私の娘
나의 아가씨
작가: 榊どら
원문 링크: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9831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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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고 히토후리가 영력 보급을 위해 납치되어온 사니와에게 이상한 집착을 하는, 얀데레계 이야기.
*블랙 혼마루 설정이 있는 어두운 이야기. 오리지널 설정 많음.
*폭력, 유혈, 도해, 성적인 이야기, 아동 학대 등의 내용도 나오니 트리거가 있거나 불편한 사람은 읽지 마세요!
*오역, 의역 있습니다. 일본어가 되는 사람은 원문을 읽어주시고, 작가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해주세요.
*허락 따로 안 받았으니 여기에서만 봐주세요!!
***
“이번 주인님은 츠루마루 님께 집착하고 계십니다. 아무래도 이쪽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변함없이 주인은 몇 명이나 바뀌고 있었다. 이제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몇 명이나. 도검들의 놀이는 계속 이어진다. 이 지옥은 그들이 질릴 때까지 이어지는 걸까. 그건 대체 언제일까. 나는 이전처럼 주인이 바뀔 때마다 영력 보급용 사니와로서 인사한다. 하지만 주인에게 가까워지기 위해 안채의 심부름을 자처하려고 하면, 그 전에 반드시 이치고 히토후리가 선수를 친다. 주인을 다정하게 설득하는 거다.
“이것은 몸이 튼튼하지 않습니다. 영력 보급이 멈추면 성가시니, 별채에 얌전히 있도록 해두겠습니다. 주인, 무슨 일이 있으시다면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이치고 히토후리가 달콤한 미소와 함께 흐르는 듯한 동작으로 무릎을 꿇으면, 주인들은 모두 녹는듯한 얼굴로 그에 응했다. 나는 매번 별채로 쫓겨났다. 어떻게 해서든 주인에게 접근해야겠어. 마음이 초조해졌다. 우리를 위해, 그리고 이대로 방치해두면 진명을 뺏길 주인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얘기를 들어줄 상황이 아니라고 해서 그냥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가해자와 같은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전에도, 그전에도, 그전에도, 벌써 몇 명인지도 모르지만, 그 어느 주인 때도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주인에게 가까워지려고 할 때마다 도검들이 방해한다.
“너, 이런 데서 뭐 하는 거야? 이치고한테 혼나도 모른다?”
내가 이치고 히토후리한테 무슨 짓을 당해도 처음부터 아무것도 안 해줬잖아. 그런 농담을 할 수도 없다. 나는 하얀 도검이 던진 말 이후, 전보다 한층 더 도검들이 무서워졌다. 나는 지금까지 불합리한 화를 내거나, 실제로 베어버린 이치고 히토후리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게 아무런 집착도 않는 다른 도검남사들 쪽이 훨씬 위험하다는 걸 억지로 알게 되었다. 좋아한다의 반댓말은 싫어한다가 아니라 무관심.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다면 일도 양단된다. 아픔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분명 두 동강으로 베어버리겠지. 도검들의 비위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 원래 누구도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대로 얽히지 않으면 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이치고 히토후리의 아내가 된 것으로, 도검들은 나를 발견하면 신기하다는 듯 놀려왔다.
“이런 곳에서 어슬렁거리기는, 남편은 어딨지?”
발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는데도, 눈치 빠르게 발견하고 비웃는다. 내가 경직하면, “재미없는 녀석이로구만.”하고 떠나가거나 “무슨 꿍꿍이속이냐. 넌 이치고의 아내지? 이상한 짓을 했다가는 아픈 꼴을 보게 될걸.”하고 협박해오는 일도 있었다. 냉혹한 시선에 붙잡혀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이치고 히토후리가 반드시 찾아왔다. 새하얀 도검이 말한 “내 영기가 흐트러지면 대화도 못 하게 된다”고 한 것은 이치고 히토후리가 오기 때문이라는 걸 이해했다. 예속된 것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 영기가 평상시와 달라지면 눈치채는 것 같다. 무슨 좋지 못한 짓을 했는지 확인하러 찾아오는 것이다.
