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혼마루 1편은 본 핫산 말고 다른 핫산이 예전에 번역한 건데 링크는 여기. 1편 이후로 그 다음편 번역은 안 올라온 것 같아서 직접 핫산.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touken&no=3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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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혼마루 2편 원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5337641#3


안경혼마루 3편 원문링크. 누군가 제 3의 핫산이 번역해줄지도...?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5679093#2





 어느 날의 일이었다.


 평소처럼 아침에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세수를 하고 맛있는 아침을 먹은 다음, 오늘 하루도 힘내볼까 하고 귀여운 단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출진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최근에 현현시킨 하세베가 굉장히 유능해서 사무 업무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데, 이대로라면 너무 많이 의지하게 될 것 같아서 위험하다. 그 이름도 유명한 다메사니와 메이커…… 좀 더 일찍 왔으면 좋았을 텐데. 업무에 성실한 하세베라면 분명 쓸데없는 유혹에 휩쓸리지 않고 금욕적인 생활을 해 주겠지! 제게 필요한 것은 수면욕 뿐입니다, 같은 대사를 해줄 것 같지 않아!?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과거의 어느 사건이 원인이다. 뭐 그건 이 혼마루의 최고 등급 기밀이니까 자세히는 말하지 않겠다. 지금도 단도들 이외(야겐 제외)와의 사이 좀 어색하다.


 그러던 어느 날, 콘노스케가 아침식사 직후 우리 혼마루에 방문했다. 입에 무슨 케이스 하나를 물고 있다.


…어라, 데자뷰인가.


"사니와님께서 새로운 장치의 테스터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절~~~~~대로 싫어!"

"어째서죠?!"


 이유라면 굳이 설명할 것도 없이 이미 알고 있을 텐데! 얼마 전에 발생한 끔찍한 사건. 그 사건은 이후의 혼마루 운영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했다. 인간의 육체를 손에 넣은 도검남사들은 보통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 수 있다. 물론 인간의 3대 욕구, 식욕 · 수면욕 · 성욕도 포함해서…….


 그들은 알게 모르게 그 세 번째 욕구를 조용히 처리했다고 한다. 물론 그것은 죄가 아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발산시키지 않으면 몸에 해롭다는 것도 알고 있다. 단, 남들 앞에 알려지지 않는 경우에 한해서.


 그 때, 정부가 개발한 호감도 체커라는 망할 안경이, 원래라면 도검남사의 호감도를 표시하는 아이템이었을 텐데 수수께끼의 버그가 발생하여 이들의 비밀스러운 욕망의 발산 횟수를 공개해 버린 것이다. 물론 목격자는 사니와인 이 나. 그 때 목격한 숫자들이 아직도 꿈에 나오고 있다. 분명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단도들은 소년의 몸으로 현현한 덕분인지, 그런 류의 욕망을 아직 모르는 듯 했다. 그래서 그 날 이후로 근시나 호위는 단도들에게만 시키고 있다. 응? 야겐? 그 쪽은 좀 다르다. 단도의 껍질을 뒤집어 쓴 태도거든.


 최근 온 하세베도 굉장히 성실하고 금욕적인 이미지인데다 이 사건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마음을 놓고 있다. 그렇게 이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조용히 사니와로서의 직무를 완수할 수 있기를…. 그렇게 바라고 있는데, 이 여우 식신 놈은 질리지도 않는지 또 정부 측의 이상한 퀘스트를 들고 왔다.


"또 이상한 게 보이는 안경이지! 싫어, 절대로 싫어!"

"괜찮습니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사전 테스트를 해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했습니다."

"저번엔 안 했다는 거냐? 어이 어이, 너무 대충이잖아!"


 자신만만하게 가슴을 편 콘노스케가 케이스를 열자, 거기에는 안경이 하나 접혀 있었다.


"또 안경이야! 왜 자꾸 안경을 보내는 건데? 빨리 아카시 쿠니유키를 찾으라는? 은근한 압박?"

