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내미는 손

마에다 토시로 + 여사니와

~전체관람가~

~이상성욕 없음주의~



멋진 단도나 귀여운 태도가 좋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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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니와가 외출을 하기 위해서는 호위역의 남사를 1자루 이상 데려가야 한다. 혼마루 밖이라면 장소가 어디든 예외는 없었다. 잠깐 오솔길을 거닐때도, 사니와 모임에 갈 때도, 드물게 가족을 만날 허가를 받았을 때도 반드시, 이다. 두세 번이면 진이 다 빠지는 단도도, 걸핏하면 여기저기 고장나고 뒤틀리는 혼마루 수리도 아닌, 이 <호위>가 이 사니와에게 있어 가장 피곤한 문제였다. 이 직업을 갖기 전에는 주로 혼자서 뭐든 해결하는 편이었던 사니와는 그 점이 싫었다. 안전상 웬만하면 외출을 삼가라는 뜻이기도 했고, 따를 수밖에 별 도리는 없었다. 


“마에다군, 오늘 비번이지. 오후에 호위 괜찮을까?”

“물론입니다, 주군. 어디에 가시나요?”

반짝거리는 단발머리를 살랑거리며 마에다 토시로는 조금 기쁜 듯이 물었다. 외출하자고 하면 아와타구치의 아이들은 대개 이렇다. 나와 무언가 같이 하는 걸 무조건 좋아해주는 강아지 같은 얼굴이 기쁘기도 하지만, 부담스럽다는 마음이 더 컸다. 귀찮은 걸 싫어하고 연애경험도 별로 없는, 한마리 늑대 같은 구석이 있는 사니와가 갑자기 수십 자루의 아름다운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24시간을 보내게 되니, 당황스러운 것이 당연한지도 몰랐다. 


“사니와 정기거래소에서 새 경장 천 샘플을 보여준다고 했어. 역시 직접 보고 결정하고 싶어서.”

“아아. 준비하고 오겠습니다.”

“왜 그렇게 웃어?”

마에다는 약간 부끄러운 듯이 동글동글한 얼굴을 살짝 숙였다. 

“주군께서 외출하시는 일이 드무니까… 뭔가 중요한 이벤트가 있구나 생각했어요. 새 경장이라니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반짝반짝 신나 보이는 그에게, 너희랑 같이 나가야 하는 게 귀찮아서 외출이 싫다, 고는 차마 말할 수가 없다.





사니와 정기거래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모임 겸 장터로, 텔레포트 가격도 꽤 비싸고 이동시간도 왕복 1시간은 걸린다. 사니와는 물론 여기에 자주 나가지 않았다. 물품의 거래는 온라인으로 하고 모임 같은 건 애당초 취미가 없다. 하지만 고급 물품을 직접 보고 사고 싶어하는 우아한 주인들이나, 자신이 총애하는 남사를 아름답게 꾸며서 데려와 과시하고 싶어하는 이들로 거래소는 늘 북적거렸다. 


“와, 사람이 정말 많네요.”

거래소에 처음 와보는 마에다는 뺨이 상기되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주군은 인파를 싫어하지 않으십니까?”

“으음, 뭐. 들켰네. 원래 사람이 많은 곳은 좋아하지 않아.”

“그런데도 멋진 옷을 만들어주시려고…”

마에다가 조금 감격한 것 같아 멋쩍어진 사니와는 중얼중얼거렸다.

“뭐 나는 옷은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기왕이면 좋은 천을 고르고 싶으니까…”


사니와는 패션에 크게 관심은 없었지만, 인간하고는 달라서 모두 완벽하게 아름답고 개성도 있는 남사들에게 새 옷을 입히는 건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었다. 처음에 초기도의 기본 경장을 간신히 손에 넣어 갈아입혔을 때 사니와는 그가 서있는 곳의 풍경이 반짝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나마도 사니와마켓.com에서 <미개봉 신품>을 구입한, 엄밀히 따지자면 중고였지만, 초기도는 너무나 기뻐했다. 그 후로 사니와는 개처럼 코반을 벌어 전원에게 기본 경장을 사주었다.


<패브릭 샘플은 이쪽입니다. 전시는 5시까지입니다.>

회색의 콘노스케 영상이 길을 안내했다. 홀로그램 종이꽃이 흩날리는 거리 한편이 온통 천으로 가득했다. 마켓에서 이미 각 남사들별로 어울릴 법한 천을 3-40가지씩 모아 전시해 두었기 때문에 센스가 없는 사니와라도 안심이었다. 많은 사니와들이 모여서 천을 만져보고 햇빛에 비춰보고 물을 뿌려보면서 법석을 떨었다. 사니와는 벌써 머리가 아파지는 것을 느꼈다. 


호타루마루를 데려온 뚱뚱한 남자가 사니와의 어깨를 비집고 지나가려 하자, 마에다가 얼른 사니와의 오른쪽을 막아섰다. 

