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니와는 입양된 자식인데 입양된 계기가 뭐냐면 부부가 잃었던 자식과 닮아서였던 거임. 근데 아무래도 죽은 자식이랑 사니와는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부부는 사니와가 뭘 해도 미묘하게 비교하게 되고 사니와는 그게 다 느껴지는 거임... 그래도 부부는 사니와를 분명히 사랑하고 사니와도 부부를 사랑해서 노력은 하는데 산 사람이 죽은 사람 따라잡기가 쉬운가? 죽은 사람은 기억 속에서 미화만 되는데... 결국 사니와는 "어쩌면 내가 전에 친부모에게 버려진 것처럼 내가 전 자식과 같이 행동하지 못하면 이번에도 버려질지 모른다"는 극단적인 망상에 빠져서 점점 소심해지고, 비굴해지고, 자신의 호오도 말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자라게 됨.
부부는 사니와가 좀 풀 죽어 보인다고만 생각했지 그런 생각을 한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음. 가족끼리는 마음이 통한다고 믿었고, 죽은 자식이 대책 없이 밝고 활발한 개구쟁이 애였던 것도 한몫 함. 애들이 그런 음침하고 우울한 생각을 할 수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음. 사니와는 머릿속에서 언제나 내가 자식 노릇을 잘 해내지 못했을 때 내 앞에 닥칠 수십개의 끔찍한 파멸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사니와는 여러 일을 겪고 어찌저찌 어른이 되었고 자식의 대체품 역할도 제대로 못한 나를 이렇게까지 키워준 부부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에 바로 취직하기로 함. 물론 부부는 저런 걸 요구한 적 없고 오히려 바로 사회에 뛰어들겠다는 사니와를 말렸음. 그래도 사니와가 저도 다 컸으니까 은혜를 갚아야 한다 효도하겠다 뭐 그런 주장을 해서 결국 부부도 그래 네 뜻이 그렇다면... 하고 접어줌. 참고로 사니와는 부부의 저 만류를 시험으로 받아들였음... "우리가 이렇게까지 키워줬는데 설마 또 분수도 모르고 우리 밑에서 먹고 잘 생각인 건 아니겠지"같은 마음으로 사니와가 무슨 반응을 할지 시험해 본 거라고 생각함. 물론 부부는 그냥 순수한 걱정임...
사회초년생인 사니와는 운 좋게도 취직에 성공함. 그렇지만 제대로 된 회사는 아니었음. 대충 님들이 상상할 수 있는 한의 끔찍한 중소기업을 상상하셈... 직장에서 몸도 마음도 더 상해가는 사니와... 그러던 어느날 직장에서 자신의 실수도 아닌 걸로 조져지고 야근한 뒤 밤 늦게 퇴근하던 길이었음. 사니와는 수상한 사람을 만나게 됨.
"(사니와 본명)씨 되십니까?"
"네? 네..."
"저는 정부 기관 소속 직원입니다. 당신에게서 사니와 자질이 발견되어 이직을 권유하러 왔습니다."
사니와는 당황했음. 뭔가 수상하고 무서운 사람이 묘하게 압박이 느껴지는 말투로 자꾸 말을 검... 개당황한 사니와는 결국 이직하겠냐는 질문에 네? 네... 하는 애매한 대답을 해버리고 직원은 그럼 다음날 날 밝을 때 다시 찾아뵙겠다고 하고 사라짐. 사니와는 내가 꿈을 꿨나...? 싶었지만 시계를 보니까 당연히 그렇지 않았고 빨리 자지 않으면 내일 출근에 지장이 생길 것 같아 황급히 자취방으로 향함. 다음날 아침 사니와는 무거운 몸과 정신을 이끌고 간신히 샤워를 끝마친 뒤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음. 옷을 입고 머리를 다듬는데 갑자기 현관 벨이 울림. 의아했지만 이 집은 집주인이 종종 찾아왔기 때문에 집주인이려니 하고 문을 연 사니와를 반긴 것은 어제 밤의 수상한 사람이었음.
"흐와악?!"
"안녕하십니까. 어제 밤의 이야기를 마저 하러 왔습니다."
"어, 어, 어떻게..."
"이제부터 제가 일하는 정부 기관측으로 이동하게 될 예정인데 준비는 다 되셨나요?"
"네, 네? 자, 잠시만... 신발이랑 가방을..."
넋이 나간 사니와는 그래도 어떻게든 출근 복장을 갖추고 정부 기관으로 이동하는데 성공함. 이동 뒤에는 직원으로부터의 간단한 사니와 교육이 이어짐. 사니와는 멍하니 듣고 있다가 간신히 용기를 쥐어짜내서 말함.
"저, 저기... 저, 전 출근을..."