"아, 아니라고요… 이건 '진실의 안경' 이라고 하는 장치로서, 상대의 진정한 모습이 보이는 물건입니다! 착용시 도검남사들의 피로 상태, 부상 상태는 물론이고 적에게 사용할 경우 약점까지도 알아낼 수 있는 굉장한 제품! 지금이라면 안경닦이도 공짜!"

"콘노스케는 홈쇼핑 매니아였어?"


 심야에 방송하는 기묘한 텐션의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이 녀석.


 케이스 안에 덩그러니 보관되어 있는 것은 저번 것보다 슬림한 모양의 안경으로,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디자인이었다. 경량화에 성공했습니다, 라고 말하는 걸로 보아 정부 기술반에는 안경 취향이 많은 듯 하다. 한 번 담당자와 차분히 얘기를 나눠 보고 싶다.

 살며시 착용해 보니 시야에 변화는 없다. 내 발치에 앉아 있는 콘노스케를 쳐다보니 안경이 위이잉 하고 작동하면서 무슨 글자가 떠올랐다.


『식신·콘노스케 - 정상』


 그 문장과 함께 콘노스케의 몸 너머로 한 장의 종이쪽지가 둥둥 떠 있는 모습이 비쳐 보인다. 그렇구나. 식신은 영력을 담은 부적을 매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콘노스케의 진실한 모습이라 함은 저 부적인 것인가.


"어떻습니까?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죠!"

"뭐...그렇긴 한데... 어쩐지 안 좋은 느낌이 든단 말이지-."

"무슨 말씀이세요, 사니와님! 미래 기술의 예지! 노력의 결정! 끊임없는 향상심 끝에 완성된 단 하나의 걸작입니다! 콘노스케가 자신 있게 추천드립니다."


 그 자신감이 무섭다는 건데……. 무엇보다 테스터로 뽑혔다면 레포트도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할 것이다. 위의 명령에는 거역할 수 없는 것이 중간관리직의 고충이다.


 사용 설명서와 레포트용 서류를 넘긴 콘노스케는 작지만 훌륭한 꼬리를 흔들며 혼마루를 떠났다. 정부 측의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얻어 기쁜 걸까. 저 녀석도 엄연한 회사의 노예구나, 하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모습을 감춘 뒤였다. 방에 남은 것은 나와 안경 뿐.


 그리고 이것이 또 하나의 악몽이었다는 사실을, 지금의 나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




 어쨌든 레포트를 써 내지 않으면 이 안경과는 작별할 수 없다. 빨리 자료를 수집하고 안경을 치워 버리자. 다행히 평상시 착용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디자인이라 주변에서도 별로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그런 가벼운 생각으로 안경을 쓴 채 복도로 나왔더니, 정면에서 하세베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손에는 서류가 들려 있다. 아마 출진 예정인 도검남사를 호출하러 갔을 것이다.


"아루지, 마침 방문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괜찮아~. 아, 맞다, 하세베, 잠깐 그대로 서 봐."

"네. 이렇게 말입니까?"


 대나무처럼 똑바로 서 있는 하세베를 바라보자 본래의 아름다운 타도의 모습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안경 너머로 칼이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은 굉장히 신기하면서도 기묘한 광경이었다.


『타도·헤시키리 하세베 - 약간 피로』


"엇! 하세베 피곤하구나? 좋아, 오늘 하세베는 휴가다."

"그게 무슨...!? 절대로 피곤하지 않습니다. 주명만 있다면 단신으로 적진에 뛰어들 수도 있을 만큼 건강합니다."

"안돼 안돼, 조금만 피로해도 업무에서 빼는 게 우리 방침! 오늘 출진은 하세베 대신에 코우세츠를 넣어야겠어."

"아루지...! 전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코우세츠는 싸우는 걸 싫어하지 않습니까!"


 확실히 코우세츠는 화목이 입버릇인 평화주의자다. 하지만 전투 실력만큼은 훌륭해서 성능으로 따지자면 그 미카즈키와 비슷한 수준. 하세베보다 조금 일찍 온 도검남사이기 때문에 레벨도 그리 높지 않아서 딱 좋다. 한 번만 참아 달라고 하자.


