私の娘
나의 아가씨
작가: 榊どら
원문 링크: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9831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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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고 히토후리가 영력 보급을 위해 납치되어온 사니와에게 이상한 집착을 하는, 얀데레계 이야기.
*블랙 혼마루 설정이 있는 어두운 이야기. 오리지널 설정 많음.
*폭력, 유혈, 도해, 성적인 이야기, 아동 학대 등의 내용도 나오니 트리거가 있거나 불편한 사람은 읽지 마세요!
*오역, 의역 있습니다. 일본어가 되는 사람은 원문을 읽어주시고, 작가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해주세요.
*허락 따로 안 받았으니 여기에서만 봐주세요!!
***
도검이 나만 알아볼 수 있도록 남긴 말이 너무나도 충격적이라, 멍하니 서 있었다. 이치고 히토후리는 도검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고는 힐문했다.
“츠루마루 나리가 뭐라고 하셨습니까?”
순간 핏기가 가셨다. 고개를 가로젓자, 이치고 히토후리는 “아무것도 없는데도 영기가 그렇게 흐트러질 리가 있겠습니까. 무슨 이야기를 하고 계셨죠?”라고 반복했다. 도검이 마지막으로 한 말이 아니라, 그 전의 이야기를 묻고 있는 건가. 조금 안심했지만, 그건 그것대로 말하기 힘들었다. 이혼하는 방법을 묻고 있었으니까.
“겨, 결혼해서 잘됐잖나 라고. 이치고 히토후리 씨는, 이 혼마루에서 제일, 신격이 높으, 니, 까.”
그 도검은 분명 그렇게 말했다. 거짓말은 아니다.
“ ……그렇습니까. 지금부터 외출하시겠습니까?”
라며 이상하게도 더 캐묻는 일 없이, 이치고 히토후리는 선뜻 말을 꺼냈다.
“밖에 가고 싶으신 거죠?”
어떻게 된 거야. 아까 그 도검과 한패가 돼서 나를 시험하고 있는 걸까. 도망칠까 도망치지 않을까 내기라도 한 건가? 천재일우의 기회지만, 갑작스레 외출 허가를 받아도 도망칠 자신이 없다. 우선 콘노스케는 어떻게 되는 거야? 데리고 나가도 되는지 물어보면 의심받겠지.
“이대로 나가겠습니다.”
이치고 히토후리는 귀찮은 일을 서둘러 끝내고 싶은 눈치였다. 물을 뜨러 간다고 말했던 내가 언제까지고 돌아오지 않으면 콘노스케가 걱정할 것이다. 함께 데려가지 않더라도 말 정돈 해두고 가고 싶어.
“저, 기.”
내 부름에 뒤돌아보지 않은 채, 이치고 히토후리는 정문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혼마루를 나서면 길 정면에는 대나무숲이 펼쳐져 있었다. 오른쪽으로 나아가도록 지시받는다. 혼마루의 담장을 따라 나아간다. 내 대각선 뒤를 이치고 히토후리가 걷고 있다. 언제든지 손을 뻗을 수 있는 거리다. 도망치지 말라던가, 쓸데없는 소린 하지 마라, 라고는 일절 말하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더 무거운 족쇄로 느꼈다. 입 밖으로 낼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그게 당연하니까.
오른쪽엔 혼마루, 왼쪽엔 대나무 숲이 이어진다. 혼마루가 끊기자, 옆 땅은 황무지가 펼쳐져 있었다. 왼쪽은 쭉 대나무 숲이 울창하다. 10분쯤 걷자, 대나무 숲 사이로 오솔길이 나타났다. 그것을 돌아, 길을 따라 빠져나가자 한적한 대로가 나타났다. 그 하나 건너편의 길은 확실하게 왁자지껄했다. 번화가가 펼쳐져 있다는 건 명백했다. 길 하나가 다른 것만으로 별세계다. 혼잡한 생활의 냄새가 난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냉정하게 생각했다. 혼마루에서 전력으로 질주해서 여기까지 오기까지 몇 분이나 걸릴까. 어느 정도로 이치고 히토후리보다 먼저 출발해야 붙잡히지 않고 도착할 수 있을까.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이치고 히토후리가 전속력으로 달리면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없으니.
거리 쪽을 응시하고 있자, 이치고 히토후리가 입을 열었다.
“너는 나의 아가씨입니다. 아내로서의 응분한 대접은 해드리겠습니다. 마음에 드는 가게에 가서, 뭐든지 사면 됩니다.”