"어제 사니와를 하시겠다고 답변하지 않으셨습니까? 회사 측과는 이미 정부 쪽에서 처리가 끝났습니다. 아, 걱정하지 않으셔도 그동안 일한 봉급은 제대로 지급될 겁니다."
"네? 네..."
사니와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음... 그냥 이 모든 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음... 넋이 나간 채로 교육을 이수한 사니와는 빠르게 직원과 함께 혼마루로 이동하게 됨. 콘노스케를 소개받고, 정부에서 지급하는 초기도를 선택하고(잘 모르겠어서 제일 처음에 보여준 검을 선택함), 그 초기도를 현현시키기로 함.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들은 대로 열심히... 영력인지 뭔지를 끌어내보려 하면서 애를 쓰던 사니와 앞에 갑자기 벚꽃이 흩날리고 남자가 나타남.
"나는 카센 카네사다."
카센이었음. 선이 부드럽지만 꽤나 덩치가 있는 남자의 등장에 사니와는 깜짝 놀라서 버벅댐. 그 새에 직원은 현현을 잘 해내셨으니 문제 없을 거라고, 이 뒤의 안내는 초기도와 함께 콘노스케에게 받으라고 한 뒤 직원은 떠나버림. 사니와는 약간 망연자실했음. 넓은 일본풍 저택에 당장이라도 출근할 준비가 된 듯한 정장 차림의 자신과 처음 보는 전통복의 남자(심지어 일본도에 깃든 신임)와 식신 여우... 도대체 이게 무슨 조합이냐 싶었지만 밀면 밀리는 사니와는 꽤나 모범적인(겉보기에는) 태도로 콘노스케에게 안내를 받고, 임무를 했음. 도장 작성도 성공적이었고, 첫 단도에서는 아키타가 나옴. 사니와는 이렇게 작은 신도 있구나... 싶었음. 그렇게 멍하니 파스텔 곱슬머리 남자 사이에 낀 채 있던 사니와는 카센의 부름에 화들짝 놀람.
"출진을 해야하는 거 아니었니?"
"아, 어, 네. 네!"
"대답은 한번만으로 충분하단다."
"그, 네!"
"앞에 한 글자 더 많구나."
"아, 그, 죄송해요!"
"...휴. 갈 길이 먼걸."
이 미묘한 압박감이 느껴지는 분위기에 사니와는 약간 울상을 지었음. 그래도 무사히 카센과 아키타에게 도장을 쥐어주고 첫 출진을 시작함. 단말로 전투 상황을 지켜보고 지시하는 일은 좀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직장보다 힘든 것 같지는 않았음. 사니와는 어쩌면 그때 대답을 한 게 잘 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음. 자취방 해약할 때랑 부모님께 연락할 때, 카센에게 태도를 지적받을 때는 아닌가 싶었지만... 그래도 사니와는 어찌저찌 사니와 업무를 잘 해나가며 나름대로 행복했음. 카센은 깐깐하고 엄격해보여서 대하기 어려워했지만 지내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고 아키타는 사랑스러웠음. 사니와의 지시 실수로 사요가 중상이 돼서 돌아왔을 땐 거의 오열하는 사과 로봇이 되어서 수리를 했지만 그래도 다양한 남사들과 만나고 지내면서 존중받는다는 감각을 느낀 사니와는 정신상태가 조금씩 안정되어가고 있었음. 저쪽은 신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인 나를 주인으로서 인정하고 존중해준다는 건 꽤나 좋았음. 비록 남사들 중에서도 정신이 불안정한 경우가 있어서 그럴 때는 같이 흔들렸지만 다른 남사들의 도움으로 흘려보낼 수 있게 됨.
그런 사니와에게는 유독 신경 쓰이는 남사가 있었음. 그 남사의 이름은 야만바기리 쿠니히로. 그래 이젠 제목값을 해야 할 때가 왔다... 단도한 그 남사는 첫대면부터 좀 우울해보였고 자신이 없어보였음. 거적데기로 가리고 있는 것도 그렇고... 왠지 마음의 여유가 없던 시절의 자신이 떠올라서 초기도이자 쭉 근시였던 카센에게 만바를 잘 신경써달라고 부탁했다가, 이걸로는 부족하다 싶어서 아예 자신이 더 신경쓸 수 있도록 근시를 만바로 바꿔버림. 사니와와 쭉 함께해온 카센은 쪼끔 섭섭했지만 사니와가 어떤 문제를 겪었었고 왜 그러는지 알았기 때문에 열심히 하라고 해줌. 만바는 어리둥절했음. 사니와가 왜 이렇게 잘해주려고 하는지 도통 모르겠으니까. 이것도 내가 우츠시라 부족해보여서 그런가 중얼중얼거리고 있었음. 사니와는 그런 만바를 보면서 언제쯤이 되어야 터놓고 대화를 할 수 있을지 각을 잼. 그렇지만 마땅한 타이밍을 잡지 못해서 시간은 흘러갔고 그동안 만바는 묘한 특별대우에 익숙해졌음. 딱히 나쁜 것도 아닌 것 같고, 사니와는 성실하니까 나름의 호감과 신뢰는 생겼지만 그래도 여전히 영문을 모르긴 마찬가지였음.
