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글 올리는 건 처음인데 욕처먹을까봐 너무 떨린다 후



*발퀄 주의

*대충 대침구 이후 혼마루

*검사니 주의, 최대한 남녀 구분 안 가게 하려고 애는 썼음

*설정 붕괴, 캐릭터 붕괴, 말투 붕괴 주의

*이벤트가 개연성 없었으므로 나도 개연성 개나 줌

*시발롬들 설정을 충실히 따라 루프하는 미카쨩임




***





“주인이 이상하다.”



어떤 혼마루의 초기도인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는 가만히 읊조렸다.



“나와 이야기는 고사하고 눈도 마주쳐주질 않아.”


“호오.”


“그리고 근시도,”



맡게 해주질 않아.


어쩐지 서글퍼져서 문장을 완성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물론 근시 따위 누가 하든 이 혼마루는 이미 완벽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근시는 로테이션이다.

차례가 왔어도 한참 전에 왔을 터인데, 어째서인지 불러주지 않았다.


딱 두 자루만 빼고.


뒤에 따라올 말을 알기라도 한다는 듯 옆에서 히죽히죽 웃고 있는 남자의 낯짝에 더 열이 받았다.



“…이상한 점은 또 있다. 출진, 원정, 내번까지 요즘 의도적으로 당신과 엮이는 일이 많아진 것 같은데.”


“흐음.”


“게다가 이건 뭐냔 말이다! 왜 내가 당신과 한 방을 써야 하지?!”



밤중, 유카타 차림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야만바기리는 작게 절규했다.

점점 공유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싶더니 오늘에 이르러서는 생활하던 방까지 바뀌었다.

자신이 현현한 후 혼마루에 오게 된 다른 형제들과 지금껏 멀쩡히 써오던 방이다.

그게 하루아침에 바뀌어버린 것이다.



“눈을 감을 때까지 종일 함께 있다니, 이건 마치……”



완전히, 그래.



“마치, 연인 같지 않은가!”


“이제야 눈치챈 건가. 정말이지 통감했다, 야만바기리 쿠니히로.”



머엉.


눈앞에 있는 달은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걸까?

원래부터 알 수 없는 말을 자주 하기는 했지만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무슨 뜻이지?”


“말 그대로다. 너와 나는 지금 연인 사이라는 뜻이지.”



하도 기가 막혀 숨이 가빠졌다.


미카즈키 무네치카.

천하오검이며 가장 아름답다는 칼.

우츠시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칼에게도 신분 차이가 존재한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다.



“재미없는 농담은 그만 둬라. 나는 당신과 깊은 사이가 된 기억은 없어.”


“마찬가지다. 허나 최소한 주인은 그렇게 오해하고 있겠지. 따라서 이 상황도 주인 나름대로 신경써주는


“하?”



끝까지 들을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도중에 말을 끊었다.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어디를 어떻게 봐야 자신과 이 남자와의 사이를 오해한 말인가.



“주인이, 우리가 사랑하는 사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그러니 되물을 수밖에.



“대체 왜?”


“진정 몰라서 묻는 거라면 답해줄 수는 있다만.”


“알려다오.”



답지 않게 간절한 모습에 미카즈키 무네치카는 바로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곤, 가슴에 손을 얹으며 마치 연극과도 같은 발성으로 외쳤다.



“나는, 지켜내기 위해 왔다! 당신과 보낸 시간과, 당신이 있는 혼마루를!!”


“아아아악!!!”



야심한 시간 따위는 생각도 않고 척수 반사적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다시 듣기 어려울 정도로 오글거리는 말이었지만 분명 진심으로 했던 말이다.


겨우 잊고 있었는데.


창피함과 수치심에 시뻘게진 얼굴을 감싸쥔 손가락 사이로 말을 더듬었다.



“그때는, 당신을 찾으려고 필사적이어서,”


“내용의 문제가 아니란다.”


“당신이 없어지면 주인이 슬퍼한단 말이다!”


“그래, 그 말을 했어야 했다.”



쿵. 멀쩡한 뒤통수가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얼얼했다.


처음 미카즈키 무네치카가 혼마루에 현현했을 때, 활짝 핀 수선화처럼 웃는 사니와를 보았다.

소중히 여기고 있었던 걸 알았으니까, 당연히 구하러 갔다.

만약 부러진 잔해를 보았다면 그 성정으로는 필시 눈물을 흘렸겠지.

그런 얼굴은 보고 싶지 않았다.


‘주인과 보낸 시간과 주인이 있는 혼마루’ 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기에 딱히 언급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뭐, 나는 감동받았지만 말이다. 핫핫하.”



