私の娘

나의 아가씨



작가: 榊どら

원문 링크: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9831588


(1)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touken&no=340049&page=1

(2)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touken&no=340075&page=1

(3)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touken&no=340084&page=1


*이치고 히토후리가 영력 보급을 위해 납치되어온 사니와에게 이상한 집착을 하는, 얀데레계 이야기.

*블랙 혼마루 설정이 있는 어두운 이야기. 오리지널 설정 많음.

*폭력, 유혈, 도해, 성적인 이야기, 아동 학대 등의 내용도 나오니 트리거가 있거나 불편한 사람은 읽지 마세요!

*오역, 의역 있습니다. 일본어가 되는 사람은 원문을 읽어주시고, 작가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해주세요.

*허락 따로 안 받았으니 여기에서만 봐주세요!!






***



“미카즈키 님과 혼례 할 거야. 미카요노모치(三日夜餅)라고 해서, 결혼하고 나서 사흘째 밤에 떡을 먹는 거야. 모레 저녁에 제대로 떡을 전해주렴.”

그렇게 말하며 쾌활하게 웃던 주인은 그저 사랑에 빠진 여자로 보였다. 나를 집에 돌려보내 주지 않는 변변찮은 사니와였지만, 평범하게 미카즈키 무네치카를 좋아하는 거라 생각했다. 그것이 설마 하룻밤에 폐인이 될 줄은. “진명을 빼앗는 걸 경쟁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라고 콘노스케가 말한 대로였다. 떡을 준비하라고 들었기에 식당에 가면 도검들이 깔깔거리며 웃었다. “떡인가.”, “떡 말이지~” 구구절절 중얼거리며 “주인님의 지시입니다.”라고 말해도 “필요 없어.”라며 철썩 튕겨냈다. 언제나라면 내게는 성가신 태도를 표해도 주인의 요망에는 부응했는데. 진명을 빼앗긴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떡을 준비 받지 못한 걸 주인에게 호소해야 할지, 그런 짓을 하면 밀고했다며 도검들에게 얻어맞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다 못해 지쳐있었지만, 그런 염려는 불필요했다. 떡을 준비하라고 들은 다음 날, 조식을 전하러 갔더니 이불 위에는 백발의 여자가 축 늘어져 있었다. “누구? 공주님은 어디에 계시죠?” 이불에 푹 엎드려 있었지만, 내 부름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들고 있던 밥상을 다다미 위에 엎고 말았다. 가위에 눌린 것처럼 움직일 수 없다. 머릿속에서 보지 말라고 목소리가 울리지만,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 흰자위가 새빨갛게 물들어, 얼굴 전체가 거무스름한 여자가 주름살이 진 목소리로 뭐라고 속삭이고 있었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덜커덕 소리가 들려서, 흐느끼며 그쪽으로 일순 시선을 옮기자, 장지문 너머로 보이던 그림자는 그대로 방을 빠져나갔다. 여자의 신음에 사로잡혀 경직되어있자, 다른 도검이 들어왔다. “아- 진짜. 예정보다 빨라서 내 당번이 됐잖아.” 투덜거리며 여자를 이불로 멍석말이하듯 말아 어딘가로 옮겨간다. 도검은 나를 보고 “너, 뭐하는 거야? 엉망진창이잖아. 제대로 치워둬. 금방 새로운 게 올 거니까.” 라며 당연한 것처럼 말했다. 떨림이 멈추지 않아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그저, 발밑에 흐르는 된장국의 뜨뜻미지근한 감촉이 이것이 현실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냉정한 건지 혼란스러운 건지 알 수 없는 머리로 방 청소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호통을 맞을 테니까. 사실은 지금 당장 도망치고 싶었다. 혼마루를 빠져나가서, 뛰고, 뛰고, 뛰어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을까. 영기가 끊어지면 금방 알아채 버린다. 도검들은 주인을 데리고 외출하는 일이 있었지만, 나는 밖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모른다. 앞질러져서 도주로를 막혀 붙잡히면 나도 진명을 뺏길지도 모른다. 그리고 저런 식으로…… 저런, 저것은, 무엇이었을까. 안될지도 몰라. 이젠 안될지도 몰라. 도망칠 수 있을 리가 없다. 모르면 좋았을 텐데. 알고 싶지 않았어. 그치만, 무리야. 눈물이 고장난 수도꼭지 처럼 넘쳐흘렀다. 슬퍼서가 아니었다. 무섭고, 그저 무서웠다. 주인은, 공주님은 어떻게 되어버리는 걸까. 미카즈키에게 시집가는 게 아니었어? 어제까지만 해도 결혼한다고 그토록 기뻐했는데, 마치 생기를 잃은 노파 같은 모습으로 신음하고, 기어 다니며,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할 수 없었다. 기분 나쁘다고 생각해버렸다. 저렇게 되고 싶지 않아. 미카즈키에게 편지를 전하는 것을 즐겁다 생각하고 있었다니, 역겹다. 나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는 츠쿠모가미의 심심풀이에 어울려주고 있었다. 영력 보급용인 내가 있으면 주인 같은 건 필요 없을 텐데, 게임을 위해 산 제물로 주인을 맞이하고 있는 거다. 정부 고위층의 열악한 아이들이 폭거를 하러 오는 것이 아니다. 대단한 착각이고, 크나큰 오산이었다. 도검들은 진작 인간을 저버렸다. 그리고 이 혼마루를 장악하고 있다. 어쩌면 일부러 블랙 사니와를 불러들이는 것은 아닌가. 분명 그쪽이 게임이 고조될 테니까.

무거운 발걸음으로 별채로 돌아왔다. 주인에게 안채로 오는 것이 금지된 콘노스케는 잡목림의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아 올리자, 내 눈물 자국을 눈치챈 것인지 뺨을 비벼댔다.

“진명을 인질 삼아 정부를 협박하고, 다음 사니와를 혼마루로 끌어들이고 있는 걸지도 몰라.”

“그렇지만 정부 고위층의 자녀들만 있는 건 무슨 이유죠? 협박당해 자신의 자녀를 내어놓는 것입니까?”

