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가 끝나고 뒷정리를 자처한 일부 도검들에게 일을 맡긴 뒤 방으로 돌아오자, 날짜가 바뀌고 난 다음이었다.
그 뒤로 어떻게 된 건지 울면서 술을 마시기 시작한 무츠노카미나, 일찍부터 만취해 엎어져 있던 이즈미노카미에, 거기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역시 술기운이 올라 반쯤 잠결이었던 듯한 도검들은 연회가 끝나자 얌전히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동생들을 재우고 돌아온 이치고나 분위기를 깨지 않는 정도로만 마시며 자제하던 쇼쿠다이키리나 하세베 등은 마지막까지 의식이 또렸해서, 뒷정리를 돕겠다고 나선 내 제안을 딱 잘라 기각시키고 내 방으로 돌려보냈다. 연회가 끝나기 전에 자리에서 빠져나가 방으로 돌아간 도검도 있었겠지만, 이미 밤도 깊어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고 나도 굳이 세지는 않긴 했어도, 때때로 둘러본 연회장 안에서는 끝까지 츠루마루를 볼 수 없었다. 작게 한숨을 쉬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나는 개인실에 불을 밝혔다. 오렌지 색의 엷은 빛이 어두운 방 안에서 둔하게 빛나는 것을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보다 보니, 곧 멀리서부터 작은 발소리가 들렸다. 한밤중이어서 되도록 소리를 내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는 것 같은 발소리는 차츰 커지더니, 내 방 앞에서 멈춘다. 연회가 끝난 다음 별채에 있는 내 개인실까지 일부러 찾아올 인물을 알고 있던 나는, 장지문 앞에 선 인영에 뭐라고 말을 꺼내기 전에 입을 열었다.
"부디 편하게 들어오세요, 동생 사니와님"
장지문 앞에서 조금 주저하던 인영은 내 명료한 말에 파드득 놀라더니, 한 박자 침묵했다가 장지문을 스르륵 열었다.
실례합니다, 하고 예의바르게 인사하며 들어온 동생 사니와는 어두컴컴한 방 안에 앉아있는 나를 보더니 안심한 듯이 한숨을 쉬고 다가왔다. 미리 준비해 둔 방석에 앉으라고 권하자 동생 사니와는 인사하고 거기에 앉았다.
"연회는 즐거우셨나요? 손님이신데 연회 자리에서도 여러가지 심부름을 하신 것 같아 죄송하더군요. 쇼쿠다이키리도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했고요, 저도 감사드립니다"
"아, 아뇨아뇨! 저는 어디까지나 견습이기 때문에 여러가지를 배우는 입장이니까요...! 연회는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렇게 호화로운 연회는, 제 혼마루에서도 해본 적이 없어서 언젠가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부드러운 말투로 물꼬를 트는 내 말에, 동생 사니와가 서둘러 고개를 저으며 활짝 웃는 것이 오렌지색 빛을 받고 있었다. 긴장으로 굳어 있었던 듯한 몸에서 조금 힘이 빠지고, 안도하는 것처럼 분위기가 풀어진다. 나는 그녀에게 향하고 있던 눈을 가늘게 휘어 웃었다. 마음은 잔잔하고 침착했다.
"그리고, 제가 몸이 좋지 않은 동안 혼마루의 업무를 대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본래 제가 동생분을 이끌어 드려야 하는데, 자기 몸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부끄럽기 그지없군요. 정말 한심한 꼴을 보여드렸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2의 사니와님께도 비밀로 해 주신다면 기쁘겠어요"
더 가볍고 웃는 듯한 밝은 목소리를 의식해서 내어 보니, 동생 사니와는 드디어 완전히 몸에서 힘을 빼고 나를 따라 미소지었다.
