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검난무 7주년 기념
의도는 머포평x사니와...였는데 쓰다보니 흔적만 남음 머포평 비중 없는 오오사니
이 혼마루의 머포평은 연애의 연자도 모름
여사니와 대사나 생각 묘사 많음
초반부 복장은 다 경장임
호칭 날조 주의
사투리 고증 주의
장문 주의
서늘한 겨울 바람이 사니와의 뺨을 간질였다. 그 차가운 숨결에 사니와는 따뜻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불은 참으로 보드라우면서 좋은 향기도 났다. 깔끔한 섬유 유연제 향을 베이스로 희미한 차 향기와 머스크 향 그리고 고급 술 특유의 맑은 향까지. 아, 좋다. 사니와는 이불에 대고 얼굴을 부볐다. 한동안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에 서서 향기를 만끽하던 사니와의 머리에 문득 이런 의문이 떠올랐다. 잠깐, 이불에서 술향기가 난다고?
살짝 눈을 뜬 사니와는 지근거리에서 까만 밤하늘을 훨훨 나는 붉은 나비를 보았다. 와, 나비다. 오오카네히라 경장에 있는 애랑 똑 닮았네. 태도중에서 장신에 속하는 오오카네히라여서, 일부러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면 사니와의 시선은 오오카네히라의 가슴팍에 머물렀기에 사니와는 붉은 나비가 익숙했다. 응? 그런데 왜 얘가 여기 있다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에 사니와의 정신이 또렷해졌고 이내 허리에 둘러진 무게를 인식했다. 하나님 부처님 츠쿠모가미님 이거 설마...사니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사니와의 뒤척임 때문에 잠이 깼는지 마침 실눈을 뜨던 오오카네히라와 시선이 마주쳤다. 잠시 정적. 1, 2, 3. 둘은 비명을 지르며 서로에게서 호다닥 떨어졌다.
"뭐, 뭐야!"
"무슨 일인데!"
"습격인가?!"
"주군!"
"주인님!"
자신을 부르는 도검남사들의 목소리에 사니와는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았고, 자신이 혼마루 본채의 큰방에 있음을 알아차렸다. 방안은 가히 장관이었다.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술병과 안주그릇. 뺨에 바닥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우구이스마루, 머리장식을 목에 걸고 있는 미카즈키 무네치카, 하오리가 반쯤 벗겨진 헤시키리 하세베, 멋있지 않게 머리에 까치집을 지은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 머리가 잔뜩 엉킨 코기츠네마루, 안경이 어디 갔는지 맨눈인 난카이 타로 쵸우손 등 일단 전투태세는 갖췄으나 방금 전까지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음이 분명해 보이는 면면들. 숙취가 심할 텐데도 주인의 비명을 듣고 바로 깨어나 전투태세에 들어간 도검들을 보며 사니와는 좋아해야할지 말아야할지 몰랐다.
모두가 상황을 파악하느라 정적이 흐르는 사이,
"주인! 무신 일이여!"
"대장!"
"주인님!"
가장 발이 빠른 하카타 토시로의 뒤를 따라 단도들이 자신들의 본체를 꼭 움켜쥐고 혼비백산하며 방으로 뛰쳐들어왔다. 그리고 그들은 목격했다. 멍하니 어느 한 점을 바라보는 동료들을. 그 시선 끝에는 얼굴이 잘 익은 토마토처럼 달아오른 사니와와 오오카네히라가 있었다. 이 사태는 호쵸 토시로의 한 마디로 정점을 찍었다.
"어제와는 다르게 주인에게서 유부녀 느낌이 나!"
이치고히토후리가 조용히 동생의 입을 막았다.
어느 정도 정리된 큰방에서 사니와는 좌중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주인이여, 그대의 비명에 우리 모두 깜짝 놀랐구나. 그러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을 권리 정도는 있겠지."
미카즈키가 엄숙하게 말했다. 사니와는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사실대로 말했다간 괜한 소동이 일어날 거야. 이건 오오카네히라와 나만의 비밀로 하자. 그래, 아무도 나와 오오카네히라가 부둥켜 안은 모습은 보지 못했으니까 적당한 핑계만 대면 회피할 수 있어!
