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센사니/ 한파
겨울만 이르른다면 습관처럼 제 주인에게는 보이는 버릇이 있었다. 폐부까지 얼어붙을 것 같은 날이 되고서야 제 주인은 하늘을 멀거니 올려다보듯 하고서 깊은 숨을 내쉬었다. 창백하고도 날카로운 찬 숨이 그대로 꽈리를 비틀어버릴 것 마냥. 아스라히 입김히 흩어내는 자취를 따라서 덧없게 흩어졌다. 카슈 키요미츠는 그 광경을 지독하게도 좋아하지 않았다. 뱉어내는 한번의 숨은 그대로 사라질 것 같이 제 주인이 가볍기 그지없었기 때문이었다. 쓸쓸하게 얼어 죽는 광경따위 제가 머릿속으로 그릴 수도 있는 먼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어떤- 비틀린 질투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하다가도 짧은 생각을 정정할 수밖에 없었다. 제 주인의 미약하기 그지없는 무게감 같은 것을 기대하는 검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지상에 발 붙이고 살지 않는 존재는 위험하다. 그것을 은연중에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발치를 붉게 젖어들어 가게 하는 것으로는 아직 부족했다 . 눈이 발치까지 소복하게 쌓인 중정을 향해 한 걸음 내딛으며 그리 생각했다.주인의 부족한 힘은 이 땅에 충분한 온기를 끌어오지 못했다. 뽀득, 하고 눈이 밟히는 소리와 함께 멀거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시선이 가볍게 저를 향해 떨어졌다. 늘 입버릇처럼 내놓던 사랑에 대한 말도 흘려놓지 못한 채로 매료에 휩싸여 또다시 한걸음을 내딛었다. 그럼에도 저를 향해 언제나 순순히 뻗어져 오는 손길만큼은 거절의 빛을 내띄지 못한 채로 있는 그대로 수용할 뿐이어서,
넋을 잃은 채로 내밀어진 손 끝을 붙잡아 끌어 입을 맞췄다. 주인. 늘 사랑을 입에 담아도 희미한 웃음으로 간절히 바라는 확답만은 죽어도 돌려주지 않는 나의 얄미운 주인. 꾸밀 줄도 모르는 채로 보드라운 분홍빛 손톱을 혈색으로 물들이고서 그저 내밀어 지는 손끝을 받아들 수밖에 없는 저는. 둘만의 신호처럼 내밀어진 손 끝의 약지를 가만히 이로 물었다. 깨물어진 약지손가락만의 끝이 불길한 붉은 빛을 띄었다. 스스로 주장하지 않는 이상 어느것도, 단 한번도 영원을 약속하지 않는 얄궃기 짝이 없는 저의 주인. 손등에 이마를 묻고서 짧은 진심을 토해내 보자면, 맨 처음 눈동자룰 마주친 날로부터 이것을 갖고 싶지 아니한 날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영혼이 불러오는 온기라는게 존재한다면 저의 영혼으로 모든 것을 불살라 버리고 싶을 정도로. 추위를 내쫓기에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불러 일으켜지는 열망이 너무나 부족할 정도로.
야스사니/ 반창고
장난스럽게 받아챈 말 끝에는 잠깐의 화목함만이 묻어나왔다. 사니와가 뒷걸음질치다 잔가지에 얇게 베인 상처에는 우려스러운 눈빛을 보내다가도, 그녀는 받들여 모셔지는 신주같은게 아니었기 때문에 지켜보던 이들은 제법 그들의 성질머리 보다야 잘 눌러 참은 편이었다. 야마토노카미 야스사다는 그러한 광경을 잠자코 지켜보다가도 찾아오는 정적과 더불어 어떤 환각 같은 것에 종종 휩싸이고는 했다. 그녀는 얄팍하기 그지없는 검들의 보호의 아래에 있다가도 언젠가의 잊을 수 없는 환청처럼 핏자국이 끊어지지 않는 폐병에 시달릴 것 같았다. 명확하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도 정신머리를 좀먹어가기에는 충분해서, 얕은 기침소리에 과민하게 반응하고는 했다.
이미 지나쳐온 시간이라 되돌릴수 없음을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야마토노카미 야스사다는 종종 과거의 그 광경에 절망했다. 소리쳐 울기에는 흘러나갈 소리들조차도 비통했으며, 속내를 다른 검들에게 짐작케 하기에는 바보같았던 과거의 편린을 고스란히 내보이기에는 때늦은 수치였기 때문이었다. 무엇으로 덮이든 간에 영원하게 파헤쳐져 있을 빈 구덩이와도 같았다. 눈이 덮이건 꽃잎이 덮이건 날이 지나 계절이 지나면 다 텅 비어 누군가 지나가더라도 재난처럼 발이 쑥 빠져버리고 말.
핏방울이 점점이 떨어지던 그 광경을 애써 잊어버리면서 옷소매 끝을 조심스럽게 붙잡아 이끌었다. 과거의 두려움에 잠식된 기억은 숨 한자락 쉬는 것도 쉽지 않게 했다. 그저 가까이 다가가 상펴를 살피고서는 숨을 죽이고서 그것이 언젠가 없어지기를 아득하게 기다릴 뿐이었다. 손 끝이 스쳐 지나가는 것마저 고통이 아니라 가렵다는 것처럼 움츠리는 고갯짓에 안심이 다시 고개를 쳐든다. 작은 실금으로부터 존재가 무너질까 안달음을 내다가도 작은 한숨을 내뱉고서 살갗에 잘 늘어붙도록 엄지로 조심스레 쓸어 반창고를 붙였다. 익숙하지 않은 챙김이 멋쩍은 듯 그녀의눈 끝이 찡그려졌다. 고통의 숨이 뱉어지지 않는 것 만으로도 지금은 그저 평온에 안도했다.
오져따리 적게일하고 많이버시고 평생도검같이하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