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실험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프로토타입입니다. 되도록 사니와님의 인식에 저해가 생기지 않도록 설정해 두었습니다만, 불확정요소로서 투입되는 도검남사의 숫자도, 그것을 우연히 처음부터 장비한 상태로 눈을 뜬 사니와의 비율도, 사니와측이 시작하자마자 순식간에 괴멸하지 않을 정도의 역행군 비율도, 어느정도로 설정해야 할 지 전부 손으로 더듬어가는 상태였습니다. 이번 실험 결과를 감안하여 개량이 필요한 점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실험의 사정상, 사니와의 의식이 눈뜨는 초기 시점에서 각 사니와에게 한 명당 한 대, 자동적으로 단말을 장비시켜 두었습니다만 그 점에 대한 인식을 얼버무려도 1의 사니와님처럼 도중에 우ㅏ화감을 느끼는 사니와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말이 없으면 스무스하게 진행할 수 없고, 그렇다고 해서 시뮬레이선의 특성상 모든 사니와에게 일제이 설명을 한 다음 시작할 수도 없는 일이지요. 그래서는 유쾌범의 데스게임이 되어버리니까요"
"데스게임보다 나쁘지 않았다는 식으로 들리는데. 사니와들끼리 서로 의심하기를 유도하는 요소를 넣어두고서 잘도 그런 말이 나오는구나"
"그것도 포함해서 각 사니와가 어떠한 행동을 취하는지를 보기 위한 실험이었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말한 눈 앞의 여우는, 이쪽의 반응을 살피는 것처럼 침묵했다.
1은 그것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지금까지의 대화 내용에서 자연히 떠오른 상상에 문득 의식을 빼앗겼다.
어쩌면.
이 실험은, 사니와들 속에 숨어든 이물질이 누구인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경우, 또는 알았지만 배제하지 못했을 경우 등에는 전멸하는 순간 다른 선택지가 주어지게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128명이나 사니와가 모여 있으면 모두가 다 똑같은 생각을 할 수 없다.
사니와라는 직무에 대한 의식에 대해서도 제각기 생각 차이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절망의 끝자락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나타난다면.
숨어들어 있던, 소중한 사람의 모습을 한 역사수정주의자가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며 유혹하며 손을 뻗는다면.
자신의 죽음이 걸려 있지 않아도, 예를 들어 자신의 칼이 부러져 역사개변을 잠시나마 생각했던 적이 있는 사니와는 그리 드물지 않을 것이다.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에도 매달린다. 사람은 희망 없이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지푸라기에서도 희망을 찾아낸다.
자신의 죽음을 아까워하는 것도, 스스로의 소중한 존재를 지키려 하는 것도, 둘 다 그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궁지에 몰렸을 때 그러한 한 줄기 희망의 빛을 찾아내려 하는 것도.
하지만 그러한 인간의 감정을 제멋대로 농락하며 이용하력 하는 비열한 행위는, 일반적인 윤리관에 비춰 보아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일임에 틀림없다.
희망에 흔들리는 사람을 찾아내 극한 상황의 선택을 통해 사니와 적성을 밝혀낸다는 행위도 똑같아서, 결코 좋은 취미라고는 할 수 없다.
"본부가 행하는 모든 일은, 단 하나, 역사를 지킨다는 목적을 위한 일입니다"
이윽고 또다시 입을 연 대롱여우는 1의 마음 속에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읽어냈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자동 기계장치처럼 쩍 벌어지는 입에서, 짐승과 기계 사이의 기묘한 부조화가 동거하고 있었다.
밤이 깊어 등불도 꺼진 방 안, 집무용 책상 위에 있는 흐릿한 광원만이 그 모습을 비춰 작은 여우의 그림자는 몇 배나 크게 뻗어 있었다.
밤의 어둠 속에 중얼거리는 듯한 소리로, 온도가 없는 1의 목소리가 내려앉았다.
"지금 여기 있는 모든 인간들도, 곧 역사의 하나가 될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마라"
덜컥, 하고 대롱여우의 목이 기울어졌다.