"눈을 떴더니 바퀴벌레가......."
사니와는 사니와의 변명을 듣고 눈이 땡그래진 오오카네히라와 시선을 교환했다. 입만 뻐끔뻐끔 대는 그에게 사니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 참 놀랐겠구나. 하긴 저 오오카네히라도 얼굴을 붉혀가며 비명을 지를 정도였으니 보통 바퀴벌레는 아니었겠지."
"엄청 커서 무서웠어..."
사니와의 대답을 들은 미카즈키가 그새 고개를 푹 숙인 오오카네히라를 슬쩍 흘겨보았다. 오오카네히라, 널 벌레에 놀라는 겁쟁이로 만들어서 미안해. 하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오늘이 네가 부러지는 날이 될지도 몰라. 사니와는 진실을 들은 타도 한 자루와 나기나타 한 자루가 오오카네히라에게 달려드는 광경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사니와가 마음 깊이 사과하던 그때 코기츠네마루가 한 손을 들었다.
"주인님, 작은 여우가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어, 코기츠네마루. 뭐야?"
"어째서 주인님께 오오카네히라와 비슷한 향이 나는지요?"
"향?"
사방에서 킁킁대는 소리가 들렸다. 나키기츠네의 여우는 한술 더 떠 사니와에게 뽈뽈대며 다가오더니 냄새를 맡았다.
"오오, 정말이옵니다. 주군님에게서 오오카네히라 님과 똑같은 향이 나옵니다."
"아, 그건가?"
"우구이스마루 님, 짐작가는 점이라도 있으시옵니까?"
"그래. 내가 어제 오오카네히라의 경장에 향주머니를 달아줬거든. 뭐, 7주년은 우리에게도 의미있는 날이니 그만큼 특별하게 치장해야 인지상정이잖아?"
"호오..."
"그런데 이상하네?"
"뭐가?"
"그 향, 배합을 내가 직접 했거든. 그런데 주인에게서 오오카네히라와 같은 향이 난다고?"
사니와는 예상하지 못한 전개에 머리가 어질어질했지만 버텼다. 진정해. 호랑이굴에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어! 사니와는 마음속으로 기합을 넣고 침착하게 대답했다.
"깨었을 때 내 곁에 오오카네히라가 가장 가까이 있었잖아. 아마 그래서 향이 살짝 배었나봐. 그치, 오오카네히라?"
사니와의 부름에 오오카네히라는 고개를 들었다. 사니와는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오오카네히라는 갈팡질팡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맞아."
"그렇단 말이지?"
수긍하기는 했지만 모두의 눈에 의심의 빛이 감돌았다. 큰일났다. 여기서 빠져나갈 길이 안 보여!
그때였다.
"어라, 그 사이에 다들 일어나 있네?"
지로타치가 말끔한 모습으로 큰방에 들어섰다.
"네 이놈! 주군의 부름도 못 듣고 어디 있다 이제 나타났느냐?"
하세베가 발끈하며 말했다.
"몸이 찌뿌둥해서 씻었는데 나 불렀었어? 미안해. 목욕탕에 있어서 안 들렸나봐."
아니야, 지로타치. 화제를 돌려줘서 정말 정말 고마워. 다음에 현세에 가면 맛있는 술을 잔뜩 사올게.
"그러고 보니..."
지로타치가 슬쩍 사니와를 보았다. 순간 뭔가 안좋은 예감이 들었다. 지로타치는 능글맞은 미소를 짓더니 폭탄을 떨궜다.
"밤사이 둘이 즐거웠어?"
"그,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너랑 오오카네히라 말이야. 내가 일어났을 때 둘이 꼭 끌어안고 잘 자더라? 어찌나 좋아보이던지 살짝 질투할뻔 했다, 얘."
...술 사주겠다는 말 취소야. 방안에 있던 모두가 오오카네히라와 사니와를 번갈아 보았다. 새파랗게 질린 사니와의 안색과는 달리 오오카네히라의 얼굴은 시뻘개서 머리카락과 구분이 안 되었다.
