 상당히 불안정하거든. 도검남사를 현현시킨다 해도 어느 정도 힘이 없으면 불러내는 것도 유지시키는 것도 어렵다고들 하니까. 기껏 현현시켰는데 유지를 못해서 결국 다시 도검남사한테 한동안 검에 잠들어 있도록 하는 경우도 있대. 그리고 우리도 일단은 혼마루를 배정받았지만 학생인 동안은 어디까지나 임시 혼마루니까 건물도 좁고 비품도 간단하잖아? 불편할텐데 미안해. 정식 심신자가 되면 혼마루도 좀 더 넓은 곳으로 바뀐다는데…”

“별로 불편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

“정말? 고마워!”


손가락을 위아래로 마사지한 다음에는 원을 그리듯이 손바닥을 꾹꾹 눌러준다. 그 다음에는 옆으로 감싸듯이 쥔 후 다시 처음이랑 똑같은 방식으로. 이걸 세 번씩 반복한 다음에 마지막으로 손톱이 자라기 시작하는 부분을 지압해주며 또 바로 옆 손가락으로.


“그러고보니 오오쿠리카라 손 진짜 크네. 쇼쿠다이키리씨 정도는 아닌 것 같지만. 그보다 나 쇼쿠다이키리씨 손 제대로 봐본 적이 없구나. 그래도 클게 분명해. 지난번에 사과 들고 있는 걸 봤는데, 아 좀 큰 미니 사과인가? 싶어서 보니까 평범한 크기의 사과였다고! 엄청나지 않아? 그보다 쇼쿠다이키리씨는 그 장갑 요리할 때도 안 벗는 거 나 은근히 전부터 신경쓰여서~ 그 장갑 가죽 아니야? 위생적으로 괜찮으려나~ 뭐 난 쇼쿠다이키리씨가 만든 음식이라면 먹고 식중독 걸려도 좋지만! 세균까지 사랑해!”

“그만둬라. 그리고 요리할 때 장갑은 그래 보여도 폴리에스테르니까 안심해라.”

“아 진짜로?...”

“뭘 아쉬워하는 건데.”


오오쿠리카라의 손등을 골격에 따라 손목 방향으로 가볍게 눌러줬다. 천천히, 확실하게. 이렇게 하면 사실 나도 원리는 잘 모르지만 아 뭔가 기분 좋아~~~~ 같은 느낌이 들거든. 나는.


“요즘 아침 저녁마다 제법 춥지 않아? 나 손발이 찬 편이라 이 계절 싫어한단 말야~ 그래도 손마사지나 발마사지 해주면 몸이 따뜻해지는 것 같지 않아? 오오쿠리카라는 안 그래? 아! 쇼쿠다이키리씨 장갑 그러고보니 혹시 겨울이 되면 겨울용으로 바뀌거나 해? 안쪽이 기모가 된다든가?”

“풉”

“어, 웃었다!”


에이 뭐야 오오쿠리카라 알고 보면 완전 좋은 사람이잖아!? 뭔가 좀 더 무서운 느낌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나도 안 무섭고 오히려 내 이야기도 제대로 들어주는데다가 대답도 해주고 완전 좋은 사람이잖아!


“쇼쿠다이키리씨랑 오오쿠리카라는 오래 알고 지냈다는 건 다테 마사무네공 때부터? 그러고보니 쇼쿠다이키리씨는 다테 가문에 있었던 검이었지. 어라? 오다 노부나가였나? 도쿠가와??”

“다테 마사무네가 맞다.”

“오 맞췄다! 에헤헤헤. 바보 취급 안 하고 알려줘서 고마워! 오오쿠리카라 알고 보니 상냥하구나!”


손바닥에 원을 그리듯이 마사지한 후에는 손목을 받쳐주며 손 전체를 스트레칭! 준비운동 할 때처럼 마지막에는 손 전체를 풀어주듯이 가볍게 문지르며… 좋았어! 오른손 끝!