콘노스케는 말하기 곤란한 듯 이어나갔다. “어디선가 영력이 높은 인간을 붙잡아 오는 느낌입니다.” 나처럼. 분명히 그랬다. 그렇다면 정부는 진명 빼앗기 게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걸까. 블랙 혼마루의 남사는, 대개 인간을 싫어해서 첫 대면에 베어버리기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혼마루의 도검들은 주인을 굉장히 환영한다. 언뜻 보아, 인계 혼마루로써 좋은 물건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정상적인 혼마루로써 인계 사니와를 모집하고 있다는 건가.

“이 혼마루의 이치고 님이나 미카즈키 님, 츠루마루 님은 특별히 신격이 높으십니다. 진명을 쥐고 계시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만. 그래서 그런 도검님이 계신 혼마루는 인기가 있습니다. 힘 있는 고위층이 자신들의 자녀를 보내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진명을 빼앗으면 신격이 오르는 거야?”

“네, 상당히요. 영력이 높은 사니와의 진명이라면 더욱이.”

콘노스케는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단순히 내게 조심하라고 주의를 환기하는 것처럼 들렸다. 두려웠다. 하지만 그것보다, 어쩌면 주인에게 이 혼마루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려주면, 도와주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슴을 찔렀다. 영력이 부족한데도 도검을 손에 넣고 싶어서 나를 가둬두고 있다. 만악의 근원은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도검들의 놀이의 제물이었다. 이 혼마루는 위험하다고 알려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 이 혼마루를 부숴줄지도 몰라.

“주인님께 말해보는 것도 좋을지도 몰라.”

“믿어주실까요?”

그 영기. 모두 하나같이 탁했다. 하지만 자신의 목숨이 걸려있는 일이다. 역대 사니와에 대해서 조사해보라고 조언을 해주면 되는 게 아닐까.

“다음 사니와가 금방 온다고 했으니,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면 좋을 텐데.”

콘노스케는 고개를 끄덕였다.





***



나는 대체 무슨 나쁜 짓을 했길래 이런 꼴을 당하는 걸까. 이제 충분하지 않은가. 전생에 극악무도한 사람이었어도 이미 충분히 잔혹한 일을 당한 게 아닌가. 나만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불행하다. 누군가가 동정하고 다정하게 대해줬으면 좋겠어.

주인이 바뀌었다고 듣는 건 언제나 갑작스러웠다. “괜찮다고 할 때까지 별채에서 나오지 마라.” 도검에게 이런 지시가 내려오면 주인이 바뀌는 것임을 시사한다. 나는 여부를 말할 것도 없이 그것에 따르는 수밖에 없다. 왜 그런지 이유는 불명이었다. 지금이라면 조금 알 수 있다. 진명을 빼앗은 사니와를 어떻게 하고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를 협박하거나 하는 거다. 외부와 교섭이 증가하기 때문에, 방해되는 나는 별채로 쫓겨난다. 주인이 결정되어 부임해오면, 나를 영력 보급 사니와로서 주인에게 얼굴을 보여준다. 주인에 따라 그대로 안채의 허드렛일을 맡거나 눈에 거슬리니 별채에서 나오지 말라는 명을 받는다.

이번 주가 지나고 새로 온 사니와는 남자였다.

안경을 쓰고 있고, 마르고, 신경질적인 것 같았다. 앞머리가 길어서 시선이 마주치지 않았다. 옹알거리는 목소리는 알아듣기 어려웠다. 영기는 희박했다. 아주 옅은 파란색이지만, 가물가물거리는 검은 줄기 같은 것이 섞여 있었다. 그게 조금 위험한 느낌으로 보였다. 그는 어쩐 일인지 그다지 도검에게 흥미가 없는 듯했다. 도검들 곁에 얼씬도 하지 않고, 온종일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혼마루 일은 적당히 해둬. 나랑은 상관없으니까.”

여태껏 없는 타입이었다. 내가 인사해도 힐끔힐끔 쳐다볼 뿐이었다. 공주 주인도 방에 틀어박혀 있는 성격이었지만, 다른 점은 도검들이 방문하는 것을 금지했다는 것이다. 어찌 됐건 혼자 있게 해달라며. 평상시 같으면 도검들이 바뀌고 바뀐 주인에게 접근해, 비위를 맞춰주었을 텐데 그는 도검을 철저히 멀리했다. 용모가 수려하고 화사한 도검들이 불편한 것 같았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식사를 나르는 것도 내 역할이 되었다. 그에게 진실을 말해도 되는가 잠시 상황을 살피기로 했다. 섣부르게 말했다가 그걸 도검들에게 말하게 되면 끝장이었다.

“너, 여기 있으면 재밌어?”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얘기를 해서 깜짝 놀랐다. 즐거울 리가 없다. “아뇨.” 내가 짧게 대답하자 주인은 웃었다. “나도.” 주인은 내가 식사를 가져오면 뜨문뜨문 대화하게 되었다. 그는 정부 고위층의 아들이지만 성적이 우수한 형과 비교당해 오랫동안 열등감을 품어왔다는 것, 낙하산으로 취업했지만 잘되지 않은 것, 낙오돼서 집안에 틀어박혔던 것, 세간의 이목을 신경 쓰는 부친에게 같은 칩거라면 사니와가 되도록 명령받은 것. 이 혼마루라면 신격이 높은 도검들이 마음대로 혼마루를 운영하게 해주니까, 너는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말을 듣고 온 것 같았다. 나는 주인이 하는 말을 열심히 들어주었다. 그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는 도검들과 어울리지 않고 음울하게 지내고 있었으니 내 말에 귀 기울여줄 것이다. 그리고 확신했다. 이 주인이라면 괜찮다고. 그렇지만 언제나 도검의 눈이 번득이고 있어서 진실을 공연히 알리지는 못했다.

공주 주인이 없어지고 나서, 이전처럼 내 식사는 별채에서 받게 되었다. 질투심 많은 7대 주인에게 안채에 출입이 금지된 이후, 다른 주인으로 바뀌어 안채에 출입금지가 풀린 후에도 쭉, 공주 주인으로 바뀌기 전까지 내 식사는 도검이 별채에 가져다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하루 한 끼였던 것이, 어느샌가 하루 세끼로 바뀌어 자신이 가지러 가겠다고 말을 꺼낸 적이 있었지만, “네 일은 이쪽에서 정한다.” 라고 냉혹한 답변을 받아, 시키는 대로 주어지는 대로 식사를 했다. 나는 여러 허드렛일을 명령받았지만, 요리를 만드는 건 금지되어있다. 더러운 인간인 내가 만든 것을 입에 대는 것은 기분 나쁜 모양이었다. 식량에 손을 대는 것도 허락받지 못했다.