"거짓말 해서 죄송합니다. 신을 속이려한 죄는 달게 받겠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않을 테니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그러지 마시라는 단도들의 아우성에도 사니와는 석고대죄를 하며 기다렸다. 지로타치의 폭로가 기폭제가 되어 합리적 의심에 기초한 추리로 모든 사정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졌다. 과연 수백 년을 넘게 살아온 칼들의 통찰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사니와는 어쩌면 이들이 처음부터 모든 진상을 꿰뚫고 있진 않았나하고 생각했다.
"주군, 고개를 들어주십시오! 주군은 아무런 잘못이 없으십니다! 애초에 오오카네히라놈이 과음하지 않고 잘 처신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무엇이 도검의 요코즈나냐! 뒤에 숨기나 하는 녀석이!"
"큿...!"
평소의 오오카네히라였다면 같이 핏대를 세우며 하세베의 폭언을 맞받아쳤겠지만 이 순간만큼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사니와의 은밀한 눈짓에 따라 말을 아끼고 있었지만, 제3자의 눈으로 보면 비겁하게 주인의 뒤에 숨었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세베 님, 오오카네히라 님은 죄가 없으십니다. 제가 가만히 계시라고 몰래 신호를 내렸습니다."
"주군,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존댓말을 거두어주세요."
하세베가 못 들을 말을 들은 마냥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나 사니와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러니저러니해도 거짓말을 한 건 사실이다. 분란을 일으키기 싫어서 한 거짓말이 사니와와 도검남사 사이의 신뢰를 깨뜨리고 말았다. 그러니 자신은 주인으로서의 입장을 버리고 싹싹 비는 것이 마땅했다.
"그만하면 됐다, 하세베."
소란 속에서 미카즈키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그의 말에 방안의 소음이 다시 가라앉았다.
"확실히 우리는 그대의 거짓말에 실망했다."
"......."
"그러나 주인이 어떤 심정으로 거짓을 고했을지도 모르진 않는다. 아마 사실대로 말했다면 지금쯤 누군가의 옥강 부스러기를 치우고 있었겠지. 여기에는 주인을 끔찍히도 아끼는 이들이 많으니 말이야. 그러니 그대를 용서하겠다. 너희들도 같은 생각이겠지?"
"예!"
"대장, 그만 고개를 들어줘."
"저희는 괜찮습니다!"
이 신들은 사니와에게 너무나 관대했다. 사니와는 시야가 눈물로 일렁임을 느끼며 이들의 자비를 감사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뭐, 그것 말고는 이제 심각하게 굴 필요 없겠지. 밤사이 있었던 일도 순수하게 잠만 잤을 뿐이잖나? 그것도 세 밤도 아니고 고작 하룻밤. 우리때 그정도는 별일 아니었단다."
미카즈키는 자연스럽게 라떼는 말이지를 시전했다. 산죠파를 비롯한 헤이안 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누군가 반박했다.
"잠깐, 미카즈키 님. 저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소만."
난카이였다.
"호오, 난카이 선생. 왜 그러시는지?"
"헤이안의 도검에겐 별일 아닐 수도 있지요. 그러나 시대가 변했습니다. 아무리 잠만 잤다지만 과년한 남녀가 동침한 것도 사실. 이를 가볍게 여김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선생님! 나이는 이즈미노카미보다 살짝만 더 드셨으면서 왜 헤이안 칼들보다 보수적이세요! 애초에 선생님이 이런 거에 관심을 가지는 분이셨나요? 사니와가 마음 속으로 열심히 딴지를 거는 사이 도검남사는 미카즈키 진영과 난카이 진영 둘로 나뉘었다. 사니와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또 어떻게 해결한담? 그때 사니와의 배꼽시계가 울렸다. 서로 의견을 내세우던 도검들의 이목이 다시 사니와에게 끌렸다. 사니와는 얼굴을 붉혔다. 그때 미츠타다의 멋진 어시스트가 들어왔다.