대인술에서는 미소짓는 것이 스스로에게 적의가 없다는 것을 알리는 첫번째 수단이지만, 그냥 입꼬리만 올릴 뿐인 어설픈 미소는 오히려 그 뒤에 무언가 꿍꿍이가 있지는 않은지 탐색당하기 쉽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 자신이 과거에 몇 번이나 미소 뒤를 탐색당해, 그 때마다 아무 생각도 없는 것처럼 의도해서 행동했고, 상대가 다루기 쉬운 인격인 것처럼 가장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러한 사람을 대하며 계산하는 것이 좋지는 않아도 생각 외로 잘 하는 분야이기도 했다. 만들어낸 미소만으로 충분하지 못하다면, 말투나 행동에서 나오는 분위기가 상대 마음에 들도록 바꾸기도 했다. 별달리 중요치도 않은 이야기여도 진지하게 그럴듯하게 해서 말투와 목소리를 딱딱하게 만들고 표정을 굳히면 무겁게 들리는 것처럼, 그 반대 또한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의외로 사람은 분위기에 휩쓸리기 쉽고, 남과의 대화에서도 그 자리의 주도권을 쥐는 것은 스스로의 발언력과 태도에 달려 있다.
특수한 신분인데다가 나이도 얼마 먹지 않은 어린애였던 시절부터 그러한 계산이 소용돌이치는 어른들 사이에 둘러싸여 자란 나에게 그것은 나의 입장을 지키기 위한 처세술이었지만, 그렇게 몸에 익힌 무기는 어느 틈엔가 나의 현재 인격 중 일부가 되어 지금 여기에 있다. 재미없는 인간이라고 마음 속으로 스스로를 조소하듯이 중얼거렸다.
"아뇨, 3의 사니와님께서 해 주신 분배는 매우 효율적인데다가 도검들도 한 명 한 명을 제대로 관찰하고 계시다는 게 잘 느껴져서, 여러가지로 공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후후, 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오라버니께는 비밀로 하겠어요. 그보다, 제가 견습으로 신세를 지는 동안 3의 사니와님께서 쓰러지셨다는 것을 오라버니가 알면 제가 마음 고생을 시켜드렸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불같이 화를 낼 것 같기도...."
"설마요. 동생 사니와님은 굉장히 잘 하고 계신걸요. 몸이 좋지 않은 저를 대신해서 혼마루의 도검들을 돌봐주셨는데, 이 1주일 동안은 얼굴도 보지 못하고 예의에 어긋나는 짓을 해서 죄송하네요. 다들 동생 사니와님의 인덕을 좋아하는 것 같고, 개중에는 제 말을 좀처럼 들어주지 않는 아이도 있어서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사실인데다가 나 스스로가 말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바보같이 내 가슴으로 돌아오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굳어버릴 것 같은 표정을 억지로 웃는 모양으로 고정시키며 토해냈지만, 방이 어두웠던 탓인지 동생 사니와는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아 안도했다. 하지만 제대로 말은 제대로 알아들은 모양인 그녀가 눈썹을 꾹 하고 모으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어딘가 불안해 보였고, 그리고 나를 걱정하는 것 같은 빛이 섞여 있는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저기, 저어.....츠루마루상에 대한 거, 말씀이시지요? 그, 저는 그 일이 일어난 뒤에, 그보다 그것도 대체 뭐였던 건지 솔직히 그다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츠루마루상을 수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수리할 때마다 치명상을 입고 돌아오는 츠루마루상과 이야기를 해서, 사정은 잘 모르지만, 어쩐지 그 사람 대단히 위태위태한 것 같아서..... 역시 제가 아니라 3의 사니와님께서 수리를 하시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고....생각, 했, 는데..."
내 얼굴을 힐끔거리면서 필사적으로 말을 잇던 동생 사니와의 목소리는 차츰 작아지다가 말꼬리가 사라져버렸다. 동생 사니와는 그녀 스스로가 말했듯이, 아무런 사정을 모른다. 하지만 나와 츠루마루 사이에 존재하는 불화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는 덩어리는, 솔직히 나 자신조차 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곤란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입꼬리에 만들어 붙인 미소를 그대로 두고 눈썹만 축 늘어뜨렸다. 동생 사니와는 모르겠지만 나도 그녀와 똑같이 츠루마루 건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나 허울뿐이라도 그들의 주인인 내가 바보처럼 솔직하게 그것을 다른 사니와인 동생 사니와에게 알려줄 수는 없었고, 나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처럼 말했다. 아무것도 재미있는 것은 없었지만 웃을 수 있다고 하는 내가 그야말로 우스웠다.