동료는 무척 소중하다.

하지만 사람의 몸을 얻었어도 근본은 칼.

우선순위를 둔다면 ‘주인’ 인 사니와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들의 말과 행동에는 전부 사니와의 존재가 기저에 깔려 있다.

비단 야만바기리 뿐만 아니라 어떤 칼이라 할지라도 그 기원은 같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사니와가 슬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미카즈키 무네치카를 구하러 갔다.

한 자루밖에 출진하지 못한다 해도, 그로 인해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 해도 구할 수 있다면 구하고 싶었다.


나의 모든 것은 사니와를 위해.


구태여 따로 말하지 않아도 이 마음은 전해지고 있을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게, 너무 당연한 일이잖아.



그런데, 오히려 그것이, 이런 사태를 불러일으킬 줄이야.



“즉, 주인이 보기에 너와 나는 주인에게는 비밀로, 꽤 오랫동안 사내연애를 했다는 게 된다. 평소에 서로 친밀하게 굴지도 않았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꽉 막힌 사람은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알게 된다면 제일 처음 느끼는 감정은 아마 배신감일 거다.”



사내연애.

얼마 전 미카즈키가 읽고 있었던 책의 제목이다.

뜻을 알고 나서 평생 연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설마 그 단어를 본인이 듣게 될 줄은 몰랐다.

미카즈키는 평소에 쓰지 않는 현대어를 힘주어 말하곤, 왠지 뿌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상황은 이해했다. 말이 부족했군.”



생각해보니 모든 것은 ‘대침구’ 이후에 벌어진 일이다.

지금까지 대화의 흐름으로 볼 때, 미카즈키는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던 듯했다.



“하지만 당신… 알고 있었으면 왜,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은 거냐…!”



야만바기리는 미카즈키의 멱살을 거칠게 잡아 쥐었다.


억울하다.


이 남자 때문에, 주인에게 말도 안 되는 오해를 받았다.

사지에 뛰어든 것을 칭찬해주지 않았어도, 고맙다는 말을 해주지 않았어도 괜찮았다.

도검이 주인을 위하는 건 당연한 거니까.


그러나 어쩌다 마주치면 난처하게 웃는 얼굴. 갑자기 생긴 전에 없던 거리감!

모든 퍼즐이 맞춰지자 처음 느끼는 울분에 억울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아니, 이 할애비는 아무래도 잘못한 게 많아서 말이다. 주인의 얼굴을 마주할 자격이 없달까.”



그런데도 이 속편한 도검은 소매로 입가를 가리며 흘리지도 않은 눈물을 훔치는 척이나 하고 앉았다.



“정말로 뭘 잘못했는지 알고는 있나?!”


“그럼. 명령도 없이 혼자 출진한 것, 허락도 없이 멋대로 부러지려고 한 것, 심지어 돌아와서는 주인이 부러져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말했고, 어제는 호쵸의 푸딩을 몰래 먹었지. 쇼쿠다이키리는 모르고 있겠지만, 갑자기 없어진 오늘 간식은…”


“잠깐잠깐. 뒤로 갈수록 쓸데없는 정보가 섞이는 건 기분 탓인가?”



야만바기리는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어째서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자신이 알고 있는 한, 이 속내를 알 수 없는 남자 또한 곤란할 게 분명했다.



“이봐, 미카즈키… 나는 당신을 오래 봐 왔으니 주인에 대한 마음도 알아. 나를 정인이라고 오해받으면 그쪽한테도 좋을 게 없을 텐데.”


“음, 그건 그렇지. 애초에 나는 주인이 아끼는 너희들이 있는 혼마루를 지키려고 한 것이다. 주인이 아끼고 있으니 나도 아껴주려는 거란다. 아니었다면 이야기가 달라.”



밤이라서일까.

평소라면 하지 않을 말들이 술술 나왔다.



“……당신은 주인을 왜 마음에 두는 거지?”


“무얼, 몇 번이나 만나다보면 좋아지기도 하는 거란다. 그야말로 하늘의 별만큼 만났으니.”



처연한 목소리로 조용히 눈을 감으며 웃는 모습이 아름답다.

성별을 떠나서 그가 상대에게 진심으로 사모하고 있다 말한다면 분명 거절할 이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해명을 했어야 마땅하다. 이런… 큭, 입에 담지도 못할 오해 때문에 지금 근시에서도 당신과 나는 제외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겠지. 이런 식으로 주인이 자꾸 멀어지면 어쩌려고?”


“진심으로 멀어지려 한다면 내게도 생각은 있다.”



카미카쿠시.


