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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혼마루에 겁은 많지만 심성은 착한 고코타이가 살았습니다. 사실 개체차는 있지만 고코타이는 대체로 그렇습니다.

어느날 심부름을 하고 돌아오던 고코타이는 어느 가게 앞을 지나가다가 매우 아름다운 빗에 시선을 빼앗겼습니다.

그 머리빗은 아주 유명한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명품이었습니다.


  '저 빗으로 머리를 빗는 주인님은 얼마나 아름다우실까?'


고코타이는 용기를 내어 가게 주인에게 빗의 가격을 물었습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 빗은 고코타이의 몇 달치 월급을 모아야 할 정도로 비쌌습니다.

시무룩해진 고코타이는 터덜터덜 걸어 혼마루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저녁밥을 먹을 때에도, 목욕을 할 때에도, 잠자리에 누워서도 그 아름다운 빗이 눈앞에 아른거렸습니다.

마침내 고코타이는 결심했습니다. 월급을 모아서 빗을 주인님께 선물하겠노라고.




그날부터 고코타이는 돈을 아꼈습니다. 형제들이 군것질거리를 사러 갈 때에도 따라가지 않았습니다. 그런 생활을 한 지 몇 주가 지나자 큰형 이치고히토후리가 물었습니다.


  "고코타이, 요즘 통 군것질을 안 하던데 혹시 무슨 일 있니? 돈을 다 써버린 거야? 내가 빌려줄까?"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치 형. 그냥 요새는 그럴 기분이 아니라서......"

  "...그렇구나. 그래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줘. 알았지?"


실은 형제들에게 돈을 빌리면 당장이라도 빗을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고코타이는 오롯이 자신이 모은 돈으로 주인님께 드릴 선물을 사고 싶었습니다.




물론 고코타이도 군것질을 하고 싶을 때가 있었습니다. 가끔씩 못 참을 정도가 되면 심부름을 핑계로 빗을 보러 거리에 나갔습니다. 그러면 군것질을 하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졌습니다.


  "호랑이 군, 보세요. 정말 예쁘지요?"

  "오호라, 고코타이가 아닌가."


그날도 고코타이는 창 너머로 빗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뒤에서 고코타이네 혼마루의 코기츠네마루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코기츠네마루 씨."

  "너도 저 빗에 눈길이 가느냐? 심미안이 제법이구나."

  "네? 네.... 주인님께 어울릴 것 같아요."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하느니라. 이건 우리끼리만 하는 이야기인데, 저 빗을 주인님께 사드릴 계획이다. 귀한 부적의 답례로는 제격이지 않느냐?"


코기츠네마루는 품속에서 부적을 꺼내어 보란 듯이 내밀었습니다. 그 부적은 사니와가 현현 1주년을 맞이한 도검남사에게 주는 축하 선물이었습니다. 고코타이도 물론 가지고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코기츠네마루의 말에 고코타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나 말고도 빗을 노리는 사람이 있었다니! 그 모습을 본 코기츠네마루는 소매로 입가를 가리며 웃었습니다.


  "나키기츠네에게 듣기로는 네가 요즘 돈을 모은다지? 어디 열심히 해보거라. 누가 먼저 저 빗을 손에 넣을지 궁금하구나."

  "......."

  "그렇지, 같은 목적을 지닌 동지에게 특별히 하나 더 가르쳐주마. 실은 나 말고도 빗에 눈독을 들이는 자가 하나 더 있다."


코기츠네마루는 그 말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갑작스럽게 알게 된 사실에 고코타이는 마음이 어지러웠습니다.




또 다른 경쟁자를 찾는 일은 쉬웠습니다. 그쪽이 먼저 고코타이를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어이, 코기츠네마루가 그러는데 너도 저 빗을 사려고 한다지?"

  "혹시 난센 씨도...?"

  "하아... 여우만으로도 신경쓰이는데 라이벌이 또 늘다니 이게 무슨 일이냥. 뭐, 각자 열심히 해보자."


난센은 머리를 북북 긁더니 가버렸습니다. 고코타이는 어쩔 줄 몰랐습니다. 단도인 자신에 비해 대형 도종인 난센과 코기츠네마루는 더 치열한 전장으로 출진했고 그만큼 월급도 더 받았습니다. 게다가 고코타이는 싸움을 꺼려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고코타이는 사니와를 찾아가서, 실전경험을 쌓아 강해져 주인님께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월급을 더 받으려는 이유도 있었지만, 저 마음 또한 진심이었습니다.

고코타이의 결의를 느낀 사니와는 잠시 생각하더니 출진을 허락해주었습니다. 단, 조건이 붙었습니다. 고코타이를 도와줄 동료들을 모아 오라고 했습니다.