손바닥을 놓아주자 작게 숨을 내쉬며 오오쿠리카라는 어딘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한 쪽 손만 갑자기 혈액 순환이 좋아져서 뭔가 묘한 기분이 들지? 나도 그 기분 알아~


“자 그럼 다음은 왼손! 어떄? 손마사지 기분 좋지?”

“나쁘진 않아.”

“다행이다!”


어 방금 살짝 웃었지! 자세히 보면 은근히 얼굴도 상냥한 느낌인 것 같은데? 제대로 알지도 않고 무서운 느낌이라고 생각해서 미안!


새로 핸드크림을 짜서 오오쿠리카라의 왼손을 감싸듯 발랐다. 역시 츠쿠모가미라고는 해도 검을 쥐는 사람의 손이구나. 아, 여기 굳은살 박혔네.


“향, 싫지 않아?”

“나쁘지 않아.”


의외로 말투도 퉁명스럽지 않단 말이지~

사이 좋아질 것 같은데?

그게 오오쿠리카라가 근시가 되어 준 첫날의 내 감상이었다.



*



“오오쿠리카라! 들어봐! 오늘, 현역 심신자분의 연련 견학하고 왔는데 연련 시작 전부터 부상당한 도검남사들도 있어서, 엄청, 무서웠어어어어어어!!!! 으아아아아앙~~


학교에서 돌아와 내가 가장 먼저 찾는 건 쇼쿠다이키리씨.

오늘도 멋있어! 내 오아시스! 안식처! 학교로 지친 내 마음이 회복 중! 완전 멋있어! “주인”이라고 부르지 말아줘~ 이름으로 불러줘~! 꺄악~~! 에헤헤헤… 앗 이럴 때가 아니지! 오오쿠리카라! 오오쿠리카라아아아!


쇼쿠다이키리씨를 몰~래 뒤에서 감상한 후 내가 향하는 건 근시용 방…에 없을 때가 더 많기 때문에 오오쿠리카라의 방! 거의 매일 같이 학교에서 무언가 일이 생기기 때문에 오오쿠리카라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요즘은 거의 매일 같이 오오쿠리카라의 방으로 향한다.


“무슨 일이야. 문제라도 생겼나?”

“그런게 아니라! 엄청 심한 상처처럼 보였는데 그게 경상에 가까운 중상이라 수리도 안 한 채로 연련에 오는 건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니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셔서. 별로 문제도 아니라고. 그 도검남사들도 제대로 도장도 장비하고 있었고 괜찮다고 말했단 말이야.

연련에서는 부상을 입어도 실제로 상처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자원이 부족한 혼마루 초기에는 수리도 안 하고 연련에 참가하는 혼마루가 많대. 그러다는 건 내가 학교를 졸업하고, 제대로 된 심신자가 되면 나도 저렇게 되는 건가 싶어서. 그랬더니 갑자기 무서워져서. 아니, 그 도검남사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거든? 그랬지만… 나도,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무서워졌어.”


방위대부속고교의 심신자는 학생이라는 이유로 출진이나 원정도 섬세하게 관리받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학교의 지도에 따라 진군하고, 전술에 대해서도 결정을 내리기 전에 교관이나 리더의 확인을 받아야 확정이 나는 구조.


“나는 말이야, 수업의 일환인 출진에서도 전술 확인에서 실수할 때가 꽤 있거든. 두세번 정도 다시 생각해보라는 소리를 들은 다음에야 출진 허가를 받을 정도로. 앞으로 내가 학생이 아니게 되면 스스로의 판단만으로 모두를 출진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졌어. 지금 이대로라면 내 판단 하나로 모두를 위험하게 만들테니까. 거기다 오늘 연련에서 본 도검남사들처럼 부상을 입은 채로, 자원을 확보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연련에 나가게 하는 건 아닐까 해서… 아니, 그런 심신자들이 나쁘다든가 너무하다든가 그런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거니까. 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하셨고 다친 도검남사들도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래도… 알고는 있지만… 난……”


점점 말꼬리가 작아지더니 말문이 막힌 나에게 벽에 기대 잡지를 읽고 있던 오오쿠리카라가 책을 덮었다. 천천히 내 쪽으로 자세를 고친 뒤 팔짱을 끼더니 보란 듯이 한숨을 한 번.