"그렇게까지 일이 하고 싶은 거야?"

"아루지를 위하여 이 한 몸 바치는 것이야말로 제 사명입니다!"

"그럼 오늘은 나를 따라다니면서 비서 역할을 해 줄래? 이 안경의 작동이나 성능을 확인해서 제출해야 하거든."

"주명이라면 무엇이든지요. 그런데 그런 안경 하나로 무엇을 알 수 있습니까?"

"하세베의 피로도라던가~."


 저는 피곤하지 않습니다, 하면서 당당하게 순찰을 돌러 갈 것 같아서 적당히 타협했다. 정말이지 하세베는 워커홀릭이라고 할까 일 중독이라고 할까, 지느러미를 멈추면 죽는 물고기처럼 일을 멈추면 죽는 녀석이구나 하고 철저하게 깨달았다.


 오늘 출전지는 아츠카시야마였다. 얼마 전 단도 부대로 제압해 놓긴 했지만 검비위사나 한층 강해진 소행군의 출현이 이어져서 역시 태도·대태도의 도움이 필수가 되었다. 지금까지는 하세베를 통해 그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으므로 오랜만에 직접 출진 지시를 내리러 가 볼까. 나쁜 기억은 빨리 잊어버리고 싶다. 그렇다면 주군인 내가 먼저 솔선수범해야겠지.


 하세베와 함께 대청에 들어갔더니 이미 오늘의 출진 멤버가 전부 모여 있었다. 미카즈키 무네치카, 코기츠네마루, 츠루마루 쿠니나가, 톤보키리, 타로타치. 그리고 어느 틈에 하세베가 불러온 코우세츠 사몬지. 그들은 내 얼굴을 보자마자 조금 놀란 직후 머뭇머뭇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돌리고 외면했다. 아, 코우세츠 혼자 싫다는 듯 한숨을 쉬고 있었다.


"오늘은 아츠카시야마 출진이야. 다들 준비됐어?"

"태만은 용서하지 않겠다!"


 내 옆에서 팔짱을 끼고 위압감을 뿜으며 외치는 하세베를 향해 쓴웃음을 짓는데, 그들은 내 얼굴을 보려 하지 않고 "어, 어어..." 라던가 "알겠습니다......" 라던가 "누시사마! 코기츠네는 야생이기에! 야생이기에!" 라던가 하며 어색... 코기츠네마루는 안 어색한가 보구나. 응, 알겠어. 야생이라는 말로 용서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어쨌든 출진은 해야 하니까. 안경을 작동시키고 부대 멤버들을 보면, 타로와 코우세츠 이외의 전원이 어깨를 움찔하며 이쪽을 쳐다보았다. 이전의 트라우마 때문에 이 혼마루에서 안경은 껄끄러운 취급을 받고 있다. 야겐이 안경을 쓰면 트집을 잡는다. 라이파의 아카시 쿠니유키가 안경을 쓰는 것도 트집을 잡는다. 후자는 아직 없기 때문에 사진에다가 대고 [안경 조심!] 이라고 써 놓은 걸 보고 눈물을 삼켰다.


『산죠·태도·미카즈키 무네치카 - 정상』

『산죠·태도·코기츠네마루 - 약간 흥분』

『태도·츠루마루 쿠니나가 - 정상』

『무라마사·창·톤보키리 - 약간 긴장』

『대태도·타로타치 - 정상』

『사몬지·태도·코우세츠 사몬지 - 싫어하는 것 같다』


"싫어하는 것 같다는 뭐야! 그런 것까지 표시된다고?"

"싸움은...싫습니다..."


 코우세츠 특유의 느릿한 말투에 어깨도 축 처져 있지만, 레벨을 올리지 않으면 앞으로의 전투에서 위험하다. 어떻게든 이해는 했는지 출진 준비는 해 주었다만, 괜찮은 걸까…….


"코우세츠는 내가 살펴 봐 줄게. 너는 불안해 할 것 없이 편하게 기다리고 있으면 돼."

