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와타구치 단도들이 남사의 방마다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이유를 짐작한 미츠타다지만, 이렇게 바로 결행했다는 점에서 질린다는 감상이었다. 그럼에도 ‘그렇게도 내가 낭패 당하는 꼴을 보고 싶은 건가’ 하는 생각은 ‘그럴 만하다’는 답으로 이어졌다. 어쨌거나 이치고는 오래 참아왔다. 떠올리는 것만으로 분노가 치미는 자신의 존재를 견디기에는 말이다. 겨우 견디고 있는데 와중에 용납할 수 없는 인간까지 끼어들었다. 둘이 결부되었으니 그 한계에 다다를 수 밖에. 단순히 빌미를 잡은 것이 아니라, 그저 참을 수 없을 뿐일 거다.



본인도 방금 전의 일로 조바심과 같은 기분이 계속 들다보니 간단한 것들로만 식사준비를 마치고 나온 참이다. 결국 정도는 다르다 해도 같은 마음일지 모른다. 더해서 침입자를 제거할 수 있다면 그가 말한 바를 실행해도 말릴 생각 역시 추호도 없다. 이면에 거부하는 마음이 전혀 없다 하지는 않겠지만 그건 자신이 감내해야 할 일이며, 선택을 해야 한다면 답은 정해져 있는 것이다. 그저 이렇게 요란하게 일을 벌리는 것 자체가 마음에 안 들 뿐. 미츠타다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때로는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는 마음이 있기 마련. 미츠타다가 그것을 깨닫게 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는 않았다.











단도들의 입으로 전해진 소식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주방에서의 사건과 곧 행할 일에 관한 동의를 얻기 위해 모여 주었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주방에서의 사건을 전하는 단도들이 본인의 감상-대개는 그들의 형에게 대든 인간이 괘씸하다는게 주를 이루었다-를 덧붙여 전하는 바람에 전달에 소요된 시간은 꽤 길었지만, 이야기를 들은 이들의 대부분이 그 자리에서 바로 이동한데다 정작 건너에서 듣던 이웃 방의 주인들은 용건 파악을 진작 끝내고서 이동한 경우가 많았기에 제일 먼저 도착한 이와 뒤늦게 도착한 이들 간의 차이가 크게 나지는 않았다. 모이는 장소로 선정된 대응접실은 낮에는 드물지만 조회를, 언제나의 밤에는 손님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양쪽으로 늘어선 남사들 중 하룻밤을 보낼 이를 선택하는 장소였었다. 처음부터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장소였고, 그래서인지 도검남사 모두를 수용하면서도 남는 공간은 그 배가 될 정도로 넓은 곳이었다.




이치고는 상석 쪽이었지만 낮에는 주인이, 밤에는 손님이 자리잡던 의자가 놓여 있던 자리가 아니라 불태워졌던 흔적이 남은 그곳보다 아래쪽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흔적을 보이지 않게 하려는 것처럼. 이제는 어느 장소에 들어서면서 옛 기억으로 날 선 반응을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은 몇몇 있었다. 그 이유가 자신의 기분이건, 신경 쓰이는 이를 생각해서 건 간에. 닛카리 아오에는 후자에 속했다. 도종 특성상, 그는 단도와 협차들과 잦을 정도로 부대에 속하곤 했다. 그만큼 그들의 어두운 감정과 고백을 접할 기회가 많았고, 그 중에서도 이 곳에 들어설 때 얼마만큼의 두려움을 겪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어린 츠쿠모가미들을 고르는 이들은 특히나 가학적 성향을 가진 이들의 비율이 유독 높기도 했으니 엎친데 덮친 격이었다.




‘근데 단도들보다….. 저 쪽이 더 걱정이네’




아오에의 시선이 향한 곳은 제일 앞쪽에 자리한 호네바미였다. 이제 곧 그 여자를 죽일 수 있는거냐며 신나서 재잘거리는 단도들과 달리, 그는 이곳에 들어서서 자리에 앉을 때까지 살기에 가까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감정표현이 잘 드러나지 않는 아이인 데다, 본인도 자제 중이라 살기에 민감한 남사들조차 대부분이 눈치채지 못했더라도 그의 눈에는 보였다. 그리고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이치고가 번거롭게 걸음하도록 해서 죄송하다는 양해와 그럼에도 그보다 거추장스러운 존재에 관한 이야기라며 시작한 서두를 끝내고 본론을 꺼내자마자, 호네바미가 태워버려! 한마디를 외쳤다. 그의 외침소리를 들은 건 아와타구치 형제들조차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고함조차 한번이었지만, 뒤를 이은 짐승의 날숨과 같은 씨익씨익 거리는 숨소리도 호네바미라는 도검과는 거리가 있었다. 결국에는 형제 검 나마즈오가 슬쩍 뒤에서 손을 써, 기절시켜 데려가는 걸로 끝을 맞이했고.