“정말이지 너는, 안채에 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내가 도검의 앞에서 떨고 있자, 어처구니가 없다는 목소리로 말한다. 이상하게도 나는 이치고 히토후리가 오면 안심했다. 다른 도검보다도 이치고 히토후리쪽이 훨씬 나았다. 베이더라도 죽이지는 않을 거란 확증이 있었다.
“죄, 송합니다.”
“어째서 말을 듣지 않는 거죠?”
신기했던 것은 이치고 히토후리는 매번 내게 주의를 주지만, 어조에 비해 그다지 분노를 품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안채를 찾아갈 용기를 송두리째 빼앗기지 않을 수 있었다.
“심심하시다면 책이든 뭐든 사드리겠습니다. 뭐가 필요하십니까?”
심심풀이로 혼마루를 산책하고 있는 게 아냐. 적어도 그 정도는 눈치채고 있을 터였다. 어차피 도망칠 수 없을 테니까 비아냥거리는 건가. 섬뜩해서 견딜 수 없었다. 요즘에 와서는 줄곧 그렇다. 이치고 히토후리는 식사를 가져다주러 아침 점심 저녁으로 별채에 찾아올 때마다 매일같이 말했다.
“뭔가 필요하신 게 있다면 말하세요.”
나는 그게 무섭고, 무서워서 어찌하지도 못했다. 소망의 대가는 분명히 크겠지. 아내로서 원하는 것은 준다, 대신 여기에 계속 얽매어 놓는다. 내가 무언가 바라는 것을 손가락을 꼽으며 기다리고 있다. 그 증거로, 내가 고개를 저으면 미간을 찌푸린다. 언제까지 거절할 수 있을까? 계속 거절하면 기다리다 지쳐, 뭔가 강제 수단을 쓸지도 모른다. “준비는 진중하게 하도록 하지.” 새하얀 도검이 한 말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나는 뭔가 도검들의 놀이에 휘말려 있는 건 아닐까. 얼른 주인에게 진실을 전하고 정부에 연락하고 싶다. 하지만 그런 내 계획 따윈 도검들은 이미 꿰뚫어 보고 있고, 새장 속의 새를 여흥의 일환으로 발버둥 치게 하려는 것에 불과한 걸까. 불안에 휩싸이게 되었다. 나와 콘노스케는 서로를 격려하며, 가늘고 얇은 끊어질 것 같은 한 줄기의 빛을 이어가고 있었다. 현세에서 초콜릿 케이크를 먹는다. 그것만을 목표로 삼았다.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나날은 계속됐다.
그 주인이 왔을 때, 숨을 삼켰다. 지금까지 온 어느 주인보다, 아니, 나보다 훨씬 더 강인한 연력을 지니고 있었다. 청색에 가까운 감색으로, 나는 그녀의 영기가 바른 것일까 나쁜 것일까 너무 특이해서 판단이 서지 않았다. 모든 것이 자신감으로 넘쳐흘러서, 그 깊숙이 바닥을 알 수 없다. 무섭다, 그 한 점이 마음에 걸렸다.
“영력 보급용 사니와? 그런 거 필요 없어. 정부로 돌아가 줘.”
인사차 방문한 방에서, 그녀가 딱 잘라 말했을 때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네, 네! 지금 바로 돌아갈게요!” 내가 대답하는 것보다 훨씬 앞서 이치고 히토후리가 말했다.
“아뇨, 이건 돌아갈 곳이 없거든요. 영력 보급을 하지 않더라도, 여기서 일하는 것도 있습니다. 주인의 눈에 띄지 않도록 해둘 테니까. 부디, 신경 쓰지 마시길.”
“그래. 그렇다면 별로 상관없지만.”