고코타이는 큰형 이치고히토후리를 찾아갔습니다. 그러고는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이치고히토후리는 오니마루 쿠니츠나를 비롯한 아와타구치의 칼들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고코타이는 오니마루, 이치고히토후리, 나키기츠네, 호네바미, 나마즈오와 함께 전장을 누볐습니다.

그리고 월급날이 되었습니다. 평소보다 몇 배는 되는 액수에 고코타이는 기뻤습니다.

어쩌면 다음달에는 빗을 살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뒤에서 들려온 코기츠네마루와 난센의 대화에 그 희망은 박살이 났습니다.


  "이를 어쩐다? 나는 오늘로 모든 돈을 모았는데 말이다. 이거 참 유감스럽구나."

  "여우 녀석, 언제 그렇게 모았다냐!"


월급을 전해준 사니와가 큰방을 나가자, 코기츠네마루도 외출 준비를 하려고 일어섰습니다.

그때 미다레 토시로가 방 앞쪽으로 나가 모두에게 말했습니다.


  "다음 달 이맘 때쯤이 주인의 취임 기념일인 거 알지? 이번엔 우리가 돈을 모아서 축하 연회를 열어주자. 그럼 다들 부탁해?"


강요 아닌 강요에 도검남사들은 고액지폐를 한 장씩 내밀었습니다.

 
  "이걸 어떡하냥? 다음 달까지 기다려야겠는데냐?"

  "아쉽지만 주인님의 취임 축하연 때문이라면 어쩔 수 없지."

  "흥, 긴장하라고. 나도 다음 달까지는 돈을 마련할 테니냥!"




그리고 시간은 흘러 사니와의 취임 축하연이 열리는 날. 혼마루의 모든 도검남사가 주인에게 축언을 전했습니다.

호화스러운 저녁을 먹고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고코타이는 조용히 자리를 떴습니다. 내일은 월급날. 늦잠을 자면 코기츠네마루와 난센에게 빗을 살 기회를 뺏길 테지요. 그래서 고코타이는 일찍 잠에 들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고코타이는 일찌감치 외출복을 차려 입고 큰방으로 향했습니다. 놀랍게도 코기츠네마루가 이미 와있었습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코기츠네마루 씨?"

  "그래. 너도 잘 잤느냐?"

  "네. 어제 연회가 있었는데도 일찍 일어나셨네요."

  "나도 네가 나가고 얼마 안 있어서 방으로 돌아갔느니라."

  "저...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월급을 받으면 저도 빗을 살 돈을 모두 모아요. 그러니까...음...."

  "정말 열심히 했구나. 그럼 나도 빗을 손에 넣을 때까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되겠군."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다른 도검남사들이 차례로 나타났습니다. 난센도 살짝 인상을 찡그리고 들어와 고코타이 옆에 앉았습니다.


  "흐응, 예상외로 제시간에 왔군. 어제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마셨다고 들었는데?"

  "삐끗하면 너에게 선수를 빼앗길지 모르는데 태평하게 잠이나 잘 수 있겠냥? 숙취도 악으로 깡으로 이겨냈다냥."

  "그렇군. 이거 재미있겠구나."


이윽고 사니와가 돈봉투를 들고 들어왔습니다.


  "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 빠진 분도 계시지만 모두 부지런하시군요. 그럼 월급을 나눠드리겠습니다."


월급 봉투를 받자 고코타이의 심장이 터질 듯 뛰었습니다. 정말 다 모았구나. 그리고 이제부터는 누가 먼저 가게에 도착하나 싸움이겠구나.


  "아직 피곤하실 테니 오늘은 푹 쉬도록 하세요."


사니와는 그 말을 마치고 큰방을 나갔습니다. 그리고 장지문이 완전히 닫히는 그 순간-

코기츠네마루가 현관으로 향하는 복도를 향해 질주했습니다!

그 행동에 놀라기도 잠시, 고코타이와 난센도 추격하듯 뒤를 따랐습니다.


  "아얏!"

  "뭐야?!"

  "윽!"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무서운 속도로 방을 가로지르는 셋에게 부딪힌 사람들이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쓰러졌습니다.

평소라면 멈추어 서서 정중히 사과했겠지만 지금 고코타이에게는 앞선 두 사람을 추월해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135cm의 고코타이로서는 188cm의 코기츠네마루는 고사하고 174cm의 난센을 쫓아가기도 버거웠습니다.

결국 고코타이는 혼자 뒤쳐졌습니다. 이미 고코타이가 빗을 살 가망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고코타이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고코타이는 거리에서 난센과 마주쳤습니다. 난센은 바닥에 주저앉아 발목을 부여잡고 있었습니다.