기계 장치 처럼, 생물로서는 부자연스러운 각도로 짐승을 흉내낸 머리가 흔들린다.
"-----그 또한, 우리가 승리하고 난 다음의 이야기입니다. 이기지 못하면 과거도 미래도 무엇 하나 지킬 수 없으니까요"
"내 말은, 과거나 미래라는 말을 면죄부 삼아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을 희생하는 행위에 정당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말이다. 과거도 미래도 전부 다 현재의 끝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야. 지금이 없으면, 과거도 미래도 의미가 없다"
1의 담담한 말을 대롱여우는 고개를 기울인 채 들었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장식품처럼 움직이지 않는 그 모습이, 받아들인 정보를 읽어들여 해답을 검색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1의 머릿속에 'Now Loading' 이라는 하등 쓸모가 없는, 바보같은 말이 스쳤다.
이윽고 대롱야우의 목이 천천히 원래 위치로 돌아왔다. 덜컥 하고 입이 벌어진다. 두 눈과 벌린 입 속의 세 나락을 보여주면서, 대롱여우는 어딘가 기계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적은 무겁게 받아들이겠습니다만, 규율에 어긋난 것은 아닙니다"
1은 그 말을 듣고 희미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려 하 하고 웃었을 뿐,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이야기가 거기서 끝났다.
떠나기 전에 대롱여우는 한가지를 더 말했다.
결국 1 앞에서 가식을 떨어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처음 나타났을 당시의 감정 풍부한 모습을 되돌리지 않았던 대롱여우가, 갑작스럽게 질문했다.
"당신께서 그 프로그램에 '3의 사니와' 님의 모습을 본 것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본부에서는 의외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분의 접점은, 어린 시절에 알고 지냈다는 정도의 기록밖에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만, 그것만으로는 그렇게까지 집착하시는 데 대한 근거로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번 묵살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던 그 질문에 대해서는, 어차피 또 탐색전을 펼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1은 그리 동요하지도 불쾌해하지도 않고----애초에 그러한 질문을 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불쾌했다는 이유도 있었을지도 모르지만----그저 조용히 눈을 가늘게 좁혔다.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한 태도로 시선을 빈 허공으로 향하며 물었다.
"그래서, 뭔가 알았냐?"
"----아니오, 공적인 기록은 아무것도. 경력을 거꾸로 되짚어 봐도 그것 외에는 특별한 접점이 없었고, 사니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어 있는 생체 정보를 보아도, 두 분 사이에 혈연 관계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야 그렇겠지. 나랑 그건 그냥 악연이니까"
"그러나"
어디까지나 정중한 자세를 유지하던 목소리가, 1의 말을 가로막듯이 흘러나왔지만 1은 대롱여우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할 지 대부분 예상이 되기 때문이었다. 반응하기만 해도 쓸데없는 탐색을 벌일 단서를 주게 되고, 1은 이제 더 이상 이 건에 관해 파고드는 것을 환영해줄 마음이 없었다.
"두 분께서는 모두 양자이셨죠"
대롱여우가 꺼낸 말은, 역시나 1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1은 아무런 감정도 내비지치 않는 눈을 천천히 대롱여우에게 향했다.
집무용 책상 위에 팔꿈치를 괴고, 어둠에 녹아들 것 같은 눈을 무감정하게 움직인다.
"---그래서?"
"그것 뿐입니다. 그 외의 공통점은 무엇 하나 기록에서 찾아볼 수 없었거든요. 두 분 다, 양자로 거두어진 타이밍도 달랐고, 출생에 관해서도 기록상은 버림받은 아기로 등록되어 있었습니다. 3의 사니와님에 이르러서는 양자가 된 다음에도 7살이 되기 전 빠른 단계에서 발견되어 본부가 거두었으니, 본부가 오랫동안 연구해 온 3의 사니와님의 특이한 출생의 비밀에 대해서도 아직 눈에 띄는 정보도 확신도 얻지 못했다는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애초에 3의 사니와님이 사니와 직무와는 무관한 일반 가정에 양자로 들어간 것에 비해, 1의 사니와님께서는 처음부터 사니와와 인연이 깊은 신기관 가문으로 들어가셨으니, 환경도 다르다고 해야겠죠"
"나는 은혜도 모르고 재빨리 도망쳐버렸지만 말이야"
1이 어린 시절 3과 알고 지내게 된 계기를 얻은 것도, 그렇게 얼마 동안 신기관 소속 집안에 있었던 인연 때문이었다.
