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몬지의 인물 2명과 인연을 맺었음에도 아직 사니쨩은 그 사실을 몰랐음 처음 연을 맺은 히메는  학창시절부터 집안을 거부했고 존중하는 맘에서 친구가 꺼내는 말 외에 어떤 정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단 데다 이제는 확고히 맘을 먹고 보통사람으로 살아가기로 정하고서 사니쨩과 같은 학교는 아니지만 인근의 대학교에서 학생으로 지내고 있었으니까 거기에 문제의 손님은 길게 갈 인연까지는 아닐거라 생각했음 그저 친구의 사촌(도 아니지만)형이 저런 사람이구나하는 정도의 거리감


힌동안은 변한게 없었음 알바외에는 평일은 집, 주말에는 외출을 하고 여기에는 2오빠들과 함께인 게 자연스러운 그런 나날이 계속 흐르고 있었음 알바에서도 전과 같이 산쵸모를 만나지만 만남을 거부하는 히메소식을 그에게 전해주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특별히 더 친해지거나 그런 건 없었음 게다가 저쪽은 발을 담근 사람이구나 짐작이 가다보니 거리를 두자는 맘도 있었고




변화없는 일상이 깨지기 시작한건 너무 급작스럽게 다가옴
시작은 미츠타다의 고백이었음 이제는 숨길 수 없다면서 마음을 밝히는 그의 모습은 평온하지만 처연하기도 했음 무엇보다 자신도 오빠로만 남고 싶었다는 말이 진심인게 느껴져 그게 더 가슴아프고 미안해서 사니쨩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음 그저 지금 울면 안되는데 하다못해 오빠앞에서만은 울면 안되는데 다짐하는 와중에도 눈물이 흐를 뿐 정작 그런 자신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고서 토닥이는 미츠타다 그 후 어떻게 집으로 자신의 방으로 왔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데도 '언제까지든 기다릴테니까 그래도 정 안된다면 지금까지처럼도 좋으니까 떠나지만 말라'는 말은 잊히지 않음


그럼에도 이건 안 되겠다 싶었던 사니쨩은 어렴풋이 그려가던 계획을 진행하기로 함 마침 하고있는 알바 중 과외알바에서 좋은 평을 얻어 입소문도 나며 나름 큰 돈을 모을 수 있었고, 학업성적도 좋았던데다 외국어 실력은 학생의 수준을 넘고 있어서 서류라든가 하는 본격적 준비만 끝내놓으면 될 정도였음

떨어져 지내면서 시간이 지나면 자신을 향한 마음도 희미해져 가겠지하는 생각이었고 가족들과 인연을 끊는다는 생각은 없었음 그렇지만 이것조차 다 깨진건 오히려 그런 마음을 전하는 날에 찾아옴




어느날 몰래 준비하던 유학준비의 흔적을 후쿠시마에게 들킨 사니쨩 처음에는 안전같은 것을 이유로 반대했지만 내 미래는 내가 정한다는 정공법에는 더 명분이 없어서인지 금새 허락함 단 '미츠타다와 함께 가라'는 조건이었고, 이걸 수락하지 않으면 절대 보낼 수 없다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음

결국 사니쨩은 자신이 부랴부랴 유학 가려는 이유를 꺼내게 됨
가능한 덮은 채로 떠나고 싶었지만 막상 상황을 알게되면 후쿠시마가 든든한 조력자가 되줄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조심스레 꺼낸 이야기였음 근데 처음에는 아무래도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올거라 예상했는데 후쿠시마가 놀라기는 커녕 너무 담담한 반응이었음

여기에 사니쨩은 역시 피가 안 섞인 이들이 남매로 지내면 이런걸 당연히 예상해야 했던걸까 자신만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온건가 하지만 난 진심으로 모두와, 특히나 오빠들과는 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등의 생각으로 오히려 미츠타다의 고백 때와 비교할 수 없는 허탈감을 느낌


그래서 그런 불편한 마음을 내비치며 '내가 그동안 편하게만 생각했다면 미안하다'는 말을 꺼낸 것을 시작으로 필요하다면 돌아오지 않겠다는 이야기까지 꺼내게 됨

하지만 감정적이기만 한게 아니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꺼냈을 뿐 설사 이제 자신이 떨어져야 한다해도 원망하는 마음은 없다 나한테는 가족이 있다는걸 평생 잊지 않고 살거다라는 내용의 말들도 함께 전함

그런데 말이 끝나자 후쿠시마의 차분했던 모습에 냉기가 감돌기 시작했음 '떠나야 한다면 그건 미츠타다쪽이지'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거기에 비꼬는 기색이 역력해서 사니쨩은 혼란스러움 그 와중에 후쿠시마의 말이 머리속을 더 부추기는데
'아마 우리 미츠타다가 옆에만 있으면 된다는 말도 했을거 같은데?'질문을 하는가 싶더니 곧 이어 단호하게 '그 말대로 해'라는 말이었음 정답이라 해도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의


말도 안된다며 이런저런 말들을 하는 사니쨩을 후쿠시마는 재미있는걸 본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음 어떤 이유로 그러는지 말해달라는 요구에는 '그저 내 말을 믿으면 된다'는 식의 대답이 되지 않는 말만 할뿐 결국 화가 난 사니쨩은 '오빠가 허락 안 해도 유학은 간다'라는 통보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남

그러나 몇걸음 못가 후쿠시마에게 붙잡히고 뭐야? 싶은 찰나 그의 깊게 패인 미소가 보임 그리고 '정말 알고 싶어?'라는 질문이 이어졌음 근데 대답이 안 나옴 정해진 답이나 다름없는 그 말이
그저 처음으로 제 오빠에게서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음

겨우 그 두려움을 떨치고 말해달라는 사니쨩에게 후쿠시마는 선선히도 '나도 그 녀석과 같은 마음이니까 잘 알거든'이라는 말을 함 처음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정리가 안되는 사니쨩 그러나 뒤이은 말에 직감적인 답을 알 수 있었음
'그런데 동생아....분명 언제나 함께 한다고 나랑 약속했잖니?'
아니라고 부정하려는 사니쨩의 머리속을 비웃듯 후쿠시마는 사니쨩에게 입맞춤을 하기 시작함 숨쉬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듯

짧은듯도 하고 너무 길다고도 느껴진 그런 키스가 끝난 뒤 '미츠타다가 돌아오는게 3일 뒤였나'라는 후쿠시마의 중얼거림이 무슨 뜻인지 사니쨩은 이때 전혀 짐작 못했지만 곧 온몸으로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