식사를 가져다주는 건 이치고 히토후리였다. 나는 이전보다 한층 더 도검에게 겁을 먹고 있었기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굽신굽신했다. 이치고 히토후리는 그걸 어떤 식으로 해석했는지, 굉장히 의기양양해 있는 것 같았다.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절대로 진명을 빼앗기지 않겠어.

“뭘 그렇게 떨고 계시는 거죠?”

이유를 말하지 않으면 모를 일인가. 무서워서 그렇다고 말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무력한 내가 그런 말을 해서 기뻐할 리 없다. 나를 곤란하게 하고 싶어서 하는 질문이라고 느꼈다.

“사니와님은 공포를 느끼고 계십니다.”

콘노스케가 대답하자 도검은 “나는 아가씨에게 묻고 있습니다.” 라고 까칠하게 응수했다. 어깨의 상처가 욱신거린다.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내린 붉은 피가 오른팔을 타고 흘러내리는 기분 나쁜 감촉. 벨 필요가 있었을까? 장난삼아 고통을 줬을 뿐이다. 어깨를 움켜쥐고 고개를 숙이면, 도검은 내가 거스를 생각이 없다는 것으로 받아들인 건지 그대로 돌아갔다. 내 동향을 체크하는 것이 저 도검의 일과다. 주인의 곁에 식사를 전하고 곧장 돌아가지 않으면, 이 도검이 벼르며 기다리고 있다.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떠보는 것이다.

“오늘 밤 결행하겠어.”

“네!”

그날 저녁 밥상을 나르던 때에, 주인에게 오늘 밤 중요한 할 말이 있다고 전해두었다. “중요한 말? 뭘 까나?” 주인은 그렇게 웃고 있었지만, 그다지 밝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쩌면 그대로 정부에 연락해 도움이 올지도 모른다. 뛰는 고동을 억눌렀다. 냉정함을 잃으면 실패한다. 평소와 다른 모습을 도검에게 들키면 큰일이다.

밤이 되어 별채를 빠져나왔다. 손전등도 무엇도 없이 달빛만 의지했다. 늘 다니던 익숙한 잡목림도 밤이 되니 다른 얼굴로 보였다. 울창한 나무 사이를 헤집고 걸었다. 쥐죽은 듯 조용한 안채의 툇마루로 들어섰다. 복도 끝 막다른 길에 있는 계단을 올라, 2층의 첫 번째 방이 주인의 방이다.

“콘노스케, 여기서 망을 봐줘.”

“네.”

콘노스케를 계단의 최상단에서 기다리게 해두고, 주인의 방 앞에서 작은 소리로 불렀다.

“주인님, 사니와입니다.”

답변이 없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안으로 들어섰다. 방은 어두컴컴했다. 작은 전등밖에 켜져 있지 않았다. 도검들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 이야기가 있다고 전했으니, 휘황하게 불을 켜두는 건 삼간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주인님?” 작은 소리로 부르자, “여기야.”라며 더욱 안쪽 옆 방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이야기지?” 주인의 목소리는 언제나 보다 조용하고 침착했다. 각오를 다진듯한 음성이었다. 나는 자신이 흥분으로 두근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미묘한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이리 오렴.” 부르는 대로 안쪽으로 나아갔다. 순간 전신에 소름이 끼쳤다. 그는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뒤에서부터 나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뭐 하시는 거예요?” 외치지 못한 채로 주인은 계속해서 “너는 날 알아줘. 날 좋아하는 거지?”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오한이 들었다. 그의 영기가 옅은 파란색에서 어쩐지 끈적한 늪과 같은 색으로 변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귀를 핥아져서 등골이 얼어붙었다. 그대로 목덜미에 입술을 가져다 대려 했지만, 내 어깨의 상처를 깨닫곤 일순 물러섰다. 그 틈을 타 팔을 뿌리치고 방을 나왔다.

“사니와 쨩, 기다려.” 등 뒤에서 외쳐도, 돌아볼 리 없었다. 기분이 나빠, 전신이 떨린다. 방을 맹 스피드로 빠져나가자, 계단의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콘노스케가 돌아보았다. “왜 그러세요!?” 눈을 굴리며 말했다. “도망쳐, 빨리. 주인이……!” 풀어헤쳐 진 내 옷을 보고 깨달은 콘노스케는 쫓아온 주인에게 달려들었다. “사니와님. 도망치세요!” 콘노스케와 주인이 서로 뒤얽혀 싸우고 있었다. “사니와님, 도망쳐, 도망치세요―――!!” 생각 없이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원래 왔던 길을 도망쳐 돌아간다. 계단 위에서 콘노스케가 울부짖고 있었지만, 툇마루에 도착했을 때에는 계단을 뛰어 내려오는 듯한 사람의 발소리로 바뀌었다. 주인이 쫓아오고 있다. 콘노스케는 어떻게 된 걸까. 신발을 신을 여유도 없이, 잡목림에 뛰어들었다. “사니와 쨩.” 반복해서 부르는 목소리에 움츠러들었다. 이대로 별채로 도망쳐서 뭘 어떻게 할 거지. 도와줄 사람 따윈 어디에도 없다. 영원히 술래잡기를 계속할 건가. 새장 속을 빙글빙글 돌며, 주인이 포기하는 것을 기다릴 것인가.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한밤중에 남자의 방을 찾아간다는 것이 오해를 낳은 것일까. 그런 건 추호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목숨과 관련된 문제를 계속 생각한 끝에 찾아온 것이다. 믿을 수 없어. 생각할 수도 없었어. 어쩌지. 내가 나쁜 거야? 누가, 제발, 도와줘――――――――――

“왜 도망가는 거야? 괜찮아. 무섭지 않아.”

천지가 발칵 뒤집혔다. 팔을 붙잡혀 밑에 깔린 것이다. 올라라고 있는 주인의 얼굴 높이 둥근 달이 보였다. 사람 한 명이 걸을 수 있을 정도의 잡목림의 길에 억눌려, 이빨이 달달 떨렸다.

