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면 임산부 배려석이 설치된것을 쉽게 볼수가 있다. 3~4년 전부터 일부 노선에 시범설치되어 지금은 사실상 모든 노선에 1량(칸)당 두자리씩 배정돼 있는데, 이렇게까지 하게 된 취지에 대해서는 십분 공감한다.
우리나라 출산률은 모두가 알다시피 세계 꼴지 수준이고, 실제로 작년부터는 인구 피크를 찍고 감소추세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임산부들은 진정 이시대의 애국자이며 적극적인 지원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대중교통의 모습만 봐도 몇년 전까지는 배려의 대상이 노인 등의 노약자에게만 있었지 임산부까지는 그 범위가 미치지 못한게 사실이다. 이에 운영주체에서 먼저 배려석을 설치해 시민들의 시선을 환기시킨 점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설치 직후 배려석에 일반인들이 앉아있어 정작 임산부가 앉지 못하는 문제가 생겨 '임산부 뱃지'를 제작, 보급시켜 뱃지가 보이면 배려해 달라고 공익광고 등으로 계도하여 어느정도는 상황 개선이 되었다.
내가 지하철 탑승 시 기준은
1.배려석을 제외한 좌석이 모두 차있다면,
2.일단 착석하고,
3.임산부가 보이면 바로 양보한다.
그리고 3번은 배려석 여부와 상관없이 임산부/노인 등이 보이면 내 자리를 무조건 내어준다.
이는 여태까지 운영주체들에서 제시했던 기준과 일치했다. 하지만 최근에 서울교통공사는 독단적으로 기준을 '비워두는 것'으로 바꾸고 열차에서 그런 내용을 담은 이른바 <배려송>을 운행중에 주기적으로 방송하고 있다. 그러면 남녀노소가 배려석 비우기에 동참하고 있을까?
내가 수없이 탑승하면서(월 교통비 약 15만원) 보고 느낀 점은 배려석에 남성이 착석했을때와 여성일 때의 시선과 분위기가 극단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임신 상태는 아닌것(20대 초중반으로 판단되거나 가임기가 지난것으로 보이는 분들) 같은 여성들은 거리낌없이 착석하는 반면, 남성들은 그 자리앞에 그냥 서있거나, 앉으면 눈초리의 대상이 된다.
순전히 나의 경험을 기준으로 한 것이기에 반론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다. 허나, 언론 보도의 사례와 특정 집단의 행적이 나의 생각을 뒷받침해준다. 몇달 전 JTBC에서는 임산부 배려석의 실태를 보도했는데, 오로지 남성들만을 인터뷰하며 본질을 희석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요즘 JTBC의 논조가 지나치게 성별 갈등을 조장한다고 생각해서 그럴수는 있겠으나, 언론으로서는 상당히 부적절한 태도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오메가패치라는 SNS 계정에서는 배려석에 앉은 남성들의 불법 촬영사진을 제보받아 인스타에 게시하는 이해할수 없는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이는 엄연한 범죄행위이다. 그리고, 도대체 이렇게까지 해야할 이유는 또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무조건적으로 비워놓기를 하게되면 열차 운용상에도 비효율을 야기한다. 1량(칸)당 좌석수는 54석이고, 정원은 160석이다(모든 좌석 착석+그앞에 손잡이잡고 입석+출입문앞 입석). 그리고 그 정원을 '혼잡도 100%' 라고 한다.
출퇴근시 평균 혼잡도는 150% 정도인데, 그때마다 1량당 2석씩, 1편성당 20석(1~4호선 기준)씩 비워두게 되면 열차를 세번만 운행해도 1량 가량의 좌석을 손해보게 된다. 운영주체 입장에서도 손해지만 승객들도 평균 혼잡도가 상승해 불편을 겪게 된다.
본질은 간단하다. '비어있으면 자율적으로 앉되, 임산부가 보이면 양보해주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나 간단한걸 왜 앉으면 눈치를 주고 특히 그 도덕적 잣대가 특정 성별에만 편중되며, 또 언론은 앞장서서 은근히 성별문제로까지 비화시키는 것인가? 임산부인지 아닌지 판단이 안된다면 현재 부산지하철에서 시행중인 뱃지를 태그하면 표시등이 들어오는 표시등 시스템을 수도권에도 도입한다면 더 자율적으로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배려를 강요해서는 안된다. 배려를 강요하는건 건강하지 못한 사회이다. 그리고 그 배려하는 사람의 마음이 변질되고 반감을 살 수 있다. 비단 이 문제뿐만 아니라 최근 1년간의 세태가 불필요하게 문제를 크게 만들고 집단간 특히 성별간의 갈등을 누군가가 조장한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다.
자율적으로 이성적으로 가야지, 강제적으로 감성적으로 간다면 사회의 규범은 무너지고 언제부터 시작됐는지조차 모르겠는 싸움은 결코 끊이지 않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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