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전편을 봐야 이해 가능
1편(?)은 썰 겸 배경설명이고
이번건 2편에서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
2대 사니와 어린시절 시점
폰으로 휙휙 쓰는거라서 맞춤법 띄어쓰기 틀림주의
캐붕주의













엉엉 우는 소녀를 품에 안고 하세베는 소녀의 등을 부드럽게 쓸었다.
정부에서 온 사람들은 소녀의 능력을 파악한다며 배려 없이 갑작스레 소녀의 손 발을 구속하더니 이상한 기구들을 몸에 꽂고 피를 뽑아갔다.
하세베가 항의하려고 했으나 사니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에 대한 연구에 필요한 일이라며 저지당했다. 정부가 하는 일이므로 소녀의 어머니도 당장 별수 없었다. 그렇게 정부 직원들은 왔을때처럼 갑작스럽게 우르르 떠나갔다. 무례한 자들. 하세베는 혀를 차며 놀라 우는 소녀를 달랬다.

"아가씨. 이제 괜찮습니다. 다 갔어요."
"하세베...흐엉..."
"괜찮습니다. 이제 괜찮아요. 무서워할거 없어요."
"하세베...하세베..."

소녀는 눈물 범벅인 얼굴을 하세베의 목덜미에 묻고는 훌쩍인다.
소녀의 어머니이자 하세베의 주인은 분노하여 그들이 떠나자마자 정부에 항의하는 공문을 날렸다. 현재 콘노스케는 난감한 표정으로 사니와의 노기를 받아내는 중이었다.

"아가씨. 저녁은 쇼쿠다이키리가 아가씨가 좋아하는걸로 준비해 놓겠다고 했으니 기분 푸세요."
"흐응, 흐극, 흑..."
"디저트도 좋아하시는걸로 준비해놨다고 했어요."
"흑......"
"아가씨."

슬슬 진정이 됐는지 소녀가 하세베의 목덜미에 머리를 부볐다.
하세베는 조심조심 안고 있는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세베가 보기에도 정부 직원들의 행동은 어린 소녀를 대한다기엔 배려가 없었고 난폭했다. 갑자기 옷 속에 이상한 기구를 쑤셔넣으려는 행동에 소녀가 놀라서 하기 싫다고 몸을 빼자 움직이면 다칠 수가 있다며 손발을 묶다니. 정부 인간만 아니었다면 하세베는 당장 그 무리들을 베어버렸겠지. 소녀가 이렇게 우는건 당연했다.

"아가씨!"

갑자기 문이 열리고 쇼쿠다이키리가 들이닥쳤다.

"밋쨩......"

10살 넘어서부턴 어른스럽게 부르겠다며 미츠타다라고 부르던 호칭이 원래대로 밋쨩으로 돌아갔다. 그 정도로 충격을 받았단 얘기겠지.

"이런 예쁜 얼굴이 엉망이네. 간식 만들어 왔어. 오늘 같은 날은 달콤한 간식을 먹으면서 기분 전환을 해야지."
"......"

소녀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쇼쿠다이키리가 든 쟁반을 내려다봤다. 평소라면 절대 안해줬을 생크림에 심지어 초코칩과 초코시럽까지 듬뿍 올려져 있는 팬케이크다. 거기다가 이런 시간에 간식을 먹으면 저녁 못 먹는다고 평소라면 절대로 안해줬을텐데.

"후후 눈물 그쳤네. 자, 얼굴 닦고 먹자. 응?"

쇼쿠다이키리가 쟁반을 탁자에 내려놓는것과 동시에 하세베도 조심스럽게 소녀를 내려놨다.
어느샌가 소녀는 자라 있었다. 한 팔로도 간단히 안아올릴수 있을 정도로 작았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이제는 그때처럼 간단히 안아올리기엔 소녀는 더 이상 어린 아기가 아니었다. 이제 조금 더 지나면 더 이상 이렇게 안아올릴 일도 없어지게 되겠지.
쇼쿠다이키리가 손수건을 꺼내 소녀의 얼굴을 닦아줬다. 이제 완전히 진정 됐는지 소녀는 쇼쿠다이키리의 팬케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한 입 먹고 환히 웃는 얼굴에 하세베도 쇼쿠다이키리도 안심했다. 곧 단도들이 방으로 몰려와 소녀의 주변에서 떠들기 시작했다. 다음에 정부 사람들이 오면 쫓아내버리겠다느니 혼쭐을 내주겠다느니 시끄럽게 떠들며 소녀가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도록 분위기를 띄운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단도들과 소녀의 웃음 소리가 들리자 하세베는 완전히 안심을 한 뒤 조심스럽게 방을 나섰다. 쇼쿠다이키리가 맡겨달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것을 뒤로 하며 하세베는 그의 주인에게 향했다.