“상처, 왜 그래? 아까는 갑자기 그래서 놀랐지만, 나는 신경 안 써. 누구에게나 결점은 있는 거야.”

양팔의 자유를 빼앗겼다. 체중으로 누르고 있어, 움직일 수 없었다.

“저, 저는, 여기서, 도망치고 싶어서, 얘기하러 온 것뿐이에요.”

오해를 풀고 냉정해지길 바랐다. 이런 곳에서 능욕을 당하다니, 내 인생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진정하세요. 주인님은, 그런 분이 아니시잖아요.”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주인의 얼굴은 달빛으로 역광으로 비쳐서 보이지 않았다. 격렬한 숨결이 조금씩 규칙적으로 가라앉아갔다. 팔 힘이 희미하게 풀렸다.

“이 혼마루는 위험해요. 몇 명이나 사니와가 진명을 빼앗기고, 폐인이 되었습니다. 정부에게 연락해서 도망치지 않으면, 주인님도 이상해질 겁니다.” 쉬지 않고 한 번에 말하자, 주인은 웃으며 말했다.

“역시 사니와 쨩 뿐이야. 나를 생각해주는 건.”

귀여워, 정말로 귀여워 라고 반복하며 재차 팔에 힘을 주었다. 식은땀이 이마에 맺혔다.

“빨리, 도망쳐야 해요.” 이런 짓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렇지. 도망치자, 둘이서.” 주인의 얼굴이 가까워진다. 싫어. 소름 끼쳐. 그치만, 이걸 견뎌내면. 참고, 빨리 끝내고, 그러면, 도망칠 수 있어? 지금만, 이것만, 참으면…… 한순간에 몸이 가벼워졌다. 눈앞에서 주인이 사라졌다.

“네 더러운 영기가 섞이면, 이게 더럽혀지잖아.”

귀에 익은 고압적이고 차가운 목소리였다. 걷어차인 주인은, 나무에 부딪혀 온몸을 강타한 모양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신음이 새어 나왔다.

“정말 수고를 끼치게 하는군. 너는 별채로 돌아가세요. 얘기는 나중에 들을 테니까.”

도검은 본체를 뽑아 들어 주인에게 향하고 있었다. “너, 나는 주인이라고.” 주인의 화난 듯한, 떨리는 듯한 목소리가 잠잠한 공기에 이질적으로 울렸다. 도검의 무언의 압력에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주인이 느릿하게 비틀거리며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가!” 도검의 낮은 목소리에 두 사람이 두 사람이 안채로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나는 산 것일까, 지옥에 떨어진 것일까. 이젠 모든 게 엉망진창이야. 소리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힘이 빠져 움직일 수 없었다. 흙냄새를 맡으며 옛날에 흙을 뭉치고 놀았던 때가 되풀이돼서 떠올랐다.




***



“아가씨 얘기를 하도록 할까요.”

이치고 히토후리는 황홀해하며 말했다.

―――아가씨는 사니와에게 이런저런 잡무를 명령받아, 안채와 별채를 오가고 있었습니다. 사니와에게도 여러 가지가 있어서 색광이라든가, 전투광이라든가 소꿉놀이처럼 저흴 시중들게 해서 끝없이 시시한 이야기 상대가 되어줘야 했습니다. 저희 혼마루에 오는 건 여자가 7할, 남자가 3할 정도의 비율이었을까요. 개중에는 아가씨를 싫어해서, 별채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금지한 무리도 있었습니다. 한 번은 굶어 죽을 뻔한 적도 있었죠. 매일 식사를 베풀어달라고 부탁하러 오면 좋았을 것을, 사흘에 한 번밖에 오지 않았습니다. 아가씨가 오지 않는 날은 쿠다키츠네가 부탁하러 왔습니다만, 그것이 저희를 짜증 나게 만들었죠. 그것의 영기가 끊어지면 이쪽도 곤란합니다. 그걸 알고서 오만하게 식사를 준비하도록 전하라 쿠다키츠네에게 명령하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역시 죽기 직전이 되어 머리를 맞은 거겠죠. 이후 매일 공손히 머리를 숙이러 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또 다른 사니와가 안채 출입을 금지했습니다. 할 수 없이 식사를 별채에 전해주러 가면, 어찌 된 일인지 심하게 웃는 것입니다. 죽으면 성가시니까 식사를 베풀어주는 거라고 하는데도, 뭘 착각하고 있는 건지. 하지만 못생긴 개라도 방긋방긋 웃고 있으면 귀여운 법이죠. 내가 툇마루에 가면 오도카니 앉아서 기다리는데, 그게 무어라고 귀엽던지. 그래서 제가 일과로 아가씨에게 식사를 전해주기로 했습니다. 작은 아가씨였기에 하루 한 끼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만, 언제까지고 바짝 마르고 너절했습니다. 더 먹이는 쪽이 좋을까 싶어, 하루 세끼로 늘려보기도 했습니다. 뭐, 그래도 앙큼한 아가씨였습니다. 제가 뭐라고 말하면 어깻죽지의 상처를 누르는 겁니다. 그걸 보면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었죠. 그 상처는 제가 입힌 것이니까요. 혼마루에서 도망치려고 한 걸 데려왔을 때, 처음엔 확실히 아픔을 알려주면 무모한 계획은 세우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말아 주세요.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아가씨가 그걸 신경 쓰는 듯한 행동을 할 때마다 불쌍하고 불쌍해서, 귀여웠습니다.

“귀엽다?”

“예, 나의 아가씨인 증거입니다. 제 본체로 베서 입힌 상처니까요.”

비정상적인 놈. 너무 호러잖아. 작으니까 하루 한 끼로 괜찮을 리가 없잖아. 뭐가 앙큼한 거야. 되지도 않는 소리뿐이잖아. 나는 이 남자를 도해하고 싶다. 아가씨는 어디에 있는 거지? 무사할까? 살풍경한 취조실에 단둘이 있다는 사실에 구역질이 올라왔다.

“그래서 그 아가씨는 계속 영력 보급을 하고 있었던 거죠? 뭘 어떻게 하면 결혼에 이르게 된 겁니까.”

