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혼마루의 사니와는 자존감이 낮았다.

하지만 그러한 면모는 거의 드러낸 적이 없었다.

모두에게 스스럼없이 대하고, 낯을 가리는 이들에게는 상냥하게 대하고 배려해주고, 자신감이 없는 검들에게는 자신감을 북돋게 해준다.

초기도였던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만이 가끔 보이는 이상한 모습을 눈치챘을 뿐, 아무도 그녀의 문제를 알지 못했다.


그런 사니와는, 특히나 초기도에게 상냥했다.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는 처음에는 자신이 사본이라 그렇게 대하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헤시키리 하세베가 사니와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때에, 사본이고 아니고를 떠나 그녀가 자신에게 상냥하고 친절한 것은 자신이 초기도여서 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 혼마루에서 유일하게 사니와가 선택한 것.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는 자랑스러움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초기도라는 점에 미안함을 느꼈다.

하지만 자신이 초기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 점을 깨닫게 된 이후로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는 종종 그녀의 행동과 발언에 신경쓰게 되었다.

그리고 여태껏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되었다.


대태도가, 극단도가 아무리 전장에서 활약해도 그녀의 첫번째는 자신이었다.

가장 신경써주는 검.

가장 사랑하는 검.

가장 예뻐하는 검.

가장 귀여운 검은 아쉽게도 아니었지만,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는 그런 사소한 것까지 욕심내는 검은 아니었기 떄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도구로서 가장 사랑받는다. 사본이지만 가장 사랑받고 있다.


그러한 생각이 계속되고,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는 주인이 사랑스럽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함께 있고 싶다고, 언제나 자신이 근시가 되면 좋겠다고, 깨어있을때도, 잘 때도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안에서, 주인과 나만 있을 수 있다면.

가끔 자신의 천을 만지작거리며 조금 위험한 생각도 하게 되었다. 물론 실행으로 옮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사랑받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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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앓아누웠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흐느껴 울면서 연인을 바라던 주인의 손에 깍지를 끼고 그대로 그녀의 목에 얼굴을 묻고 싶었다.

네가 나를 누구보다 사랑하니까, 나도 너를 누구보다 사랑해줄 수 있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연인이 될 수 있다면, 사본인 자신까지 사랑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이 사랑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텐데.


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길 수는 없었다. 당연했다. 


그녀가 나를 도구로서 아끼는 것 뿐이면?

섣불리 사랑을 입에 내어서 가장 아끼는 검으로서의 자리도 잃게 된다면?


차라리 도해되는 편이 낫다. 주인을 울린 주인의 친우를 죽이고 도해될테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