"정말 믿을 수 없어서. 알았다면 쫓아냈을거라니까? 자기도 바로 보내. 지금 당장. 진짜 그냥은 안 넘어갈거야."
"아루지. 헤시키리 입니다."

방 안, 주인의 성난 목소리는 하세베의 말에 멈췄다. 들어와 하는 말에 하세베는 조용히 문을 열고 집무실에 들어간다. 사니와는 남편과 통화 중이었다.
잠깐 기다리라는 듯 손짓 한 사니와가 통화를 계속 한다. 하세베는 얌전히 그녀의 곁에 정좌했다.

"그렇다니까? 미리 말한 것도 아니고 이제 10살 막 지난 애한테 그게 무슨 짓이야? 아니 진짜 미리 말이라도 하던가. 그럼 마음의 준비라도 시키지. 나 정말 너무 화가 나서!"
"......"
"헤시키리. 그 애는?"
"진정 되셨습니다. 지금은 단도들이랑 함께 계십니다."
"들었어? 응...가엽게 얼마나 울던지...이따가 오면 위로해줘."

통화가 끝나고 후우 하며 사니와는 머리를 싸맸다.

"아루지......"
"아 헤시키리. 미안해. 우는 애를 떠맡기고...하...그래도 그 애는 예전부터 당신을 잘 따랐으니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당신의 소중한 딸이니까요."
"정말 너무너무 화가 나서......내가 있어봐야 도움이 안됐을거야. 엄마 자격도 없지."
"아루지는 훌륭한 어머니십니다."
"그 상황에서 아무것도 못하는 엄마의 어디가 훌륭하니. 자기 손으로 그런 인간들한테 딸을 넘겨놓고."
"그런 말 마세요."

자조적으로 웃는 사니와를 하세베는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주인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그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어쩔 수 없었는데. 오히려 하세베 자신이야 말로 도해라도 당할 각오로 막아섰어야 하는게 아닌가. 더 없이 소중한 주인의 소중한 보물을 지키지 못한건 자신이다.

"하아...아무튼 남편도 항의 한다고 했고, 이 문제는 공론화 시키기로 했어...정부에서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사과는 받아야지."
"옳은 판단이십니다."
"......후."
"아루지 조금 쉬시지요. 나머지 처리 할 일은 제가 해 놓겠습니다. 부군께서 오실 때까지 아가씨와 함께 쉬세요."
"그래도 될까?"
"맡겨만 주십시오."

소녀도 지금은 어머니와 있는 편이 나을 것이다. 주인 또한 딸의 옆에 있는 편이 좋겠지.
주인은 말 없이 잠깐 빤히 하세베를 바라봤다.

"...헤시키리."
"네, 아루지."
"당신이 곁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나한테나, 그 애한테나."
"......"

하세베가 미소 지었다. 가슴 속에 행복감이 차오르는걸 느낀다.

"더 없이 감사한 말씀입니다."

사랑하는 그의 주인은 맡긴다며 방을 나섰다. 그 뒷모습을 배웅하고 하세베는 사니와가 앉아있던 책상 앞에 앉았다. 책상 위에는 사니와가 분노해서 썼을 공문이 널려있었다.
그의 주인을 모신지도 20년이 지나간다. 겉모습은 처음 만났을때와 별 다름없어 보이는데 어느샌가 훌륭한 어머니가 되어있는 주인. 물론 하세베의 눈으로 보는 모습이니 실제로는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주름이 조금 늘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많이 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처음과 다름없이 그의 경애하는 주인은 마음이 따뜻하며 사랑스럽다. 그리고 그녀의 딸 또한 그녀를 닮아서 사랑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소중한 주인이 그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보물.
자라나는 소녀의 사랑스러움은 혼마루의 모든 칼들을 사로잡았다. 아마 건너편 혼마루도 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종알종알 하세베의 곁에서 떠드는 소녀의 말을 종합해보면 어떡해서든 소녀를 조금이라도 오래 머물게 하려고 필사적인 모양이다. 하세베도 소녀를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사랑하는 아루지를 빼닮은 그녀의 딸. 사랑스럽게 여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소녀가 태어나던 그 날. 하세베의 주인은 그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이제부터 내 보물이야...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내 보물. 헤시키리, 나처럼 이 애를 지켜줘.'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소중한 주인의 소중한 보물. 그렇다면 당연히 목숨을 걸고 지켜야만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세베~!"
"...아가씨? 들어오세요."