주인은 흥미 없다는 듯 말했다. 출구 직전의 동굴에서 생매장되었다. 하지만 이 주인이라면 반드시 우릴 현세로 돌려보내 줄 것이다. 도검들의 독니에 걸리기 전에, 어떻게든 이야기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 온 거야. 드디어 왔어. 그녀는 우리의 구세주가 된다. 그렇게 생각했다. 마음이 뛰었다. 그런 안이한 나를 이치고 히토후리는 어리석고 냉담하게 보고 있었겠지. 별채에 돌아오자 강한 어조로 말했다.
“안채에는 절대로 오지 말도록. 반드시입니다. 아시겠습니까?”
그 말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엄청난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황금빛 눈동자가 가물가물 끓어오르듯 흔들렸다. 그 주인이 나를 정부의 곁으로 돌려보낼 것을 우려하고 있는 거겠지. 언제라면 “오지 말도록.”이라고만 했을 텐데, 이번에는 내 의사를 확인하려고 하고 있다. 주인에게 접촉하지 못하도록 언질을 뺏을 생각이다. 말을 돌리지 않으면 안 된다.
“뭐, 뭐라도, 일을 해야, 만.”
“일? 아아, 그걸 진심으로 받아들이셨던 겁니까. 너는 여기서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으면 됩니다. 갖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드리겠다 말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바빠질 테니, 여기에는 그다지 오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만. 식사는 다른 이에게 전해두도록 하겠습니다. 무슨 일 있다면, 그 자에게 말하세요.”
오지 못하게 된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치고 히토후리가 없어지는 걸까. 이건 한층 더 좋은 기회가 아닌가. 아니, 다른 도검으로 바뀐다. 반대로 중대한 사태가 되는 걸까. 너무 청천벽력같은 이야기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른 이라니……?”
내가 어리둥절해서 중얼거리며 말하자, 이치고 히토후리는 웬일인지 웃었다.
“여기에는 아무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는 쪽이 좋은 것 같군요. 걱정하지 않더라도, 무슨 일이 있다면 제가 바로 오겠습니다. 그렇군요, 음식은 오래 보존할 수 있는 것을 가져다 두도록 하죠.”
무슨 일이 있으면 온다. 딱히 어딘가로 가는 건 아닌 것 같다. 대체 뭐란 말인가. 나를 안채에 출입 금지 시켜 뭘 할 생각이지?
“왜, 그런, 가요?”
“네?”
“왜, 매일, 오시지, 않는, 겁니, 까?”
안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려고 하는 건 명백하다. 조금이라도 정보를 입수하고, 주인과 접촉할 기회를 재지 않으면 늦는다. 이치고 히토후리가 또, 후훗 하고 웃었다. 나의 얕은 생각을 간파하고 있는 것이다. 오싹하도록 달콤한 우아한 미소. 이 미소로 주인에게도 속삭이는 걸까.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을 현혹하고도 남는다.
“가능한 한 오도록 하겠습니다.”
내게 이유를 친절히 알려줄 필요는 없다. 안채에서 별채로 식사를 가져다주러 오는 것조차 못하게 될 이유는 뭘까. 무심코 안채를 들여다보다가, 이치고 히토후리와 우연히 눈이 마주쳐 버렸다. 이번의 “오지 마.”는 진심으로 오지 말라는 얘기다. 아마, 어기면 밧줄로 꽁꽁 묶일 수준이겠지. 무엇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내게는 따르는 것 이외의 선택지는 없다. 눈이 마주치자, 이치고 히토후리는 웃는 얼굴로 말했다.
“네가 걱정할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군요, 단팥빵도 사둘까요. 착한 아이로 있는 겁니다?”
주인에게 정부로 연락을 해달라고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일상생활도 중요하다. 식사를 받을 수 없게 되면 생명과 직결된다. 결국 나는 도검이 기르는 개다. 그렇게 살아왔다. 비참하게도. 존엄을 송두리째 빼앗기면서. 이치고 히토후리에게 머리를 숙이는 수밖에 없다.
“가, 감사합니다.”
이치고 히토후리는 내가 거스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기분 좋게 별채를 떠났다.