“저도 태운다에 한 표예요!”




목소리만 들으면 아무일 없었던 양 느껴질 정도로 발랄한 한마디를 남기고서 그는 제 형제를 들쳐맨 채 나갔다. 그 뒤에는 거수로 정하기로 하고서 찬성 쪽이 손을 드는 것으로, 정작 몇 명이 손을 들었는지 세 볼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결과까지 일사천리였다. ‘그럼 결과에 따라 진행하겠다’는 이치고의 말로 모든 게 끝맺을 듯하던 흐름을 깬 것은 츠루마루였다. 찬반 때는 손도 들지 않았으면서 아까부터 봐주기를 바랬다는 양 호들갑스레 양팔을 모두 들어 휘익휘익 젓는 모양새에 ‘드디어 이 몸이 등장할 때가 왔다! 일까?’ 장난스런 말까지 모두가 못마땅한 이치고는 일부러 한숨을 뱉는 기색을 감추지도 않고서 눈으로만 말해보시라는 뜻을 전했다.




“난 그 여자를 우리 손으로 직접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이치고는 인상을 팍 구겼다. 다른 남사들 중에서도 그런 이가 몇이나 있었고, 그렇지 않은 이들의 대부분도 헛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그럴 수 있으면 진작에 했다. 하지만 온갖 방법이 통하지 않아, 차라리 그 모습을 보는 일이라도 없게 하자는 암묵적 룰까지 자연스레 생겼던 것이 아닌가. 하실 수 있으면 진작에 하시지 그랬냐는 말이나 던지고 나갈까 이치고가 고민하는 사이, 츠루마루는 무대 위를 걷는 연극배우 같이 작위적이지만 통통 튀는 듯 하면서도 태평한 발걸음으로 제일 뒤쪽에 자리한 이시키리마루 옆에 서더니




“그리고 그 방법은 이시키리마루가 찾아냈다고!”




약장수가 제가 팔 물건을 소개하는 듯한 손짓으로 지목받은 이시키리마루가 정작 흠칫하며 굳은 건, 제일 앞에 자리한 이치고 눈에도 확연히 보였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최소한 츠루마루가 가짜약을 파는 사기행각을 친 게 아님은 증명했다.




“그,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말이지….그런데 어떻게….?”



“오, 역시! 손을 들지 않았을 때 감 잡았다고!”




비록 결과적으로만 사기가 아니었을 뿐이더라도.

그러나 찬탄을 보낼 점들은 충분히 있었다. 의제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주변 도검에게 쉴새 없이 말을 걸거나 다른 도검들의 반응이나 구경하며 산만하게 군다고 생각했는데….. 중앙이나 다름없는 곳에 자리한 와중에도 제일 뒤쪽의 이시키리마루가 손을 들지 않은 걸 본 것이나, 그 조그만 단서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낸 점까지. 비록 단서가 그가 뱉은 말의 내용처럼 하나만은 아니었을지라도, 그 외 단서에서 그의 관찰과 판단력 혹은 수완이 작용했음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뒤에 뱉은 말로 여론의 추가 한번에 기울도록 만든 것은 그 증명이었다.




“이번에야 운 좋게 죽일 수 있다해도 말이지. 저런 능력을 가진 인간이 과연 저 하나뿐일지는….모르는 것 아닌가?”




찌푸려지는 얼굴근육, 찬물을 맞은 듯한 표정, 주위 남사와의 눈빛교환 등등. 반응은 제각각일지라도 그의 말에 납득하고 있는 건 대부분이 마찬가지인듯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래도 확실한 방법이 있는데 굳이 다른 방법을 시도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이번에는 말이지.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저 능력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어, 그럼 같은 능력을 지닌 인간이 또 들어온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까? 이번처럼 운 좋게 예상외 일이 나와서 죽어주길 기다리는 거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잖나”




이치고의 항변은 가볍게 반박 당했지만 이렇게 쉽게 넘어가 주기는 싫었다.