갑자기 뭐야. 외출하고 싶어, 쇼핑을 하고 싶어, 라고 그 도검이 말한 거짓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 나의 아가씨로서, 아내로서 바라는 걸 들어주는 대신 여기서 평생 영력을 보급해라, 무언가 사달라고 하는 것은 그걸 인정하는 꼴이 된다. 그런 언질이 되는 것은 아닐까. 여러 가지 일이 여러 방향으로 사고회로에 뒤엉켜 둥둥 떠다녔다. 이치고 히토후리가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데도, 안절부절못하며 번화가 쪽으로 향했다.
큰길로 나오자, 수많은 사람과 도검으로 북적거렸다. 이치고 히토후리의 뒤를 따라 걷는다. 키가 크니까, 앞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는 걸 느꼈다. 나는, 이상한가. 긴 머리는 엉성하게 모아 천으로 묶었다. 회색 체육복을 입고 있었다. 예쁘지는 않지만, 비슷한 차림을 한 사람은 여기저기 있는데 뭘까. 싫은 땀이 난다. 많은 사니와의 영기가 섞여서 기분이 나쁘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이치고 히토후리가 멈추어 섰다.
“안색이 나쁘군요.”
하얀 손이 내 이마로 뻗어져 왔다. 한 발짝 물러서자, 이치고 히토후리의 꿀 빛 눈이 이글이글 타는 것 같이 짙어졌다.
“땀, 이.”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일변, 얇은 입술을 느슨하게 해서 이치고 히토후리가 웃었다. 이 도검은 이런 얼굴을 하고 있었나? 평소와는 다르게 보였다. 대외용인 걸까, 하고 생각했다. 수상하게 보이지 않도록. 주인과 도검으로 보이도록. 마치 다정한 미소. 아름답다. 이 이치고 히토후리는 특별히 아름다웠다. 그러니까 모두 그를 주목하고 있는 거다. 오가는 무관심한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을 정도로. 일부러 돌아와서 보고 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주시 되고 있는 건 이 이치고 히토후리였다.
“멀미가 난 거겠죠.”
내 이마에서 볼까지 차례로 어루만지더니 조용히 말하고는, 마지막으로 턱을 검지로 쓸어 올리듯 손을 뗐다.
“저 찻집에서 쉬겠습니까?”
내가 고개를 가로젓자, 이치고 히토후리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너는 대체 뭘 하고 싶은 겁니까?”
도망치고 싶어. 이제 뭐든 다 내던지고, 여기서 외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주위를 둘러보자, 한 사니와와 눈이 마주쳤다. 옅은 황색 레이스 같은 영기를 가진 여자다. 아마도 제대로 된 사람이겠지. 인사를 받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대답하자 이치고 히토후리가 그 사니와 쪽을 돌아보았다. 뭔가 눈치채주지 않을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파고들듯 시선을 보낸다. 그녀는 생긋 웃었다. 그리곤 작게 고개를 숙이고 그대로 떠나갔다. 어째서? 이치고 히토후리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아마도 지금 이 도검은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겠지. 안 돼. 누가 내 편이 되어준다고 하는 거지? 이 아름다운 이치고 히토후리가 달콤하게 속삭이면 누구나 그걸 믿는다. 안 돼. 누구를 의지하면 되는 걸까. 그런 사람이 있는 걸까. 모르겠다. 터무니없다. 이 이치고 히토후리에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도, 돌아가죠.”
난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는 걸까. 콘노스케가 걱정하고 있을 텐데. 울면서 나를 찾아다니는 건 아닐까.
“아직 아무것도 사지 않았잖습니까. 이 가게에 들어가서 무엇이든 사면 됩니다.”
이치고 히토후리가 눈앞의 가게에 들어갔다. 어째서 그렇게 쇼핑을 시키려는 걸까. 역시 소망을 들어주고 그걸로 붙잡으려는 게 아닌가.
꽤 잡다하게 다양한 물건이 진열되어있는 제법 큰 가게였다. 입구 근처에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식료품부터 화장품, 의류, 침구, 귀금속, 꽃이나 악기까지 갖추고 있는 것 같다.
“뭐가 좋겠습니까?”
안내판으로 눈을 향하며 이치고 히토후리가 내게 물었다. 고개를 가로저으면, 얼굴을 찡그렸다.
“뭐든지 좋으니, 뭐라도 사세요.”
“뭐 필요하신 거 있으신가요?”