"츠루마루는, 동생 사니와님을 좋아하는 것 같았으니까요. 그, 저는 츠루마루와는 조금 상성이 좋지 않은지, 미움을 받고 있는 것 같거든요"
"어, 아뇨!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니 그야 별로 저도 츠루마루상한테 미움받고 있지는 않는 것 같고 츠루마루상은 친절하지만요! 그래도 츠루마루상은 대개 호기심이 왕성하고 누구에게나 그런 느낌이잖아요?! 그게 아니라, 그, 뭐라고 해야 하지, 츠루마루상이 3의 사니와님께 보이는 태도는 이렇게.......너무 사랑스러운 나머지 얄미워졌다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네?"
기세 좋게 내 말을 가로막고 부정하던 동생 사니와는, 그러다가 말을 고르는 듯 아- 으- 하고 신음하면서 머리를 감싸안더니, 다시 결국에는 그 말꼬리도 사라졌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나보다 훨씬 단정적인 말투에 눈이 동그래져서 나도 모르게 솔직한 의문이 입 밖으로 새어나왔다.
내가 놀랐다는 게 전해졌는지 동생 사니와는 역시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약간 생각한 뒤에 입을 열었다.
"그게, 그냥 제 상상이니까 막 적당히 말하면 안된다는 건 알고 있지만요, 아마 츠루마루상, 사실은 3의 사니와님을 싫어하지 않는 것 같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깊은 이야기를 나눈 것도 아니라서 다 이해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만...그게 뭔지는.....아아아 죄송해요, 어쩌다보니 저도 여러가지로 너무 생각을 많이 해서 엉망진창으로..."
"어, 어, 그....그건, 죄송해요. 동생 사니와님께서도 그러고보니 츠루마루의 장난에 말려들어버리셨으니 혼란스러우시겠죠. 미안해요, 당신께서는 당신의 혼마루나 도검남사들이 있는데"
서로가 혼란에 빠져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외부인이라는 입장 때문에 나 이상으로 소외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동생 사니와도, 잘 생각해 보면 다른 혼마루의 사정에 말려들어 첫키스까지 빼앗긴 피해자였다. 나는 그런 연애 사정에 대해서는 신경쓴 적이 없었을 정도로 흥미가 없었기 때문에, 합의하지도 않고 첫 입맞춤을 빼앗긴 그녀의 심정에 대한 건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여러가지 쇼크를 받았을 것이다. 거기에 대해서 사과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쓰러져버린 것이 그녀에게 너무 미안해서 바닥에 엎드린 그녀를 위로했다. 둘이서 미묘하게 들어맞지 않는 대화를 잠시 계속했지만 곧 둘 다 지쳤기 때문에 자연히 이 이야기를 끝내게 되었고, 나는 그녀가 꺼낸 말이 가슴에 떨어진 채 없어지지 않았다.
동생 사니와는 츠루마루가 나를 싫어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것은 동생 사니와 스스로가 말했듯이 그녀의 주관에 따른 견해이니, 분명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녀는 츠루마루가 나를 싫어한다는 말을 강하게 부정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츠루마루에게 미움받고 있다는 것을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고 어쩔 수 없다며 포기하여 감수해 왔는데, 위로하는 말이라고는 해도 그것을 부정당하고 나니 아주 조금이지만 기쁘다고 생각하는 내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나에게 있어 도검남사란, 내가 살아가는 의미 그 자체다. 그런 그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은 나에게 있어 무엇보다도 절실한 바람이었으며, 그리고 몇 번이고 괴로워하다가도 어쩔 수 없다며 포기하곤 했던 것이다.