분명 주인과 함께 있을 소녀의 목소리에 하세베가 놀라 일어났다. 소녀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하세베에게 안긴다.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하세베. 엄마가 일 그만하고 밥 먹으러 오래."
"아......네, 가시죠."

어느샌가 시간이 이렇게 흘러있었나. 저녁시간 막바지였다. 주인은 일부러 소녀를 보낸것 같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하세베는 소녀에게 물렀으니까. 아마 다른 칼을 보냈다면 하세베가 나중에 대충 먹겠다며 돌려보낼것을 꿰뚫어 본 주인의 혜안이었다.

"아가씨는 저녁 드셨나요?"
"아아니! 하세베랑 같이 먹을거야."

손을 잡고 복도를 걷는다.

"오늘은 오므라이스야."
"그렇군요."

알고있었다. 아까 우는것을 달랠때 말했듯이 쇼쿠다이키리가 소식을 전해 듣고 바꾼 메뉴였으니까.
소녀의 탄생으로 혼마루의 식탁 사정도 꽤나 바뀌었다. 주인은 전형적으로 전통적이고 담백하고 정갈한 식사를 좋아했기에 10년 정도를 혼마루의 칼들도 그렇게 먹어왔는데 소녀의 식성은 어려서 그런건지 아니면 부친 쪽을 닮은건지 달거나 짜거나 한 음식들을 좋아했고 조금씩 조금씩 소녀의 식성에 맞는 식사를 하는 날이 늘어났다.
주인의 첫 태도로서 쭉 주방을 맡아 온 쇼쿠다이키리는 소녀의 식성을 염려해서 되도록이면 주인의 식성을 따르게 만들어주고 싶어하는 것 같았지만 하세베는 그 모든게 소용없는 짓임을 깨닫고 있었다. 요새 부쩍 소녀가 부친의 혼마루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것도 그런 이유겠지. 하루는 주인의 심부름으로 그 혼마루에 갔다가 마침 소녀가 식사하는 장면을 목격했는데......이 일은 쇼쿠다이키리에겐 비밀로 해야겠다고 하세베가 생각할 만큼 소녀의 부친의 혼마루 주방은 절제가 없었다. 원래 그렇게 먹어온건지 아니면 소녀를 위한 마음에 브레이크가 고장난건지까진 알 수 없었지만 쇼쿠다이키리나 카센이 봤다면 분명히 뒷목을 붙잡고 쓰러졌을터였다.

"하세베."
"네. 아가씨."
"응, 있잖아...오늘 밤에 같이 자자."
"......"

소녀가 조금 더 어렸을땐 자주 있는 일이었다. 아니 거의 매일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자장가를 불러주고 책을 읽어주고 함께 잠들었다.
그렇지만 소녀가 10살이 되고 부터는 주인의 염려섞인 말을 듣고 의식적으로 자제했다. 헤시키리, 슬슬 그 애도 독립심을 길러야지.

"알겠습니다."
"진짜?"

소녀는 행복하게 웃었다. 하세베도 마주 웃어보였다. 오늘같은 날은 필시 주인도 용서해주겠지.

"신난다."

몇시간 전에 있었던 일은 이제 전부 잊은듯이 소녀가 하세베의 손을 잡은 채 통통 뛰었다.
주인의 소중한 보물.

"하세베가 제일 좋아."
"감사합니다."
"하세베는?"

하세베는 나 좋아?
소녀가 순진무구한 눈으로 하세베를 바라본다.

"그럼요. 좋아합니다."

소녀가 환히 웃으며 하세베에게 안겼다.

"밥 먹으러 가셔야죠."
"하세베가 제일 좋아."
"......"

하지만.
그에게 제일 소중한건. 제일 좋아하는건.

"가시죠, 아가씨."

분명히 눈 앞의 소녀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