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마레를 따올 때마다 아직은 바라는게 없다며 거절하던 후쿠쨩이 어느날 사니와에게 이 혼마루의 정원을 자신이 만들고 싶다는 요청을 해오는 걸로 시작 허락받은 뒤는 그 누구도 출입을 못할 정도로 엄격하고 조심스레 정원이 만들어지기 시작하고

그렇게 정원이 완성된 날, 첫 손님은 당연히 너라며 초대받은 아루지 정원은 막연히 생각해오던 것보다 더 아름다웠음 잘 가꿔진 수목들은 물론이고 조그만 호수라 해도 어색하지 않은 분수에  좀더 안으로 들어가면 비닐하우스 기능을 하는 실내정원까지 있다는 말에 두근거림이 차오르는데 정신없이 구경하던 아루지는 가끔 후쿠가 설명해주는 것 뿐만 아니라 본인이 먼저 이 꽃은 이름이 뭐냐부터 시작해 이것저것 물어보게 되고

그렇게 즐겁게 주거니 받거니 대화하며 이제 정원의 절반 정도라는 설명을 듣고서도 지겹기는 커녕 아직도 이만큼 구경할게 남았다는 안도감과 기대감 섞인 두근거림이 차오를 뿐

이번에도 꽃이름을 물어보는 사니와에게 후쿠는 다정스레 이름을 알려주고 꽃말이라든가 꽃의 특성을 알려주었음 이번에 알려준 꽃은 특이하게도 온도가 바뀌면 색이 변하는 꽃이었음 한번 꽃잎에 입술을 대보라는 후쿠의 말대로 하자 잠시후 천천히 옅기는 해도 전혀 다른 색으로 변하는 광경을 우와하며 뚫어져라 보는 사니와 그리고 그런 사니와의 볼에 후쿠는 쪽 입술을 대었다가 뗌


깜짝 놀라 쳐다보는 사니와를 재미있다는듯 쳐다보며 이 꽃의 정령이라도 되는거 아니냐(=너도 이 꽃처럼 색이 변했다)는 말을 하는 후쿠에게 또 그러면 혼내줄거다라 말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응 조심스레 대해야지 그 꽃 말인데....너무 자주 색이 변하면 결국 시들어버려' 진지한 얼굴에 꽃말고 나한테 그러지 말라는 항변은 입밖으로 나오지 못했음

그런데 이 즈음부터 뭔가 이상해짐 꽃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건 변함이 없지만 뭔가가 달라졌음

'속삭임'이 키워드로 들어간 꽃의 꽃말을 알려주며 귓가에 대고 말해준다든가 이 꽃을 잠든 네 머리맡에 놓으면 어떠냐며 머리카락에 입을 맞춘다든가 몇번 참던 아루지가 '장난 좀 그만쳐'라는 말을 하자  '장난 친 적 없는걸?후쿠는 모두 진심이라고' 마치 오니쨩이라 부르는걸 거부하는 밋쨩에게 징징거리던 그 모습으로 말하는데에 할 말을 잃게 되는데 결국 기막혀서 허하는 한숨을 내쉬는 아루지를 보며 쿡쿡 웃고서는 '자 그럼 다음으로 가보자고'하는 후쿠쨩의 음색이 변해있다는걸 깨달을 정신조차 없었음

대망의 실내정원
엄청 넓은건 아니지만 한눈에 들어오지는 않는 크기였음
그곳을 둘러보며, 그 안의 꽃들을 설명해주면서....이제는 더이상 장난을 쳐오지 않는데에 안심하는 사니와 거기다 '후쿠도 좀 짖궂을 때가 있구나'생각하며 그러려니 앞에 있었던 일들을 납득하는 데에 이르렀고

그렇게 모든 구경이 끝나자 후쿠는 사니와를 실내정원 한켠에 마련된 작업대 쪽으로 데려감 이런저런 수목으로 가려져있는 공간이었음 그곳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하고 앉아있는 사니와에게 후쿠가 조심스레 부탁을 해오는데

'내가 널 꽃으로 꾸며봐도 되겠냐'는 내용이었음 사니와는 잠시 망설이다 수락함 좀 쑥스럽기는 하지만 이렇게 예쁜 꽃들로 장식해준다는 데에 왠지 기쁜 마음이 드는게 솔직한 심정이었던거 오히려 많은 사람들 앞이라면 거절했겠는데 단 둘이 있는 공간이다보니 더 편한 마음에 나름 용기도 낼 수 있었음

바로 올 거라는 생각은 안했지만 기다리다보니 어느새 고개가 젖혀지고,여느 건물이라면 지붕이 있었을 공간은 유리로 되어있어 탁 트인 하늘을 볼 수 있었음 아직은 어둠이 내려앉지는 않았지만 달이 보이는 저녁하늘을 멍하니 구경하던 사니와의 몸이 갑자기 붕 허공으로 향한다 싶더니.... 그대로 꽤 길고 커다랗다 생각한 작업대에 그 몸이 뉘여짐

발소리가 난다 싶었지만 옆에 다가서면 말을 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느닷없이? 거기다 장식해준다면 그냥 앉아있는 채로도 되지 않나 의문을 입밖으로 내지 못한건 제 머리에 큼지막한 꽃을 꽂아주고 웃는 미소가 너무 해맑은 탓이었음

'보통 미친 여자들이 머리에 꽃 꽂는건데'
약간의 불만과 심란함에 타박놓으려는 의도로 했던 말인데
뭔가 이상한 말을 들은 것처럼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을 보면서 그런거나 먼저 떠올릴 놈들이야말로 제정신이 아니겠지'라는 대답에 괜히 말 꺼냈다는 생각만 들고