"하하, 토론도 좋지만 일단 아침부터 먹을까?"
조식을 먹고나면 다시 불붙을 논쟁에 두려워하던 사니와였으나, 예상외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뜨끈한 해장국으로 배를 채우자 모두 마음이 풀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밤사이 있던 일은 유야무야 넘어가고 말았다. 사니와는 아침식사시간에 자신이 했던 걱정은 뭐였나하고 허망함을 느꼈다.
사니와는 집무실로 돌아와 일정표를 들여다 보았다. 모처럼 정부에서 포상휴가를 내려주어서 이날은 부족한 물자를 채우러 만물상에 갈 계획을 짜놓았다. 11시 만물상 방문, 오늘의 근시는...오오카네히라.......
아아, 하필이면. 사니와는 지난 달에 계획을 짜던 자신의 머리채를 잡고 싶어졌다. 아니다, 그때의 내가 이런 일이 생길지 어떻게 알았겠어. 사니와는 어젯밤 자신의 머리채를 잡고 싶어졌다.
잠시 현실도피에 빠졌던 사니와는 시계를 보았다. 10시 50분이었다. 성실한 오오카네히라니까 오늘 일정을 숙지하고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오오카네히라와 합류하려고 집무실을 나선 사니와는 텅 빈 복도에 울리는 자신의 발소리를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지금 오오카네히라를 만나도 될까? 만나면 무슨 말을 하지? 어떻게 대해야할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할까? 아니야, 그러면 오오카네히라라도 상처받는다구.'
서로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서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둘은 서로와 대화를 할 기회가 없었다. 도검남사들의 기세에 휩쓸려 심문(?)을 당하고 그러다가 자백하고 그러다가 모두 해산했다. 적어도 아침식사가 준비되던 사이에라도 말을 걸었어야 했다고 후회하던 그때,
"으앗."
"이런, 괜찮니?"
"...난카이 선생님? 네, 괜찮아요."
정신을 빼놓고 걷다가 모퉁이를 돌아오던 난카이와 부딪혔던 모양이다. 난카이는 뒤로 자빠질 뻔한 사니와를 재빨리 붙잡아주었다.
"마침 잘 되었구나. 널 만나러 가던 길이었어."
"저를요?"
"그래. 할 말이 있었거든."
"급한 거 아니면 나중에 해도 될까요? 제가 지금 할 일이 있어서요."
"아니. 지금 말하고 싶구나. 너만 괜찮다면 걸으면서 들어도 좋아."
에휴, 이 쇠고집 도검박사를 누가 이기겠어? 사니와는 포기하고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그런데 선생님, 몸은 괜찮으세요? 술도 못 하시는 분이 어제는 왜 술자리에 계셨어요?"
"걱정해주는 거니? 고맙구나. 생각해보니 자신의 주량을 파악해두는 것도 중요하겠다 싶어서. 도검남사가 현현하기 시작한 지 7주년 기념신이기도 했고 말이야. 뭐, 내 주량은 반 잔 정도 된다고 결론을 내렸단다. 물론 지금은 괜찮아. 그건 그렇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사니와는 꿀꺽 침을 삼켰다. 난카이는 싱긋 웃으며 말을 꺼냈다.
"아까 전의 일 말인데, 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은 나도 너와 오오카네히라 군이 반드시 이어져야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헤이안 시대와 에도 시대가 다르듯 에도 시대와 너의 시대도 다르겠지."
"그러면 왜......."
"제3자의 의견에 너희가 휩쓸려 가는 게 싫었단다."
"네?"
"만약 그때 내가 반대하지 않았다면 너희는 어떻게 했을까? 아마 미카즈키 님의 의견대로 하룻밤의 가벼운 실수라 여기고 넘어가기로 했겠지. 하지만 진지한 사이로 발전하든 아니면 없던 일로 하든 그런 건 당사자끼리 결정할 사항이야. 그게 내가 미카즈키 님의 반대편에 선 이유란다."
"......."
"이런, 혹시 내가 괜한 참견을 했나?"