자립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마자 재빨리 집에서 뛰쳐나와 그대로 연도 끊었기 때문에, 정식으로 사니와가 된 18살 당시에도 일단 서류상으로는 일반인 출신 사니와로 등록되어 있을 것이다. 당연히 그것은 눈 앞에 있는 대롱여우도 알고 있을 것이며,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을 대답하는 1에게 대롱여우는 동요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즉 당장 본부에서 알 수 있는 정보로는 당신과 3의 사니와님 사이에 특별한 인연이나 관계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실험에서 3의 사니와님에 대한 당신의 태도, 선택은, 당신에게 있어 3의 사니와님이 의미가 있는 개인이라는 것을 여실하게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1의 사니와님, 스스로 사정을 이야기해주실 수는 없으십니까?"
"누구에게나 의미가 없는 개인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생각도 없군. 말했듯이 나랑 그건 그냥 악연이고, 아무리 너희가 온 힘을 다해 연결점을 찾으려 해 봤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안 나올 거야"
1의 사니와의 아무렇지 않은 말에 대롱여우는 잠시 침묵했다. 또다시 정보를 읽어내려고 하는 대화의 틈새가 생겼다. 'Now Loading' --- 'Now Loading' --- 'Now Loading' --- 대롱여우가 입을 열었다.
"-------당신과 3의 사니와님은 여러가지 의미로 정 반대입니다. 입장. 재능. 능력. 성격. 정신력. 관점. 가치관. 사고 방식. 서로에 대한 감정. 그 외 여러가지 스스로의 바탕을 이루는 것. 그것들 전부에 있어 대극에 위치하는 두 분이 유일하게 가진 공통점에, 아무런 사정이 없다고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정말이지 끈질기네. 그럼 얼마든지 납득할 때까지 조사해보던가. 나는 거짓말하지 않았어. 나랑 그건 자르려고 해도 잘라지지 않는 녹슨 칼이다. 내가 그걸 어떻게 생각하든 그걸 알아봤자 너희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턱을 괴고 있던 팔을 느리게 치우고 등받이에 기댔다. 1은 마지막으로----그것이 마지막이라는 걸 알 수 있도록----대롱여우를 보았다.
이쪽을 올려다보며 한 번을 깜빡이지 않는 커다란 검은 눈에서 연상되는 것은 의식이 단절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 눈이었다. 목을 졸랐다. 현실이 아니었고, 그렇지만 분명히 그가 이 손으로 목졸라 죽였으며, 목을 지나는 피가 맥박치는 감각이 아직도 이 손에 남아 있었다.
그것을 목졸라 죽일 수 있다면 자신은 다른 무엇이든지 모두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십니까"
긴 침묵을 유지하던 대롱여우는 그 말만 남기고, 소리도 없이 조용히 모습을 감췄다.
자신 외의 다른 기척이 사라진 어두운 방 안.
1은 잠시동안 일어서지도 않고 의자에 등을 기댄 채, 방 안쪽 구석에서 어둠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고 있었다. 방 안의 유일한 광원이 흐릿하게 벽을 비추며 자신의 그림자를 길게 만들고 있었다. 그것이 어떤 모양으로 뻗어 있는지, 1은 문득 생각에 잠겼다가-----사람 모양 외에 뭐란 말이냐고, 눈을 감으며 마음속으로 혼자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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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있었던 다음에도 그곳에 제 발로 찾아가야 한다는 것은 정말 내키지 않는 일이었지만, 결국은 아무리 '1의 사니와' 라는 대단한 이름을 가지고 있어 봤자 본부의 사정에 따라 움직이는 일개 근무자일 뿐이었으므로, 세상 살기 참 힘들다고 생각했다.