“인연을 원했습니다. 혼마루에는 그것의 영기가 충만해 있어서요. 없어지면 끊어지고, 쇠약해지면 약해집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으면 흐트러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만, 어디에 있는지는 모릅니다. 어두운 밤의 까마귀라고 할까요. 있는 건 알지만, 보이지 않는다. 예속하게 되면 까마귀에게 목줄을 채운 거나 다름없죠. 그걸 따라가면 어디에 있는지 곧바로 특정할 수 있습니다.”

“그까짓 걸 위해 결혼을 한 겁니까?”

“그까짓 거?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닙니까.”

이치고 히토후리는 꽤 놀란 얼굴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뭐야. 무슨 반응이야?

“다른 이유는 없습니까?”

“다른? 예를 들면?”

사랑이나, 애정이라던가 그런 것. 그러나 구태여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말하고 싶지 않았다. 어쩐지 나에게 말하게 하려는 것 같아 괜히 거슬렸다. 말하면 말한 대로 코웃음을 칠 것 같았다.

“모릅니다, 그런 거. 자기 일이잖아요. 모르시겠습니까?”

이치고 히토후리는 시선은 이쪽을 바라보고 있지만, 갑자기 초점이 맞지 않는 듯 멍한 표정을 짓게 되었다. 어딘가 기억을 더듬는 듯 말했다.

“저는 아가씨를 누구에게도 줄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건 나의 아가씨니까요.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아가씨에게도 그렇게 전했습니다. 그래도 넌 내 아가씨니까, 아내로서 바라는 게 있다면 뭐든지 다 들어주겠다, 라고 했습니다만?”

대답해 줄 말도 없다. 그녀의 제일 큰 소원은 현세로 돌아가는 것이겠지.

“그래서 아가씨는 뭐라고 하셨죠?”

“아무것도. 그건 그다지 말수가 없었으니까요.”

“무서워서 말하지 않았던 것뿐 아닌가요?”

“당신은 생각보다 생각한 걸 확실히 말하네요.”

이치고 히토후리는 의외라는 듯 말했다. 생긴 게 수수해서 그런가. 우습게 보지마. 딱히 내가 이 이치고 히토후리를 신경 쓸 필욘 없다. 그래서 이 일에서 잘린다면 오히려 바라던 바다. 나는 정말로 쭉 여기서 강제노동 하는 게 짜증 났다.

“갖고 태어난 성격이에요. 그보다 결혼을 어떻게 한 거죠? 혼인 신고서를 관공서에 제출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정교를 맺거나 언령을 나누거나입니다.”

이치고 히토후리는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대답했다. 태연스럽게 대답해온다. 어느 쪽을 했냐고 추궁할 수도 없었다.

“결혼하신 건 언제입니까?”

“그것이 혼마루에 오고 5년 정도 됐을까요.”

5년. 아까 어린 아가씨라고 하지 않았나? 하루 한 끼로 충분해 보이는 작은 아가씨가 아니었나?

“잠시 묻겠는데, 그 아가씨는 몇 살입니까?”

“당시에 열셋? 넷이었던 건 아닐까요.”

“안 되잖아!”

내가 펄쩍 뛰며 외치자, 이치고 히토후리는 소리를 내어 웃었다. 그 모습만 잘라놓고 본다면 무척이나 산뜻해 보이는 왕자님 같았다. 이런 식으로 웃는 도검남사는 처음 봤다. 보통의 잘생긴 청년으로 느껴졌다. 대화 내용이 모든 걸 상쇄시켰지만.

“전혀 웃을 일이 아닌데요. 그런 걸 로리콘이라고 한다구요. 어린아이에게 손을 대다니, 무도한 일입니다.”

“열셋이나 되었으면 충분히 시집을 갈 나이대잖아요. 우선 비천한 남자에게 범해질 뻔한 걸 구해줬다고요?”

이치고 히토후리는 갑자기 정색하고 짜증스럽게 말했다. “아아,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 부아가 치미는군요.” 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입을 열었다.

―――그 사니와는 상당히 괴이한 남자였습니다. 방에 틀어 박힌 채 나오지 않았죠. 그때까지 그런 무리도 있었지만, 자신이 나오지 않는 대신 저희를 방으로 불러 정사를 하도록 하는 게 일상이었죠. 그러나 남자는 저희를 까닭 없이 지독히 싫어해서, 곁에 가까이 두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폭거를 휘두르는 것도 아니었죠. 대체 뭐하러 온 것인지. 있는지 없는지, 진명을 빼앗는 것도 의욕이 나지 않았습니다. 남자는 아가씨에게 식사를 나르도록 명령했습니다. 아가씨는 그때, 좀 상태가 이상해서 말이죠. 전 사니와가 진명을 빼앗긴 모습을 목격한 듯했습니다. 빼앗은 건 미카즈키로, 이게 질이 나쁜 방식으로 취했으니 사니와의 모습은 처량했습니다. 아가씨는 완전히 겁을 먹고, 제가 별채를 방문해도 묘하게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딱히 진명을 취했다고 해서 누구나 그런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아가씨는 남자에게 식사를 건넬 때,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동향에는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아가씨가 현세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은 알고 있었고, 무슨 좋지 못한 계획을 세우는 건 아닐까 하고. 하지만 예상보다 나빴습니다. 아가씨는 남자에게 습격당했습니다. 이 혼마루에서 도망칠 궁리를 하기 위해 한밤중에 남자의 방을 방문한 듯합니다. 여러모로 어리석게 군 것입니다. 세상 물정을 잘 모르니까요. 갑작스레 영기의 흐트러짐을 느끼고, 별채로 향했습니다만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혼마루의 안에 있다는 건 확실했습니다. 남자의 곁에 있으리라 생각하고 안채로 향했습니다. 그것은 언제나 잡목림을 지나기 때문에, 그쪽으로 향했습니다. 정말이지 당치도 않죠. 거기서 남자에게 깔려 있었습니다. 그런 남자에게 범해진다면, 아가씨의 영기가 부정을 타게 됩니다. 곧장 걷어차서 남자를 떨쳐냈습니다. 남자는 신음하고 있었습니다만, 본체를 뽑아 눈앞에 들이대니 과연 입을 다물더군요. 아가씨에게 별채로 돌아가라 일러두고, 남자에게 칼끝을 들이댄 채 안채로 들어가라고 지시했습니다. 진명을 뺏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어딘가에 유폐시켜두고, 괴롭히면 금방 토할 테니까요. 힘으로 빼앗는다는 건 놀이의 규정에서 벗어납니다만, 상관없었습니다. 충분한 공포를 맛보게 해주려고 생각하고 있었죠. 결국, 남자의 두 다리를 부러뜨리고 잡목림에 버려두었습니다만. 혼마루의 누군가가 회수해서 마음대로 하든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대로 노상에서 죽든지, 연락이 두절되어 수상히 여긴 공무원들이 찾으러 오든지. 이 경우 진명은 취할 수 없겠지만, 이 혼마루에서 일어난 일은 다른 고위층들이 감춥니다. 소란이 되지 않도록.