"아, 아녜요. 그냥...이런 말은 실례인 건 알지만, 선생님이라면 '도검남사와 인간이 짝을 맺음으로써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 이런 걸 연구하기 위해 그러신 건가 싶었거든요."
"그 이유가 아니라고 말한 적도 없는데?"
"선생님!"
"농담이란다."
난카이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 능청스러움에 사니와는 웃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둘은 현관에 다다랐다.
"그럼 볼일은 다 봤으니 이만 헤어져야겠구나. 츠루마루 군과 함정 연구 스터디를 하기로 했거든."
"그거 엄청 불길하게 들리네요."
"후후, 기분 탓이야."
난카이는 뒤돌아서 몇 걸음 겉더니 아, 소리를 내며 사니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얘야,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 봐야 해. 스스로를 알아야 세상과 온전히 접할 수 있단다."
"네?"
그러나 난카이는 알쏭달쏭한 말만 남긴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사니와는 다시 혼자가 되어 인기척 없는 복도를 걸으며 난카이의 말을 곱씹었다.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 보라니.......오오카네히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생각해보라는 말일까.'
사니와는 오오카네히라를 떠올렸다. 이케다 테루마사가 인정한 검이라며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는 오오카네히라. 천하오검, 특히 도지기리에게 투쟁심을 불태우는 오오카네히라. 싸울 때는 최전선에, 퇴각할 때는 최후미에 서는 오오카네히라. 호마레를 따고 호쾌하게 웃는 오오카네히라. 우구이스마루의 농담에 발끈하는 오오카네히라. 단도들과 잘 놀아주는 오오카네히라. 의외로 칠칠치 못해서 입가에 음식 부스러기를 자주 붙이는 오오카네히라. 귓속말을 할 때면 자연스럽게 무릎을 굽혀주는 오오카네히라. 예상외로 음악에 조예가 깊은 오오카네히라. 차를 마시며 조용히 밤벚꽃을 바라보는 오오카네히라. 무언가로부터 지키듯 나를 꼭 끌어안고 잠든 오오카네히라...
물밀듯이 밀려드는 오오카네히라의 모습에 사니와는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조그마한 신음을 내뱉었다.
"어떡해. 나 오오카네히라를 좋아하나 봐."
발그레한 뺨을 겨우 추스르고 현관을 나선 사니와의 눈에 익숙한 조합이 보였다. 빨강과 초록. 오오카네히라와 우구이스마루였다. 이중 사니와와 눈이 마주친 우구이스마루는 빙긋 웃어 보이더니 오오카네히라의 어깨를 톡톡 치고서 사니와쪽을 가리켰다. 갑작스런 접촉에 투덜대던 오오카네히라는 사니와를 발견하고는 성큼성큼 걸어왔다. 우구이스마루가 그의 등 뒤로 무언가 말을 던진 듯 했으나 사니와에겐 거리가 멀어 들리지 않았다.
"...왔냐."
"...응."
기세 좋게 다가온 것 치고는 어딘가 머뭇거리는 인사였다.
"왔으니 됐어. 그럼 가자고. 그거 줘. 내가 들지."
"지금은 괜찮은데.... 그래도 고마워."
호의에 감사하며 장바구니를 건네던 순간이었다. 톡, 오오카네히라와 사니와의 손끝이 서로 맞닿았다. 둘은 그 작은 접촉에도 놀라서 흠칫 몸을 떨었다.
"......가자."
"응."
두 인영이 게이트를 통과하여 사라졌다. 담벼락에 앉아있던 새들이 게이트 작동 소리에 놀라 날아가고, 마당은 다시 침묵 속으로 가라앉았다.
드르륵, 장지문 열리는 소리에 형형색색의 눈동자가 문쪽을 향했다. 그 눈빛을 받은 우구이스마루가 방안의 모두에게 선언했다.
"주인은 그 녀석과 거리에 나갔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려면 꽤 시간이 걸릴 거야."
"확실한가?"
"그래.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
"둘 사이의 분위기는 어땠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기대해도 될 것 같아."
우구이스마루의 그 말에 방안에는 환호성이 터졌다. 모두들 어딘가에서 탄산음료 캔을 꺼내어 건배를 외쳤다.