"괜찮으십니까, 주군?"

"아, 응. 괜찮아."

호타루가 고개를 살짝 숙여 대신 사과했다. 호타루들은 대개 표정이 적긴 하지만, 유난히 기분이 나빠 보이는 호타루였다. 남자가 벌써 지쳤는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 다양한 천을 호타루에게 대어보고 떠들어대는 데에 적당히 대답해 주고 있었다.


마에다는 자연스럽게 사니와의 오른팔에 팔짱을 꼈다. 사니와가 놀라서 쳐다보자, 검은 웃으며 걸음을 빨리했다. 마에다가 월등한 운동신경으로 인파를 쉽게 피하면서 통과하게 해주어 두 사람은 순식간에 거리 제일 끝까지 갈 수 있었다.


“여기에는 아직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 역방향으로 돌죠.”

인구밀도가 줄어들어 편안해진 사니와는 사니폰을 꺼내 음성으로 샘플 번호를 기록했다. 


“미츠타다씨의 구역에는 검정색 천이 수십 가지나 있네요.”

“으음. 질감이 전혀 다르다고는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지만… 3번으로 할게.”

“소우자 씨의 구역은 파스텔 톤의 천이 많아서 화사하네요.”

“삼형제가 비슷한 무늬로 옷을 맞춰도 귀엽겠네.”


마에다는 계속 사니와의 팔에 팔짱을 낀 채였는데, 그 작은 팔의 무게와 아이처럼 따뜻한 체온이 안정감을 주었다. 사니와는 왠지 기운이 난다고 생각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할 일을 끝냈다. 


“아, 마에다 토시로 구역이다.”

“그러네요. 역시 히라노쨩 옆에 있네요.”

“마에다 군의 천은 직접 고를래?”

마에다의 하얀 뺨이 분홍색으로 물들었다. 

“…그래도 괜찮지만…”

“응? 잘 못 들었어.”

“…주군께서, 골라 주시면… 저는, 이런 걸 잘 몰라서…”

작은 귀까지 붉어진 얼굴이 조금 커다란 복숭아 같다. 크기도 딱 그 정도밖에 안 된다.

“나한테 맡겨도 괜찮다면.”

복숭아가 끄덕끄덕 흔들거렸다.





외출한 김에 모든 볼일을 끝내고 싶은 사니와와 마에다는 중고거래 마켓도 둘러보고, 푸드트럭에서 타코야키와 스테이크 덮밥을 먹고, 거래소 한정으로 열리는 인기 카페의 팝업스토어에서 커피를 마셨다. 마에다는 쿨하게 블랙, 설탕 없이, 를 주문해서 사니와는 조금 놀랐다. 


“주군은 단 걸 좋아하시는군요.”

“아아… 초콜렛을 좋아해서…”

작은 손으로 하얀 블랙커피 잔을 든 모습이 어느 귀족 도련님처럼 산뜻했다. 사니와는 휘핑크림이 올라간 초콜렛 바나나 스무디를 왠지 부끄러워하면서 전부 마셨다. 


“이제 사니테크에 가서 새 태블릿만 만져보고 가자.”

“주군, 피곤하지 않으시겠어요?”

“아냐. 당을 잔뜩 집어넣어서 기운이 넘쳐.”


당당하게 말했지만, 평소 압도적으로 운동량이 부족한 사니와들을 위해 가게들은 호수와 언덕을 둘러싼 길 군데군데에 배치되어 있었다. 당분 때문에 기운이 넘치는 뇌와 달리 사니와의 허약한 다리는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사니테크로 내려가는 언덕길을 본 사니와는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마에다는 도도도, 사니와 앞으로 뛰어와 손을 내밀었다. 5월치고는 더운 날씨 때문인지 사니와는 얼굴이 벌겋게 뜨거운데, 그의 생긋 웃는 얼굴은 조금도 덥거나 힘들어 보이지 않고 청량했다. 


“잡으세요, 주군.”

사니와는 자신보다 작은 그의 동그란 머리 가르마를 바라보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그 손을 잡았다. 작은 손은 사랑스럽고 부드럽지만 힘이 강해서 사니와를 단단하게 지탱해 주었다. 더이상 다리가 후들거리지 않았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이 기분좋게 느껴질 만큼 여유로웠다. 언덕길 바람에 흩날리는 다갈색 단발머리에서 아이 같기도 하고 어른 같기도 한 좋은 냄새가 났다. 


역시 왕자님처럼 고급스러운 담청색 천을 선택하길 잘했어, 라고 사니와는 생각했다. 이 검은 조그만 왕자님이니까. 사니와는 다음 외출도 또 다음 외출도, 마에다를 데리고 가고 싶었다. 설령 혼자서 나갈 수 있다고 해도, 이 작은 호위무사와 함께인 편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그만 손으로 나를 완벽하게 지켜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