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당시 25살 사회초년 남성의 이야기입니다.
본가인 대구에서 직장인 가디까지 가기 위해 동대구-광명역 KTX를 탄 어느 날의 이야기입니다.
AB (복도) CD 이렇게 좌석배치가 되어있다고 가정하면
제가 A좌석을 예매했었던 상황입니다.
자리에 앉으려고 앞까지 다다른 순간, B좌석에서 자고 있는 여성분을 발견했습니다.
자는데 깨우기도 죄송스러워서 팔부분에 손으로 톡톡 두드려서 깨워보려고 했습니다.
기차가 출발할 때까지도 반응이 없자 하는 수 없이 다리를 길게 뻗어서 최대한 터치하지 않게끔 해서 자리로 들어가 앉았습니다.
이후 출발하고 얼마 안 있다가 어머니께 전화가 와서 통화를 작게 하고 있었는데, 옆의 여성분이 깨서 몽롱한 눈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통화를 최대한 빨리 끝냈습니다. 끝내고 다시 확인해보니 계속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긴 했는데 일단 모른 체하고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고 있었습니다. 그분은 다시 자다가 깨서 화장실을 갔습니다. 그런데 웃긴 건 신발을 반쯤 신은 채로 자고 계셨었는데, 화장실 갈 때는 신발 한짝을 안 신고 그냥 가는 겁니다.
나머지 한 짝이 앞좌석 밑부분에 조금 깊숙히 들어가 있긴 했는데, 아무리 봐도 정신상태가 의심스러웠습니다.
화장실을 다녀온 뒤로 다시 잠을 청한 그분은 고개가 꺾인 채로 자다가 갑자기 저한테 기댔습니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고 설마 제가 이런 일로 글을 쓰진 않았겠죠.
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노래를 들으면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였습니다.
그러다 몸이 점점 기울더니 아예 상반신을 비롯한 얼굴이 제 가슴팍에 깊숙히 들어온 채 자는겁니다.
(농담이 아니라 그냥 코로 숨을 쉬면 샴푸였는지 린스 향기가 그대로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괜히 건들다 큰일나는 세상 깰 때까지 가만히 있기로 했습니다. 얼마 안가서 깼습니다. 깨고나서 아까 통화할 때처럼 다시 몽롱하게 저를 몇초간 응시했습니다.
그러고 다시 자고 또 제 가슴팍에 기대서 자기를 두번 반복했습니다. 그 뒤로는 다시 정상적으로 잤습니다.
광명역이 다가와서 저는 내려야되는데, 역시 자느라 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내릴 모션을 취하자 같은 열 C좌석에서 친구로 보이는 한 여성분이 "야 지나가시게 비켜드려"하며 B좌석의 그분을 깨우는게 아닙니까?
내리고나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상만 했었던 KTX 안에서의 옆 좌석 여성분이 기대서 자는 그런 행복한 상상이 아니라
제가 내릴때 비켜드리라는 말 한마디를 한 그분이, 처음에 탑승시엔 왜 그러지 않았는지. 그리고 제 품에 안겨서 자는 동안 왜 깨우지 않았는지.
전자는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한 배려였다면, 후자는 그렇지 않다는 건지.
행여나 제가 오해받을 행동을 했다면 저분이 목격자를 자처함으로써 제가 난처한 상황에 빠지지는 않았을런지
호구라고 해도 좋습니다. 이 글을 보신 여러분들이 그 상황이였다면 어떻게 느끼셨을지 궁금하네요.
그냥 깨웠을듯. 기대면 신호줘서 깨웠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