"츠루마루…… 알았어, 잘 부탁할게. 부대장은 누구? 미카즈키?"

"음. 나다. 잘 부탁하지."


 그럼 이걸 받아 줘, 하고 안경을 건네자 미카즈키의 안색이 단번에 굳어졌다. 그 미모의 천하오검이. 정말 정부는 죄 많은 물건을 만들어내 버린 것 같다.


 지난번과는 다른 안경이라고 설명해도 그들은 안심하는 것 같지 않다. 그거야 그렇겠지. 그렇게 사적인 내용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졌으니까. 전부 정부 탓이다. 그런 정부가 새로 개발했다는 안경이니 경계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나도 방금 써 봤는데 괜찮아. 못 믿겠으면 지금 써 보지 그래?"

"으, 으음… 이렇게인가?"

"그래그래. 그 다음에 안경테의 작은 버튼을 눌러 봐."

"흠. 이렇게?"


 똑딱, 하는 작은 소리가 나고 안경이 위이잉 하며 작동했다. 주위를 둘러보던 미카즈키는 옆에 있던 톤보키리를 보자마자 '오오' 하고 조금 놀란 듯 소리를 높였다. 아마 본연의 모습인 거대한 창이 보였겠지. 그 다음으로 방의 가장자리에 앉아서 대기하고 있던 타로타치를 보고 '큰 것은 좋은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 맞지? 멀쩡하게 작동하고 있잖아?"

"그러면 이것을 전투에서 사용해 보고 그대에게 보고하면 되는 것이로군?"

"맞아! 내가 같이 갈 수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역시 그건 위험하겠지. 여유가 있을 때만이라도 괜찮으니 안경의 성능을 확인하고 와 줘."

"그래, 알겠다. 주인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이 할배가 잘 해내, …...야지."


 응? 뭐지? 미카즈키가 나를 보자마자 말을 부자연스럽게 끝내며 굳어 버렸다. 물끄러미, 구멍이라도 뚫릴 정도로 계속 쳐다보니까 얼굴에 뭐가 묻었나 싶어서 만져 보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묻어있지 않다. 하세베에게 「머리 모양이 흐트러졌나?」 하고 물어도 「아니오, 젖은 까마귀의 날개깃과도 같은 아름다운 머릿결입니다.」 같은 낯부끄러운 대답밖에 안 해서 참고가 되지 않았다.


 미카즈키는 미동도 없이, 소맷자락으로 입가를 가리고 빠아아안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데? 무슨 일이야?"

"아니, 아니..... 흠... 이것은 상당히..."

"응? 왜? 안경 상태가 안 좋아?"

"그렇지 않다. 아주 잘 보인단다. 참으로 대단하고 신기한 도구로구나. 주인, 이걸 내게 주지 않겠나?"

"엇? 그건 안 돼. 테스트만 해 보고 제출해야 하니까. 그렇게 안경이 마음에 들어? 더 잘 보이는 건가?"

"음, 아주 잘 보여."


 미카즈키는 시력이 나빴던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쩐지 츠루마루와 코기츠네마루가 안경을 빼앗으려고 미카즈키에게 손을 뻗고 있었다. 나도 볼 거야, 같은 어린애 같은 말을 하면서. 이제 곧 출진해야 하는데 너무 긴장감 없는 헤이안 칼들이다.


그들의 손아귀로부터 도망치듯 날쌔게 몸을 피하는 미카즈키, 하지만 시선은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미카즈키! 눈치 챘어! 나도 공유 좀!"

"누시사마를 혼자서 독차지하다니 무슨 짓입니까! 얼른 그것을!"


 대청에서 왁자지껄 쫓고 쫓기는 셋의 모습은 무척 기운이 넘쳐 보여서 오히려 한숨이 나올 정도였다. 톤보키리는 갑작스러운 사태에 허둥거리고 있었고, 방 한 쪽 구석에 앉아 있던 타로타치도 상황을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코우세츠는 조용히 눈을 감으며 화목이 어쩌고 저쩌고 중얼거리고, 말리는 사람이 없다.