입씨름이 계속되려던 순간, 여성 점원이 생글생글 미소지으며 말을 걸어왔다. 일반인인 모양이다. 영기가 없으니 선악 판별이 되지 않았다. 아주 아름다운 사람이고, 상냥해 보이기는 했다.
“예, 그녀에게 선물해주고 싶습니다만.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는군요. 뭐 좋은 물건 없습니까?”
이치고 히토후리는 전혀 당황하는 기색 없이 시원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부드럽게 미소를 짓는다. 섬뜩할 정도로 완벽한 미소에, 점원의 뺨이 발그레하게 물들었다.
“부럽네요.”
점원이 흘끗 나를 봤다. 어떤 관계라고 생각한 걸까. 영력이 없는 그녀에게는 주종관계가 엮여있는지 어떤지 모르겠지. 보통의 주인과 도검으로 보이는 걸까.
“양복 같은 건 어떨까요?”
더러운 체육복 차림이다. 그런가, 탈의실에 들어가면 이치고 히토후리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 도망가라, 그렇게 속삭인 도검의 말이 뇌리에 되살아났다. 동시에 깨달았다. “새댁에게 선물이라도 해라.”이건 그 도검의 언질이다. 그러니까 내게 뭔가 사주려고 하는 거다.
이치고 히토후리는 나를 보면서 점원에게 대답했다.
“그렇군요.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머리끈 같은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만. 판매장은 이 막다른 길에서 왼쪽입니다.”
점원은 정중한 동작으로 길 안내를 해주었다.
“감사합니다.” 이치고 히토후리는 나를 재촉해 그쪽으로 나아간다. 나는 그걸 따를 수밖에 없었다.
점 내에는 환하게 인공적인 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화장품 매장 앞을 지나간다. 그리운 백화점 냄새. 도시 냄새. 먼 옛날의 일상 냄새. 엄마 냄새. 얼른 돌아가고 싶어. 얼른 돌아가자. 탈의실에 들어가면 점원을 불러 정부에게 연락을 해달라고 부탁하자. 그럴 수 있을까? 콘노스케는 어떻게 되는 거지? 여기서 이치고 히토후리가 붙잡히면, 혼마루의 다른 도검들은 눈치채지 못하겠지. 정부가 혼마루에 갑자기 쳐들어가면, 콘노스케는 무사하지 않을까. 너무 긍정적으로 생각한 망상일까. 그래도 불안과 기대로 가슴이 뜨거워진다. 영기가 흐트러지면 이치고 히토후리가 눈치챈다. 가능한 평상심을 유지하려 하지만, 숨이 뛴다. 이치고 히토후리가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 나는 자신의 영기를 컨트롤할 수 없다. 감정에 좌우된다. 엉뚱한 생각을 읽히고 말았던 걸까? 눈이 마주쳤다. 빤히. 그 황금빛 눈동자는 언제나 냉정하게 나를 붙잡는다.
“죄, 송합니, 다.”
“어째서 사과하는 겁니까?”
그렇게 말하고 대답을 기다리는 것도 아닌지, 이치고 히토후리는 엷게 미소지으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들떠있는 내 영기가 웃겼던 걸까? 이미 다 파악한 건가. 우물 안 개구리. 도망칠 수 있을 리가 없는데도, 이상한 생각을 하는 내가 불쌍하고 웃기다. 이런 계획성이라곤 하나 없는 작전이 잘 될 리가 없다.
옷 매장에 도착하자, 기다렸다는 듯 점원이 나왔다.
“뭔가 찾고 계십니까?”
“그녀가 필요할 만한 걸 골라주실 수 있으신가요.”
이치고 히토후리가 부드럽게 말하자, 점원은 숨을 들이쉬고 “네.”하고 녹는듯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 후, 내 쪽을 보고 훌륭하다 생각될 정도의 영업 멘트를 늘어놓았다.
“주인분이신가요? 젊고 날씬하시네요. 어떤 옷이 취향입니까? 큰 꽃무늬 원피스가 유행입니다만, 활동하기 쉬운 옷이 좋을까요. 평소에는 체육복이 많으십니까? 멋을 부리는 것도 중요하죠. 모처럼이니 몇 벌 시착해보세요.”
꽃무늬에 묘하게 팔랑팔랑한 원피스 몇 벌을 손에 들고, 나를 탈의실로 안내했다. 등을 떠밀려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이 점원이 좋은 사람인지는 불명확하지만, 작전대로 잘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던 찰나였다.
“아뇨, 시착은 괜찮습니다.”
