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남북정상회담 1주년 기념 연재소설


인간아 인간아!



- 허생




한인간은 이태원(梨泰院)에 살았다. 화려한 네온사인 뒤의 어두컴컴한 어느 뒷골목.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치는 무슬림들과 여자 옷을 입고 손님을 유혹하는 성전환자들, 그리고 남자들끼리의 끈적한 사랑. 뭐 그런 것들이 공존하는 골목의 어두침침하고 축축한 반지하 단칸방에 그는 살았다.


한인간은 맨날 하는 일이라고는 인터넷에 '인간들아 인간들아'로 시작하는 도배글을 쓰는 것 외에는 하는 일이 없었다.


하루는 그의 파트너 소심남이 박히다 말고 짜증이 나서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판매승무원 복직이라는 당신의 꿈은 평생 이루어질 것 같지도 않은데, 인터넷만 하여 무엇합니까?"


"인간아 인간아 조만간 남북철도가 개통된이후의 고객편의를위해서 없어진 판매승무원이 다시생겨나야하는것이란다 그리고 없어진 판매승무원이다시생겨난다면 내가다시 복직될수있단다 없어진 판매승무원은 고객편의와 나의 복직을위해서 다시 생겨나야하는것이 맞는것이란다 대비하여 철도를좋아하는좋은정신으로 판매승무원 부활에 찬성해야한단다 그러니까 코레일과 코레일유통 국토교통부 사이트에 민원 올리고 인증해라 인증해라 인증해라"


"그냥 집어치우고 취직이나 하면 안되나요?"


"자네가 학교만 다니는 사람이라서 취업은 참쉬운거랑께로 보이는것임 취업은 학교만다니는 자네가 생각하는것처럼 참쉬운게 아님 진짜 되게어려운것임 면접보고 직장구할려고해보삼 진짜 쉽게 안구해짐 진짜 어려운것임 그리고 자네가 급식충이아닌 학식이나 어른이라면 급식충들처럼 짜증내거나 성질내듯이말하지말고 어른스럽게 차분하고 신중하게 따박따박 말하삼"


파트너는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인터넷을 하더니, 기껏 '인간아 인간아' 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하다못해 세탁공장 같은 데라도 취업 못하시나욧 이 한심한 인간아!"


오마이갓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서


"난 안한심함 다들 꼭보삼. 사실나는 판매승무원이 없어지고난후에 어떤직장이 비행기랑관련된 물류운송직이라 해가지고 열차쪽에서일했었던나는 좀더발전된 방향쪽으로 일할려고 그직장에들어가서 일을해봤더니 그직장은 비행기랑 관련된 물류운송직이아니라 왠세탁물만취급해대는 세탁공장이었음 그래서 들어오고난후에 사기당해서 취업했다는것을알게됬음 그래서 나랑안맞는일이기때문에 다른직장 먼저구해놓고 바로 이직해버려야지라는 생각으로해서 내가 KTX 커피카트판매승무원으로 일했었던 경험을바탕으로해서 커피숍쪽으로 지원을하고 면접봐서합격됬었음 그래서 면접합격도됬으니 빨리이직해버려야지라는 그런마음으로 세탁공장에다가 제가 다른직장에 면접합격됬기때문에 요세탁공장은 그만둡니다라고 얘기를했음 그랬더니 그세탁공장에서 이직하는것은 2,3주전부터 얘기하는게 예의라면서 그외에소리를해대면서 존라 말도안되는 소리를지껄이면서 그만두겠다는 사람못그만두게했음 그래서 나는 커피숍면접까지 합격됬는데도 커피숍쪽으로 이직을하지도못한채로 그세탁공장에서 그후로도 매일매일 나랑맞지도않은일존라게해대면서 스트레스받아가면서 존라개고생했음 그리고 나는 도저히못참겠어서 그만두기위해서 그세탁공장에서존라난리쳐대고 아진짜존라게난리쳐대가지고 막개지랄떨어대고해서 그좆같은 세탁공장 그만둬버렸음 그리고 그이후에 어떤 직장한군데를 구했는데 그직장에서는 내가일하러나온첫날때 난진짜 하라는대로했고 열심히했는데 퇴근시간되니까 사장님이 나보고잠깐보자고함 내가 봤을때 자네는 놀러다니는 생각으로 직장나오는것같다 우리랑 안맞는것같다 딴데알아보라 이러는것임 난진짜 열심히일하고돈벌마음으로 나온것이라서 저는 놀러다니는 생각이아니라 열심히일하고 돈벌생각으로 나온건데요 라고했음 하지만 사장왈 놀러다닐생각으로 일하러나온것다티남 거짓말하지마 이래버렸음 그래서 첫날일하고 첫날짤렸음 그래도 돈은들어왔음 그리고 그이후로 직장 여기저기다알아봤는데 그어떤곳에서도 최민재씨는 나이가너무많아서 일시켜드릴수없습니다 라고했음 그래서 나는 내가좋아하는열차쪽에서 판매승무원으로 일하는것이 나한테 딱맞다는것을 느끼게됬고 확신하게됬음 그래서나는 판매승무원 다시생겨나서 복직이되야한단말이다 인간들아 인간들아 인간들아"



하고 휙 문 밖으로 나가는 척 하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거리에 서로 알 만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철갤로 가서 유저들을 붙들고 물었다.


"인간들아 인간들아 인간들아 내가 높으신분을 찾아가야되거든 그래서 누굴찾아가야하는지 말해라 말해라 말하란말이다"


몇 분 후에, 리플이 달리기를-


윤보라 : Mu직?


한인간 : 복직!


또 리플이 달리기를


(짝퉁)한인간 : 교통대는 동덕여대급!


한인간 : 사칭금지.


그러다가 마침내 의미있는 리플이 달렸다.


신속한흡수 : 제목에 개수도권 붙여라 통구이새끼야


하지만 영등포여중과 장훈고를 1등으로(끝에서) 졸업한 한인간에게 '수도권'이라는 단어는 너무나도 어려운 용어였던 것이다.


한인간 : 인간아 인간아 인간아 수도권이 뭔데 수도권이 뭐냐고 알려달라고 알려달라고 알려달라고


신속한흡수 : 패망하는 개서울^^ㅗ


그래서 한인간은 다짜고짜 서울시청을 찾아갔다. 곧바로 시장실에 쳐들어가서 물었다.


"인간아 인간아 철도를좋아하는좋은정신으로 나한테 높은자리를 내놓아라 내놓아라 내놓아라"


박시장은


"씨발... 그러슈"


하고 당장 교통부시장 자리를 만들어서 내주었다.


'서울특별시 교통부시장'이라고 적힌 명패를 보자마자 한인간은 기뻐하며 '끼얏호!' 라고 외치며 청사를 뛰쳐나가버렸다.


박 시장의 보좌관들과 서울시 고위공무원들이 한인간을 보니 딱 봐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모두들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저이를 아시나요?


"모르지."


"아니, 이제 하루아침에,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름도 묻지 않고 교통부시장이라니요?"


박 시장이 말하는 것이었다.


"거 씨발련들 말 존나 많네..."



- 2부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