“그런데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안 되나? 난 당장 저걸 치워버리고 싶다고.”




그렇다, 이와토오시의 한 음, 한 음을 눌러 담는듯 낮은 음성으로 넓게 퍼져 나가는 말은 이치고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거기다 이시키리마루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하지 않았나. 만약 그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절호의 기회만 놓치는 거다. 츠루마루의 의견은 결국 다음을 위함이고, 아는 게 없다는 말은 이번이 아니면 더 이상의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당장 눈앞에 있는 것도 치울 수 있을지 말지도 정확하지 않은 마당에 태평한 소리일 수 있다.




“그런 마음이라면 모두 마찬가지 아니겠나. 그래도 난 이런 기분을 2번은 느끼고 싶지 않다고.”




어깨를 으쓱하며 넘겨버리는 츠루마루를 보며 이치고는 속으로 혀를 찼지만, 그의 말에 공감하는 이가 많다는 건 굳이 둘러보지 않아도 분위기만으로 느껴질 정도였고, 결국에는 내키지 않는 질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죠?”



“우선 부엌을 없애는 건 우리에게도 손해 아닌가? 난 아직도 미츠보가 만들어 주기로 한 푸ㅡ딩이란 걸 맛보지 못했고 말이야!”




긴 소매자락 사이로 얼굴을 파묻고 징징대는 척 하는 모양새에서 이제까지의 연극이 누구를 위함인지 이치고는 확신했다. 이는 반대하는 입장을 철회하지 않으리라 맘을 굳히기에 충분했지만, 빌어먹게도 자신이 마련한 자리 탓에 이 건은 독단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게 되었다는 사실 역시 깨달았다. 차라리 제 감정을 주체 못하는 어리석은 이로 보일지라도 당장에 부엌을 불태우지 않은 걸 뼈저리게 후회했지만,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건 무릎위에 올려진 주먹을 움켜쥐는 것으로 그런 마음들을 추스리는 것 뿐이었다.




“저쪽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란 것만은 확실하지. 그렇다면 그걸 이용해서 함정을 파 놓는게 최선이지 싶은데.”




함정이라면? 누군가의 질문에 씨익 웃는 츠루마루의 미소에서 이치고는 잠시 혼동이 왔다. 가늘게 휘어질 정도로 날카로워지는 눈가와 그 안에 담긴…. 번뜩이는가 싶다가 순식간에 형상을 바꾼 몽롱한 열기는 분명 제 눈앞에서 생명이 파괴되는 순간을 즐기는 살육자의 것이었다. 그런 종류의 광경이 이 곳에서 펼쳐지고 있지 않는 만큼, 그의 머리속에서 벌어지고 있다는게 그만큼 자명했다. 그 상념의 공간에서 어떤 이의 육체가 도륙되고 있을지는 더욱. 그래서 자신이 오해를 했나 싶어지는 것이다.




“우선 간단히 말하자면 이거다. 우리의 힘이 통하지 않는다면 다른 힘을 빌려 오자는 거지”




여기까지 듣고서 무슨 이야기인지 짐작은 커녕, 영문을 모르겠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치고에게는 곧바로 떠오르는 존재가 있었다. 비록 그 짐작이 틀리기를 바랬지만.




“츠루마루공, 단도직입적으로 묻죠. 이곳에 있는 우리 아닌, 다른 존재의 힘…..’그것’을 말하시는 겁니까?”




이치고의 말로 몇몇 이들이 무언가를 깨닫거나 기억해낸 표정을 짓는가 싶더니 술렁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정작 잔잔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킨 돌맹이와 같은 주범은 태평 그 자체였다.




“오, 역시 이치고! 라고 해야할까? 아마 짐작하고 있는 게 맞을거야”




짝! 박수까지 한번 쳐보이고는 능청스레 대답하는 츠루마루를 이치고는 노려봤지만 당사자는 ‘그럼 넌 설명 필요없지?’ 같은 눈빛만 보내고서, 아직도 짐작 못하고 의문을 띄운 이들을 위한 본격적인 후술에 들어갔다.




‘그 힘을 열려면…..결국 이 계획에 필요한 건….’




