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9536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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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 드디어 번역 다함... 개인적으로 너무 감명깊게 본 글이라 번역하지 않을 수 없었음 ㅜㅜ

다들 재밌게 봐주었길 바란다...

아무튼 허락 안받은 글이니 여기서만 봐주셈!! 최대한 원문살려서 번역했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오역 의역 오타 넘쳐남.... 더 이상 수정 안할거니까 그냥 감안하고 봐줘!! 

다들 새해복 많이 받고 내년도 행복한 혼마루 ^^^!!





***







쿵쾅쿵쾅 다급히 요동치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눈을 응시한다.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한 태양이 작은 인형을 비추었고 무심코 앗 하며 숨을 삼켰다.

 주인이다. 모습은 어렸으나 기억에 있는 그녀의 얼굴과 다르지 않다. 천천히 빛이 들어 둥글고 부드러운 볼의 곡선을 비추어 주었다. 히자마루는 더욱이 확신했다. 머리의 질감, 이목구비, 어느 면을 보나 그녀와 다를 바 없다. 놀란 나머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히자마루에 앳된 모습의 주인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 재차 천진난만한 입술을 열었다.


당신은 누구야?”


 그렇구나, 기억나지 않는구나. 그녀가 주었던 편지의 말이 생각난다. ‘그때의 나는, 당신을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이었구나 납득하며, 그렇다면 찾는 것은 정해져 있었다. 더욱이 고동소리가 요란해졌으나 히자마루는 마른 입을 열었다.


“……나는, 히자마루라고 한다. 너는……”


꿀꺽하며 목을 울리곤 떨리는 목소리를 높인다. 작은 주인은 겁도 없이 인간을 벗어난 태도의 모습을 물끄러미 올려다보고 있다.


너의, 이름을, 가르쳐 주지 않겠나?”


날이 밝아온다. 태양을 받은 눈이 강한 빛을 발하며 히자마루를 바라보았다.


나는, -----”


, 역시, 히자마루는 감회가 복받쳐 말도 나오지 않았다. 눈이 부신 탓이 아니라 시야가 흐려진다. 약속은 이행되었다. 그녀가 만나러 와준 것이다. 그 자리에 엎드려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몸을 애써 지탱하며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무슨일이야?”


걱정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손이 닿는다. 갑자기 울기 시작한 어른의 모습에 당황스러울 것이 당연하다. 눈물을 멈추려 했으나 무너진 눈물샘은 멈추지 않았다.


슬픈 거야?”

기쁜 거다

난잡하게 눈꺼풀을 닦으며 환하게 웃는 얼굴로 그녀에게 대답한다. 이상한 것을 마주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주인과 시선을 맞추기 위해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 넘치는 심정을 전하고 싶어지는 것이 아니지만, 기억을 지니지 못하고 현상도 파악하지 못하는 주인에게 마음을 털어놓을 순 없다. 주인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어째서 어린 소녀의 모습인 것인가, 어떠한 경위로 이곳에 오게되었는지. 확인해야할 것은 많았다.


너는 어디에서 온거지?”

숨바꼭질 하고 있었더니 어느새 엉뚱한 곳으로…… 여기는 어디야?”

“……혹시 구불구불 삐둘어진 곳을 지나 여기에 온건가?”

맞아! 딱 저기 보이는 이상한 길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정원 너머의 일그러진 곳을 가리켰다. 히자마루는 이해했다. 이는 어린 시절의 주인인 것이다. 경위는 불명하지만 시공의 틈새를 지나 이 편으로 나와 준 것이 겠지. 일곱살까지의 아이는 이공간에 헤매기 십상이다. 그러나 어느 시대, 어느 공간으로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길이 이 혼마루의 벌어진 곳으로 연결되고 있었다니, 무슨 기이한 일인가.


오빠는 여기에 살고 있는거야?”

아아. 그렇다. 나를 히자마루라고 불러다오.”

히자마루라니 이상한 이름! 눈색깔도 머리카락도 나랑 달라!”


주인은 신기한 듯 히자마루의 머리카락으로 쓸어 넘기며 눈을 깜빡였다. 길을 잃은 것 치고는 겁내지 않는 것이 사랑스러우서, 히자마루는 그녀가 하고싶은 대로 두며 미소지었다. 낙천적인 표정이나 말들이 생전의 주인과 꼭 닮았다. 젊은 시절의 주인이 늙어 돌아갈 때까지 지켜보고 그리고 지금, 어린시절의 주인을 만날 수 있어 너무나도 행복한 나머지 부러질 것만 같을 지경이었다.