“넌 일단 말을 꺼내기 전에 요점을 정리해야겠군.”

으… 미안. 스스로도 말하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은 했어…”


오오쿠리카라는 이야기하기 쉬운 상대다.

내가 아무리 앞뒤 안맞는 이야기를 해도 중간에 말을 자르지 않고, 답이 나오지 않는 이야기를 아무리 반복해도, 몇 번이든 묵묵히 들어주니까.


“처음부터 완벽한 녀석은 없다.”

“응.”


“전술에 뛰어났던 전국시대의 무장들도 언제나 백전백승이었던 것도 아니고, 명군이라 불렸던 무장들도 실책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응.”

“넌 아직 학교에서 배우는 몸이고, 열심히 하고 있다. 그거면 됐어.”


오오쿠리카라는 잘 화를 내지 않는다. 언성을 높이거나 험한 말을 쓰는 일도 없고.

나랑 같이 이야기의 분위기에 맞춰 따라와주진 않지만, 그걸 무시하지도 않는다.


“그냥 막연히 불았했던 거려나…”

“그렇겠지. 하지만,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부족함을 알 수 있다. 나쁘기만 한 건 아니야.”


힘내라.

그렇게 말해준 적은 없지만, 늘 격려해주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좋아! 힘내자~~~!!!


“아 맞다! 오오쿠리카라, 오늘 매점에서 맛있어 보이는 애플파이 팔고 있길래 두 개 사왔다! 같이 먹자~! 아, 두 개 밖에 없었으니까 다른 사람들한테는 비밀! 특히 야겐군. 지난번에 한밤중에 슈크림이랑 쿠키랑 코코아 마시고 있는 걸 야겐군한테 들켰더니 ‘대장, 동면 준비라기엔 좀 이르지 않아?’라고 했다고~ 난 곰 아니니까 동면 같은 거 안하는데! 너무하지 않아? 그건 어쩌다, 가끔, 이틀에 한 번 정도 있는 ‘한밤중에 갑자기 엄청나게 배가 고픈 타이밍’이었던 거지 매일 그러는 것도 아닌데!”


세라복의 스카프를 풀러 집어던지고 가방을 열어 애플파이 두 개를 꺼냈다. 오오쿠리카라는 이래 보여도 은근히 달달한 디저트 같은 걸 좋아한다니까.


“오오쿠리카라 방에 주전자 있어? 없어? 그럼 난 차 내려올게! 어, 오오쿠리카라가 갔다 오게? 고마워~ 그럼 난 오오쿠리카라가 읽고 있던 잡지 보고 있어도 돼? 아싸~ 땡큐~ 아, 쇼쿠다이키리씨한테도 애플파이는 비밀이니까! 쇼쿠다이키리씨가 준비해주는 간식 맛있는데 애플파이가 있으니까 간식은 필요없지? 라고 하면 어떡해~ 아, 그럼 우리들 오늘은 간식 2배네! 아, 응, 그럼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잘 다녀와!”


작게 웃으며 방을 나가는 오오쿠리카라를 배웅한 뒤, 새삼스럽게 오오쿠리카라의 방을 둘러보았다. 다들 같은 다다미 여섯 장짜리 방. 방 안 쪽에는 오오쿠리카라의 검. 그 안 쪽 벽에 걸린 족자에는 연어 한 마리가 폭포를 오르고 있었다.