잠시나마 ‘오해를 했는지도’라는 생각을 품은 자신이 한심했다. 비록 저 학이라고 불리는 도검남사가 품은 침입자에게 향하는 증오심과 살해욕구는 거짓이 아닐지라도 이 계획을 꺼내든 것은 유일한 방법이어서만은 결코 아닐거다. 만약 그의 손에 수많은 묘책이 있었을지라도 그는 ‘쇼쿠다이키리를 끌어들어야 하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이 수를 택했을 것이다. 그가 이곳에서 있을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




‘저 너구리 같은 학..…제길!’




마치 농담같은 욕이지만 그럴 심정은 결코 아닐 뿐더러, 울컥거리는 속내를 다스리기 위해 필요하기도 했다. 정작 신나보이기까지 한 음성으로 설명을 이어가는 츠루마루의 옆에 자리한, 남의 일이라도 보는 양 무표정하게 보고 있는 쇼쿠다이키리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더욱 그랬다.




“더 들어볼 것도 없군요, 전 반대입니다”




츠루마루가 만들어낸 열기에 전염된 양 남사들 사이에서 피어나는 들썩임이 순식간에 채워진 공간을 가로지르는 단호한 음성. 왜 자신의 이 말이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것인지 이치고는 의아하면서 화가 났다. 분명 저 학이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은 자들도 있건만, 그 중에서 저 이가 말하는 계획의 윤곽조차 짐작하는 이가 없다는 게 자신은 되려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니면 다 알면서도 염려되는 점이 없다는 건가? 이제 곧 알게 되겠지.




“감히 유추하자면 츠루마루공의 계획은 저 인간을 꾀어내어 ‘그것’에게 데려가자. 그 힘이 발현되도록 이시키리마루공께서 힘써놨다…..아닙니까?”



“내 수고를 덜어줘서 고맙다고, 이치고. 그런데 왜….”




왜 반대를 하냐고? 바로 말해주마, 아니…. 어디 대답해봐.




“그러면 그 꾀어내는 역할은 누가 맡게 되는 거죠?”




상대의 말이 끝맺기도 전에 이치고는 질문을 던졌다. 자신이야 이미 대답을 확신하고 있지만, 이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들려주기 위해서였다.




“으음~ 그게 문제였던 건가”




난감하다는듯 제 턱을 쓸며 잠시 머뭇거리다 어쩔 수 없다는듯 입을 연 츠루마루에게서 나온 이름은 예상대로였다.




“아무래도 미츠보가 적격, 이겠지?”




“글쎄요. 츠루마루공께서 판단하신 적격의 기준이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제가 염려한대로라 먼저 말씀드리죠. 첩자로 보낸 이가 되려 상대쪽으로 붙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죠?”




“잠깐, 잠깐!”




츠루마루가 난감한 미소와 함께 손사래를 치며 다가오고 있었지만, 왜인지를 알기에 더 멈출 수 없는 이치고였다. 애초에 그럴거면 시작도 안했을거다.




“그 날, 저 쇼쿠다이키리가 제일 먼저 벤 게 누구였는지 기억하는 건 저 뿐인 겁니까?”




노기 가득한 외침을 내지른 후, 이치고는 응접실을 둘러보았다. 츠루마루의 것처럼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던 이들 중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뀐 이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그조차 맘에 들지 않았다. 그런 이들까지 모두 잊고 있었다는 표정이었으니까. 무언가가 치밀어 오르는 걸 다스리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 사이, 그림자가 제 몸을 덮고 있다는 걸 느꼈다.




“작작 좀 해라, 애송이”




학이 아니라 맹금류에게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크지는 않지만 그릉거리는 듯 낮으면서도 위협적으로 울리는 음성. 질까보냐 이치고가 고개를 들었을 때, 그새 제 앞으로 다가와 손아귀에 칼만 있었다면 베어버렸어도 이상할 게 없는 형형한 빛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내려보는 츠루마루가 있었다. 하지만 그 눈이 정작 자신의 시선을 마주하자 순식간에 그 기세를 누그러트리는 것이 불쾌했다.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건 확실했지만, 혹시라도 지금 제 눈에 그 흔적이 차오른 게 아닐까 하는 확신에 가까운 직감 탓이었다.




“……우리 주인이었다.”