있잖아, 집에 돌아갈 수 있어?”

아아, 돌아갈 수 있다.”

여기는 어디야? 조금 전까지 저녁이었는데, 왜 아침이 되어있는 거야?”

너는 다른 세계로 헤매고 말았어. 반드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다오.”


그러나 시공간을 잇는 길은 쉽게 변동되기에 원래 있던 길로 뛰어든다 하더라도 같은 시대와 장소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한정할 수는 없다. 적절히 좌표축을 조정하지 않으면 시공간 전송이 어렵다는 것이 쿠다키츠네에게서 들은 이야기였다.

흐음하며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고개를 갸우뚱하는 그녀의 손을 이끌고 우선 저택안으로 향한다. 주인은 처음 본 일본 가옥에 신이나서 히자마루는 이곳에 혼자 사느냐고 물어왔다. 그말에 긍정하며 일찍이 이곳에서 몇 십자루의 칼과 주인과 함께 보냈던 나날을 되돌아본다. 낡은 마루에 자신 이외의 발 소리가 울렸던 적인 언제였던가. 우선 자신의 방으로 안내하려는 생각 끝에, 주인이 작은 손으로 히자마루의 팔을 잡아당겼다.


배고파


물어보니 저녁식사 전이었다고 한다. 배를 꼭 누르고 있는 주인을 데리고 주방으로 돌아가 식사준비를 시작하기로 한다.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드는 것은 몇 년만인가. 그렇가도 하더라도 평소 히자마루 혼자만의 검소한 요리밖에 만들지 않았기에 주인에게 대접할만한 대단한 것은 없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밥을 짓고 된장에 절인 생선을 굽고 된장국을 끓인다. 어린 아이가 이러한 일식을 좋아할까 불안해하면서도 쟁받에 받쳐 내친김에 정원에서 수확한 복숭하나 으름덩굴을 작은 접시에 담아 내놓으면 주인은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기뻐했다.


히자마루도 같이 먹자


 옆자리를 통통 두드리갈래, 말하는대로 주인의 옆에 선다. 아직 서투른 솜씨로 젓가락을 들고 식사를 하는 엽모습을 보면서 자신은 행복한 꿈 속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며 불안해했다. 기다리다 못해 마침내 실성한 뇌가 만들어낸 환상이 아닐까하며, 규칙적으로 쌀을 씹으며 작게 흔들리는 머리를 조심스레 어루만지면 그녀는 무야? 라며 시선을 올렸다. 따뜻한 감촉은 역시 꿈이라 생각되진 않았다.


히자마루는 안 먹어? 기운 없는 거야?”

아니…… 가슴이 벅차서 입맛이 없는 것뿐이다.”

괜찮아?”

, 고맙다.”


 너무나도 긴 고독은 히자마루에게서 미소를 빼앗았을 터인데 주신을 앞에 두면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 그녀는 안심한 듯한 미소를 돌려주며, 손에 든 복숭아를 덥석 물었다. 차게 씹는 턱에서 맑은 과즙이 흘러내려 자그만한 피부를 적신다. 살아있는 인간을 마음 속으로부터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히자마루는 항상 여기서 뭐 하고 지내?”

집 청소도 하고, 밭고 가꾸곤 한다.”

계속? 혼자서 그러면 재미없어 나랑 놀자!”


남기지 않고 식사를 끝내면 주인은 눈을 반짝이며 히자마루를 들여다본다. 복잡한 너른 저택에 꽃이 만발한 정원은 아이들에게 있어서 매력적인 놀이터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잠정적으로 장래 주인이 될 아이와 무엇을 하고 놀아야 할지 그러한 경험이 적은 히자마루는 다소 당황스러웠으나 집에 돌아가고 싶다며 우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손이 가는대로 저택 안을 뛰어다니며 무수한 빈 방에 숨어 숨을 죽이는 주인을 발견한다. 그 나이대의 소녀처럼 주인은 기뻐했고, 실내 놀이에 싫증이 나면 뜰에 나와 꽃을 따고 강물에 잠기는 등 석양이 지평에서 사라질 때까지 실컷 놀았다.