이치고 히토후리는 조용하지만, 이상하게도 귀에 남는 강한 목소리를 냈다. “엣.” 뒤를 돌아보는 점원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하자, “시착은 괜찮습니다.”라며 빙긋 웃는 얼굴로 반복해 말했다.
“어떻습니까? 마음에 드십니까? 그렇다면 그걸로 하시죠.”
웃고 있다. 웃고 있는 것처럼, 나를 보고 말했다. 점원은 양손에 들고 있는 원피스를 번갈아 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곤란해하고 있다.
“사이즈가 몇 개 있는데, 입어보시는 쪽이……”
“이쪽으로.”
이치고 히토후리가 손을 내밀었다. 점원은 거절할 이유도 없어서, 원피스를 들고 다가오려고 한다. 아냐. 나다. 이쪽으로 오라고, 나에게 말하고 있는 거야. 어쩌지. 지금, 도망치면, 주변엔 많은 사람이 있다. 소란을 피우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 지금이라면, 지금밖에.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상반하여 점원이 이치고 히토후리에게 가까워진다. 눈이 마주쳤다. 꿀 색의 눈동자는, 나를 보고 있다. 점원에게는 일별도 주지 않는다. 아무래도 좋은 거야. 점원 따위, 아무래도. 길가의 돌멩이만큼 아무래도 좋다. 예를 들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면 베어 버려도 좋을 정도로.
“괜찮아요. 옷은, 이제 됐어요.”
점원을 앞질러서 이치고 히토후리의 손을 잡았다. 매끈한 장갑의 천 아래 커다란 손의 감촉이 강렬하게 현실을 파고든다. 진명을 몇 개나 품고 있는 손이다. 양손으로 붙잡아버렸다. 이치고 히토후리의 얼굴은 무서워서 볼 수 없다.
“왜 그러죠? 모처럼 골라주셨는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점원에게 등을 돌린 채 몇 번이고 고개를 숙였다. 손을 꽉 쥔 채로 계속. 이치고 히토후리는 후훗하고 웃었다. 내가 포기했다고 해석한 것이다.
“죄송하군요. 이것 참, 제멋대로라서.”
“아니요. 그럼 다른 필요하신 게 있으시다면 말씀하세요.”
점원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구두 소리가 멀어져간다. 내가 잠자코 고개를 숙이고 있자, 이치고 히토후리는 “너는 옷이 필요한 게 아니었습니까?”라고 물음표를 던져왔다. 화를 내는 건 아니었지만, 납득하지 못한 것 같았다. 내가 언제 그런 소릴 했다는 거야.
“죄송합니다.”
“상관없습니다만, 그럼 대체 뭘 갖고 싶으시죠?”
신끼리도 언질을 어기면 천벌을 받는 걸까. 이렇게까지 끈질기게 말할 정도의 벌이란 건 어떤 걸까. 갖고 싶은 것. 그런 거 생각해 본 적 없어. 현세로 돌아가서, 콘노스케와 초콜릿 케이크를 먹고 싶어. 단팥빵보다 맛있다고, 콘노스케에게 가르쳐주고 싶어. 집에 돌아가서 초콜릿 케이크를. 그러니까 지금은 “다, 단팥빵, 을.” 목소리가 떨린다. 예전에 내게서 단팥빵을 빼앗은 건 이 이치고 히토후리가 아닌가. 비참하게도 나는 뭘 부탁하고 있는 걸까.
“단팥빵? 저는 선물을 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만?”
천천히 손을 놓고 탈력했다. 도망칠 수 없다. 무서워. 자유는 눈앞에 있는데도. 어깨의 상처를 억눌렀다. 산 제물의 표식. 사라지지 않고 계속 있는.
이치고 히토후리가 말없이 걷기 시작했다. 따라갈 수밖에 없다. 빵 매장에서 아무거나 고르라는 말을 들어 단팥빵을 하나 손에 들자, 그걸 이치고 히토후리가 집어 들었다. 왜 이런 걸 갖고 싶어 하느냐 물을 뿐이다.
“그 외에는?”
내가 고개를 가로젓자, 이치고 히토후리는 점원을 불렀다. “이걸 있는 만큼 다 사겠습니다.” 점원은 시키는 대로 진열대의 단팥빵을 전부 바구니에 담아 계산대로 가져갔다. 계산을 끝마치고 종이봉투를 받아든 이치고 히토후리는 그대로 가게를 나섰다. 내게 주는 게 아니었어? 사준다고 말했지만, 준다고는 하지 않았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콘노스케를 기쁘게 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콘노스케는 지금쯤 혼마루에서 분명 나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겠지. 결국 나는 도검들의 변덕에 놀아났을 뿐이다.