뜬금없게 느껴질 수 있는 츠루마루의 한마디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이 넓은 공간 안에 있는 수십명 중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를 받아들이는 건 다른 문제였다. 최소한 자리에서 일어나 응접실을 떠나는 쇼쿠다이키리의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그 역시 침묵의 무리에 합류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이치고는 제 입술을 씹으며 한마디를 뱉어버렸다.




“네, 그 주인에게 붙어먹은 게 누군지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



“너…..!”



여러모로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천박한 표현으로 답한 이치고의 옷깃을 움켜잡고 그대로 육탄전을 벌일 기세를 뿜는가 싶었지만, 곧 시원스레 놓아버리더니 츠루마루는 제 머리만 마구 흩트렸다. 그러나 고개를 들었을 때, 진정은 커녕 한계에 다다랐음을 이치고는 짐작했다. 그의 주위를 감싸는 흥분이 꽤나 선명한….차가운 비웃음으로도 눌러지지 않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에게서 흘러나온 말로 방점을 찍었다.




“사실 더 최적인 이가 있긴 한데 말이야…..’못할 게’ 뻔해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던 거거든”




한 지점에서 은근히 강조를 하더니 말은 이어졌다.




“이번 일에 연관되었으면서 마무리도 해야 하고, 또 저 인간이 보기에는 협상을 걸고 그럴만한 권한 내지는 의지가 있어보이는….거기에 걱정하는 배신 행위라는거….뭐, 그대가 안심할 수 있는 이…라고 하는게 정확하겠지만. 이 모든 게 다 들어맞는 인물이 없는 건 아니지. 누군지 알겠나?”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더 깊게 패여진 웃는 얼굴을 이치고 앞에 쑥 들이밀고서 제가 답을 뱉는 것은, 알고있다 해도 너는 말을 못하지 않냐는 조롱이나 다름 없었다.




“이치고 자네 말이다.”















“아야야~좀 살살! 살살 좀 해주게”



“……..그러게 처음부터 다치지 않도록 처신했으면 좋았잖아, 츠루씨”



소독솜을 몇번 문지르기도 전에 엄살을 피는 츠루마루에게 이 정도로는 아픔이라 느끼지도 않으면서 왜 그러는거냐 물으려다 분위기가 무거워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임을 짐작한 미츠타다는 눈치채지 못한 척 타박이나 놓았다.




“아니, 그 녀석이 자꾸 자네를 물고 늘어지니까 그렇지! 그리고 난 사실만 말하고, 할지 말지 정하라고 했을 뿐이라고ㅡ”




글쎄, 그 점에서는 어떻게 흘러간건지 보지 못한 미츠타다였지만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설사 아이의 인식과 범위에서 사고하고 행동하게 되는 단도들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특히나 몇몇 아이들이 제 맏형을 괴롭히지 말라며 덮친 것까지야 단편적이며 제 감정에 충실한 행위였을지라도, 그 무리 중 야겐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거기에 그가 얼굴에 발차기를 먹일 정도였다면 주장하는 바의 신빙성은 더욱 떨어진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됐는데…..정말로 상관…..없단 말이야’




그러나 츠루마루가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는, 그 이유가 자신 때문임을 알기에 미츠타다는 그저 아무 말 없이 치료하는 손을 놀릴 뿐이었다. 방금 전 나올 뻔한 말을 직전에 삼킨 것도 같은 이유였다. 이 말을 하면 분명 시무룩해 지거나 크게 화를 내던 둘 중 하나겠거니 싶은 것도 있지만 말이다.




‘멍든 건 나아질까 아니면 흉터 쪽? 둘 다 나으면 제일 좋겠지만….’




도검남사들을 치료할 수 있는 건 인간의 영력이긴 해도, 가벼운 상처나 증세는 현세의 의료기술로도 효과를 보는 경우가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완치할 수 있는 가벼운 병세나 상처에는 미미한 차도만 보이면서, 커다란 부상 따위에는 일시적이라는 조건 하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기도 했다. 뼈가 부러지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한다거나, 보통 인간들 같으면 몇시간만 버틸 수 있는 응급처지가 남사들에게는 몇 일이 적용되는 식이었다.




“멍이 남는 게 뭐 대수인가. 고칠 생각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




멍자국을 너무 뚫어지게 본 걸까. 츠루마루의 짐작이 맞지는 않았어도, 지금은 그걸 지적하느니 차라리 수긍하는 게 나을 듯 싶었다. 저 말을 그냥 넘겼다가는 정말로 수리를 하지 않을 수 있으니, 자신이 신경쓰인다는 뉘앙스를 흘리는 쪽이 좋으니까.