들떠서 지친 주인을 끌어안으며, 이 시간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일지 생각한다. 완전히 히자마루를 따르게 된 팔에 안긴 아이는 무겁고 따뜻하다. 빨리 제 자리로 돌려놓지 않으면 안된다는 머리 한편과 달리 마음은 떨어지고 싶지 않다며 아우성치고 있었다.



 차라리 이대로 빼앗아 버릴까.


 떠오르는 부정한 생각을 고개를 흔들어 물리친다. 안돼. 그런짓을 하면 그녀가 사니와로서 히자마루의 주인이 될 미래가 사라지게 된다. 올바른 역사 속으로 되돌려 보내기 위해서는 히자마루가 손을 대서는 안됐었다. 쿠다키츠네가 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날이 되도록 멀어졌으면 하는 염원 정도는 용서받을 수 있을까.

태양이 진 혼마루는 얇은 어둠의 막에 둘러 싸였다. 어제까지의 일상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지금은 눈에 비치는 모든 것들이 빛나 보인다.

히자마루의 가슴에 매달린 주인은 무수한 별이 반짝이기 시작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여기는 예쁜 곳이야


그렇지

히자마루는 계속 혼자서 여기 있는거야?”

아아.”

쓸쓸하지 않아?”

쓸쓸했다. 계속.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난만한 눈을 들여다본다. 몇 년이고 기다리기로 마음먹은 사랑하는 사람이 히자마루를 다시 바라본다.

네가 있기 때문이다.”


말없이 히자마루를 바라보는 주인의 눈동자가 별빛을 비추며 반짝이고 있다. 몰라도 된다. 전해지지 않아도 괜찮다. 아득한 무위의 고독도, 오직 하나의 약속을 위해 쏟아낸 유구한 시간도 그녀는 몰라도 된다. 꿈이 이루어진 순간에 모든 고통은 승화된 것이다.

 

쿠다키츠네가 오지 않는다면 주인을 원래 시대로 돌려보낼 수 없기에, 우선 오늘밤은 혼마루에 머물도록 하였다. 어린이용 잠옷은 단도가 남기고 간 유카타를 간신히 접어서 사용했다. 과연 혼자서 재울 순 없었기에 히자마루는 자신의 방에 이불을 두 장 늘어놓았다. 낮동안 신나게 뛰어놀던 주인이었지만 피곤함이 몰려왔는지 말수가 적어졌다. 낯선 땅에서 밤을 지새우는 불안함이 있을지도 모른다. 집을 그리워하며 울지 않은 것은 굳센 일이지만 뒤숭숭한 기색이 역력했다.

슬슬 불을 끄도록 하지.”

. ……있잖아, 제대로 집에 갈 수 있겠지?”

아아. 반드시. 그러니까 오늘밤은 이곳에 머물러다오.”

……”

주인은 고요히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히자마루는 조명을 끄곤 이불로 들어가 그녀와 마주보는 형태로 누웠다. 밤눈은 어두웠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라면 표정정도는 판별할 수 있다.

잘 자.”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주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

히자마루는 물끄러미 그 얼굴을 바라본다. 작은 호흡소리와 함께 오르내리는 이불. 자신 말고 누군가와 침실에 들어가는 것은 그녀가 살아있던 시절 이후가 아닐까. 밤의 정적은 어제와 다름없이 깊었을 텐데도 옆에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공기가 부드럽게 얽혀 오는 듯한 기분이 든다.

여전히 히자마루는 잠들지 못한다. 그러나 주인이 잠든 모습을 밤새도록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행복한 이야기다. 꿈틀꿈틀 자세를 바꾸어 주인에게 돌리려는 순간, 그녀가 팟 하고 눈을 떳다.

잠이 오지 않는 건가.”

……”

무리도 아니다. 어린아이가 부모형제와 떨어져 낯선 땅에서 그렇게 쉽게 잠들 리 만무했다. 어둠 속에서 뜬 눈동자에는 윤기에 촉촉해져 있었다.

쓸쓸해

툭 내뱉어진 말이, 의지할 곳 없이 공중에 흔들리다 스러진다. 작디작은 몸은 이불을 뒤집어쓰곤 떨고 있었다. 추울 리는 없을 것이다. 긴 밤의 외톨이된 불안은 히자마루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든 해주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며 히자마루는 골머리를 앓았다.

 생각의 바다를 헤매이고 있으면 모래사장 안에 반짝이는 보석 조각 같은 것이 걸렸다. , 하며 느닷없이 톱니바퀴가 맞물린 것 같은 충격이 뻗어 나갔다.