 …아니, 단 한 명 있었다. 나보다 그들을 통제할 힘과 위압감이 넘치는 존재가 내 바로 옆에 있었다.


"이놈들---!! 아루지께서 보시는 앞에서 뭘 하고 있는 거냐! 눌러 베겠다!!"


 진검필살이라도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노기에 찬 하세베가 예상치 못하게 칼을 뽑자 톤보키리가 황급히 하세베를 붙잡고 필사적으로 말렸다. 이쯤 되자 타로타치도 일어서서 주춤거리는데, 워낙 키가 커서 방의 대들보에 이마를 부딪혀 아픈 듯 웅크리고 있다. 코우세츠만큼은 변함없이 화목하고 있었다.


"도대체 뭐야? …미카즈키! 다른 애들한테도 좀 빌려 줘."

"주인이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으려나…. 그럼 타로타치부터."


 아직 쪼그리고 앉아 있는 타로타치에게 안경이 건네진다. 정작 본인은 영문을 모르는 눈치지만 미카즈키가 시키는 대로 안경을 착용했다. 지난 번 사건 때 타로타치는 원정 중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안경에 대한 트라우마는 없지만, 뒤늦게 얘기로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말문이 턱 막혔었다.

 어설프게 안경을 쓰고 얼굴을 드는 타로타치. 아름다운 금빛 눈동자가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고, 그 가운데의 내게 시선이 닿았다.


"이! 이것은…!"

"어떠냐?"

"신위가 높아지는 기분이로군요…."


 얼굴을 붉히는 타로타치. 도대체 뭐가 보이는 걸까. 동료들의 본체 모습을 보니 기쁜 걸까... 도검들끼리만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걸까? 하지만 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거지. 사니와의 모습은 어떻게 보이길래?


 잠시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타로타치는 정신을 차리더니 안경을 급히 벗어 근처에 있던 코우세츠 사몬지에게 끼웠다. 지장보살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던 코우세츠는 싫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가, 타로타치 때처럼 나를 보자마자 바로 눈을 부릅뜨고 굳었다.


"이것이… 화목…!"

"아니 뭔데. 뭐가 보이긴 해?"

"움직이지 말아…… 주십시오…… 아, 아니, 움직여도 됩니다…… 가능하면 제자리에서 뛰어 주시는 것도……"

"하아?"


 코우세츠는 천재인가, 하고 미카즈키의 감회어린 흐느낌이 들린다. 무심코 미카즈키를 쳐다봤더니 얼굴을 반쯤 가린 채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길래 깜짝 놀랐다. 도대체 무엇이 미카즈키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인 것인가…….


 안경은 코우세츠의 손에서 톤보키리에게로 이동한다. 하세베를 붙들고 있던 그의 눈 앞에 안경이 장착된다.


"……? 도대체 뭐... 흐어어어억!?"

"왜, 왜 그래, 톤보키리! 적습인가!"

"앗, 그, 저, 주인, 앗, 보입, 보이... 본인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우와아아아, 하고 얼굴을 시뻘겋게 붉히며 비명과 함께 대청마루를 달려가는 톤보키리. 어, 이제 출진인데 어딜 가는 거야? 바닥에 내팽개쳐진 안경을 재빨리 주운 것은 코기츠네마루였고, 착용한 순간 내 어깨를 덥석 잡았다.


"와앗!?"

"누시사마...!! 누시사마 훌륭합니다! 역시 저의 누시사마! 이 기쁨을 뭐라고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코기츠네를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아아 누시사마 누시사마, 어쩌면 이리도 사랑스러운지..."


 수, 숨소리 너무 거칠지 않아!? 뺨을 붉히며 허억허억하고 위험할 정도로 어깨를 들썩이는 코기츠네마루는 평소의 모습과는 전혀 달라 보여서 상당히 무섭다. 히이익, 하고 무심코 비명을 지르자 세콤 하세베가 틈을 벌리도록 도와주었다. 역시 하세베야!