***
굶주림에 허덕이던 그 날의 내가 지금 상황을 안다면, 이곳을 천국이라고 생각할까. 기뻐하지 못하는 나는 분에 넘치는 소릴 하게 된 걸까. 나 따위의 인생에 있어서는 과분한 행복을 받고 있는 건 아닐까.
별채의 부엌에는, 대량의 식량이 놓여있었다. 단팥빵도, 잼 빵도, 메론 빵도 있었다. 레토르트 식품도 통조림도. 초대 사니와에게서 받은 한 달분 식량보다도 훨씬 더 많은데도, 이치고 히토후리는 올 때마다 또 이것저것 가지고 온다. 먹을 것뿐만이 아니다. 머리 장식이나 옷이나, 세계 명작선 같은 책까지도. 하지만 확실하게 별채에 찾아오는 횟수는 줄었다. 하루에 한 번, 사흘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으로 적어져 갔다. 별채에 콘노스케와 단둘이, 식량도 있다. 지금까지중 가장 이상적인 생활이었다.
“콘노스케, 주인님이랑 얘기했어?”
지금의 주인은 콘노스케가 곁에 다가가는 걸 거리끼지 않았다. 정부의 쿠다키츠네라고 고하자, “그래.”라고만 했다. 전임들은 모두 다 콘노스케를 박해했다. 정부에게 혼마루의 현황을 밀고하면 곤란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통신기기는 만지지 못하게 했고, 당연히 패스워드도 알려주지 않았다. 도검들이 지배하고 있는 혼마루라고는 해도, 찾아오는 주인들 또한 제대로 된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나를 현세로 돌려보내 주지 않을 정도로 자기중심적인 주인들이었다. 아마도 도검들은 영력 탱크가 붙은 혼마루라는 명목을 붙여 암거래하듯 주인들을 모집한 것이다. 그러니까 제대로 된 사니와가 오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주인은 달라. 어떤 루트로 온 건지는 불명이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그녀는 자신의 영력으로 혼마루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에게 뒤가 켕길만한 일은 없다. 당당하게 아무것도 숨기는 게 없으니까, 콘노스케를 냉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콘노스케가 정부에게 보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고 말하면, 아주 자연스럽게 연락을 취할 수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우리는 생각했다.
“이치고 님이 언제나 곁에 계셔서, 아무래도 가까이 갈 수 없습니다.”
콘노스케는 내 질문에 빙글빙글 목을 울렸다. 이치고 히토후리는, 콘노스케가 안채에 방문하면 으름장을 놓아 별채로 돌아가도록 강요를 했다고 한다.
이치고 히토후리는 지금의 주인에게 이상할 정도로 집착하고 있었다. 그게 별채에 오지 않게 된 이유였다. 여기에 오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로 그녀에게 푹 빠져있는 거다. 이치고 히토후리는 더는 진명 뺏기 게임에 흥미가 없는 듯하더니, 갑자기 왜 그러는 걸까. 전에도, 전에도, 그전에도, 몇 명이나 전에도 계속 안채로 정찰을 하러 가도, 주인에게 구애하는 건 다른 도검뿐이고, 이치고 히토후리는 게임에 참가한 기색이 없었다.
“영력이 높은 사니와의 진명을 빼앗으면 신격이 오르기 때문일까?”
“신격을 올리는 것에 그 정도로 의미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놀이의 부산물이죠. 거기다 신격을 올리고 싶다면, 영력이 강하고 약한 것을 떠나 수를 늘리는 것이 훨씬 높아집니다. 이렇듯 한 사람의 사니와를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이치고 님의 주인님을 대하는 태도는 마치……”
콘노스케는 거기까지 말하고 꾹 하고 입을 다물었다. 내게 말할 수 없는 무슨 무시무시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
“뭐야? 난 괜찮으니까 말해줘.”
콘노스케는 까만 눈동자로 나를 조용히 보면서 나직이 대답했다.
“마치 연모를 품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연모? 사랑하고 있다는 거야?”