“어째서죠?”

“네?”

내 질문에 이치고 히토후리는 무엇을 질문받았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확실히 할 말이 너무 많았기에 일일이 묻자니 끝이 없었다. 가장 제일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남자를 그 자리에 방치해둔 이유 말입니다. 진명을 빼앗을 생각이었죠? 왜 다른 도검에게 양보한 것이죠?”

내 말에 이치고 히토후리는 “아아.” 하고 짧게 대답하고 눈썹을 찌푸렸다.

“어쩔 수 없잖습니까. 별채로 돌아가라고 했는데, 아가씨가 주저앉아 웅크린 채 움직이지 않았으니까요.”

남자에게 난폭한 짓을 당할 뻔한 것이다. 당연한 상황이잖아. “정말 곤란한 일이었죠.” 이치고 히토후리는 고집을 피우는 아이를 어르는 것 같았다. 미수니까 괜찮다던가 태연하게 말해버리는 타입인가. 이 사람의 마음을 파악할 수 없었다. 아니, 애당초 이해할 턱이 없었다. 내가 노골적으로 눈살을 찌푸리자 “무서웠던 거겠지만요.” 하고 조금 겸연쩍은 듯 덧붙여 말했다.

“그럼 남자를 잡목림에 방치해두고, 아가씨를 어떻게 하셨습니까?”

“예, 별채로 옮겼습니다.”

이치고 히토후리는 “정말이지, 두 손 다 들었습니다.”라고 계속했다.

“괜찮으니까 그만 울라고 말해도, 안아 올려도 말없이 뚝뚝 눈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곤란하니, 제 허락 없이 별채를 떠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만, 어찌 된 일인지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 겁니다. 친절하게 말해주고 있는데도 너무 심한 태도가 아닙니까? 제가 얼마나 찾아 돌아다녔다고 생각하는 건지. 어쩔 수 없으니, 아가씨를 아내로 맞아들이기로 했죠.

“어떻게 된 사고회로입니까.”

멋대로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다.

“남자에게 범해져서 이상한 영기가 섞이면 곤란합니다. 어디에 있는지 언제나 알 수 있도록 해두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까마귀 운운한 것은 그런 것인가. 아름다운 영기를 유지하기 위해서인가. 어디까지나 자기 본위일 셈일까. 아가씨가 안쓰러워 죽겠다. 나의 아가씨, 나의 아가씨라며 되뇌는 것도 속이 뒤집힌다. 묻지 않아도 이것만은 알 수 있었다. 아가씨는 시집온 것이다. 억지로.





***



자박자박 발걸음 소리가 멀어져 간다. 이대로 여기에서 잠들어서 흙으로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눈을 감은 순간, 고막을 찢는듯한 날카로운 목소리가 암야에 터져 나왔다. 그리고 같은 외침이 한 번 더 달리자, 땅을 차는 진동이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되돌아 오고있다. 어쩌지. 신음과 발소리가 경종으로 들렸다. 일어나야 해, 일어나야 해, 하지만 스스로 움직이기 전에 몸이 지면에서 떨어졌다.

“흙투성이잖습니까. 왜 일찍 일찍 일어나지 않은 거죠? 별채로 돌아가라고 했을 텐데요.”

도검에게 들어 올려졌다. 흙투성이든 뭐든 아무래도 좋잖아. 그런 것 까지 야단맞고 싶지 않아. 나는 이제부터 죄 아닌 죄로 단죄될 것이다. 누워 있을 때와는 다른 길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슬픈 건지 분한 건지 무서운 건지. 감정은 마비되어, 도검의 강한 팔의 감각만이 나와 현실을 이어주고 있었다.

“이제 울 필요는 없잖습니까.”

키가 큰 도검이 뚜벅뚜벅 걷는다. 짐짝처럼 옮겨지고 있다. “또 이런 일이 있으면 곤란하니, 제 허가 없이 별채를 나와서는 안 됩니다.” 도검이 타이르듯 말했다. 위화감을 느꼈다. 화를 내는 분위기는 아녔다. 걱정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왜 입을 다물고 계십니까. 저런 남자에게 범해져서 불쾌한 영기가 섞인다니, 용서할 수 없습니다. 참을 수 없어. 알고 있는 겁니까?” 도검은 냉담하게 계속했다. 나는 어리석었다. 나를 걱정해주다니,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었다. 현실이 냉정을 되찾게 했다. 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이기 전이라 다행이다. 허락 없이 별채에서 나올 수 없다고 하면, 영원히 돌아갈 수 없다. 돌아가고 싶어. 나는 돌아가고 싶은 거야. 도검남사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대답해서는 안 돼. 별채를 향해 가고 있다.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이대로 진명을 뽑히는 걸까. 절대로 말하면 안 돼. 고문당하고 버틸 수 있을까? 아마도 나는 살해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뿐이고, 살해당하지 않을 뿐이다. 영력만 보급할 수 있다면 어떤 상태여도 상관없는 것이다.

“그렇게 떨지 않아도 이젠 괜찮다고 했잖아요. 제 말 듣고 계신 겁니까. 멋대로 서성거리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있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고개를 끄덕이면 안 된다. 네, 라고 대답하면 붙잡힌다. 도검의 팔 안에서 이미 도망칠 곳은 없다. 그래도, 그렇더라도 말하면 안 된다. 진명을 뺏긴 주인의 눈에 새겨져 있다. 인지를 초월한 힘이다. 나는 돌아갈 거야, 반드시 돌아갈 거야.