1은 볼일 때문에 찾아온 본부의 하얀 건물 안을 나서기 직전, 문득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 1이 걸음을 멈춘 탓에 눈 앞에 사람 그림자가 드리운 것을 깨달은 그 인물이 천천히 시선을 들어올렸다. 청초한 동작으로---그것이 그렇게 보이도록 의도된 행동임을 1은 알고 있지만---이쪽을 올려다본 여자 사니와의 눈이 1을 비추고, 잠시 허를 찔린 듯이 깜빡이는 것을 보았다.
".......이건, 1의 사니와님. 오랜만이네요"
"그래. 오랜만이네. 우등생. 여전히 우울한 얼굴인데 잘 지냈냐? 네 주위는 항상 온도가 2, 3도는 낮은 것 같아서 찾아내기는 참 쉽구만"
"...................오랜만에 만나 처음 한다는 말이 노호와도 같은 비아냥이라니, 대단히 놀랐습니다. 1의 사니와님께서도 여전히 건강해보여 다행이군요"
"비아냥 아니다. 네가 항상 안색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잖아"
1의 말에 입가에 부채를 펼치고 눈썹을 찌푸리며 비난하던 여자 사니와는, 1이 잘 아는 3의 모습임에 틀림없었다. 주위에 근시 도검으로 보이는 모습도 보이지 않아, 이런 곳에서 혼자 무얼 하느냐고 물었더니---실제로는 '너 같은 히키코모리가 혼자 나다니다니 드물기도 하지. 여기는 칼이 비처럼 내리는 세계선인가?' 하고 '질문' 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는 말투였지만---3은 떫떠름하다는 것을 숨기지도 않고 입을 열었다.
"오늘은 정기 검사 날이라서요. 이제 끝나 돌아가는 참인데, 조금 현기증이 나서 쉬고 있었습니다. 제 칼은 지금 마실 것을 사러 가느라......"
"뭐야, 정말 몸이 안좋았나보네"
내려다본 여자의 얼굴은 대부분 부채로 가려져 있었지만, 잘 보니 걱정스럽게 내리깐 눈이나 기분 탓인지 평소 이상으로 희어 보이는 피부는, 척 보기에도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1이 말을 걸기 직전까지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보고 있었던 것도, 단순히 얼굴을 가리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정말로 몸이 좋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항상 그럭저럭 몸이 좋지 않아 보이는 덧없는 분위기를 내는 여자였기 때문에, 본인이 그렇다고 말하지 않으면 좀처럼 깨닫기 어렵기도 했다.
몸이 좋지 않은 여자에게 무리를 시키는 것은 좋지 않을 거라고---어째선지 3은 1과 상대할 때만, 무엇보다도 바깥 체면을 신경쓰는 것 치고는 드물게 드러내놓고 기분이 상했다는 태도를 취하는 일이 많았기에---1은 '그러냐' 하고만 중얼거리고 떠나려 했다.
떠나려고 했지만, 한 번 걸음을 멈춰버렸기 때문에 1의 의사와는 달리 다리는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았고, 특별히 이야기할 것도 없어서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3은 곧바로 떠날 거라고 생각했던 1이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고 대단히 불편하다는 듯 시선을 돌렸지만, 잠시 그렇게 말없이 시간만 공유하고 있어도 1이 떠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자 초조해하며 시선을 다시 돌려 1을 보았다.
"............뭔가 볼일이라도 있습니까?"
"아니. 없어. 그냥"
"그냥?"
평소답지 않게 명료하지 않은 1의 태도에, 수상쩍은 것을 넘어서 조금 신기해하며 눈을 깜빡인 3이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중력에 따라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가느다란 목덜미가 드러났다. 그곳에 닿은 감각이 손 안에서 되살아날 것 같아서, 1은 3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만 눈을 조금 가늘게 좁혔다.
본부의 하얀 건물 안에는 직원이나 정부 임원들에 섞여, 자신들과 같은 볼일로 찾아온 사니와들이 많이 오가고 있었다. 서서 잡담을 하고 있는 1과 3 옆으로 여자 사니와가 시시오라는 태도를 데리고 지나갔다. 칼 쪽이 무언가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했는지, 여자 사니와의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귀에 닿았다. 1은 돌아보지 않고 일부러 참고서, 그저 말없이 눈 앞에 있는 3을 보고 있었다.