“츠루씨 얼굴 볼때마다 미안한 마음을 품기는 싫은데….”



“치사하구먼! 가슴 절반을 화상 입고서도 수리하지 않던 사람에게서 그런 말 듣는 거…..꽤 복잡한 기분일 거란 생각 안 드나?”



“정 안 하겠다면 억지로 할 수는 없겠지만….얼굴 볼 때마다 웃을 사람은 많겠네”



자신의 가슴을 가르키며 너스레를 떠는 이에게 담담하게 돌려준 말에, 츠루마루는 그 정도야? 라는 얼굴로 부산스레 거울을 찾더니 제 몰골을 확인하고서 억지로 웃는 표정으로 변했다. 만화에서 나올 법한 류의 눈을 감싸는 커다란 멍은 어지간히 무신경 하지 않고서는 당사자 입장에서 난감할 만했다. 하지만 츠루마루의 입에서는 의외의 말이 흘러나왔다.




“뭐, 이 꼴을 보면 이치고의 마음이 좀 풀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긴 하구먼. 차라리 잘 됐다….일까?”




처음엔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나왔다 싶었지만, 자신이 결부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싸움인 데다 츠루마루가 이치고에게 특별히 적대적인 감정을 품어 오지도 않았다는 걸 상기했다. 무엇보다 틈만 나면 주변을 헤집고 다니곤 하는 이 남사가, 사실은 그만큼 주변을 신경쓰는 이라는 것도. 오히려 그다운 발언인 것이다. 그래서 더욱 착잡해지는 미츠타다였다. 몰려오는 답답함에 마침 정리도 끝난 구급세트를 들고서 나가려는 찰나, 마치 도망가려는 걸 알고 있다는 것처럼 허리를 잡아채듯 감싸 안는 손이 있었다.




“그래도 역시, 꼬맹이들이 이렇게 보복해줄 걸 알았다면 맘 편하게 그 녀석에게 한방 먹일 것을 싶어지는구먼~”



“뭐 하는거야, 츠루씨”




일어서려다 몸을 모두 일으키지 못한 미츠타다와 그의 허리를 껴안은 채 매달린 츠루마루의 모습은 꽤나 우습거나 오해살 법도 하거나였다. 그러나 와중에도 미츠타다가 억지로 제 손깍지를 풀어내려는 걸 한동안 재미진 양 지켜보기만 하다 ‘적당히 하라’는 말을 뱉기 일보직전, 선수 치듯 입을 여는 츠루마루였다.



“이봐, 미츠보. 난 앞으로도 이치고 녀석….뿐 아니라, 그 누구라도 너를 입에 올리는 걸 참지 않을거야”




어린 아이를 얼레기라도 하듯 잔잔하면서도, 말리거나 부정하는 말은 용납하지 않을 것 같은 단호함이 느껴지는 음성이었다. 그러나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리자 보게 된 건, 장난끼로 가득 차서 매치라고는 되지 않는 얼굴이었다.




“근데 앞으로도 꼬맹이들에게 맞을 걸 생각하면 각오를 해야 하는건지, 그나마 맘은 편할 테니 위안 삼아야 하는지는 헷갈리는구먼!”




우습다는 듯 씩 웃어 보이는 츠루마루였지만, 그런 그에게 미츠타다는 건조한 음성으로 답을 건넸다.




“처음부터 나서지 않으면, 그런 고민할 필요도 없을 거야”




그동안 이 말을 몇번이나 했는지. 그리고 그럴 때마다 못 들은 것처럼 화제를 돌리는 츠루마루의 모습도 언제나와 다름 없었다.




“그런데 말이야, 푸-딩이란 건 언제쯤 만들어 줄 건가?”











때로는 커다란 부상보다 조그만 생채기가 사람을 돌아버리게 만든다. 그러다보니 짜증이 나서 이러는 거라고 이즈미노카미는 되새김질을 하고 있었다. 어떤 상처나 부상도 실내에 있기 싫어서 발걸음 닿는대로 배회하게 만들지는 않지만 자기가 그렇다면 그런거다.