아주 조금 열기를 품은 것 같은 뺨에 손을 대고 고개를 숙인 내 가슴 속에서, 심장에 한 번 작게 뛰었다. 하지만 그것이 확고한 사실이라고 할 수 없는 한, 어설픈 위로는 나중에 내 마음을 더 깊게 파헤칠 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분명히 기쁘다고 느끼는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었다.
호감을 받고 있다면 그 이상으로 기쁜 일은 없다. 그러나 호감을 받지 못한다고 해도, 인정받지 못한다고 해도, 내가 나의 도검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보답을 원한 순간 사랑은 추악하게 썩어 뭉그러진다. 사니와라는 긍지에 매달려 살아온 나에게, 그들을 향한 애정은 무엇보다도 존귀하고 소중하게 여기고 싶은 것이었고, 나에게 유일한 보물과도 같은 그것을 왜소하고 단락적인 나의 착각으로 흠집을 내는 것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피하고 싶었다.
서로 사이에 떨어진 미묘한 분위기는 자세를 바로 한 동생 사니와가, 아마도 화제를 바꾸기 위해 일부러 낸 밝은 목소리로 인해 전환되었다. 그러나 유감스럽지만, 그 화제 또한 이전 화제와 비슷하게 불편했다.
"앗, 그, 그렇지! 이시키리마루상과는 어떠셨나요?! 그 사람 엄청나게 태도가 부드러운데도 그만큼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어서 항상 무섭긴 한데, 3의 사니와님을 엄청나게 신경쓰고 있었던 것....같아서.......아, 어, 저기......죄, 죄송합니다..."
내가 웃은 채로 굳어버린 것을 본 동생 사니와는 그 화제가 나에게 확실히 지뢰와 비슷한 무언가라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안색이 삭 사라진 그녀의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는 착각이 들어서, 나도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아, 아뇨, 저.....이시키리마루상은, 굉장히 잘 해 주셨어요. 이 건에 대해서도 근시로 빌려주신 것에 답례를 해야 했는데, 거듭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제, 제가 그를 속박하는 일은 앞으로 일절 없을테니...."
"아니....본래는 3의 사니와님께서 소지하시던 도검이었으니까.....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더 이상 파고들어도 서로의 이야기가 평행선을 그릴 뿐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무언가를 말하려던 동생 사니와는 입을 꾹 다무는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 또다시 어색한 분위기가 내려앉기 전에, 이번에는 내가 그녀에게 웃으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그러고보니, 이제 곧 동생 사니와님께서 이 혼마루에서 견습으로 일하시는 기간이 끝나겠네요. 일주일에 몇 번은 본래 혼마루에 귀환하셨다고는 해도, 역시 있어야 할 곳에 주인이 없어 동생 사니와님의 도검들도 쓸쓸해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제 조금이지만, 부디 잘 부탁드릴게요"
조용한 내 음성에 동생 사니와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 뒤로는 계속 이야기를 했다. 야전 편성에 대해서 어드바이스를 달라는 동생 사니와에게, 지금은 야전이 단도나 협차들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예전 스노마타 합전장 주변에서 확인된 야전에서는 오히려 대태도나 태도들 쪽이 주된 전력이었던 것 등을 이야기하거나, 대부분 전투에 관한 이야기 뿐이긴 했어도 센스있는 농담 하나 할 수 없는 나에게는 다른 이야기보다 그런 쪽이 훨씬 편한 화제였다. 그 때는 야전이라고 하면 대태도라고 하던 시절로, 애초부터 야전 자체가 그리 많지도 않았다는 말을 하니, 동생 사니와는 매우 흥미깊게 귀를 기울였다. 열심히 나에게 질문하는 동생 사니와와 담소를 나누면서, 나는 잔잔한 눈으로 줄곧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의 동생 사니와의 사고방식은, 아마도 영원히 겹치는 일 없이 평행선을 그릴 것이다. 그녀는 알지 못한다. 나는 미소 뒤에 숨긴 진심을, 가슴 속 깊은 곳에 조용히 묻었다. 그녀가 알아차릴 리 없는 나의 고뇌도 고통도, 그러나 그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사람은 남의 일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타인은 어차피 타인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그녀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육친이 있으며, 그녀를 따르는 도검들이 있고, 그리고 분명 그녀는 그것을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을 거라고 생각하니 부러운 마음이 확실하게 들었다. 그래도 내가 알아차릴 리 없는 그녀의 사정이라는 것도 아마 있을 것이며, 내가 그녀의 고통을 모르듯이 그녀가 내 고통을 모르는 것도 죄는 아니다. 분명 아무도 잘못은 없다. 하지만 내가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 만큼은 나 자신의 탓이니, 나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계속 미소지었다.