별채로 돌아오자, 콘노스케가 금방 튀어나올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잠잠했다. 두리번거리는 내게 이치고 히토후리는 갑자기 종이봉투를 들이댔다. 어쩔 줄 몰라 하며 멍하니 서있자니, “네가 필요하다고 말했었잖습니까.”라며 의아해하며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내가 단팥빵을 받아들자, 이치고 히토후리는 담담하게 떠났다. 줄 생각이 있었던 걸까. 묵직한 단팥빵 몇 개가 들어 있어서인가, 비교적 무겁다. 종이봉투를 움켜쥐면서, 제대로 감사의 말을 해야 한다고 갑작스레 떠올렸다.
“저, 감사합니다!”
이치고 히토후리의 등에 대고 큰 소리로 말을 걸자, 천천히 돌아보았다. 일부러 불러세워 버린 건가. 괜한 소릴 하지 말아야 했나. 하지만 이유는 어찌 됐든, 단순히 기뻤으니까.
“아, 뇨.”
이치고 히토후리는 독기를 뽑힌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끈질기게 감사를 전해서인가. 잘 모르겠다. 조금 무서워져서, 한 번 더 고개를 숙이고 별채로 뛰어들었다.
“콘노스케, 콘노스케, 콘노스케에!”
어디에 있는 건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아직 뒤쪽 텃밭에 있는 걸까? 달려가 봤지만, 역시 없었다. 그 외에 갈 장소는 안채일까. 오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 오지 말라는 소릴 들었지만, 가지 않겠다는 소린 하지 않았으니까. 툇마루에서 잡목림 쪽으로 달렸다.
“사니와님!”
“여어! 도망치지 않았던 거냐? 도망치지 못한 거냐? 둔한 아가씨로군.”
콘노스케와 도검의 목소리가 겹쳐져 들렸다. 잡목림 입구에 두 사람이 보였다. 콘노스케가 전력으로 팔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사니와님, 무사하셨습니까!?”
“응.”
콘노스케는 도검에게 무슨 소릴 들은 걸까. 전신이 새하얀 도검은, 싱글싱글 엷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이봐, 이봐. 아무 짓도 안 할 테니 영기를 어지럽히지 말게. 대화도 못 하게 되잖나.”
내가 영기를 어지럽히면 왜 대화를 못 하게 되는 걸까. 콘노스케를 꼬옥 끌어안으며 도검에게서 거리를 둔다.
“상당히 싫어하는 모양이군. 뭐, 아무래도 좋아. 자네는 실로 재미있는 존재니까. 준비는 진중하게 하도록 하지.”
“무슨 의미인가요?”
내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고, 도검은 빙긋 웃으며 떠나갔다. 내게 좋은 일일 리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도 없다. 주의를 기울이고 말려들지 않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도검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콘노스케는 목을 빙빙 울리며 말했다.
“사니와님, 콘노스케 탓입니까?”
“뭐가?”
“사니와님이 도망치지 않았던 것은, 콘노스케가 걸림돌이 됐던 건 아닙니까?”
“아니야. 절대 아니야. 무서워서 도망치지 못했어.”
콘노스케가 있더라도, 없더라도 어느 쪽이든 나는 무서워서 도망치지 못했다. 도망칠 수 있을지 없는지도 모르는데, 무리할 순 없다. 이치고 히토후리는 내가 영력을 보급해주기만 하면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 나는 그걸 싫을 정도로 잘 알게 된 것이다. 슬플 정도로 뇌리에 각인되어버렸다.
“하오나……”
“있지, 콘노스케! 좋은 거 줄게. 뭐라고 생각해? 맞추면 줄게. 맞추지 않아도 줄게.”
나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니와님, 치사하지 않으십니다!”
콘노스케도 같은 톤으로 대답했다.
“뭐야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나는 웃었다.
“사니와님도 입니다!”
콘노스케도 깔깔 웃었다.
슬퍼할 일이라면 끝이 없을 정도로 있다. 지금은 그냥 전부 잊고서 단팥빵을 둘이서 먹으면 그걸로 좋잖아. 기쁠 때 제대로 기뻐하지 않으면 우리들에겐 또 이런 일이 있을 거란 보장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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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넘 불쌍해서 번역하면서도 울고잇다 ㅠ
아이고 주인공쨩...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
나의 아가씨를 번역해주는 아루지가 나의 아루지이십니다.. 그나저나 주인공 너무 불쌍하네ㅠㅠ
주인공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