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다 할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방치되다가 끝끝내 고철덩어리로 매각되게 생긴 게 제천조차장의 그 옛 차량들이잖아.


그걸 보면서 지금 문득 생각이 든 건데,


옛 차량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 코레일 경영진 수뇌부가 이걸 검토해 본 적은 없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



가령, 옛 객차를 보존할 때 그저 적당히 녹 벗기고 방청처리한 뒤 싸구려 철도모형 느낌이 날 정도로 페인트 땜빵질하는 거에 그치는 게 아니라


유사시에 실제로 승객 태우고 굴릴 수 있을 정도로 정비를 말끔하게 해 놓는 대신 실제 여객영업에서는 제외하는거지.


물론 그게 끝이 아니고, 그렇게 기깔나게 보존된 구형 차량은 이제 90년대 이전의 분위기를 연출해야 할 필요가 있는 드라마, 영화, 뮤직비디오 등에 움직이는 소품으로 코레일이 제작사에 대여한다는 거. 가급적이면 철도차량뿐만 아니라 이제는 이설이나 영업중지 등으로 인한 폐선으로 열차가 들어가지 않거나 들어가는 빈도가 지극히 낮은 철도역도 세트로.



굳이 옛 시절 분위기 내 보겠답시고 그 시절과 하등 연관도 없을 차량을 억지로 레플리카마냥 개조해 굴리거나(Ex. MBC 드라마《에덴의 동쪽》)


아니면 그런 개조조차 하지 않고, 최소 90년대 분위기를 내야 할 작품에서 2000년대 중반 이후의 차량을 쓴다거나(Ex. 《타짜》 1부)


하다못해 실차를 투입하는 것도 아니고 싸구려 CG로 대체되한다거나(Ex. 《1987》) 하는 그런 게 영...



그렇다고 이런 영상물 제작 분야에 마냥 저랬던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었고,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촬영할 때, 일영역에서 아예 통일호 열차 한 편성을 내 줘서 촬영하도록 배려를 해 줬던 게 당시 철도청이었고,


조금 핀트가 엇나간 사례 같지만, 《그 해 여름》 같은 경우엔 80년대 전후한 시골 철도 역사 양식이 그대로 살아있던 경북선 보문역을 작중 '수내리역'으로 쏠쏠하게 재활용하기도 했고(대신 촬영 이후 순삭해버렸지만...)


《부산행》이나 《라이터를 켜라》 같은 경우에는 제대로 기깔나는 열차 세트를 이용하기도 했고, 고증이 엇나가긴 했어도 《튜브》에선 꽤 괜찮은 도시철도 전동차 세트를 이용했으며 《레드 아이》는 아예 제작 당시의 코레일-철도청에 기술자문까지 구해서 세트용 철도차량을 제대로 고증해 구현했다는 사례도 있으니만치



코레일에서 이참에 제대로 된 열차 세트를, 종래의 내구연한 규정대로라면 이제 폐차되어야 할 차량들을, 그렇다고 마냥 폐차시켜버리지 말고 적당히 손질 좀 해서 제대로 기깔난 '그 때 그 시절' 세트 차량으로 재활용하는 건 어떻겠냐 이거지.


제작사/제작팀 입장에서는 비싼 돈 들여가며 세트를 별도로 구성할 필요가 없어 좋고,

코레일 입장에서는 폐차비용까지 지출해가며 용광로에 처넣으려 했던 차량들을 더 살려 쓰면서 대여료 같은 부수입도 쏠쏠하게 챙길 수 있어 좋고

매니아들은 그렇게 극적으로 회생한 옛 차량들을 더 볼 수 있어서 좋지 않을까.



예를 들어, 지금 남아있는 구형차량들 중 무궁화호 차량의 경우, 90년대 후반 분위기가 시간적 배경이고 무대인 영상물에 대여를 해 줘야 한다 그러면 해당 차량에서 지금 시기의 코레일 CI를 벗겨낸 뒤 옛 국유철도청 시기의 역삼각 시절 94'CI로 재단장해서 대여해주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