설마. 하늘의 계시를 받은 듯한 소름이 전신을 돌았다. 기억의 실타래가 술술 풀리며, 옛 추억의 광경이 선명하게 물들어간다. 뇌리에 떠오르는 단어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하나의 실이 되었다.

어렸을 때, 혼자서는 잠 못 이루던 밤, 누군가가. 주인은, 혹시, 이 때를

 

“……잠드는 마법을 알고 있는가?”

?”

눈을 동그랗게 뜬 어린 주인에게 히자마루는 이불을 젖히고 팔을 벌렸다.

“…가르쳐 줄게. 분명 너도 잠들 수 있을 것이다.”


히자마루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주인은 당황하고 있었지만 손짓하며 이불을 두드리면 이윽고 납득한 것 같았다. 그러나 만난 지 얼마 안된 타인의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이임에도 거부감이 있을 것이다. 한 발 한 발 다가서듯이 이불 위를 기었다. 끈기를 가지며 그녀를 기다리고 있자, 마침내 결심한 것처럼 히자마루의 이불 속으로 뛰어들었다.

보물을 품는 것 마냥 자그마한 몸에 팔을 두른다. 의지할 수 없을 만큼 가는데도 따근따근한 열을 지닌, 힘찬 생명의 온도를 느꼈다.

히자마루 따뜻하네

그래? 주인 쪽이 더 따뜻하다.”

주인? 이 뭐야?”

그녀는 멍하니 히자마루를 올려다본다. 호칭이 틀리기에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다며 생각을 고쳤다.

너를 말하는 거다.”

주인 같은 건 이름이 아닌데?”

맞아. 하지만 나는 너에 대해 훨씬 전부터 알고 있어.”

어안이 벙벙한 주인의 시선을 마주한다. 눈꺼풀에 걸리는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어넘기며, 가만히 그리운 색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나는, 미래의 너와 약속을 했다. 네가 다시 찾아올 날을 기다리겠다고.”

나와 약속을……? 그래서 히자마루는 계속 혼자서 여기 있었던 거야? ? 나랑 만나면 어떡해?”

네게 전하지 못한 것이 있어서야.”

숨이 막힌다. 그 기분을 깨달았을 때에는 주인은 이미 없었기에, 언젠가 다가올 그날만을 믿고 기다림을 계속했다.

비로소 전할 수 있는 기쁨에 가슴이 떨렸다.

몇 년이고, 몇 백 년이 지나도,”

눈 앞의 주인의 얼굴과, 임종을 지켜보았던 주인의 얼굴, 그리고 편지에 적힌 글자들이 주마등처럼 되살아나 겹쳐졌다.

 몇 세기 전부터, 계속 전하고 싶었다.


 “너를 사랑하고 있다.”


잊지 말아달라며 속삭인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모르도록, 그녀의 머리를 자신의 가슴에 끌어안았다. 어린 주인은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리가 없겠지. 그래도 괜찮다. 이제서야 겨우, 사후의 편지로 사랑한다 전해준 주인에게 같은 마음을 돌려줄 수 있게 되었다.

히자마루는 나를 좋아해?”

아아. 그래.”

그래서 이렇게, 꼭 안고 자주는 거야?”

그래, ……, 들리는가.”

살며시 주인의 귀를 자신의 가슴에 꼭 눌렀다. 일찍이 잠 못드는 밤에 그녀가 그렇게 해주었던 것처럼, 기모노 아래에서 쿵쿵거리는 맥박소리를 들려주었다.

이제는 확신을 지니고 있었다. 어린 시절의 주인을 껴안고 잠들게 해준 것은 히자마루 그 자신이란 사실을. 잠자는 마법을 가르쳐준 것은 자신이라고, 그것이 돌고 돌아 불면에 시달리던 히자마루를 구원해준 것이었다.

“……소리가 들려

주인은 눈을 꼭 감고 신기한 마냥 고동을 귀로 새긴다. 점점 힘이 빠져가는 등을 톡톡 규칙적으로 두드렸다.

잘자. 주인.”

“……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히자마루는 있어주는 거지?”

물론이다.”

……잘자.”

