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방은 1944년 공습에 피해를 입은 이탈리아의 철도 노선으로, 임시복구가 된 모습이오. 본문의 내용과는 무관하오.

이번에 가좌역 지반 침하 사고는 여러모로 이야기 거리가 많은 듯 하오. 주요 간선에 꼽히는 복선 노선 하나가 만 하루동안 완전히 불통상태가 되는 것도 간만이고, 또 여객영업구간도 아닌 회송 구간이 망가짐으로 이렇게 운행체계가 크게 뒤틀리는 것도 참 보기 드문 예라 하겠소. 다행히 사고 규모에 비해 사람 다치고 죽은게 없다는건 천운이라 하겠소. 이번 사고의 진행을 보면서 든 생각거리를 좀 이야기 해 보겠소.

 (1) 통과식 vs 터미널 식

 우선, 사고 지점이 참 애매한 곳이라는 점이 가장 눈에 들어온다 하겠소. 가장 교통량이 많은 서울~영등포간에서 사고난 것도 아닌 한 시간에 여객열차가 1왕복 정도 다니는, 경의선이라는 좀 부차적인 노선 상에서 사고가 난 셈인데, 정작 열차 운행에 미치는 데미지는 가히 엄청나다 하겠소. 다들 잘 알겠지만, 이 구간이 서울과 용산 착발열차를 회송하는 구간이기 때문이오.

 원래 서울의 철도차량기지는 1900년대 이래로 가장 중요한 기지인 용산기지가 있었고, 그 외에 남대문 기관고(혹은 서대문 기관고)가 있었소. 남대문 기관고는 나중에 용산쪽에 통합되는 듯 하지만, 시설은 남아서 화물용도 등으로 쓰인 듯 하오. 해방 이후야 전쟁이다 뭐다 정신없었다가, 1960년대에 늘어난 교통량 때문에 서울의 주요 노선이 용량 부족 등이 현실화되자, 서울역에 있던 차량 시설과, 용산기지의 기지기능 일부를 1968년 경에 수색기지를 세워 이전시켰다고 하오.

 이런 개편으로 인해서 각 열차들은 과거 서울역에 종착한 후, 후진 또는 기관차 방향을 바꿔 용산으로 들어가던 것이 이런 작업 없이 그대로 수색으로 바로 운행하여 입고하고, 거기서 작업을 마치고 되돌아 나오면 되는 식으로 운행하게 되었소. 이런 식의 정비는 사실 당시로서는 꽤 쓸만한 방향이라 할 수 있는데, 특히 종착 후의 입환작업 같은걸 덜 수 있게 된게 큰 장점이라 하겠소. 유럽에 흔한 터미널역의 경우 열차도 대개 편성 채로 후진해 다닐 수 있게 하는 등의 작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복잡한 배선이 필수적이고, 용산기지를 베이스로 다니게 할 경우 이런 문제가 상존하게 되오. 그런데, 통과식으로 정비하게 되면 그만큼 간단한 배선을 둘 수 있고, 구태여 복잡한 운전체계를 두지 않아도 되게 되오. 그런 장점을 당시엔 얻을 수 있었던 것이오.

 이후에 KTX 역시도 행신기지 입고를 위해서 이 루트를 유지하게 되었는데, 서울역 플랫폼의 총량 부족으로 발차역을 용산과 서울로 이원화 시키긴 했지만, 정작 복선전철만으로 이걸 감당한다는 것은 이런식의 계통 정비가 꽤 유효적절했음을 시사한다 하겠소.

 그러나, 문제는 회송 구간이 데미지를 입었을 때, 즉, 이번 사고와 같은 일이 벌어졌을때라 하겠소. 이 경우 한 계통에 워낙 모든 열차가 집중되다 보니, 열차 운행이 일제히 불가능하게 되었소. 물론 이 문제는 어차피 터미널역이라고 하더라도 입고선 상에서 사고가 나면 문제가 복잡해지니 낫다고 하긴 힘들지만, 적어도 바로 회두해서 발차시킬 수 있고, 이렇게 해서 일단 급한대로 다른 기지나 역으로 열차를 분산할 여지가 있는 만큼 이런 사고의 파급을 줄이긴 유리하다 하겠소. 실제, PP동차나 KTX는 급한대로 회차시켜서 다른 기지나 역으로 돌린 듯 싶고 말이오.

 이를 위해서 우리나라의 객차들이 모두 푸시풀 운전이 가능하도록 개조하거나, 동차 중심으로 대거 갈아타는 건 장기적으로는 생각해 볼 수 있어도, 당장에 할 수 있는 경제성있는 대안은 아니라 하겠소. 다만, 좀 더 단기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건, 이런 비상시를 고려해서 서울역의 배선 계획을 잡아야 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은 남소. 물론, 지금도 이건 몇가지 이유로 유지하고 있는 듯 싶지만.... 기관차나 토목시설의 신뢰성은 높아졌다고 하지만, 만의 하나라는 부분은 어느정도 고려해 두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오.