옆방에서는 재잘재잘 거리느라 한참 후에 용건을 전달하던 단도녀석들이 정작 저와 호리카와가 함께 쓰는 방에 이르자, 맏형인 이치고가 모두 모여주십사 했다는 짧은 전언만 남기고 도망치듯 떠난 이유, 내용을 전달 받았는데도 가지 못한 이유, 제 얼굴에 얼핏 보면 칼자국 마냥 그어진 상처, 이 모두의 이유는 같았다.




‘호리카와 녀석….간만에 요란하게 나왔네’




가끔 호리카와는 어떤 기억을 떠올리며 발작을 일으키곤 했다. 그 기억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한가지는 확실했다. 이즈미노카미의 신변과 관련된 무언가를 떠올리다 두려움에 무너져 감당을 못하는 지경에 이르면 발작이 찾아온다는 것.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면, 초창기에는 ‘인간’을 화두에 올리면 반쯤은 시작된다 봐야했던 수준에서 언제부터인지 본인이 먼저 ‘인간’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려도 멀쩡할 정도로 큰 호전이 있었다는 것. 이에 관해 호리카와는 ‘이 곳은 어차피 인간이 있을 수 없을 테니까요. 들어오는대로 죽여버리면 그만인데, 더 이상 걱정할 필요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라는 말을 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그런 거겠지…… 죽이지 못하는 인간이 있다 보니까 참았던 게 터져서’




처음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시작되고, 또 비슷한 레퍼토리인 그런 잔소리였다. 어차피 자신도 이번 일은 바보 짓도 이런 바보 같은 짓이 없다 생각하니까, 끝날 때까지 얌전히 입다물고 있으려 했고 말이다. 그런데 어디서부턴가 이상하게 흘러갔다.




ㅡ 그리고 이 참에 말해야겠어요. 그 인간에게 다가가는 것도 그만해요! 어차피 해볼 건 다 해봤잖아요. 지금 카네상의 상태는 우리랑 다르게 인간을 접하면 영향을 받기 쉬우니까 더 이상 가까이 하지 않도록 하지 않았나요!




그 말로 처음의 결심이 가볍게도 날라갔다. 고작 그 따위 인간에게 휘둘릴 거라 생각하다니….영력이라고는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한 정도만 있는 그런 수준에게 말이다.

물론 인정하기는 싫지만, 걱정하는 바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자신은 이곳의 남사들과 비교했을때, 츠쿠모가미로서 제일 짧은 시간을 존재했다. 그만큼 신격이 낮을 수 밖에 없고, 이는 인간의 기운에 영향을 받거나. 그만큼의 힘을 가진 인간이 존재할 확률은 낮더라도, 여튼 높은 영력의 쇼유자가 마음 먹기에 따라서는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거기에 더해 ‘또다른 불안요소’까지 있으니….제가 생각해도 여러모로 요주의인 것이다. 한심하게도 말이다. 침입꾼 여자에게 휘둘릴 정도는 아니라는 것과 별개로도 자존심은 상했다. 전부터 오랫동안 신경쓰였던 지점이 건드려지자 울컥해 당장 내지르려 했지만, 뒤를 이은 호리카와의 말이 단번에 그를 막아냈다.




ㅡ 카네상, 혹시……그 인간을 혼낸다는 건 핑계고, 일부러 찾아가려 하는…. 그런 건 아니죠?




처음에는 뜻조차 이해가 가지 않고, 어떤 의미인지를 알았을 때는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혔을 뿐인데, 호리카와는 확인이라도 하듯 이즈미노카미의 얼굴을 훑어보더니 ‘안돼!’라는 외침을 시작으로 발작을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예전에야 혼자서 감당이 안됐지만, 이제는 오랜만에 펼쳐진 아수라장인데도 혼자서 뒷수습까지 끝마칠 정도였다. 지쳐 실신한 호리카와는 오늘부터 만 하루쯤을 이즈미노카미가 펼치고 뉘여준 이부자리에서 보낼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말이다.




“하아~”




이즈미노카미는 깊은 한숨을 뱉고서는 고개를 뒤로 젖혀 어둑해진 하늘로 시선을 향했다. 수많은 별이 반짝이며 수를 놓은 밤하늘이 시커먼 진창에 쓰레기 잔해가 널린 듯 보일 뿐이다. 스스로도 제 마음이 심란하기 때문이란 걸 인정했다. 어느 정도 무뎌지긴 했어도 호리카와의 저런 모습들은 매번 속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좀 달랐다, 매번 있는 무거움도 있지만, 그보다는 혼란스러움이 더 컸다. 그리고 이건, 순전히 호리카와 녀석이 제 속을 헤집어 놓은 탓이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것들을 녀석이 이상한 말을 하는 바람에 괜시리 떠오르고 의식하게 됐으니까.