 이윽고 주인의 호흡이 깊고 느려지며, 완전히 몸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확인한 히자마루도 눈을 감았다. 팔 안에서 잠든 아이의 체온이 편안해 저절로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행복감이 전신을 감싸고 흡족한 마음이 퍼져나간다. 쌕쌕 부드러운 주인의 숨소리에 이끌리듯, 수 백 년 만에 졸음을 자각했다. 그리고, 줄곧 이어지던 가슴의 통증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슴이 아파 견딜 수 없던 긴 밤은 끝난 것이다.

겨우 잠에 들 수 있게 되었다.

이불에 스며든 눈물이 따스하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주인의 몸을 꼭 끌어안곤 히자마루는 깊고 부드러운 잠 속으로 가라앉았다.

 



예상외로 이별은 빨랐다.

마침 새벽녘의 시간이겠지, 누군가의 기척에 눈을 뜨면 머리 맡에 우두커니 서 있는 생물의 발이 보였다.

오랜만이예요. 히자마루님

벌써 찾은 건가

쿠다키츠네는 풍만한 꼬리를 한 번 휘두르며, 히자마루의 팔에 안긴 채 잠들은 그녀를 바라본다.

특이점을 관측했기에 달려왔습니다. 주인님의 기억을 소거하고, 올바른 시대로 돌려보낼 겁니다.”

칠흑 같은 눈동자가 히자마루에게 향한다. 그 선언을 번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히자마루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이불 속의 주인도 몸을 움찔였다.

일어나다오.”

가볍게 등을 두드리면 주인은 졸린 듯 눈을 뜬다. 자고 일어나자마자 눈에 담은 것이 히자마루라는 사실에 그녀는 안심한 듯한 미소를 떠올린다. 그것이 꾹 하고 가슴을 짓눌렀으나 말 없이 이곳을 바라보는 쿠다키츠네의 시선이 이별을 아쉬워할 시간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좋은 아침이다. 집에 돌아갈 수 있어.”

깜빡깜빡 눈을 움직인 후, 주인은 기쁨에 얼굴을 피어올랐다.

정말?”

아아. 당장이지만 준비를 하자.”

잠에 취한 눈의 주인을 이불에서 꺼내 옷을 갈아 입힌다. 완전히 히자마루를 따르게된 주인이 응석부리는 것을 안아 올려 쿠다키츠네의 재촉을 받은 채로 정원에 나왔다. 지평선의 끝이 푸르게 물들어 있다. 구름이 걷히고 얼굴을 내민 태양이 하얀 빛의 줄기를 던졌다. 눈부신 새벽을 가슴에 안은 주인과 함께 바라본다.

작별이다.”

혈색을 내보이며 물들어가는 볼에 히자마루는 말했다. 아침 햇살에 눈동자를 빛내며 주인이 히자마루를 올려다보았다.

다시 만날 수 있어? 히자마루

만날 수 있다. 반드시

몇 년 후면 그녀는 사니와가 될테지. 그리고 또 히자마루를 만나 풀리지 않는 마법을 걸어줄 것이다.  쿠다키츠네가 전송장치를 작동시킨다. 낮은 기동음과 함께 복잡한 무늬가 떠올랐다.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이별이다. 말없이 뒤돌아보는 쿠다키츠네에게 조금만 시간을 달라며 눈으로 호소하였고, 히자마루는 그녀의 앳된 얼굴을 바라보았다.

만일 주인이 앞으로도 홀로 잠 못이루는 밤을 보낼 때, 나를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나는 계속 너를 생각하고 있어. 죽음에 이를 때까지, 내가 곁에서 꼭 안고 있겠다.”

이제 두 번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되기 전에 현세로 돌아가려는 주인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비록 이것이 사라져 갈 뿐인 기억이었다고 하더라도

히자마루의 마음을 느낀 것인지, 주인은 묘한 표정으로 이곳을 보고 있었으나 이윽고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잊지 않을 게 히자마루

 

 


기억이 처분된 후 의식을 잃은 아이는 신기루 마냥 순식간에 사라져 간다. 옛날, 이렇게 사라져가는 형이나 동료들을 떠나보냈다. 언제나 이별은 눈 깜짝할 사이다. 하지만 여느 날과는 달리, 히자마루에게는 남은 미련이 없었다.

무사히 시공간 전송을 마친 것을 확인하고 쿠다키츠네가 이곳을 돌아보았다. 눈치 빠른 시선은 무엇을 말하려 하고 있는 것인지 분명했다.