 (2) 노선 구성의 문제?

 일단 이번 사고 덕에 용산선이 잠깐 각광을 받았소. 현 경의선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의 우회선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인데...사실 과거에는 폐지 전까지 화물이나 회송열차가 운행하기도 했던 만큼, 이런 주장은 일각 타당해 보이오. 사실 용산과 서울로 터미널을 분리했다면, 회송 루트도 이렇게 분리하는게 가능하고, 따라서 용산선과 경의선 양쪽 모두가 충분하진 않더라도 여객열차를 증편할 여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말이오.

 그러나, 이번 사고가 생긴 지점은 사실 용산선과 경의선이 합류한 이후 지점이었소. 현장 사진을 보면 3개의 선로가 보이는데, 이 중 가장 바깥쪽이 바로 용산선 선로인 듯 하오. 따라서 용산선의 분산능력은 사실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소...

 하지만 이번사고의 원인을 좀 더 깊게 보면, 용산선이 문제였다는 게 다시 드러나게 되오. 토사 붕괴가 일어난 부분이 바로 경의선 가좌역의 지하화 공사장이기 때문이오. 거의 50m 가까이 지하로 파 들어갔는데, 이것은 경의선(용산루트)와 함께, 대심도 터널로 공사하는 공항철도를 위한 임시수직갱으로 계획되었기 때문이라 하겠소. 만약 용산선 만이라도 지상으로 뺐다면, 해당 지역의 굴착공사는 더 얕은 심도로 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사고의 위험도 그만큼 줄어들었거나, 아예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오.

 기실 용산선 구간은 평면교차나 불충분한 입체교차시설이 많았고, 또 주택지구에 인접해 있다는 문제가 있기는 하였소. 그러나, 이걸 억지로 지하화 하지 않고, 고가나 친환경적 시설을 채택해서 지상화 하거나, 또는 도시개발계획과 연계해서 적절한 이격거리를 확보하는 식으로 계획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만큼 짧은 공사기간과 안정적인 공사가 가능했을 것이오. 공항철도 역시도 더 얕은 심도를 달릴 수 있게 되거나, 일부 지상화를 할 수 있는 만큼, 비슷하게 공사기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을거고... 그러나, 무작정 철도시설이라면 쌍심지를 키는 이들 때문에 돈과 시간은 다 까먹고 심지어 사고까지 나게 되었으니, 심히 억장이 무너진다 하겠소.

 아울러, 앞서 잠깐 이야기 되었지만, 이 구간이 지상으로 확보되었다면 제한적이나마 리던던시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오. 노반침하같은 극단적인 사고라면, 그것도 합류 이후의 본선에서 그랬다면 어차피 대책이 없지만, 조금 더 가능성이 높은 탈선사고 같은게 나서 경의선쪽 선로가 차단되는 일이 벌어질 경우, 열차 운행이 완전히 중단될 확률은 그만큼 줄어들게 되오. 또, 회송열차나 화물열차를 분담처리하게 되는 만큼, 경의선의 과포화도 덜 수 있게 되고, 이 틈을 전동차같은 여객열차로 채울 수 있게 되고 말이오... 물론, 경의선 연선과 용산선 연선의 희비가 지금과 달라지긴 하겠지만(특히 용산선 인근이 조금 손해는 볼게요), 대신 사회 전체적으로는 이득이 되니 어찌 바람직하지 않겠소.

 지금 와서야 죽은 자식 불알만지기지마는, 여러가지로 아쉽다 하겠소.


 (3) 서울 집중의 열차 운영
 
 사실 이런 철도 마비의 가장 중추적인 원인은 바로 거의 대다수의 열차가 서울을 기점으로 하는 식으로 다닌다는 점이오. 각 지역 노선이 마비되는 건 그걸로 끝나지만, 서울 인근이 마비될 경우에는, 이것이 전 운행계통으로 파급되어서, 말 그대로 다수의 열차가 마비되어 버린다는 것을 이번에 볼 수 있소. 일단, 장항선, 경부선, 호남선, 전라선 일반 열차가 마비 내지는 운행에 지장을 받고 있소.

 서울이 경제적 중심이자 정치적 중심이기 때문에, 직통 열차 수요가 그만큼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건 인정할 수 밖에 없소. 그러나, 모든 열차가 이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역설적으로, 각 지역 노선도 덩달아 마비되는 현상이 벌어지게 되오. 극단적으로, 이런 상황이 전 열차에 파급할 경우, 장항선은 말 그대로 전 열차 운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오.