"--------------아니"
오랫동안 말이 없다고 생각했더니 갑자기 고개를 저은 1을, 3이 당혹스러워하며 보고 있었다. 그것에 별 신경쓰지 않는 1은 드물게도 깊은 한숨을 쉬고서, 역시 3을 내려다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네가 말할 리가 없지........"
".......?"
3은 이제 곤혹스러운 눈으로 1을 보고 있었지만,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온 그녀의 도검의 손에 이끌려 인사도 하는둥 마는둥 헤어졌다. 볼일이 없다는 것은 확실했기 때문에 1도 일부러 잡아세우지 않았고, 주인 곁으로 돌아온 도검에게 쉽게 3을 넘겼다. 시종일관 이상해하며 1을 보던 3은 아주 조금 걱정스러워하는 것 같다가, 도중에 자신이 왜 1을 생각해야 하는지 깨달았다는 듯 시선을 거두고 마지막으로 작게 목례한 뒤 떠났다. 분명히 거기에 있는데, 환상처럼 덧없는 분위기를 내는 여자의 모습이 멀어져간다.
그 뒷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기다린 1은, 그 가상 공간에서 함께 행동했던 소녀에게 받았던 질문을 다시 떠올렸다.
그것은 혼마루에 찾아온 대롱여우가 무기질적으로 꺼낸 질문과 본질적으로는 같았다.
''------오빠는, 엄마랑 무슨 사이야?''
그 때, 1은 그 치고는 굉장히 드물게도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그 해답 자체는 알고 있었다.
그 때는 솔직하게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하고, 또 대롱여우와의 문답에서도 결코 입에 담지 않았던 그 해답.
그것에 대해서는 시종일관 모니터링당하며 기록되고 있던 실험의 끝자락에, 다름아닌 3의 모습을 한 무언가가 이미 말하고 있었다.
어쩌면 기록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하고 걱정하기도 했지만 대롱여우의 그 질문을 생각해보면, 아마 그 말은 마지막의 끝까지 나올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마지막으로 1의 바람을 이루어주겠다고 했던, 그 무언가가 1의 머릿속을 읽어냈다기보다는, 아마 그 목소리가 소리로 나오는 것보다 1이 조이던 목이 부러지는 것이 아주 조금 빨랐기 때문일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오가는 사람들 속에서도, 눈을 감지 않아도, 소리가 되지 않았던 그 소리를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눈꺼풀 안쪽에, 끝의 마지막에, 소리가 되어 나오지 못한 입술의 움직임이 악몽처럼 되살아난다. 악몽이라고 생각한 것은 그것이 자신의 바람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나쁜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것이 나쁜 꿈이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안녕히, 하고 흘러나온 맑은 목소리를 떠올린다. 그에게 있어 과거로부터 미래로, 또는 미래에서 과거로 가더라도, 유일무이한 그 모습으로 소름이 돋을 만큼 아름답고 은밀한 미소를 띈 무언가가, 그의 비밀을 파헤친 그 순간의 목소리가, 되살아난다.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앞으로도 결코 들을 일 없을 그 호칭은, 분명 자신의 무의식 속 바람을 비춰내는 거울이었을 것이다.
목을 조르는 감각을 징계처럼 떠올리며, 기억 속의 그 소리가 1의 고막에 살며시 와 닿아 달콤하게 흔들었다.
"아아, 그럼, 안녕히. 『 오라버니 』 "
<#16 END>
번역아루지 고마워양! 삼천 본편은 읽었는데 나 봤을땐 이거 외전이던가 하는식으로 빠져있던거라 안 본데인데 이렇게 보니까 좋다.... 긴번역 꾸준히 해줘서 감사!
이이이게뭐고 혈연관계아니라고했는데 1이 뛰쳐나온 신기관집이랑 관련있는것 같은데 ㅅㅂ 빡대갈이라 눈물 난다
아아니 이게 무무무슨일이고22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