나와 만난 것을 주인은 이미 잊어버렸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겠지?”

아니, 아닙니다.”

예상과 달리 짐승은 고개를 흔들었다. 앉은 자세를 바로 하고 고개를 곧게 뻗은 후 히자마루를 올려다보았다.

사람은, 진정으로 소중한 기억을 잊을 리가 없습니다. 생각이 나지 않을 뿐입니다. 주인님께서는 히자마루를 잊지 않을 겁니다. 오랜 세월 뒤에, 언젠가 생각해내는 날이 오겠지요.”

여우의 부드러운 털이 바람에 휘날린다. 주인이 떠난 정원에는 한 면에 꽃이 피어 있어, 아침 햇살을 받아 이슬을 머금곤 광을 뿜어냈다. 그러나 아름다운 경치 끝에는 여전히 탁하고 공간이 찢어질 듯한 경계가 갈라져 있었다.

이 혼마루를, 더 이상 존속시키기는 어렵습니다.”

 히자마루는 어제보다 커져 있는 균열을 언뜻 바라보고, 그럴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쿠다키츠네가 찾아온 것은 길 잃은 주인을 귀환시켜주려는 것뿐만 아니라 좌표축이 무너져가는 혼마루를 해체하기 위함이라고 짐작했다.

히자마루님은 이 뒤에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나는 여기에 남겠다. 이 혼마루와 함께 사라지려 한다.”

 마음은 정해져 있다. 약속을 이행한 지금은 아무것도 두려울 것 없고 후회되는 것도 없었다. 주인과 만나 최후까지 보내며, 다시 기적과 같은 재회를 맺은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끝낼 것이다. 쿠다키츠네는 아주 약간의 아쉬움이 남은 듯 히자마루를 바라보았으나, 이 때에 이르러 말릴 셈은 없는 것 인지 무겁게 고개를 떨어뜨렸다.

이 혼마루는 다음날 소멸합니다. 방금 정부에서 내려진 결정사항입니다. 얼마 안되는 시간이지만 부디 마음 편하게 지내 주십시오.”


고맙다고 답하자 쿠다키츠네는 한 번 더 깊이 예를 표하며 시공 너머로 사라져 갔다. 홀로 남겨졌음에도, 더 이상 히자마루는 외롭지 않았다.

무수한 세월을 보낸 상춘의 정원을 마음껏 바라보며, 하나하나의 추억의 되새김을 마친 후 히자마루는 발길을 돌렸다. 최후의 한 때를 보내는 장소라면 정해져 있다. 발길을 돌린 곳은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밤을 지새운 별채의 서고였다.

묵은 종이 냄새가 폐를 가득 채우자, 울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책장 앞에 서서, 표지가 흐트러진 책등을 손으로 쓰다듬는다. 잠 이루지 못하는 히자마루를 위해 주인이 마련해 준 것. 램프에 불을 붙이곤 따뜻한 빛 속에 휩싸인다. 그녀가 주었던 모든 것들이 사랑스럽다. 의자에 앉아 책상 서랍을 연다. 완전히 너덜너덜해진 얇은 편지지는 그럼에도 눈여겨본다면 주인의 필적을 보며 확인할 수 있었다. 마음이 꺾일 것만 같던 고독한 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히자마루를 격려해준 말들. 살짝 긁힌 문자를 문지르며 그녀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어느새 창 밖은 어두워져 있었다. 임종의 때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고 히자마루는 책상 위에 몸을 엎드렸다.

 


도구는 백 년이 지나면 츠쿠모가미가 될 수 있다.

그 위로 몇 백 년이 지나면 다른 것이 될 수 있는 건가.


 

그렇게 된다면 나도, 너와 같은 곳으로 갈 수 있는 건가

 

눈을 감는다. 이제 가슴통증은 없다. 주인에게 안겨 있는 듯한 이 공간에서 잠에 빠진다. 두 번 다시 깨어나지 않으리라 멀어지는 의식의 한 편에서 생각한다.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따뜻한 팔에 안기는 꿈을 꾸면서, 행복하게 잠들면 되는 것이다.

졸음 속에서 다정한 것이 히자마루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머지않아 무거운 눈꺼풀은 움직이지 않는다. 꿈인지 현실인지 판별조차 할 수 없는 이 어둠 속에서, 틀림없이 그리운 이의 체온을 느꼈다.




아아, 주인도 나를 기다려 준 것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