쓸데없는 물건이 없는 깔끔한 방이지만 게임이나 잡지 같은 게 의외로 갖춰져있단 말이지~ 아, 방금 보고 있던 잡지 영화 잡지네. 오오쿠리카라 영화 좋아하는구나~ 오~


복도에서 경쾌한 발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자 츠루마루가 방 앞의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장지문을 열어둔 채였기 때문에 방 안의 나를 본 눈치였다.


“오, 주인이잖아? 카라보 방에서 무슨 일인가?”

“오오쿠리카라가 간식 가져다준대서 잡지 보면서 기다리는 중~”

“교복도 안 갈아 입고? 제대로 벗어서 개 두지 않으면 주름 질텐데~ 뭐, 근시인 카라보와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만.”


무슨 일 있으면 말하라는 말에 ‘오늘의 쇼쿠다이키리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앗 그러고보니 볼 일이 있었지!”라는 말과 함께 도망가버렸다. 치사해~! 오오쿠리카라라면 제대로 들어줬을텐데!


잡지를 쥔 채로 바닥을 뒹굴거린다. 페이지를 넘기며 다시 엎드린 자세로 누워 다리를 반쯤 들어올렸다. 혈액순환 좋아져라~ 알은 풀어져라~


그러고보니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로 영화관에서 영화 본 적이 없네. 작년에는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는데 정신이 없어서 그럴 여유도 없었고.

이번에는 복도에서 차분한 발소리가 들렸다. 오오쿠리카라가 돌아왔군.


“아, 오오쿠리카라 다녀왔어? 있잖아, 다음 주 토요일에 같이 영화 보러 갈래?”

“좋다…만 속옷 보인다.”


차와 함께 간식을 들고 돌아온 오오쿠리카라가 내 자세에 눈썹을 찌푸렸다. 아 엄청 싫어하는 표정! 완전 웃겨~


“미안하다니까~”

“사과가 아니라 행동을 고치는 편이 좋다.”


“네~ 네~ 아, 오늘 간식 크레이프~! 아싸~ 나 이거 좋아하는데! 맛있겠다~~!”


오오쿠리카라는 한숨을 쉬면서도 크레이프에 달려드는 나에게 “잘됐네”라며 웃어보였다. 역시 오오쿠리카라 상냥해~~~!


“아, 맞다! 영화 본 다음에는 케이크 먹으러 갈래? 비젠국에 생긴 JO-KAMA-CHI에 새로 생긴 카페에 과일 잔뜩 올라간 크레이프가 엄청 맛있대! 선배한테 들어거든!”

“전에도 말했던 ‘멋있는 선배’가?”

“응, 그 사람!”


JO-KAMA-CHI는 도검남사들이나 심신자, 기타 관계자들을 위해 정부가 설치한 거대쇼핑몰의 명칭이다. 없는 게 없는 만물상부터 패션, 식당, 각종 오락시설까지 시설도 풍부!


“그럼 학교에 외출허가서 제출할게! 아 기대된다~ 오오쿠리카라는 어떤 영화 보고 싶어? 아 로코 같은 것도 봐? 그러고보니 쇼쿠다이키리씨도 영화 좋아할까? 아 그래도 역시 쇼쿠다이키리씨한테 같이 가자고 물어보는 건 긴장되서 못해! 아~ 그래도 쇼쿠다이키리씨는 뭔가 하드보일드 같은 이미지~ 그치만 달달한 로맨스물도 좋아~! 같이 로맨스 영화 같은 거 보고 싶어~! 좀 어른스러운 걸로! 두근거려서 심장이 멈춰버리니까 안 되지만!”

“풉, 두근거려서 죽어버릴 정도라면 포기해라.”

“아하하하! 역시 그렇지?”


내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에도 잔잔하게 웃으면서 귀를 기울여준다.

역시 오오쿠리카라 엄청 착하다니까! 완전 좋은 사람~~~!



*



결국 오오쿠리카라와 함께 본 건 로맨스 영화였다. 감동적이면서도 슬픈 결말이라 영화관에서 나올 때 내 얼굴은 이미 엉망이었다.