 물론, 영업성이 떨어지는 로컬 열차를 증편하라는 주장을 하는 것은 좀 무책임할 수는 있지만, 만약 선구 단위로 열차가 어느정도 빈도를 갖춰서 운행했다면, 열차의 임시 증편이나 운행구간 연장을 통해서 그 파급을 완화할 수 있었을 것이고, 서울로 향하는 교통을 구간 단위로 분담해 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오. 

 당장에 장항선의 경우도, 첫차와 막차 시간대가 비교적 이른 편인데, 여기에 천안 착발 열차가 끼게 된다면 1시간 정도 첫차시간과 막차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고, 이 차량이 천안 기관구 등에 배속되어 있다면 이럴때 굴릴 수 있는 현지 차량 스톡이 일단 확보될 것이고, 또한 차량을 회차하거나 하는 시설도 여기에 확보될 수 있소. 이로 인해 임시단축운행 같은 식으로 대처해서, 장항선의 완전 운행중단을 피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오.

 물론 이런 로컬화에 앞서서 영업성에 대한 고려같은게 부수되긴 하겠지만, 당장에 서울 의존성을 분산하는 건 허울뿐이라고 하지만 지방분산에도 도움이 될 여지가 있으니 고려해 봄직 하지 않을까..... 생각하오.


 (4) 사고시의 대처

 일단 뭔가 문제가 터졌을 때에 늘 이 부분이 지적되는 거지만, 확실히 아직 가장 애매한 영역이 여기가 아닌가 싶소. 일단 비상대응 자체는 어느정도 잘 체화되어 있는 듯도 싶고, 일단 복구 일정이나 이런게 수 시간 내로 나올 수 있는 점은 그래도 양호하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오. 열차 운행에 대해서도 운휴를 대거 때리기는 했지만, 일단 어느정도 즉각적으로 대응 체계가 잡혀있는 듯 하고 말이오.

 다만, 문제는 내부적으로 그런대로 해 나가는 건 좋지만, 정작 고객 대응 측면에서는 이런 대처가 늘 미흡하다는 것이 문제라 하겠소. 이런 운행 문제가 생겼을때 가장 중요한 시점은 사건 발생 후 10분에서 30분 사이라 하겠소. 이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떤 대처를 해야 하는지가 이용객에게 통지된다면, 불만이 없지는 않겠지만 심각한 문제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 하겠소.

 또 이런 통지의 방법도 과제가 된다 할 수 있소. 현재는 단순히 역 구내 방송 같은걸로 땜빵이 이루어지는 예가 많은데... 이건 그리 충분한 방법이 아니라고 할 수 있소. 정보화기기들이 사실 그렇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단순한 방식만이 이루어진다는 건, 아니 작은 역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꽤 큼지막한 역들까지 이런 식이라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없소. 차량 내부의 영상방송설비나, 역 구내 또는 역 대합실의 전광판, 스크린 같은걸 활용하는 경우가 잘 없다는 것도 문제라 하겠소.

 이외에, 업무 처리에 대한 부분도 과제긴 매한가지요. 저런 인프라가 제대로 안쓰이는건 우리나라 인프라가 후져서는 아니오. 바로, 일하는 사람들의 행동 지침이 잘 안잡혀 있고, 이런 상황에 대한 기본적인 훈련이 부족한 면이 크다고 할 수 있소. 승무원은 이게 되어 있지만, 역무원이나 접객 담당자는 또 그렇지 않은 면이 있소. 아니, 전시 상황같은 심각한 문제는 이런게 갖춰져 있지만, 어떤 사소한 또는 통상적인 사고에 대해서는 이런 전달체계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좀 우려가 되오.

 또한 문제가 되는 것 하나는 \"비밀주의\"라 할 수 있소. 당장에 사고가 나면 뒤에 징계 문제나 사회적 비난이 두려운 나머지, 또는 과거부터 이런 사고 통지를 얼버무리는 관습이 일상화되어서인지, 왜 어째서 어떻게 열차 운행이 중단되었는지를 충분히 고객에게 설명하지 않으려고 하는 습관이 있소. 알건 모르건 덮어놓고 시비를 붙는 사람때문인 듯 싶은데, 어차피 화낼 사람은 뭘 해도 화내게 되어 있는 만큼, 기왕 문제가 생겼다면 양해와 협조를 구할 수 있도록, 질서유지에 문제가 없는 범위 내라면 정확히 안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소.

 물론 현업에서는 실제 외부에서 보기 힘들만큼 많은 준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또 나름의 고충이나 문제는 있으리라 생각하오. 그러나, 더 높은 경지에 오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이런 사고 대응 부분이라 할 수 있는 만큼, 좀 더 현실성 높고, 신뢰 기반의 체제가 되도록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