창틀 사이로 쏟아지는 달빛에 번뜩이는 투명한 눈동자가 소름끼쳤다.

이 도검은 하고자 하는 바는 반드시 이룬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 미카즈키 무네치카다.



“반역죄로 부러뜨리겠다, 미카즈키 무네치카.”


“이런, 아직 실행은 하지 않았다만.”


“아직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문제다! 언제나 당신은 그런 흉흉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니까――,”


“야만바기리 쿠니히로, 너는 특별하다.”



늘 이런 식이다.

여유로운 미소로 이쪽을 좋을 대로 휘두른다.



“주인의 마음을 풀어주거라.”



그렇게 말해도.


근시는커녕 곁에 있게 해주지도 않는다.

바꿔 말하면 대화할 기회조차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냥 천하오검인 당신이 말하는 편이 효과가 더 좋을 텐데.


자존심에 차마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자기도 모르게 입을 삐죽 내밀자, 미카즈키가 덧붙였다.



“나는 혼마루에 복귀한 뒤 주인에게 ‘무사해서 다행이다’ 란 말은 들었지만 ‘어서 와’ 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겠나?”



꿀꺽, 별안간 진지한 분위기에 야만바기리는 마른 침을 삼켰다.




“너와 나는 주인의 신뢰를 잃었다는 뜻이다.”





***





“오늘도 남겼니?”


“응, 그래도 좋아하는 거라서 다 비울 줄 알았는데.”


“어제보단 남은 양이 줄었어. 오늘은 컨디션이 괜찮은 걸지도 모르겠네.”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식사를 책임지고 있는 자라면 주인의 건강도 책임져야 마땅한데, 편식이나 맛이 없어서 남기는 것과는 달라서 골치가 아팠다.



“하지만 계속 입맛이 없는 건 문제가 있다.”



크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오오쿠리카라도 걱정하는 모양이었다.

혼마루의 모든 도검들은 얼핏 보기엔 평온하지만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었다.

그 원인도, 사니와의 마음도.



“혼마루 풍경도 말이지, 그때부터 쭉 비라고, 비.”


“계속 비가 와서 그런지, 덩달아 우울해지는 것 같아요.”



물론 같은 칼로서 그 마음을 헤아렸기에 사니와처럼 두 사람이 연인이라고 오해하진 않았지만 나설 수는 없었다.

나서야 할 칼은 따로 있었으니까.



“저기, 이제 슬슬 뭔가 조치를 취해야하지 않을까요?”


“동의해요. 안 그래도 못났는데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져서 더 못나 보입니다.”


“매니큐어, 기껏 새로운 색 샀는데 주인이 발라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구.”



하지만 오늘의 헤시키리 하세베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다급히 툇마루에 멍하니 앉아 생각에 잠겨있는 야만바기리를 찾았다.



“야만바기리 쿠니히로, 할 얘기가 있다.”



사니와의 통화 내용을 들어버렸기 때문이다.




***




“영력 탱크?”



처음 들어보는 단어다.

생소하지만 왠지 불쾌했다.



“그래, 나도 무슨 뜻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문맥으로 판단해봤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서 영력만 공급하는 존재라는 뜻인 것 같다.”


“무슨…!”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하지만 실제로 주군은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고…… 이유는 대강 짐작이 간다. 저번 대침구 때, 급박한 상황에 주군을 지킨다는 핑계로 제대로 상의하지 않고 재량껏 일을 처리했지. 잘못은 우리에게 있어. 아마 그때부터 혼마루에 자신은 필요 없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었던 것 같다.”



야만바기리는 말문이 막혔다.

단순히 미카즈키와의 사이를 오해받은 것만이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너와 미카즈키 무네치카가 쐐기를 박았지.”



충격의 연속.

머릿속은 엉망진창이었지만 자초지종은 알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의아했다.

어째서 사니와에게 자신이 그렇게까지 큰 의미를 갖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알았나. 내가 주군과의 시간을 만들 테니까 적당한 때에 등장해서 오해를 풀어라.”



평소라면 꼴좋다며 사니와를 독차지하겠다고 업신여겼을 헤시키리 하세베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그런 남자가 이렇게까지 할 정도라면 아주 심각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왜… 나는 이 혼마루에 있는 수많은 도검 중 하나일 뿐이다. 주인이 그렇게까지 생각할 이유는….”


“이봐, 너는 자신만 생각하고 있지 않나?”



하세베가 신경질적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혀를 찼다.



“너는 초기도다. 좋든 싫든 같은 언동을 하더라도 여타 칼들과는 엄연히 다른 무게를 지니지. 다시 말해, 주군에게 있어서도 너는 시작의 칼. 특별하단 말이다.”