“으흐어허엉… 슬프지만 완전 좋은 내용이었어… 두 사람은 역시 만나길 잘했지…”


영화의 팸플릿을 산 뒤, 카페에서 과일이 잔뜩 올라간 크레이프와 밀크티를 주문했다. 오오쿠리카라는 마롱 글라세 타르트와 아쌈.


“오오쿠리카라도 울었어?”

“마음 속으로.”

“그치?”


같이 영화를 본 걸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의외로 오오쿠리카라는 감수성이 풍부하다! 영화 보면서 주역들이 재회하는 장면에서 옆에서 숨 한 번 안 내쉬고 몰입하는 걸 봐버렸거든.


“좋은 영화였어…”

“그러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주문했던 케이크가 나와 한 입 입에 옮기자마자 상상 이상의 맛에 나도 모르게 놀라서 고개를 들자 오오쿠리카라도 나랑 똑같은 표정으로 이 쪽을 보고 있었다. 이 케이크 엄청 맛있어! 크림은 산뜻하면서도 달콤하고 과일은 적당한 두께라 씹는 맛이 있고 크레이프는 부드러워서 포크가 멈추지 않아! 크레이프는 포크로 건드리면 뭉개지는 데도 많은데 완전 멀쩡해! 맛있어!


서로 얼굴을 마주한 채로 고개를 수 없이 끄덕인 뒤 이번에는 아무 말 없이 서로 케이크가 담긴 접시를 교환했다. 그럼 오오쿠리카라가 시킨 마롱 글라세 타르트도 한 입… 응! 맛있어! 너무 맛있어! 아 오오쿠리카라도 크레이프 마음에 들었구나? 그치!? 그거 엄청 맛있지?! 한 입 더 먹어도 돼!


“아~ 쇼쿠다이키리씨랑 같이 안 오길 잘했다… 아무리 감동 때문이라 해도 이렇게 엉망인 얼굴 절대 못 보여줘…”

“그 전에 두근거려서 심장이 멈춘다고 하지 않았나?”

“아! 맞다! 그랬지 그 전에 심장이 멈춰버리지!”


힉힉거리는 소리를 내며 테이블 밑에서 다리를 버둥거리자 얌전히 있으라는 잔소리가 들려왔다. 넵.


손님으로 가득 찬 카페는 다른 혼마루에서 온 도검남사들이나 심신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맛있는 케이크를 먹고 나오는 감탄이 이곳저곳에서 튀어 오르는 가게 안에서 나와 오오쿠리카라의 대화도 다른 손님들의 대화에 섞여 밝은 분위기를 이루고 있었다.


“아, 그러고보니 영화 전에 나왔던 예고편, 그것도 재밌을 것 같더라~”

“아, 이번 겨울 공개한다던? 판타지 장르.”

“응, 그거! 오오쿠리카라 판타지 좋아해? 다음에도 같이 보러 오자!”


뇌물 대신 크레이프를 크게 한 입 떠 오오쿠리카라의 앞으로 가지고 가자 망설임 없이 케이크를 받아 먹은 오오쿠리카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싸! 뇌물 작전 성공!


“맛있군. 간다.”


“기대된다~ 아, 그리고 다음 달에 현세 놀이공원 같이 안 갈래? 크리스마스 시즌 시작한단 말이야! 나 크리스마스 퍼레이드 보고 싶어~ 원래는 학교 친구들이랑 가려고 계획 세우고 있었는데 다들 지난 주에 축제에서 남친 생겼다고 취소해버린거 있지? 뭐 크리스마스에는 남자친구랑 가고 싶다는 기분은 알지만. 심신자과 여자애들 의외로 귀여운 애들 많단 말이지~ 다들 분위기는 다르지만 각각 다른 종류의 미인이라고 해야하나… 아, 오오쿠리카라 방금 ‘그럼 우리 혼마루는 꽝인가’ 같은 생각 했지!”