  "난센 씨, 무슨 일이세요?"

  "발을 잘못 디뎌서 넘어졌다냥. 숙취만 아니었어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일어설 수 있으시겠어요?"

  "으으...발을 삔 것 같다냥."

  "그럼 저를 붙잡으세요. 그리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부축해드릴게요."

  "고맙다냥."


아마 지금쯤 빗을 산 코기츠네마루가 돌아오고 있을 테지요. 키가 큰 코기츠네마루라면 난센을 잘 부축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에 둘은 가던 방향으로 걸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또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의기양양하게 돌아오고 있어야 할 코기츠네마루가 다리 밑 강에 있지 않겠어요? 코기츠네마루는 옷이 젖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초조한 얼굴로 강바닥을 살폈습니다.


  "코기츠네마루 씨, 무슨 일 있으세요?"

  "주인님께서 주신 부적을 여기에 빠뜨려버렸다."


코기츠네마루는 울상을 지었습니다. 코기츠네마루의 처음 보는 약한 모습에 고코타이는 측은지심이 들었습니다.


  "그럼 제가 도와드릴게요."


고코타이는 난센을 강가에 조심스레 앉혀두고 강에 들어가 바닥을 살폈습니다. 얼마 뒤, 고코타이의 손끝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습니다. 그것을 건져올리니 코기츠네마루가 빠뜨렸다던 부적이었습니다.


  "찾았어요."

  "오오, 내 부적이 맞다. 정말 고맙구나. 어떻게 보답해야할지......."

  "아녜요.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거예요. 그럼 돌아갈까요?"

  "응? 빗을 사러가지 않느냐?"

  "코기츠네마루 씨가 안 사셨어요?"

  "아직이다."

  "그럼 같이 가요."




셋은 가게를 향해 걸어갔습니다. 이제 저 모퉁이만 돌면 됩니다. 그때 코기츠네마루가 말했습니다.


  "그 빗은 네가 사도록 해라."

  "네?"

  "그렇다냥. 만약 네가 우리를 돕지 않고 지나갔더라면 진작에 빗을 손에 넣었다냥. 그러니 네가 사는 게 맞다냥"

  "그런가요. 그럼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고코타이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마침내 가게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없어요."

  "없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냥!"


항상 같은 자리에 진열되어 있던 빗이 없었습니다. 가게 주인에게 물어보니 며칠 전에 팔렸다고 말했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은 호랑이와 여우와 고양이는 엉엉 울며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혼마루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불운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문을 들어서자 잔뜩 화가 난 이시키리마루와 이치고히토후리, 산쵸모가 사니와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셋 중에 가장 나이도 많으면서 모범이 되지는 못할망정 가장 어린애처럼 구는구나."

  "고코타이. 내가 너를 그렇게 가르쳤단 말이니?"

  "새끼고양이. 네가 한 짓은 우리 이치몬지의 이름에 먹칠을 했다. 그걸 알고 있겠지?"


여우와 호랑이와 고양이는 혼쭐이 났습니다. 아직도 그들을 야단치려는 보호자들을 말리며 사니와가 말했습니다.


  "그만하면 되었어요. 여러분의 잘못을 아시겠지요? 일단은 깨끗하게 씻고, 다른 분들께 사과하세요. 그런 다음엔 제 방으로 오십시오."


셋은 그 말에 따랐습니다. 흙과 먼지를 말끔히 털어내고 상처도 치료하고 다른 도검남사들에게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러고선 사니와를 찾아갔습니다.


  "어서오세요. 제가 시킨 일은 모두 마쳤나요?"

  "네."

  "예."

  "응."

  "좋아요. 그럼 여기 와서 앉으세요. 제 말을 잘 따른 상으로 머리를 빗어드리겠어요."


고코타이, 코기츠네마루, 난센은 사니와의 손에 들린 물건을 보고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소동을 일으킨 원인이 거기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인님, 그 빗은......."

  "응? 이거 말인가요? 취임 축하 선물이에요. 여러분들과 모은 돈으로 샀다고 미다레가 그랬어요. 어제 술자리에서 받았는데 못 보셨나요?"

  "어제 일찍 자서 몰랐습니다."

  "저도요."


코기츠네마루가 난센을 째려보았습니다.


  "아하하, 나는...그때 너무 취해서 기억이 안 난다냥!"

  "그랬군요. 어쨌든 이리로 오세요."


그 후로 호랑이와 여우와 고양이는 주인에게 정성스런 빗질을 받았습니다.

비록 원래 세웠던 계획에서는 크게 틀어졌지만 아무튼 빗이 주인님의 손에 들어갔으니 그걸로 되었다는 생각을 하며 셋은 만족스레 웃었답니다.




요끼까나 요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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