이야기는 이 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니와가 연련을 간 사이 미카즈키가 남은 인원을 모두 소집했다. 도검남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다들 모였느냐?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이치몬지 공, 이쪽으로."
미카즈키의 부름에 이치몬지 노리무네가 앞으로 나와 섰다. 그는 허리춤에 찬 부채를 꺼내 펼쳐 입을 가리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늙은이가 이번 주 근시인 건 다들 알겠지? 어제 일과중에 주인의 부모에게서 연락이 왔다."
"연락?"
"그래. 주인의 부모가 말하길, 만나는 사람이 없으면 맞선이라도 보라고 하더구나."
"주인님이 맞선을?"
"맞선 봐서 잘 되면 결혼해?"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야?"
"진정해라. 일단 주인은 일로 바쁘다고 거절했다. 그러나 나는 역시 쉽게 간과할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다른 이들과 의논을 해보았지."
"노리무네 공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했다. 주인이 결혼을 하면 이 혼마루는 어떻게 되는가? 물론 혼인을 하고도 계속 사니와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니와를 그만 둘 확률은 어쨌거나 올라간다. 주인이 결혼에 전혀 뜻이 없을 수도 있겠지. 그러나 아니라면? 그렇다면 주인을 누구인지도 모를 잡놈에게 빼앗길 바에야 우리 중 누군가와 짝을 짓게 하면 좋지 않겠느냐?"
"하, 하지만 그런 짓을 했다가는 초기도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그 초기도가 이 방법을 제안했다."
미카즈키의 말에 장내가 술렁였다. '설마 그가 그럴 줄이야'인지 '역시 그가 그럴 줄 알았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초기도가 그런 방법을 제안했다는 사실이 적잖이 놀라웠던 모양이었다. 이때 츠루마루 쿠니나가가 손을 들었다.
"이거 놀랍구먼. 그런데 미카즈키, 그럼 누가 주인의 상대가 되지? 내 예상이 맞다면 이미 그 상대까지 정해뒀겠지?"
"학이여, 역시 눈치가 빠르구나. 그래. 정해두었다."
"그게 누구지? 설마 너?"
"사실 나였으면 좋겠다만 주인과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굳이 내가 아니어도 좋다."
저렇게 말하는 걸 보니 본인은 아닌가 봐. 그럼 난가? 넌가? 설레발을 치던 도검남사들은 다음에 이어진 미카즈키의 대답에 실망했다.
"여기에 없다."
오늘은 출진이나 원정 나간 사람도 없고 당번도 쉬는 날이니까 여기에 없다면 연련장에 간 인원 중 하나겠군. 오늘 연련조는 초기도, 초기단도를 포함한 단도들, 태도 오오카네히라, 대태도 호타루마루니까...
"미칫습니꺼? 호타루마루 저 아는 대태도라도 아직 얼라라예."
"설마 동생들 중 한 명을...?
"보통은 오오카네히라라고 생각하지 않냐?"
아카시 쿠니유키와 이치고히토후리의 반응에 오테기네가 태클을 걸었다. 그와 동시에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헤시키리 하세베였다.
"나는 인정할 수 없다. 어째서, 어째서 내가 아닌 거냐! 그분의 제일검인 내가 가장 적합한 인물이겠지!"
"자칭 제일검이겠지요. 그럼 당신을 추천하면 정말 주인과 혼인할 건가요, 헤시키리?"
"무엄하다! 어찌 감히 신하된 자로서 주군과 그럴 수 있겠느냐!"
"어쩌라는 건지."
하세베와 소우자의 만담 같은 대화가 끝나자 미카즈키가 설명을 시작했다.
"물론 우리도 아무나 뽑지는 않았다. 오오카네히라를 선택한 이유는 주인과 이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으니 단칼에 승부를 봐야지."
"그 가능성이 높다는 근거는 있어?"
근거라는 단어에 단도 하나가 짐작한 바가 있는지 큰소리로 말했다.