잡목림을 벗어나니 달빛이 한층 더 강해졌다. 눈물로 뿌옇게 흐려져 있었지만, 깜빡거리자 뺨을 타고 흘러, 선명해진 시야 속에서 도검과 눈이 마주쳤다. 껍질이 벗겨진 공포의 팔 안에 있다는 것을 다시금 이해했다.

“울지 말라고 했는데도, 정말이지 너는 고집이 센 아가씨로군요. 왜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이죠?”

이렇게 곁에 도검이 있었던 적이 있었던가. 입김이 닿을 정도로 가깝다. 아름다웠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아름답다. 향기가 나는 것 같은 요염함. 이 고귀하고 교만한 시선이, 녹을 것 같은 감언을 속삭이면 인간은 현혹될 터였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속지 않을 거야. 이 도검은 다섯 개나 되는 진명을 빼앗았다. 언질을 잡히면 안 된다. 시선을 돌리면, 굴복한 게 되는 것이 아닌가. 어쨌든 난 그대로 그 도검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너를 신부로 맞이하도록 하죠.”

도검은 조금 전과 다름없는 태도로 고하고선 나를 안은 채로 별채로 쭉쭉 들어섰다. 신부로 맞이한다고? 나를 맞이한다고? 미카즈키에게 취해진 그 주인처럼? 나도, 그런 꼴이 되는 거야? 도망쳐야 해, 도망쳐야 해, 도망쳐야 해. 도검의 팔 안에서는 어찌할 수도 없다. 기회를 봐서, 틈을 노려, 빨리, 빨리, 빨리.

――제 아내가 되겠다 맹세하겠습니까?

툇마루에서 거실을 지나 안쪽 방으로 나아간다. 달빛이 서서히 닫혀, 어둠 속으로 삼켜져 간다.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맹세하지 않을 겁니까. 그럼 어쩔 수 없군요.

가장 안쪽 방까지 들어가자, 다시 빛이 들어왔다. 내가 침실로 쓰고 있는 방이다. 새까만 어둠이 무서워서, 가장 달빛이 잘 드는 방에서 자는 것이다. 도검은 몸을 굽혀 나를 다다미 위에 내려놓았다. 지금이다, 얼른 어딘가로 도망쳐야 해. 머리는 몰아세우는데도 몸은 반응하지 않는다. 떨려서 움직일 수 없어. 일어설 수 없어. 심장이 쿵쾅쿵쾅 경종을 울려서 기분이 나빴다.

――정말이지, 너는 손이 많이 가는군.

도검은 한숨을 내쉬며, 상황을 꿰뚫은 듯 벽장을 열고, 이불을 꺼내 내동댕이치듯 펼쳤다. 상황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무엇을 하는 건가. 난 그 주인처럼 이불에 멍석말이 되는 걸까. 온몸의 신경이 찌르르 경적을 울렸다. 도검이 달칵달칵 소리를 내며 본체를 몸에서 떼어 놓았다. 가까워져 온다. 시간이 멈춰 온 세계가 정지되어있는데, 도검만이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당연히 나도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달빛에 비친 도검의 표정은 지독히도 정색한 얼굴이었고, 나만을 붙잡고 있었다. 다시 한번 껴 안겨서, 난잡하게 깔린 이불에 엎어 눌렸다. 천지가 뒤집혔다.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내서는 안 돼. 진명을 말하면 안 돼. 그것만이 뇌리를 지배했다. 일어나고 있는 일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저는 인간과 교합을 맺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신기를 섞을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니까요. 네가, 맹세하지 않으니까.”

불현듯 도검의 말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교합을 맺는다는 건 뭐야. 모르는 말이었다.

“그대로 얌전히 있으면, 금방 지나갑니다.”

나는 뭘 당하고 있는 거지? 뭘 하려는 거야. 생각할 수 없었다.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위에 올라탄 도검은 장갑을 벗고 있었다. 맨손이 되면 내 얼굴 옆에 왼손을 짚고, 오른손으로 내 왼뺨을 물감을 녹이듯 어루만졌다. 차가운 손의 감촉에, 마비된 온몸의 감각이 되돌아왔다.

“뭐, 시간을 들여도 좋습니다만.”

도검이 웃었다. 오싹했다. 덮쳐지고 있어, 나는, 나는 덮쳐지고 있는 거야. 하루에도 두 번씩이나. 그런 바보 같은 일이 있어도 되는 걸까? 그리고 이번에는 더는 도망갈 수 없다. 도망 갈 수 없다. 이젠 틀렸어, 이제 다 끝났어. 그래도 나는 필사적으로 위에서 덮어져 오는 도검의 가슴에 양손을 얹고 밀어내려고 몸부림쳤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괴롭히는 대신에, 범한다는 것인가. 노리개로 삼을 생각이다. 기분 나빠. 싫어. 내가, 왜, 어째서. 돌아가고 싶어. 돌아가고 싶었다. 그것뿐이었는데.

“이 손은 뭘까요?” 도검은 내 손목을 오른손으로 잡더니 머리 높이 끌어올려 이불 위에 꽉 눌렀다. 동시에 도검의 체중으로 짓눌리는 것처럼 되었다. 얼굴이 겹쳐질 정도로 가깝다.

“얌전히 있어 달라 했는데도. 너는 무엇이든 저를 거스르려고 하는군요.”

내가 언제 도검을 거역했단 말인가. 뭐든 시키는 대로 해왔지 않는가. 도검의 숨이 얼굴에 걸쳐졌다. 잠시였지만 어렴풋이 입술이 겹쳐졌다. 순간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도검은 내 왼쪽 뺨에 입을 맞추는 모양이 되었다. 도검은 이를 신경 쓰지 않고 혀끝으로 뺨을 핥고 턱과 목덜미에까지 입술을 기어나갔다. 오싹오싹했다. 오한이 달렸다. 힘이 빠져 저항할 수 없었다.

“그만, 싫어……”

소리가 되지 않는 내 외침에 대답한 것은 도검이 아니었다.

“사니와님!” 뛰어 들어온 콘노스케는 깔린 나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콘노스케가 다음 말을 잇기도 전에 도검은 내뱉듯이 말했다.