그리고 때가 왔다. 사니와가 처음으로 레어도 5의 칼을 단도하는데 성공한 것임. 미카즈키 무네치카의 단도 기념으로 혼마루는 작은 연회를 열었음. 술을 조금 마신 사니와는 형제들 사이에 있으라고 보낸, 여전히 근시인 만바(얘도 몇잔 함)를 불러서 먼저 개인실로 가겠다고 함. 남사들은 사니와를 배웅하고 사니와와 만바는 둘만 남아 적막한 복도를 걸었음. 사니와는 술을 좀 마셔서 고양된 이때가 지금이다 싶어 만바에게 말을 검.
"...저, 잠깐 툇마루에 가지 않을래요?"
"...그러지."
만바는 사니와가 술을 마셨으니까 바깥 공기를 마시려나보다 싶었음. 그렇게 툇마루에 도착해서 사니와는 바닥에 주저앉음. 만바는 옆에 서있다가 사니와가 옆자리를 손으로 툭툭하는 걸 보고 자기도 말없이 사니와 곁에 앉음. 둘 다 잠시 말이 없는 시간이 이어짐. 벌레 우는 소리가 들렸다. 사니와는 말 없이 만바를 계속 빤히 바라봤고 만바는 그 시선에 고개를 약간 비꼈다.
"뭔가 할 말이라도..."
"야만바기리 쿠니히로 씨."
"음."
"본인이... 꽤나 특별대우를 받았다는 거 아시죠?"
"...음. 그렇지."
"그건... 그러니까, 음. 당신 모습이 옛날 제 모습을 닮아서 그랬어요."
의외의 말에 만바는 고개를 똑바로 들어 사니와를 쳐다봄.
"눈을 마주쳐주시네요. 언제나 피하기만 하셨는데... 좋아요, 오늘은 우리 둘이 같이 제대로 마주해봅시다."
만바는 말이 좀 수상하게 들려서 당황함. 그래도 사니와는 신경쓰지 않고 할 말을 계속 이어감. 자신이 어떤 집안에서 자랐고 어떤 생각을 하며 자랐는지 등등. 당황했던 만바는 차분히 사니와의 얘기를 들으며 그래서 그랬구나 싶었음. 밤하늘에 별이 예쁘게 빛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니와가 큰 소리를 냄.
"그러니까! 당신이 우츠시인 건 상관 없어요! 분명 처음에는 그것 때문에 신경 쓴 건 맞지만, 이젠 당신이 우츠시든 뭐든 간에 상관 없고 그냥 야만바기리 쿠니히로 그대로로 좋다고요!"
만바는 갑작스런 큰 소리에 깜짝 놀람. 그런데 만바가 그 말을 이해하기도 전에 갑자기 가까이에서 "왐마야~"하는 소리가 들림. 사니와랑 만바는 둘 다 근처에 사람이 없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서 깜짝 놀라 소리난 곳을 쳐다봄.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술병을 들고 지나가던 하카타였음. 하카타는 얼빠진 표정의 둘을 보고 킥킥 웃으면서 "아따 요새 젊은이들은 뜨겁구먼~ 그래도 거 방에서 문 닫고 하는 것이 좋겄소잉~"하고는 가버림. 사니와랑 만바는 얼굴 빨개진 채로 고개만 끄덕거렸고 하카타가 간 뒤엔 둘 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음... 사니와는 술 마시고 주정부리는 것 같은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쪽팔려서 그랬고 만바는 이런 순수한 호의 어린 말에 정신이 좀 공격당해서 그랬음. 그 말이 진짜 좋아서... 그러다 먼저 용기를 낸 사니와가 개인실로 만바 데리고 가서 아까 하던 뜨거운 유사고백(사니와는 자각 없었고 만바는 이거... 조금 사랑 고백 같지 않나? 하고 생각은 함. 했다가 부끄러워져서 관둠) 마저 함. 그러다 어쩌구저쩌구 여러 시련과 고난과 역경을 넘어~(사실 그런 건 없음~) 결국 둘은 연인이 되어 사니와가 죽는 날까지 같이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끝~
하카타 왐마야 졸귀다ㅋㅋㅋㅋㅋㅋ사니와랑 만바가 같은 아픔을 안고 둘이서 성장하는게 뭔가 뿌듯해지는 글이야 좋은 썰 고마워요 아루지!
아 훈훈하고 귀여운 썰이다ㅋㅋ 잘읽었어양
아륵지 좋은썰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