‘그 여자가 처음 온 날에 예쁘장하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 근데 그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 내가 심미안이 없는 건 말이 안되잖아! 적색을 적색이라 하고 청색을 청색이라 하는 것과 다를 것 없는 거지’


‘우릴 얼마나 무시하면, 툭하면 대청에서 낮잠이나 자냔 말이야. 내가 그게 짜증나서 낮잠 자는 시간대에 혼내주러 간 적이 많은 건 인정해. 하지만 정말로 그게 다였다고! 너무 편하게 자는게 꼭 아기같으니까….순한 인상도 아닌 녀석이 그렇게 자는게 신기해서 그냥 돌아간 적은 있어도, 그것도 딱 한번 이었고!’


‘그래도 짜증나는 점은 더 많은 여자라고. 역시나 인간이란 존재다 보니 어쩔 수 없지! 한동안은귀찮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건방지게 군다 싶더니, 요즘에는 나한테 말할 때면 무슨 애새끼한테나 할 법하게 말하지 않나, 그러니 내가 어떻게 가만 있겠어!’




생각할수록 호리카와 녀석의 멱살을 쥐고 흔들어 대고 싶은 심정이 되어갔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오해를 한거냔 말이다. 하지만 제일 답답한 건……




“네 녀석을 그렇게 만든…… 인간을…….내가 왜, 어떻게…..”




저도 모르게 속마음을 뱉고 말았다. 그러자, 마치 이 말을 꺼내기 위해 이리저리 해매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거웠던 가슴이 가벼워졌다.




“쳇, 뭐냐고 이거….”




혀를 차며 중얼거렸지만 헛웃음도 나왔다. 이렇게 쉽게 정리가 되는 감정에 그렇게 휘둘렸다니. 잠깐, 휘둘리다니, 무엇에?

누군가가 뒤쫓아 오기라도 하는듯한 기분에 이즈미노카미는 사로잡혔다. 그러나, 같은 질문만을 반복하는 머리 속. 가끔은 신경질적으로 발길질도 해가면서 쉬지 않고 놀리지만, 제자리만 빙글빙글 맴도는 발걸음. 그렇게 모든 것이 엉킨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해답까지의 진전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어서, 결국 이즈미노카미는 허공에 주먹질이나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때마침 눈에 들어온 것은 최소한 엉킨 감정과 사고의 뭉치덩이를 내던지고서 외면해 버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바로 자신을 곤혹스럽게 만드는데 크게 일조한, 문제의 침입자가 거처하는 곳으로 향하는 쇼쿠다이키리였다. 이 날, 응접실에서 나왔던 안건과 대화를 이즈미노카미는 전혀 몰랐고. 그런 그의 눈에는 정작 호리카와가 저에게 했던 말을 들어야할 위인이 여기 있었네 싶어지는 광경인 것이었다.




‘기만자와 인간의 밀회….. 같은 건가’




또한, 놓칠 수 없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후의 전개가 제가 예상하는 그런 종류로 펼쳐진다면, 해야하는 일은 정해져 있었다. 그것은 오늘 호리카와가 자신에게 품었던 오해를 풀어줄 너무나도 적합한 전리품이었다.




“두고보라고, 호리카와.”




단지 모든 것이 명료하고 이렇게나 착착 일이 들어맞다니 싶은 와중에도 계속해서 솟아오르는 분노는, 곧잘 성질을 부리는 게 어색하지 않은 이즈미노카미에게도 뜬금없다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그나마 그 대상이 남사들 입장에서 배신행위를 하는 쇼쿠다이키리에게 향한다면 납득할 법도 하지만…… 오히려 배신감과도 비슷한 실망감을 느끼는 건 그쪽이 아니라는 것까지.

그러나 이 모든 걸, 이즈미노카미는 아까부터 이상한 생각을 자꾸 하다보니 그런거라고. 모두 괴상한 소리를 한 호리카와 녀석 탓이니, 이 상황을 정리해서 그게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이었는지를 깨닫게 해줄 거라며 스스로를 달래는 것으로 무시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