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걸어둔 옷감에 새벽이 물든 것 같음
오십년간 옷을 만들면서 온갖 일은 다 겪었다하는 재단사라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 당황했을 거. 하지만 넋놓고 있기엔 새벽빛 옷감이 너무 아름다웠음. 그렇게 하룻밤에 홀린듯 경장 한 벌 다 짓고보니까 아침해 사이로 번뜩 드는 생각이 이게 손님 마음에 들지 모르겠는거임. 완성된 옷이 아무리 대단해도 손님이 원한 건 짙은 감색 옷 한 벌이었으니까.
그래서 재단사는 다음날 감색 머리칼을 가진 손님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렸다가, 자초지종을 모두 설명하고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혹 마음에 안드시면 새로 지어드리겠다고 말했음. 그런데 걱정이 무색하게 후쿠쟝 흔쾌히 받아 걸쳤으면 좋겠다. 이렇게 뛰어난 명인이라도 아침이 오는 걸 막을 수는 없는 법이지 않냐고 말하면서.
예상치 못한 반응에 기뻐하며 재단사가 옷매무새를 잡아주자 후쿠쟝은 더 테가 나겠지. 후쿠쟝이 움직일 때마다 옷 끝단의 풀꽃이 새벽 바람을 맞은 것처럼 나부낄듯. 후쿠쟝과 함께 옷의 무늬와 색감에 대해 한참이나 얘기를 나눈 후, 돌아가는 손님을 배웅한 찰나에, 짤랑이는 종소리를 듣고 재단사는 문득 깨달았음. 자신이 새벽 내 옷감을 자르고 다리고 열심히 박음질한 중에 무늬를 새겨넣은 기억은 없었다는 것을.
그 날 감색 머리의 손님이 다녀갔다는 것은 나이 든 재단사와 가게에 남겨진 희미한 꽃내음만이 아는 사실이었다고 한다.
너무나 낭만적이야
'이렇게 뛰어난 명인이라도 아침이 오는 걸 막을 수는 없는 법이지 않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