콘노스케는 끄덕끄덕했다. 너무나도 예상 밖의 대답이었기 때문에, 나는 정말로 여우에게 홀린 기분이었다. 갑자기 멀리서 일어나고 있는 무관계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런 종류의 것은 벌써 진작에 내 세계에서는 사멸한 것이다.
“그건 늘 하던 방식 아니야? 주인에게 연심을 갖게 해서 진명을 빼앗는 게 상투적인 수법 아니야?”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주인이 그 희생양이 되어왔단 말인가. 이제 와서 사랑하고 있습니다 라니, 호러 소설에서 러브 로맨스로 바뀌었다고 해도 사고가 쫓아가질 못한다.
“하오나, 지금까지와는 느낌이 다릅니다. 뭐라고 할까요, 여유가 없다고나 할까, 진지함의 정도가 다르다고 해야 할까. 그림자처럼 딱 달라붙어 있고, 주인님의 일은 전부 이치고 님이 관리하고 계십니다. 사람 따위는 길가의 돌멩이 정도로만 생각하는 이치고 님이, 놀이로 그렇게까지 하실까요. 그리하시는 의미를 모르겠습니다.”
내가 완전히 부정할 거라 생각해서 콘노스케는 말을 멈춘 걸까. 가능성이 있다는 건 염두에 두고 여기서 도망칠 준비를 하는 쪽이 좋다. 하지만 이건 너무 생뚱맞은 생각이 아닌가. 실제로 이치고 히토후리가 주인을 꼬시는 모습을 보지 못한 내가 무조건 부정하는 것도 이상한 이야기지만.
“저기, 정말로 이치고 히토후리는 주인님을 좋아한다고 생각해?”
“주인님을 손아귀에 넣고 싶어 하는 건 확실합니다.”
“그건 예를 들어, 주인님의 영기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계속 영기를 보급받고 싶어 할 가능성도 있는 거지?”
내가 말하자 콘노스케는 빳빳하게 꼬리를 세웠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사니와님이 계신 후로 영력 운운을 하지 않게 되셨습니다. 그 주인님은 영력이 아주 높으십니다. 그렇다면 사니와님은 해방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콘노스케는 눈을 반짝반짝 빛냈지만, 나는 반대로 무겁고 어두운 기분이 되었다. 영력을 보급하지 않아도 된다면 돌아갈 수 있을까. 지금까지도 몇 번이나 있었다. 그때마다 기뻐하고, 나락으로 떨어졌다. 내가 입을 다물자, 콘노스케도 그걸 알아차리고 조용해졌다. 불필요해지면 방치해둘 뿐. 도움 따위 받을 수 없다. 우리는 얼른 주인과 접촉해 정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이치고 히토후리가 주인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특별한 무언가의 마음을 품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뭔가가 바뀌기 전에 이쪽도 움직이지 않으면 위험하다.
우리는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내가 불필요하니까 다른 혼마루로 이동시켜야 한다고 진언한다는 거야?”
“네. 주인님은 프라이드가 강하신 듯하니. 지금까지의 주인님은 사니와님의 영력이 필요했습니다만, 주인님께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사니와님을 다른 혼마루로 이동시키는 쪽이, 세상을 위한 일이라고 진언한 후에, 정부에 보고서를 올리기 위해 연락을 취하고 싶다는 뜻을 전할 겁니다. 그렇다면 주인님은 납득하시지 않을까요. 혼마루의 참상은 정부에 돌아간 뒤라도 폭로할 수 있습니다. 지금 여기서 섣불리 주인님께 진실을 털어놓는 것보다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콘노스케는 아무도 없는 별채지만 주의 깊게, 내게만 들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네. 그거 좋은 생각이야.”
정부의 쿠다키츠네의 냉정한 판단이다. 주인이 반대할 일 따윈 없겠지.
“네. 그럼 콘노스케는 잡목림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이치고 님이 마지막으로 방문하시고부터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언제 오셔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응.”