“안 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퍼레이드는 나도 보고 싶어.”

“진짜? 그럼 가는 거다? 아, 그리고 꽝이라고 한 거 그건 농담이니까! 나도 오오쿠리카라가 그런 생각 같은 거 안 하는 건 알고 있다고! 에헤헷”


꺅꺅거리며 테이블 밑에서 허공을 차고 있자 또 다시 얌전히 있으란 잔소리가 들려왔지만 안 들리는데~ 다음 주부터 추기 정기 훈련이라 엄청 우울했는데 끝나고 놀러가기 위해서라도 힘내야지!


“오오쿠리카라가 근시라서 다행이야~”

“두근거려서 심장이 멈출 일도 없으니까?”

“아하하하하! 응! 그것도 있고!”


전투 시에는 믿음직하고, 근시로서는 내 부족한 부분을 적당히 채워주면서 격려도 해주는. 그리고 친구처럼 같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오오쿠리카라 최고!


“아, 맞다! 혼마루에 케이크 사가지고 갈래? 쇼쿠다이키리씨 어떤 케이크 좋아해? 내 추측이지만 역시 이미지 상으로는 오페라 아닐까? 매끄러운 초콜릿 위에 뿌려진 금박이라든가 쇼쿠다이키리씨 답잖아~ 쇼쿠다이키리씨 달달한 건 잘 먹나? 단 걸 좋아하는 쇼쿠다이키리씨도 갭모에 같아서 좋지만 난 단 건 좀… 하면서 곤란한 듯이 웃는 쇼쿠다이키리씨도 역시 좋아! ‘아 역시 그렇죠!!!’ 싶잖아! 최고! 응? 오오쿠리카라는 어느 쪽이라고 생각해? 앗! 그보다 내가 과자 같은 거 구워드리면 기뻐해줄까? 응~ 그치만 나보다 요리 잘 하는 사람한테 직접 만든 과자 같은 거 선물할 용기는 스무살 내면 그 때 생길거야!”

“미츠타다는 몽블랑이면 되겠지.”

“아, 잠깐! 그거 아까 오오쿠리카라가 마롱글라세 타르트랑 둘 중에 뭘로 할지 고민하던 거잖아!”



*



방위대학 부속 고등학교의 심신자과 추기 정기 훈련.

일주일 간의 집중 훈련은 평소에는 현역 심신자 분들이 연련장으로 사용하는 시설에서 이루어진다. 이번에는 가상 적성 부대를 상정한 전투가 주된 과제. 적 부대도 아군 부대도 가상현실로 각자가 이끄는 부대 역시 각자의 혼마루에 있는 도검남사들이 아니다. 학생들의 도검남사들은 그동안 혼마루에서 대기. 이 훈련에서 우리들이 이끄는 도검남사들은 질감까지 완벽하게 재현된 홀로그램으로 실전에서의 데이터까지 확실하게 반영되어 있어서 지시에 대한 반응이나 행동도 실제 도검남사들과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이다.

이러한 훈련은 그 내용도 매우 다양하다.

고등학생인 우리에게는 아직 허가되지 않는 야전을 상정한 전투,

적이 혼마루를 습격했을 경우의 공성전,

원정 장소에서 도검남사들과 연락이 끊겼을 때 심신자가 취해야할 행동 등.


“목 떨구고 죽어!”

“베고 죽이는 건 내 특기!”


아직 우리 혼마루에는 없는 도검남사들을 재현한 홀로그램 부대를 이끌고 현실인지 아닌지 그 경계가 애매해지면서도 나름대로 생각한 끝에 움직이고, 지시를 내린다. 싸우고, 도망치고, 숨고, 조사하고, 맞서고.

평소의 전투에서는 교관의 지시가 있기 때문에 조언을 구할 상대가 없는 전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주일 간의 훈련은 학교 수업처럼 스케줄이 짜인 것이 아니다. 목욕을 하다가도 갑자기 적습 경보가 울릴 때도 있고 자다가 긴급 통신이 오는 경우도 있다. 그때 그때 당장 자리를 박차고 현재 상황을 파악한 뒤, 정확한 지시를 내리기 위한 훈련.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이란 그런 법이다.