 그런데 저 안경은 도대체 뭐지? 본체를 보고 흥분한 거라면, 그래, 백보 양보해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나를 보고서 신위가 높아진다거나 화목하다고 중얼거리거나 얼굴을 붉히고 도망치거나 숨을 헐떡인다면….


 이 시점에서 문득 내 머릿속에 한 가지 추측이 떠올랐다. 그것은 굉장히 불쾌한 추측이었고 있어서는 안 될 결말을 시사하고 있기도 했다.


"코기츠네마루... 그 안경 잠깐 줘 봐."

"넷!? 하지만 아직 더 감상하고 싶습니다."

"난 아직 안 써 봤거든! 순서대로!"


 안 좋은 느낌 때문에 손이 떨린다. 코기츠네마루로부터 얼른 빼앗아 들려는데 그보다 츠루마루의 손이 빨랐다. 냉큼 안경을 착용한 츠루마루는 히죽히죽 웃는 얼굴로 나를 보자마자, 잠시 굳어졌고.


"…브훗!"

"으악-!? 코피! 코피! 손질!?"

"이것은... 놀랍군..."

"츠루마루-!?"


 새하얀 의상에 흩뿌려지는 선혈. 마치 학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하고 미카즈키가 우아하게 나레이션을 넣는 것을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황급히 츠루마루를 들쳐메고 손질방으로 향하니 방을 청소하던 야겐과 미츠타다가 깜짝 놀라 이쪽을 보고 있었다. 얼굴에서 피를 줄줄 흘리고 있는 츠루마루를 보면 당연한 반응이다.


"어, 어떻게 된 거야, 츠루 형씨. 적에게 당했나?"

"아니 아직 출진 안 하지 않았어? 대련이라도 한 거야?"

"몰라! 갑자기 코피가 터졌어! 둘 다 좀 도와줘."


 코피를 흘리는 츠루마루를 눕히고 바로 손질을 시작했다. 안경도 피투성이여서 도저히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행히 경상이었기 때문에 이후의 일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오늘 출전은 쉬도록 하자. 레벨이 높은 츠루마루가 빠지면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미안, 야겐 아니면 미츠타다, 오늘 출진을 부탁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상관없어. 야겐군은 어제 출진했으니까 내가 갈게. 마침 세탁도 끝났고."

"내가 가도 상관은 없지만… 뭐 하고 싶은 대로 해. 지시에는 따를 테니. 그보다 츠루 형씨는 어떻게 된 거야?"

"그게 말이지, 아무래도 이 안경 때문인 것 같은데."


 아까 전 대청에서 일어난 일을 대략적으로 설명하자 둘은 머리 회전이 빨라 곧바로 이해했다. 이 안경 탓이라는 건 확실히 알았는지 츠루마루의 피를 깨끗이 닦고 나서 최대한 경계하며 전원을 껐다.


"응, 이건 아마도 주인에게 아주 좋지 못한 사실을 알게 할 것 같군. 바로 벨까? 나 절삭력은 자신 있거든?'

"아니, 이거 정부 거라서 기물 파손을 하면 변상해야 해."

"깔끔하게 잘라 주지, 대장."

"이 두 사람 다 글렀다! 하, 하세베-! 하세베-!"

"하세베군도 과격파라고 생각하는데."


 칼에 손을 뻗는 두 사람으로부터 안경을 지키기 위해 가슴팍에 끌어안고 하세베를 부르자 2초만에 달려왔다. 역시 세콤 하세베. 그 뒤에는 미카즈키와 다른 사람들도 줄줄이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이라고 할까 역시나라고 할까, 톤보키리의 모습만큼은 보이지 않았다.


"아루지를 거역하는 적은 벤다!!"

"기다려, 기다려! 거역 안 했어!! 어찌됐건 이 안경의 정확한 효과를 확인해야... 내가 썼을 때 문제 없었다는 건, 다른 사람이 사용했을 경우에 오작동을 한다는 뜻이려나?"

"아니아니, 착각일세. 그 안경은 아주 멀쩡하게 잘 작동하고 있어. 자, 이리 넘기게."


