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철도인 남고 싶어" 의족한 채 다시 현장으로 “현장으로 돌아오겠다”던 3년 전 약속을 그는 지켰다. 주변 사람들이 의족을 한 그에게 사무실에 앉아 일하길 권했지만 고집스럽게 ‘현장’을 택했다. ‘좋은 일을 하다 다치기라도 하면 하던 일을 포기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아이들에게 심어주지 않을까 걱정한 때문이다. 인천시 부평구에 있는 국철 경인선 부개역. 이 역에는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45)씨가 5개월째 역무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예전 ‘부역장’으로 불리던 역무과장은 역내 모든 ‘살림’을 책임진 자리이다. 직원 관리와 안전사고 예방, 승객 서비스 점검, 장애인 탑승 등 살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좀 쉴 수도 있었고요. 하지만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던 스스로의 다짐을 저버릴 순 없었어요.” 김씨는 2003년 7월에 당시 역무원으로 근무하던 영등포역에서 아이를 구하기 위해 선로에 뛰어들었다. 아이는 구했지만 자신은 열차를 피하지 못했고 결국 왼쪽 발목과 오른쪽 발등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접합 수술이 실패로 끝나 발을 절단해야 했다. 하지만 당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다친 다리 때문에 다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현장에 복귀해서 다시 일하고 싶습니다.” 그때 아무도 이 말을 믿지 않았다. 3년이 흐른 지난 7월에도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없었다. 동료들도 본부 사무실 근무 대신 현장근무를 원하는 김씨를 말렸다. 그도 현장근무가 쉬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리를 다친 뒤에도 많은 활동을 한 걸 생각하니 자신감이 생겼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 한국시리즈 8차전 시구, 마라톤 5㎞ 완주. 지난해 12월엔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등정도 성공했다. 그는 상사를 설득했고 지난 7월26일 역무과장으로 부임했다. 역무과장직은 만만한 자리가 아니지만 그에겐 26년의 철도원 경험이 있었다. 매일 출근하면 직원 출퇴근과 근무조 편성을 확인하고, 역내 각종 시설물을 점검한다. 열차가 제 시간에 도착하는지, 승객이 안전하게 열차에 탑승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장애인 승객이 있으면 직접 나가 리프트를 다루는 때도 많다. 의족이 두 발을 대신한 지 벌써 3년이 지났지만 26년의 철도원 경험은 더 길었다. “며칠 전 한 승객이 선로에 휴대전화를 떨어뜨렸다는 신고를 받고 선로에 내려간 적이 있어요. 선로에 내려가는 게 아무렇지 않았는데 다리 때문에 플랫폼에 곧바로 못 오르고 선로 끝쪽으로 빙 돌아가야 하는 게 좀 불편했을 뿐이죠.” 사람들은 그를 ‘아름다운 철도원’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는 ‘부개역 역무과장’으로 불리길 원한다. 승객 곁에서 안전을 책임지는 영원한 철도원으로 남는 게 그의 꿈이다. 인천=조풍연 기자 ⓒ 세계일보&세계닷컴(www.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의족으로 생활하기도 힘드실텐데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