이제 이치고 히토후리가 오는 것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이치고 히토후리가 별채에 온 타이밍에 콘노스케가 주인의 곁으로 향한다. 둘이 있을 때 간다면, 콘노스케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이치고 히토후리는 언제나 가까운 길인 안마당을 지나서 오니까, 잡목림 쪽으로 안채로 돌아가는 것이 최선이다. 공들여 시뮬레이션한 결과였다. 나는 가능한 이치고 히토후리를 붙잡아둬야 한다. 어떻게? 쓸데없는 말을 했다가 호되게 혼나면 어떡해야 하지. 주인의 영력이 있으니까, 나는 이제 쓸모가 없다. 이치고 히토후리는 다른 도검들과 마찬가지로 간단히 나를 베어버리는 존재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하지만 겁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혼자 남은 나는 부엌 테이블에 앉아 이치고 히토후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툇마루에서 서서 이야기하는 것 보다, 신발을 벗고 올라오는 동안 시간을 번다. 그 정도밖에 더 길게 이치고 히토후리를 이곳에 붙잡아 둘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이치고 히토후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치고 히토후리는 정말로 주인을 좋아하는 걸까? 인간에게 그런 감정을 가질 수도 있는 거야? 거짓 사랑을 노래하며 여러 주인의 진명을 빼앗아놓은 주제에, 이제 와서 무슨 낯짝으로 진실한 사랑을 속삭이는가. 그녀와 전 주인들은 뭐가 그렇게 다른 거야. 사랑은 맹목, 이론이 아니다, 좋아하게 된 건 어쩔 수 없다. 세상이 얼마나 불합리하고, 비합리적이고, 불평등한 것인지는 알고 있다. 그녀만이 특별. 그렇다면 그걸로 크게 상관없다. 하지만 만약, 이치고 히토후리가 사랑을 하고 있다면, 주인을 좋아한다면, 그 백 분의 일이라도 나를 향해주지 않을래? 주인을 좋아하는 마음이,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나를 불쌍히 여겨 현세로 돌려보내지 않을래? 주인과 혼마루를 운영해나간다면, 지금까지의 일은 정말로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을게. 영원한 비밀. 모든 것을 잊고 나는 입을 다물고 현세로 돌아갈게. 이치고 히토후리에게는 무리라도, 주인에게 부탁하면, 그녀가 대신 부탁해주면 이치고 히토후리도 들어주는 건 아닐까? 역시, 주인과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돼. 이치고 히토후리가 말한 무슨 일이 있다면 온다는 말은 아직도 유효한 걸까. 격하게 영기를 흩트려 놓으면 와주는 걸까. 자신의 영기가 감정에 연동되는 것은 평범한 일이라고 콘노스케가 말했다. 하지만 내 경우는 그게 더 뚜렷하다. 학대를 받고 자란 탓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억제되어왔다. 그러니까 그게 영기로 표출되게 된 것 같다. 불안이나 공포, 슬픔 같은 건 특히 강하게 영기에 반영되는 것이다. 이치고 히토후리는 오지 않는 걸까. 와줬으면 좋겠다. 빨리, 빨리, 빨리――――――……
“ ……이런 곳에서 자지 말고, 제대로 이불에서 자도록 하세요.”
어깨에 닿는 손의 감촉과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공백의 머리에 이치고 히토후리의 얼굴이 가까이 보여, 오히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나를 의자에서 안아 올리려 한 것 같은 이치고 히토후리는, 흐느끼며 몸을 젖히는 나를 보고 몸을 뗐다. 무심코 잠들어버린 듯 하다.
“너는 제대로 식사를 드시고 있는 겁니까? 조금 야윈 것 같습니다만?”
“아, 빵, 을.”
“빵? 그건 간식이잖습니까. 나는 제대로 식사를 챙겨 드시라 말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너는 말랐으니까.”