이 아이는, 분명 영원히 알 일이 없다.
사니와 이외에 달리 살아가는 길도 당연히 있었을 그녀에게는, 분명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내가 느껴온 고통도, 괴로움도, 절망도, 타인이 본다면 별볼일 없는 사소한 것에 내가 얼마나 상처받아 왔고, 내가 지금 어떤 마음으로 여기에 있는지도. 분명 아무도 모른다. 사람은 어차피, 죽을 때까지 혼자인 것이다. 그래도 그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이해하고 있을 나 자신이, 사랑해 달라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언제나 꾹 참으며 내 도검들에게 매달려 있다는 우스운 이야기라며 하나도 웃기지 않는 생각으로 나는 또다시 마음 속으로 툭 내뱉었다.
그 뒤로 얼마간 특별히 되짚어 볼 정도는 아닌 이야기를 나누고, 동생 사니와는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떠날 때 생각보다 오래 머무르고 말았다며 미안해하면서 일어나는 그녀의 시선이, 문득 내 등 뒤에 멈췄다. 커다란 눈을 크게 깜빡이는 것을 보고 내심 고개를 갸웃거린 내가 그 시선을 따라가자, 기모노가 걸린 옷걸이가 있어서 나는 아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걸려 있던 것은 저번 대규모 연련 때 내가 그대로 입고 돌아와버린 소쿠타이와 비슷한 정장으로, 아무래도 동생 사니와가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조금 신기한 모양이어서 인상에 남아있었거든요, 하고 쑥쓰러워하며 웃는 동생 사니와에게 나도 마주 웃어주었다.
이번에야말로 혼자가 되어 침묵이 찾아온 방 안에서, 나는 뭘 하지도 않고 잠시 멍하니 있었다.
아마 동생 사니와가 내 방에 찾아온 주된 목적은, 의문보다도 무엇보다도 먼저 츠루마루 건에 대한 말을 하고싶었을 것이다. 한 번 흘러가버린 주제를 마지막으로 또다시 나에게 꺼내더니, 츠루마루와 한 번은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좋겠다며 고개숙여 인사했다. 자신의 도검도 아닌 칼에 그렇게까지 마음을 여는 그녀를 보고 나는 역시 내가 가지지 못한 어떤 종류의 선망을 느끼면서도, 그녀의 바람대로 고개를 끄덕인 것은 본래 그럴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쇼쿠다이키리에게 말한 것과 똑같이 괜찮다며 미소짓자, 그녀는 쇼쿠다이키리와는 다르게 그걸로 납득해 주지 않았다.
내가 움직이지 못하는 동안 동생 사니와는 도검들의 수리 등 내 도검들에게 아주 잘 해 주었다. 처음 계기는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도, 그래서 나는 확실히 그녀가 여기 온 것에 감사하는 마음도 적지 않게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모두 끝난 다음에 다시 생각해 봐도 여전했고, 나는 분명히 그녀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그것은 특히, 이 다음에 일어나는 일 때문에 명백해졌고, 나는 그 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그녀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우연에 감사하게 되었지만, 이 때는 아직 그것을 몰랐다. 모르는 채로,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나는 여기에 있었다.
술을 많이 마신 것도 아니어서 그다지 취하지도 않았던 머리는,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이리저리 사고를 따라 흔들리고 있었다. 스스로의 불안정함을 가르쳐 주듯이 이리저리 흔들리는데, 결정적인 곳에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자신의 근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할 마음이 없었다.