 급하게 손을 뻗는 미카즈키의 팔을 탁 쳐내면서 문제의 안경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특징도 없는 안경. 그것은 진정한 모습을 비추어 그 상태를 알려주는 최신 기술을 탑재한 획기적 발명품. 내가 착용했을 때는 다른 이들의 도검 상태 본체의 모습이 보이며 건강 상태도 알려준다. 만약 지금 사용한다면 츠루마루는 경상으로 표시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나를 보자마자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나는 도검이 아니기 때문에 본체인 칼의 모습이 보일 리 없는데. 그렇다고 X-레이처럼 뼈가 보이는 건 아니겠지. 그렇다고 한다면… 역시……. 아니 설마. 그럴 리 없다. 누가 거짓말이라고 좀 해 줘.


"하세베……"

"네, 무슨 일이십니까?"

"주명을 내려도 될까."

"물론입니다."

"그럼 이걸 써라. 그리고 보이는 그대로를 내게 알려줘."

"명 받들겠습니다."


 깨끗하게 닦아낸 안경을 건네고 조용히 그가 착용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하세베의 이지적인 얼굴에 잘 어울리는 안경이다. 그는 살짝 눈을 뜨더니 몇 초간 굳어진 뒤 머리에서 연기를 뿜어내며 얼굴을 붉혔다.


"뭐가 보이지?"

"그, 그것은...!! 큭, 이 놈들 이런 부러운... 아니, 발칙한 것을 보고 있었을 줄이야! 다시 생각해도 눌러 베야겠어!"

"하세베! 됐으니까 빨리 대답이나 해! 주명!"

"윽, 그렇지만, 제 입으로는 도저히…, 아니, 주명이라면!"


 주위에서 낙담하는 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밝혀지는 진실. 하세베의 얇은 입술이 떨리며 움직인다.


"사, 사니와… 여성, 진명 극비, 위에서부터…."

"위에서부터?"

"8…84 63 86"

"앗."


 그, 그것은… 어째서 하세베가 내 쓰리사이즈를 알고 있지…?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다, 속옷 살 때 참고하는 게 전부인, 나밖에 모르는 정보가 왜. 얼굴을 붉힌 하세베는 충혈된 눈을 깜빡이지도 않고 보이는 그대로를 내게 전해 주었다.


"아루지는, 아루지께서는…… 입니다."

"어, 뭐라고? 못 들었어. 다시 한 번."

"그러니까……… 큭! …… 입니다!"

"뭐야, 이 엄청난 데자뷰는…! 하세베, 제대로 말해 줘!"


 말하지 마, 아직 말하지 말라고, 하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신위가 어떻다는 둥, 화목이 어떻다는 둥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무시하고 하세베가 온 힘을 다해 외쳤다. 그의 각오가 엿보이는 모습이었다. 틀림없이, 주명을 다하겠다는 결심 어린 행동일 것이다.


"아루지는!! 알몸입니다!! 심지어! 아까부터 녹화기능인지 뭔지가 빨갛게 깜박이고 있습니다! 아아아아아루지이이!! 처녀였습니까아아!!"


 하세베는 절규하며 안경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는 달려가 버렸다. 처녀라는 말이 복도 저 편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그 뒤에 남겨진 나. 부서진 안경 파편을 슬프게 긁어모으고 있는 도검남사들. 머릿 속에서는 하세베가 전한 진실만이 맴돌고 있다.


"...아, 와, 아아아아악--!!!"


 맑은 하늘에 나의 절규가 울려퍼진다.

 정부 이 놈들아. 왜 이런 걸 공들여서 만든 거야? 왜 최신 기술을 또 이상한 방향으로 발전시킨 건데? 이래도 되는 거야? 작동 테스트 때 이걸 쓰고 인간을 봤던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야?


 오늘 출진은 취소되었고,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나를 단도들이 극진히 간호해 주는 상황에 처했는데……. 이제 슬슬 정부는 반성 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미카즈키와 코기츠네마루는 근시에서 빼자. 그렇게 결정한 나였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