내 입이 짧은 것은 어렸을 때 굶어 죽을 뻔했기 때문이겠지. 적은 양으로도 만족할 수 있도록 순응한 것이다. 살기 위한 진화다. 뭘 멋대로 말하고 있는 거야.
“데워서 먹기만 하면 되잖습니까. 듣고 계십니까?’
“죄송, 합니다.”
거리가 묘하게 가깝다. 앉아있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얼굴을 들지 못하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그런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이치고 히토후리는 작게 숨을 내쉬고 오늘 가져온 듯한 물건을 테이블 위에 펼쳐놓았다. 단팥빵만 먹지 말라고 하는 것 치곤, 언제나 단팥빵을 마구 가져온다. 콘노스케가 몹시 기뻐하니까, 나도 기뻤다.
“쿠다키츠네는 어디에 있습니까?”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이치고 히토후리가 말했다. 콘노스케에 대해선 지금껏 한 번도 말한 적 없었는데, 오늘따라 왜 그런 걸 묻는 걸까. 거짓말은 할 수 없다. 고개를 저으면 이치고 히토후리는 짜증을 내며 말했다.
“그 쿠다키츠네는 무슨 꿍꿍이속인지. 한 번 따끔한 맛을 보게 하는 쪽이 좋을 것 같군요.”
“그만둬주세요!”
왜 콘노스케를 괴롭힐 필요가 있는 거야.
“……너는 그래도 좋습니까?”
무슨 뜻이야. 좋은 게 당연하잖아. 내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자 이치고 히토후리는 “그렇습니까.”라고만 짧게 대답했다. 뭐가 지뢰인지 모르겠어. 무서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뭐 갖고 싶은 건 없으십니까?”
고개를 흔들자 이치고 히토후리는 또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치고 히토후리가 문 쪽으로 향한다. 위험해. 지금 돌아가면 콘노스케와 주인이 대화하고 있는 곳에서 마주치겠지. 콘노스케가 돌아올 때까지 붙잡아두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런 건 무리겠지. 하지만, 최소한 조금이라도 오래.
“차, 차를 내오겠습니다.”
“차?”
정신없이 일어나, 테이블 뒤의 버너로 냄비에 불에 올려놓고 물을 끓였다. 대뜸 차를 권하다니, 완전 이상해. 그렇지 않아도 예리한데. 힐문 당하면 어떻게 넘겨야 하는 걸까. 세심하게 계책을 세웠지만, 여기에 이치고 히토후리를 머물게 할 방법만큼은 떠오르지 않았다. 이치고 히토후리가 어떻게 생각한 걸까. 버너 앞에 서서 등을 돌리고 있으니, 상황을 가늠할 수 없다. 벌써 방을 나간 건 아닐까. 성실하게 내게 응할 의무는 없다. 사랑스러운 주인이 기다릴 테니. 콘노스케는 괜찮은 걸까. 안돼. 매달려서라도 붙잡고 있지 않으면 안 돼. 뒤를 돌아보려는 내 한발 앞서 이치고 히토후리가 목소리를 냈다.
“왜 그러죠? 안 갔으면 좋겠습니까?”
네, 라고 대답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가까이 다가왔다.
“그, 게.”
어쩌지. 돌아오면 온대로 곤란하다. 이유 따위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당연하게도 의심받고 있다. 나는 바보다. 왜 잘하지 못하는 걸까. 이치고 히토후리를 앞에 두자니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사고가 멈춘다. 무서워. 무섭다고. 아무튼 무서워. 스윽 하고 이치고 히토후리가 뒤에 서 있다는 걸 알았다. 정말로 바로 뒤. 주먹 하나의 빈틈도 없을 정도로 바로 뒤에 있다.
“사랑스러운 짓을.”
웃고 있다. 뭐가 웃긴 거지? 뭘 눈치챈 거야?
“역시 이제 끝내도록 하죠.”
“끄, 끝?”
“예. 너는 이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겁니다. 필요 없습니다.”