나는 재미없는 인간이다. 아무런 재미가 없고, 그저 살아가기 위해서 광대처럼 미소지으며 살아온,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인격에 있다며 존중받는다면, 나 개인의 존엄 따위는 땅에 이미 떨어져버린 인간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사니와로서 긍지가 있었다. 오히려 그것밖에 없다고 말하는 쪽이 옳을지도 모른다. 나는 재미없는 인간이지만, 스스로가 사니와라는 사실에는 누구보다도 긍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밖에 가지지 못한 나에게, 스스로가 그것을 놓는다는 것은 살아가는 목적을 잃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나는 놓지 않는다. 설령 그것을 계속 품고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을 만들어내 나의 마음을 망가트리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해도 눈을 계속 돌렸다. 나는 마치 어린애같았을 것이다. 스스로의 것을 품에 끌어안고 빼앗기는 것을 싫어 싫어 하며 울고부는 어린애처럼 그냥 잃는 것을 두려워했다. 자신의 허용량을 넘어선 것을 끌어안고 그것이 떨어질 뻔 할 때마다 필사적으로 붙잡아 스스로가 무너지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손을 놓을 정도라면 함께 빠지는 것을 선택할 정도로는, 나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멍한 시선이, 동생 사니와가 아름답다고 칭찬한 정장으로 향했다.
그러고보니 옛날에 누군가도 이 기모노를 입은 나를 보고 아름답다고 칭찬해준 적이 있는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것이 누구였는지는 생각나지 않고, 그냥 문득 떠오른 것을 머릿속으로 곱씹고 있으니 옛 기억이 차례로 떠오른다. 그러고보면 이 정장을 처음 입었던 것은 사니와 취임 의식을 치를 때였다.
본래는 일반 사니와는 취임할 때 그렇게 딱딱한 형식 절차를 따르지 않고, 한다 해도 거의 대부분이 격식과 예절을 중시하는 신기관의 명가 출신 사니와들 뿐이다. 그것도 그들의 가문이 자기 집안에서 사니와를 배출하는 것을 축하하는 연회와 함께 진행하는 사적인 것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신기관에서도 손에 꼽는 명가 출신인 동생 사니와도 어쩌면 사니와가 되기로 했을 때 그런 경험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초부터 신기관 출신이 아닌 내 경우, 취임식은 더 간소하고 목적도 분명했다. 출생 때문에 조금 특수한 입장을 가지고 있었던 내 사니와 취임 의식은 본부의 중진들에게 나를 소개하는 자리였고, 그저 딱딱하고 무겁기만 한 재미없는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나는 기뻤다. 그것은 사니와가 되기 위해서 태어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날이었다. 사니와가 되기 위해 태어난 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존재하는 도검남사를 얻을 수 있는 권리를 손에 넣은 날. 그 때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 내 첫 시작.
"...?"
갑자기, 무언가 표현하기 힘든 위화감을 느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어두컴컴한 방 안에 가만히 앉은 채로, 무의식적으로 이마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마치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욱신거리는 둔중한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하는 머리 때문에 작게 신음했다. 등에 식은땀이 흐르고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왜 그러는지도 모르면서 나는, 더 이상 그것을 생각하면 안될 것 같았다.
언젠가 꿨던 것 같은 꿈이 되살아난다. 그 취임 의식 자리에서 번져나오는 행복을 품은 눈동자가 바라보던 곳. 그, 온 신뢰를 모두 담은 눈이 향해있던 광경을, 나는 분명 떠올리면 안된다.
심장을 꽉 붙잡힌 것 같은 느낌에 얕은 숨을 바쁘게 뱉어내던 나는, 내가 어째서 이렇게나 비통하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은지조차 알지 못하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그러나 이미, 멈출 수 없었다.
헉 다음편이 마지막인가ㄷㄷ 번역수고했어
사니와 진짜 초기도 카센이었나...
이거 이 뒤로도 엄청 길었던 것 같은데ㄷㄷ 번역 매번 잘보고갑니다 아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