순간 미카즈키가 했던 말이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야만바기리 쿠니히로, 너는 특별하다.’


야만바기리에게도 당연히 사니와는 특별했다.

다섯 자루 중에서 나를 찾아내 골라준 사람.

처음부터, 우츠시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바라봐준 사람.

그것은 첫만남부터 가슴 한 켠에 고이 간직해둔 단 하나뿐인 긍지였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주인도 내가 소중했단 말인가.

내가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만큼, 주인도 나를――



“나 참, 애초에 ‘주군과’ 모두가 있는 혼마루라고 했으면 일이 이 지경까지 올 리도 없지 않나.”


“…너무…, 당연한 거라고 생각을 해서, 나는,”


“칼에게는 말이지.”



하세베는 딱 잘라서 말했다.



“주군의 은총으로 잠시 인간의 몸을 빌리고 있다곤 하나, 우리들은 어디까지나 칼이다. 칼의 사고방식을 인간에게 접목시키지 마라. 우리가 모시는 분은 인간이니까.”




***




“내가 좋아하는 차구나. 고마워, 하세베.”


“기뻐하셔서 다행입니다. 이 하세베, 주군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기꺼이.”


“하핫. 여전하네.”



정원에서 차를 마시고 싶다는 핑계로 사니와를 설득해서 벚꽃이 흩날리는 풍경으로 바꾸었다.

하세베는 힐끗, 조심스럽게 사니와의 기분을 살폈다.

다행히도 오랜만에 쬔 밝은 햇살 덕분인지 안색이 좋아보였다.


이유야 어찌됐든 사니와와 단 둘이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했다.

약간의 죄악감을 함께 느끼며, 하세베는 사니와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기 말이야, 하세베. 이제 내가 없어도 괜찮겠지?”


“예?”



뜬금없는 물음에 먹기 좋게 다과를 자르던 하세베는 고개를 들었다.



“…이 혼마루, 처음 영력에 눈을 떴을 때부터 받아서 쭉 일궈왔지. 솔직히 힘들고 괴로운 일들도 많았지만, 너희들이 있어서 꽤 즐거웠어.”



내용이 심상치 않다.



“내가 봐도 훌륭해. 정신없이 달려온 보람이 있을 정도로 궤도에 올랐어. 너희는 이제 내 지휘 없이 뭐든 척척 해내고.”


“주군, 저희는 당신이 없으면 안 됩니다.”


“말 뿐이라도 고맙네, 그거. 하지만 나는 이제 이곳에서의 쓸모를 찾지 못했어.”



감정 없는 말에서 얼핏 느껴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실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을 꿰뚫었다.



“그래서, 은퇴하려고 해.”




덜커덕덜커덕.


가까운 곳 여기저기서 날붙이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야 동요하기도 하겠지.

아마 출진과 원정에 나가 있는 부대를 제외한 인원은 야만바기리와 함께 있을 것이다.

볼 권리가 있다, 느니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 대고 억지를 써서.

아니, 지금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은퇴라니.


물론, 인간은 영원하지 못한 존재이니 나이가 들거나 모종의 이유로 영력을 잃어 은퇴하는 사니와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은퇴하기에 사니와는 아직 너무나도 젊고 똑똑했다.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지만 하세베는 애써 침착했다.



“주군, 잠깐만요.”



그리고, 동시에 서운했다.

강해지기 위해 노력한 건 이 사람 때문이다.

마음 쓰지 않게, 신경 쓰지 않게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도록 힘써왔다.

이 사람을 지키려고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갈고 닦은 것이다.


그랬는데.

너무 유능해서 필요 없어졌으니 떠난다, 라고.


이렇듯 사람이란 복잡해서 도무지 가늠할 수 없다.



“후임은 귀여운 여자애라지 뭐야~ 다들 좋아하겠지. 다음 주부터 실습 나오기로 했으니까 말이야. 적성이 맞는다면 곧바로 인수인계할 거야.”



오늘 있었던 누군가와의 기나긴 통화는 이걸 위함이었나.

마치 언제 헤어져도 상관없다는 투였다.


나의 주군이, 이토록 잔인한 사람이었던가?


하세베는 깊게 탄식했다.



“……야만바기리 쿠니히로와 미카즈키 무네치카 때문입니까?”



이렇게까지 단어 선택에 거침이 없다면 갑작스레 내린 결정은 아닐 것이다.

그리 멀지 않은 날부터 고민해왔던 일에, 대침구는 기폭제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정곡이었을까.