귓전에 속삭이는 목소리는 마치 조용하고, 주위의 잡음이 완전히 사라져 깊게 몸속에 스며드는 것처럼 들렸다. 끝. 지금, 여기서? 그런 바보 같은. 아무리 그래도 너무 무자비하잖아.
“주, 주인, 님이, 있으니까……?”
“그렇습니다. 그런 것보다, 너,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
이치고 히토후리는 내일 날씨를 묻듯 물었다. 진명을 빼앗는데, 그렇게 조잡하게 물어서 대답하라는 걸까. 내 인생은 뭐야.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거지? 이제 끝이야. 이치고 히토후리의 왼팔은 배를, 오른팔이 가슴을 감싸듯 둘러왔다. 구속됐다. 어떻게 되는 걸까. 어떻게 해야 좋은 걸까. 몸속의 혈관이 팽창해, 쿵쾅쿵쾅 뛰는 것만 같았다. 몸 안의 피가 마구 돌고 있는데도, 체온이 점점 내려간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추워.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너무 추웠다. 이치고 히토후리의 팔에 힘이 실려 온다.
“뭘 그렇게 두려워하고 계신 겁니까? ……아아, 미카즈키 나리의 그것을 보셨습니까. 내가 너에게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습니까. 나는, 너를……”
“읏!”
오른쪽 어깨에 입술을 대고 있다. 입술이, 혀끝이 상처를 덧쓰고 있다. 졸도할 뻔했다. 콘노스케는 어떻게 된 걸까? 정부에 연락은 한 걸까? 기적이 일어나서 지금 당장 도움이 오지 않을까?
“너는 좋은 냄새가 나는군요. 몸에서 정말 어떻게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는 겁니까?”
힘이 빠진다. 다리가 떨린다. 서 있을 수 없다. 콘노스케는, 아직인가, 콘노스케, 콘노스케, 콘노스케……!
“뭐, 그래도 아직 먼저 해두어야 할 일이 있으니까 말이죠. 착한 아이니까 잠시 기다리세요.”
이치고 히토후리는 나를 안고 의자에 앉히더니 끓는 물의 불을 끄고서 웃었다.
“차는 다음에 왔을 때 타주세요.”
이치고 히토후리는 달콤한 시선을 이쪽으로 향하고 있다. 역대 주인들을 향한 것과 같은 거짓된 다정한 미소. 이번 타겟은 나. 꿀 빛 눈동자가 녹듯이 느슨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무것도 몰랐더라면, 행복하게 속아 넘어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울부짖으며 도망칠 엄두를 못 낼 정도로, 이미 전부 알고 있었다.
“식사 잘 챙겨 드셔야 합니다?”
이치고 히토후리는 그렇게 말하고 별채를 떠났다. 살을 찌워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때를 기다리고 있다. 무슨 동화였지. 일전에 읽은 세계 명작전집에 있었다. 그 이야기의 결말은 어땠지. 나쁜 마녀를 해치우고, 따듯한 집으로 돌아가는 거였지. 그런가, 똑같다고 생각하면 안 돼. 그건 꿈같은 이야기에 불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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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세상 쌍방 오해물 ㅠ
결말 알고 보는데도 얘네는 진짜 파국엔딩 말고는 상상이 안가 사니와가 너무 불쌍... 아루지 번역 감사합니다ㅜㅜ
아륵지 번역 고마워요
아륵지 언제나감사합니다..정말 저세상 쌍방착각물인데 이게 착각인지... 그냥 저쪽에서 혼자 급발진 자기완결해서 결혼서류 도장찍어온건데 받는쪽은 아니 왜??? 이런 얼떨떨한 감정 뿐일테니까요... 초반에 자기 감금(일단 가담했으니)하고 칼질한게 너무 컷습니다 크으으...
ㄹㅇ 초반에 칼질만 안하고 좀만 다정하게 대해줬으면ㅜㅜ딸기야...
진짜 초반에 칼질만 안하고 대화가 좀 있었더라면 이렇게까진 안왔을텐데...
아가씨 입장 공포호러물... 진짜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