"있어요! 전에 주인님께서 오오카네히라의 입가에 붙은 과자 부스러기를 직접 떼어주시는 걸 봤어요!
"그러고 보니 주인은 오오카네히라에게 귓속말을 많이 하더라."
"나 지난번에 둘이서 이아-포온을 하나씩 나눠 낀 걸 봤어!"
"지난해였나? 밤에 화장실 가는데 둘이서 마루에 앉아 벚꽃 보는 모습을 봤어."
"근거라고 하기에는 다 사소하지 않아?"
"그럼 너는 주인이랑 저거 다 해봤어?"
"아니."
"오오카네히라는 다 해봤잖아. 그럼 우리 중에서 제일 가능성 높은 거 맞지, 뭐."
오랜 검증 끝에 도검남사들은 가까스로 오오카네히라가 사니와의 상대에 걸맞다고 인정했다. 그때 누군가 의문을 제기했다.
"그런데 오오카네히라는 주인을 좋아해?"
"그건 걱정하지 마. 그 녀석이 연애쪽에는 은근 둔해서 그렇지 그 아이를 좋아하는 건 맞으니까. 근시일 때는 방을 나가기 전에 거울을 평소보다 27번이나 더 들여다 봐. 그리고 아무 감정 없었다면 주인이 다가가기 전에 쳐냈을 거야."
치밀한 관찰에 기반한 데이터에 모두들 납득했다. 가엾은 오오카네히라. 자신의 무의식적인 행동이 우구이스마루에 의해 기록되어 다른 도검남사들에게 폭로되고 있다고는 생각도 못 하겠지.
"대충 사정은 알았겠지? 그럼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주겠다."
드디어 본론 중의 본론으로 접어들었다. 대강 짜여졌던 계획은 수십 명의 지혜를 거쳐 점점 다듬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이론상 완벽한 작전이 완성되었다.
1. 술자리를 마련한다
2. 단도들이 자러 가면 작전 시작
3. 오오카네히라와 주인을 과음시킨다
4. 술에 취해 잠든 둘을 붙여놓고 재운다
5. 나머지는 적당히 그 근처에서 잔다
6. 잠에서 깬 둘은 반드시 소란을 피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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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둘만의 시간을 갖게 만든다
"시치미를 뗀다면 일찍 일어난 내가 둘의 동침을 목격했다고 증언한다."
"그리고 동침 문제로 나와 난카이 선생이 논쟁을 펼친다."
"그 후에 저는 주인을 흔들어 놓고,"
"나는 오오카네히라를 흔들어 놓는다."
"작전은 이 주 뒤, 도검남사 현현 7주년 기념 축하 연회에서 결행한다. 운이 좋게도 그 주 근시는 오오카네히라로군."
"그럼 그때까지 열심히 연습하자. 혼마루를 위하여!"
"위하여!"
그리하여, 사니와를 사수하겠다는 목적 하나로 결성된 혼마루 연애 조작단이 작지만 큰 한걸음을 내딛었다.
-끝-
Q. 결국 사니와랑 오오카네히라는 분위기에 휩쓸린 거?
A. 묘사가 부족했지만, 둘은 서로를 좋아했으나 자각하지 못했다는 설정임
칼놈들은 그걸 이용해서 둘의 등을 떠밀어 준 것
하지만 경우에 따라 범죄가 될 수 있으니 현실에서는 따라하지 마시오
Q. 왜 선생은 달배는 미카즈키 님이라고 부르면서 포평이나 학배는 오오카네히라 군, 츠루마루 군이라고 부름?
A. 이 혼마루 센세는 상대의 정신연령에 따라 호칭을 달리함
이 혼마루 포평, 학배는 정신적으로 어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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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다..
난카이쌤이 훅 치고 들어가나 했더니 충격의 진실에 멍해짐ㅋㅋㅋㅋㅋㅋㅋ 칼들 다 훈훈해서 귀엽다 그리고 마지막에 정신연령이 너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김 잘 보고 감
존잼
아 훈훈하고 존잼이다ㅋㅋ 마지막부분 만담 개웃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ㅋ 잘봤어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