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티
새벽이라 해가 뜨기도 전이였고 몹시 추웠다. 오늘은 한파라고 한다. 시골 공용정류장이라 주변에 편의점도 슈퍼도 없는 곳이다.추위를 견뎌보고자 정류장 옆 종묘상 앞에 있는 자판기에서 500원짜리 따뜻한 제티를 발견했다. 주머니에 쌓인 잔돈을 모두 털어본다. 백 원 짜리 4개와 50원짜리 2개, 내가 먹고 싶은 제티 500원과 딱 맞아떨어지지 않아 몹시 화가 났다. 500원을 자판기에 넣고 제티를 눌렀다. 그런데 제티는 매우 차갑게 식어있었다. 관리가 안되는 자판기였다. 500원을 정확히 가지고 있지 않은 나 자신에도 화가 나고 있었는데 거기에 따뜻해야 할 음료가 차갑다는 것에 더 화가나 자판기를 발로 찼다. 엄지발가락이 너무 아팠다. 자판기의 수평을 위해 밑에 받혀놓은 벽돌을 차고말았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났다. 그리고 이런 나 자신이 못마땅해 더 눈물이 났다.
읍내로 가는 버스가 온다. BS106. 이 마을은 아직도 이런 버스가 다닌다. 문이 열리고, 요금을 내고 기사 오른쪽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버스 앞을 보다가 살짝 잠이 왔다. 30분 정도 지나니 읍내에 왔다. 버스에서 내리고 10분을 더 걸어 허름한 건물로 들어갔다.
'김상철 신경정신과'
볼수록 오래된 간판이다. 하늘색 바탕에 하얀 글자. '신'자의 'ㄴ'자가 튀어나온 것이 볼 때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떠세요"
다른 병원과 다르게 정신과 의사들은 이렇게들 물어본다. 의사는 담담한 표정으로 질문을 해왔다.
"불면증은 지난주보단 괜찮아졌어요. 약을 먹고 잠이 잘은 오고 있어요"
이제는 익숙하게 털어놓는다. 처음에는 낯설고 병원이라는 분위기 때문에 병원 문 앞에서 30분을 멀뚱히 서 있었다. 그때 먼저 문을 열고 말을 걸어준 게 이 의사다.
"표정이 안 좋아 보이시네요. 오면서 불편한 감정이 있었나 봐요?"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자판기에서 음료 누르기 전에 500원이면 정확히 500원, 1000원이면 1000원이 딱 맞아떨어져야 음료를 사거든요. 근데 아침에 오다가 너무 추워서 400원에 50원 두 개 있는걸 참아가면서 그냥 샀어요. 기분은 나쁘지만요"
의사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편집적인 행동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훈련이 되는거에요. 음 오늘은 불면 증상이 줄었다고 하셨으니까 약은……."
읍내로 가는 버스가 온다. BS106. 이 마을은 아직도 이런 버스가 다닌다. 문이 열리고, 요금을 내고 기사 오른쪽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버스 앞을 보다가 살짝 잠이 왔다. 30분 정도 지나니 읍내에 왔다. 버스에서 내리고 10분을 더 걸어 허름한 건물로 들어갔다.
'김상철 신경정신과'
볼수록 오래된 간판이다. 하늘색 바탕에 하얀 글자. '신'자의 'ㄴ'자가 튀어나온 것이 볼 때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떠세요"
다른 병원과 다르게 정신과 의사들은 이렇게들 물어본다. 의사는 담담한 표정으로 질문을 해왔다.
"불면증은 지난주보단 괜찮아졌어요. 약을 먹고 잠이 잘은 오고 있어요"
이제는 익숙하게 털어놓는다. 처음에는 낯설고 병원이라는 분위기 때문에 병원 문 앞에서 30분을 멀뚱히 서 있었다. 그때 먼저 문을 열고 말을 걸어준 게 이 의사다.
"표정이 안 좋아 보이시네요. 오면서 불편한 감정이 있었나 봐요?"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자판기에서 음료 누르기 전에 500원이면 정확히 500원, 1000원이면 1000원이 딱 맞아떨어져야 음료를 사거든요. 근데 아침에 오다가 너무 추워서 400원에 50원 두 개 있는걸 참아가면서 그냥 샀어요. 기분은 나쁘지만요"
의사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편집적인 행동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훈련이 되는거에요. 음 오늘은 불면 증상이 줄었다고 하셨으니까 약은……."
의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가 흥분하며 입을 열었다.
"근데 자판기가 온 음료인데 차가운 게 나왔어요. 성질이 나서 한 대 쳤어요. 참나……."
의사는 걱정 말라는 듯
"그럴 수도 있어요. 인간은 기대가 사실과 다르면 상심을 하게 되고 여러 가지로 분노를 표현 하는거죠. 이제부턴 다른 생각을 해보는 겁니다. 차가운 게 나왔죠? 따뜻한 걸 원했지만 어쩔 수 없는 거에요. 돌이킬 수 없죠. 하지만 차가운것에 대한 좋은 것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을 해보는 거죠. 뭐가 있을까요?"
"글쎄요…. 시원함?"
"그 시원한걸 더울 때 먹는 거죠"
"선생님 지금 난로 때문에 좀 더운데 점퍼 좀 벗을 수 있을까요?"
"네 편하게 하세요"
점퍼를 벗자 안에 따지 않은 차가운 제티가 생각이 났다.
"선생님 지금 먹으면 되겠네요"
"이게 그거군요. 앞으로 이렇게 하시면 돼요. 작은 것부 터 감정에서 빼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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