“초야의 순간에 난입해오다니, 지독한 쿠다키츠네로군요. 초를 치는 것에도 정도가 있지. 나가세요.” 도검은 억누르고 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콘노스케 쪽은 일절 돌아보지 않았다. 등 뒤에서 콘노스케가 달려들어 봤자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은 것이다.

“어찌하여 그러한 짓을! 멈추어 주십시오! 멈추어 주십시오! 사니와님은 숫처녀이십니다! 그러한 장난질은 그만두십시오!”

“장난질? 제가 그런 미천한 남자와도 같이 발정하고 있다는 겁니까? 이것이 언령을 넘겨주지 않으니 부득이한 것뿐입니다.”

언령?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갑작스레 덮쳐들어서는, 마치 내가 나쁜 것처럼. 이해할 수 없다. 눈썹을 찡그리고 있는 내게 도검도 얼굴을 구기며 말했다.

“뭡니까, 그 눈은. 설마 너마저도 제가 색에 빠져 덮치고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까? 저는, 너를 맞이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내 아내가 되겠다 맹세하거나, 정을 나누거나. 혼례 법을 택하게 해주지 않았습니까.”

언제. 그런 말 못 들었어. 택하게 해줬다고? 그 두 가지 선택지는 어느 쪽이든 나를 맞이하겠다는 것 아닌가.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어째서 시집을 가야 하는 거야.

“이치고 님! 멈추어 주십시오, 멈추어 주십시오! 사니와님을 풀어주십시오!” 콘노스케가 있는 힘껏 외쳤다. 정적을 가르는 사이렌처럼 요란하게 공기가 흔들렸다. 동시에 도검의 영기가 파랗게 출렁이는 것이 보였다.

“주제를 알라고 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 모양이로군요. 이걸 내 아가씨로 삼을 겁니다. 네게 놓으라는 지도를 받을 건 아닙니다. 지금 당장 나가라. 그렇지 않으면 베겠다.”

“부탁하겠습니다! 놓아주십시오! 용서해주십시오!” 콘노스케의 작은 몸에서 영혼을 뒤흔드는 듯한 고성이 울려 퍼졌다.

“그렇습니까.” 도검이 내 구속을 풀고 천천히 일어섰다. 나는 저린 손을 이불을 짚고 상반신을 일으켰다. 도검이 본체를 손에 쥐고, 콘노스케를 향해간다. “사니와님, 사니와님. 도, 도망치십시오.” 일변한 떨리는 목소리로, 콘노스케가 말했다. 희미한 달빛인데도, 도검의 본체는 싫을 정도로 빛나 보였다.

“각오하라.” 도검이 뽑아 든 검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콘노스케를 희생해서, 대체 어디로 도망친단 말인가. 이젠 됐어. 뭐든 다 됐어.

“시집가겠습니다. 맹세할 테니 그만두세요.”

“사니와님! 안 됩니다!”

콘노스케의 외침이 메아리쳤다. 도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괜찮아!” 내가 엄하게 대답하자, 도검은 올려 든 본체를 내렸다. 눈이 마주치자, 콘노스케는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나는 옆으로 돌아섰다. 도검은 조용히 본체를 칼집에 넣고 내 앞으로 돌아왔다. 앉아있는 내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빤히 시선을 마주해왔다. 금색의 눈동자에 관통되어 마른 침을 삼켰다.

“그럼 서약해주십시오.”

“서, 약?”

“이 이치고 히토후리의 아내가 되겠다고.” 말하면서 도검은 오른손 엄지로 내 입술을 덧그렸다. 반복하라. 부추기고 있다.

“이치고 히토후리의 아내가, 되겠, 습니다.”

극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내 최대한의 저항. 무력하고, 불운하고, 도검의 변덕에 놀아나는 가엾은 나의. 콘노스케가 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 콘노스케만 있으면 돼.

“응하겠습니다. 확실히 너를 받아들였습니다.”

이치고 히토후리는 그대로 내 뺨을 손등으로 어루만졌다. 나는 지금 어떤 얼굴일까. 나는 썩어 문드러진 걸까. 도검의 어깨 너머의 콘노스케는, 장식품처럼 움직이지 않고, 그저 말없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진명을 빼앗기는 것과 신부로 맞이 되는 것은 어떻게 다른 걸까. 갑자기 몸이 흔들렸다. 변조가 오기 시작한 거라고 생각했다. 일순 정신이 멀어졌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치고 히토후리에게 끌어당겨 진 것이다. 어떻게 할 셈일까.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되는 대로 몸을 내맡겼다. 어디론가로 데려갈 생각일까. 이치고 히토후리는, 내 오른쪽 귀에서 목덜미까지 입술을 기게 해 어깨의 상처에 길게 입을 맞췄다. 소름이 돋고,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걸 눈치챘는지 이치고 히토후리는 본의가 아니기 짝이 없게 입술을 떼었다.

“더러움을 정화했을 뿐입니다. 너는 나의 아가씨니까. 역시 그 남자에 대한 제재는 제가 알아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치고 히토후리는 일어선 뒤 그대로 별채를 나갔다. 나는 어깨의 상처를 억눌렀다. 그 주인이 상처를 만졌던 걸까.

방에서 콘노스케와 둘. 여느 때의 밤이 돌아왔다. 어제까지와는 전혀 다르지만. 눈물 한 방울 흘러나오지 않는 게 신기하기만 했다. 나는 이제 망가져 버린 걸까.

“나, 어떻게 되는 거야?”

“인연이 맺어졌습니다. 사니와님이 어디에 있더라도, 이치고 님에게는 그대로 누설됩니다. 하오나, 목숨과 관계될 일은 없습니다.”

녹초가 되어 이불에 나가떨어졌다. 진흙투성이인 내가 뒹굴어서, 모든 것이 진흙투성이가 되어, 내일은 대 세탁을 해야 한다. 콘노스케가 붙어왔다는 걸 알았다. 따뜻해. 살아있어. 다행이다.

“도검남사님과 결혼하신 사니와님은 많이 계십니다.”

“이치고 히토후리가 날 좋아한다고 생각해?”

“이혼 방법을 생각해보죠.”

“신혼인데?”

말로 하자니 지독히 웃겼다. 나는 도검에게, 이치고 히토후리에게 시집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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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기가 애매해서 분량이 많아졌네

현생도 있어서 천천히 올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