“나 이즈미노카미카네사다 부러뜨려버렸어…”

“난 단도를 두 자루나…”


이불 속에서 들려오는 같은 반 친구들의 울먹이는 소리. 나 또한 마찬가지. 오늘은 야전 훈련이 있었다.

야전을 위해 편성된 타도와 단도, 협차만으로 이루어진 부대는 적습에 취약해 출진과 후퇴를 반복하면서 과제 달성을 위해 조급해진 나머지 무리한 진군을 한 결과, 전투에서 단도를 잃었다.


가상현실이라고는 해도 처음으로 경험한 도검 파괴의 순간은 우리들 모두의 가슴에 깊게 박혔다. 이게, 내 판단으로 인한 결과. 이게 만약 실전이었다면…


‘처음부터 완벽한 녀석 같은 건 없어.’


얼굴을 이불에 묻어 울음소리를 참던 그 때, 오오쿠리카라의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들자 창 밖으로 보이는 초승달.


“힘들어.”

“그만두고 싶어.”


이불 속에서 울음 소리 속에 섞여 들리는 반 친구들의 목소리에,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괜찮아”라고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불안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부족한 점을 알게 되는 거야. 그러니까 지금,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거고.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 같은 건 없잖아. 유명한 전국 시대의 무장들도 꼭 백전백승이었던 것도 아니고, 명군이라고 불렸던 무장들에게 실패가 없었던 것도 아니니까.”

“누가 한 말인데?”


눈물로 붉어진 얼굴이 차례차례 이불에서 나오는 친구들을 다 함께 감싸 안았다.


“우리 혼마루의 근시, 오오쿠리카라. ‘그걸로 됐어’라고 늘 말해주거든.”


학교 수업 때문에, 훈련 때문에, 실습 때문에, 과제 때문에… 늘 불안해하는 나에게 오오쿠리카라는 늘 그렇게 말해주었다. 그 말을 들으면 정말로 괜찮은 것 같아서. 다시 앞을 볼 수 있다. 우리들은 아직 햇병아리고, 그러니까 더 지금 공부하고 있다. 소중한 사람들과, 역사를 지키기 위해.


“쇼쿠다이키리씨가 해준 말이 아니었구나.”


내가 늘 쇼쿠다이키리씨의 이름을 달고 사는 건 모두 알고 놀리는 듯한 말투에 부끄러워지고 말았다.


“아쉽게도 쇼쿠다이키리씨가 너무 멋져서 나 말도 제대로 못 거니까.”

“알고 있거든!”


키득거리며 웃는 소리에 나도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오오쿠리카라 아직 우리 혼마루에는 없지만 뭔가 무서운 인상이었는데 의외다.”

“나도. 현역 심신자 분들 연련 견학하러 갔을 때 보고 양아친줄 알았다고.”


아하하! 나도 처음에는 무서워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오오쿠리카라가 ‘어울릴 생각은 없다.’ 같은 말만 하니까!


“안 그렇다니까! 오오쿠리카라, 사실은 엄청 상냥하니까. 내 이야기도 매일 끝까지 들어주고, 제대로 대답도 해주거든!”

“진짜!? 완전 좋은 사람이잖아! 너 맨날 ‘쇼쿠다이키리씨’ 이야기 밖에 안 하면서!”

“야! 아니 맞는 말이긴 한데!!”

“아하하하하하!”


외롭지 않도록, 모두 다 함께 자자.

그 날은 이불을 꼭 붙여서 같은 방 친구들과 함께 잠이 들었다.


“’그거면 됐어.’”

“응, ‘그거면 됐어’”


키득거리는 웃음 소리 속에, 그래도 아직 아파오는 마음을 품에 안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