잠시 뺨을 쓰다듬던 후쿠가 다음 꽃을 고르려 몸을 돌린 사이, 사니와는 기분이 묘해진데다 이대로 누워있는거도 이상하다는 생각에 몸을 반쯤 일으켰음 그러나 그와 동시에 후쿠가 한손에 꽃을 든채 몸을 돌린 것도 동시였는데

아무래도 그만하는게 좋겠다는 말을 하려했지만 후쿠는 마치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음 그대로 있어도 좋겠어'라는 말을 하는거 이제와서 안하겠다는 말을 하는데 부담감이 있었던 탓인가 사니와는 저도 모르게 '그러면....'이라 대답해버림 뭣보다 그대로 있어도 좋겠다는 후쿠의 표정이 누가봐도 한창 작업하는 이들이 중요한 지점에 이르렀을 때의 표정이라 어이없는 와중에도 겁먹을 필요는 없겠다하는 안도감이 들었던거 그렇지만....

머리에 꽂아준 꽃도 꽤 크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의 것은 탐스럽다는 표현도 부족할 정도로 커다란데다 활짝 만개한 꽃이었음
그리고 그 꽃을.... 후쿠는 사니와의 가슴팍 사이에 꽂아버리는데

시선은 사니와에게 고정시킨채였음 꽃을 들고 마주할 때부터, 그저 제자리에 놓는양 사니와의 가슴에 꽃을 놓는 동안에도, 그 뒤에도..... 그 시선을 마주하느라 정작 자신의 몸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깨닫는건 한발 늦은 사니와였음


이게 뭐하는거냐는 말을 꺼내려 할 때는 이미 사니와의 가슴은 흘러내린 옷 위에서 그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고 허리띠는 몸 뒤에 자리한 손목이나 묶고 있는 뒤였고

'싫으면......'

뒤를 잇는 말은 없었음 하지만 내용이야 뻔했음 그래도 그 말을 차마 뱉지는 못하는 것처럼 침묵만이 있을뿐 길지는 않아도 사니와가 거절의 말을 하기에는 충분한 그런 시간

이윽고 후쿠의 손아귀에는 사니쨩의 가슴이 들어차 있었음 처음에는 가슴 사이의 꽃이 그 품을 벗어나지 않게 고정하는 양 단단한 손바닥의 감촉이 느껴지는데.....손은 지분거리는 일 없이 그렇게 사니와의 가슴을 움켜쥐고 있을 뿐이었음 그리고 시선도 마치 고정된 양 눈길은 한곳만을 응시하고 있었음 사니와의 위치에서는 후쿠의 눈을 볼 수 없는데도 점점 열기가 더해진다는 느낌을 받는데 그리고 사니와의 몸에도 열기가 퍼진다는 기분과 이러면 안된다는 상반된 기분이 요동치기 시작했는데

어떤 말을 꺼내려한걸까? 사니와의 입이 열리기 시작한 것과 후쿠의 입맞춤이 시작된 것은 거의 동시였음 갑작스러워 놀랍지만 그 와중에도 부드럽다 느껴지는 그런 키스

입술이 떼졌을 때 사니와가 놀란 것은 할딱거린다고 느껴지기까지 하는 후쿠의 숨소리 탓이었음 숨쉬기 힘들 정도로 몰아부친 당사자가 되려 더 거친 숨소리를 내고 있었음 그리고 마치 이렇게 해야한다는 것처럼, 오랫동안 갈증을 느끼던 이가 물을 받아마시는양 후쿠의 입술은 사니와의 가슴으로 향했는데.....

그뒤부터는 그저 달뜬 소리만이 공간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고
한참후 정신이 돌아왔다 싶을 때 즈음 사니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암흑과 그 안에서 빛무리를 펼쳐내는 별빛들이 가득한 밤하늘이었음 여기가 온실이라더니 진짜구나 다행이다라는 감상을 마지막으로 사니와는 눈을 감았음 실오라기 하나 없는 몸으로 부둥켜 안고 있을 뿐인데도 전혀 춥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다음날 아주 잠시 이대로 옷을 입는게 좀 찜찜한데 싶은 사니와를 미안한듯 바라보던 후쿠가 이제서야 생각났다는듯 데리고 간 분수대 여기서 씻고 가는것도 좋을거 같다는 후쿠의 말에 동의하며 몸을 씻으려는데 자연스레 같이 들어오는 놈을 왜 막지 못하는지 스스로도 의문인 사니와 그리고 어느순간 씻어준다며 다가온 손길을 시작으로 씻는 목적은 저 멀리 날아가버리는 두 사람이었음

단지 일어나서부터 싱글벙글이던 후쿠의 미소가 계속 되지는 못했는데.....분수대 안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던 사니와가 문득 떠오른 의문이 있었던거
'어제는 구경시켜주며 분수대가 있다는 말을 왜 안한거지?'
왠지 확신에 가까운 의문을 사니와가 뱉자 후쿠는 정말 깜박했다고 대답했지만 어제부터 당했다는 생각이 한꺼번에 몰려온 사니와는 " 꺼져! 내 방에 가서 내 옷이나 가져와, 들키면 도해야"라 외칠뿐이고

주인~정말 오해야ㅠㅠ 주인이 몰라서 그렇지 중간부터 나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라는 징징거림이 내용 덕분?에 거짓말은 아닐거 같지만 믿어줄 수도 없다는 생각을 하는 사니와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