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시대가 차이나서 그런 것도 있지만 왠지 즐겨 마시는 차종류랑 다도에 대한 태도가 많이 다를 것 같음

카센은 가루로 된 말차를 차센(가루차 섞을 때 쓰는 휘핑기 같은 도구, 대나무로 만들고 빗자루에서 자루만 잘라낸 것처럼 생김)으로 휘저어서 그 머리 띵할 정도로 짙고 쌉싸름하고 텁텁한 맛과 부드러운 거품을 즐길 것 같다면
우구는 찻잎째로 우려내서 그 상쾌하고 고소하면서도 옅은 맛을 즐길 것 같다는 느낌

그리고 카센은 혼마루에서 가장 경치 좋은 곳에 아예 본인 전용 다실 하나 번듯하게 차려놓고 거기에 가끔씩 다른 남사들이나 아륵지 초대해서 철저히 예절에 맞춰(예법 어기면 호통침) 즐길 것 같다면
(실제로 카센의 전주인인 호소카와 타다오키는 일본 다도법을 확립시킨 대가, 센 리큐의 수제자(리큐 7철) 중 하나이자 다도의 유파 중 하나인 산사이류의 시조라고 함)
우구는 그냥 툇마루에 다기랑 간식거리 간단하게 들고 나가서 하늘도 보고 새 노니는 것도 감상하면서 조촐히 즐길 것 같음

그러다 서류업무 끝마친 아륵지가 진이 빠져 사지가 축 쳐진채로 방에서 아주 기듯이 나오면 차라도 마시면서 심신을 회복하라며 그 손목을 잡고 자기쪽으로 이끌지 않을까
그렇게 둘이 나란히 앉아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차를 즐기는 거지
가끔씩 멀리서 들려오는 단도들의 웃음소리에 자기들도 따라 웃고, 어디서 들어온건지 몰라 아주 샛노오란 고양이가 꼬리 흔들면서 다가와서는 냐옹하고 예의바르게 인사한 뒤 다시 풀숲으로 기어들어가는 것도 보고, 가끔 다른 도검 지나가는거 보면 간단히 몇마디 나누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하늘이 빠알갛게 물들고 어서 와서 저녁먹으라는 밋쨩의 목소리가 들리면 슬슬 자리접고 일어나는 게 몇번 반복되다 보니 어느순간 일상으로 정착하게 됨

그리고 나중에 우구가 수행을 떠나 주인에게 보낼 편지를 쓰는데, 언젠가 사니와와 함께 올려다봤던 그 푸르고 드넓은 하늘을 가장 먼저 떠올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