쥐어짜낸 물음에 사니와가 찻잔을 들려던 손을 멈추고 눈만 깜빡거렸다.

겨우 고개를 돌려 무척 괴로운 표정의 하세베를 봤을 때, 그제서야 아차 싶었다.



“아, 그러니까,”


“숨기지 말아주십시오. 그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이가 아닙니다. 그리고, 말씀드렸듯 주군이 없으면…!”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사니와의 손을 꼭 붙들고 있었다.

우울감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은퇴라는 결론을 내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늘 의연하게 서 있는 사람이라 이번에도 극복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세베, 꼭 그런 것만은 아니야. 나는 딱히 미카즈키랑 만바가 연인 사이라고 해도 상관없어. 그건 다른 칼들도 마찬가지고.”



사니와는 곤란한 얼굴로 이마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쭉 숨기고 있었다는 게 충격이랄까. 음, 물론 두 사람의 개인적인 일이니까 알려야 할 의무는 없지만, 그치만, 만바는 내 초기도고… 우린 특별하다고 생각했어. 적어도, 이런 식으로 알고 싶지 않았어.”



억지로 쥐어짜내긴 했지만 분명 웃고 있었는데, 말을 이어가는 도중에 차오른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동안 꾹 참아온 스트레스가 폭발한 것이다.

사니와의 상태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주군, 저기,”



하세베가 드물게도 허둥지둥했다.

이런 전개는 완전히 계산 밖이었다.



“자기가 현현시킨 도검을 볼 낯이 없다니, 사니와 실격이야. 속좁아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때 했던 말, 혼마루에 나 따윈 없어도 된다는 뜻으로 들렸어. 나만 특별하게 여겼다고 생각하니까, 내가 알던 만바가 아니라 다른 사람 같아서, 미카즈키도, 흑, 어떤 얼굴로 대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윽, 흑,”



한번 터지기 시작한 눈물은 멈출 생각이 없는지 이윽고 두서없는 말과 함께 흐느낌이 되었다.


주군의 마음은 이렇게 병들어 있었단 말인가?

신하된 자가 이다지도 주군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니.

초기도는, 초기도는,



어째서 내가 아니란 말인가.




“주군, 저는…!”


“그저 영력을 주는 형편 좋은 공급처였겠지. 만바에게 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웃기지 마라, 나는 주인을 연모하고 있다!!!!”




참지 못한 야만바기리의 애달픈 외침이 고요한 정원에 울려퍼졌다.



......


...


........




“네, 놈…, 야만바기리 쿠니히로…!! 불경하다!!!”



분노에 찬 하세베의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아, 아니, 이건 그, 어디까지나 충성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눌러 벤다!!!”




서둘러 수습을 시도했지만 이미 소용없었다.

숨소리만 들리던 정원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덧붙여 나도 연모하고 있단다.”


“하이고!! 미카즈키 무네치카, 지금은 잠자코 있으라 했잖어!!”


“그 말은, 곧 학의 신부가 되겠다는 말이겠지? 기분 좋은 놀라움이다!”


“다들 우아하지 못하게 소란스럽네. 주인이여, 어떤 상황에서도 풍류를 잃지 않는 나를 선택하렴!”


“대장, 은퇴를 생각할 정도로 지쳤다면 내게 상담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주인님, 제 털을 쓰다듬으면 기분이 한결 나아지실 겁니다, 자.”




한꺼번에 다 알아들을 수도 없는 수많은 말들.

어안이 벙벙해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에도 급급해서 눈물은 어느새 쏙 들어가고 없었다.



아니, 우리 방금 전까지 엄청 심각했거든?

대체 다들 어디서 보고 있었던 거야?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니와의 오해가 풀린 것은 조금 더 나중의 이야기.



어쨌거나 지금 이곳에 사니와를 생각하지 않는 도검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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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짧게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길어졌네


발작버튼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애정 뜸뿍 주고 수동 클릭하고 능동짜고 전기세 내면서 칼놈들 키운 건 우리 아루지들인데

왜째서 공기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열통터져서 살뜰히 챙겨봤음


사니와 업무 시작한 지 3년 됐는데 초기도로 만바 선택한 거 진심으로 후회했다

모니터 옆에 만바 넨도 두고 바라보는 게 낙이었는데 치워버렸음 시발

내가 이런데 7년 된 아루지 가슴은 얼마나 찢어질지 상상조차 못하겠음ㅠㅠ

오죽하면 딸리는 필력으로 연성할 생각을 다 하겠냐 개같은거


옳게 된 역사는 뭐였을까 마음이 헛헛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불타는 갤은 존나 재밌었음 그래서 더 속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