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국내 최장 터널인 부산 금정터널(20.3km) 안에 멈춰 선 KTX 열차의 승객들은 어둠과 찜통더위에 공포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27일 오후 1시 서울역을 출발한 KTX 133호 열차는 부산역 도착 5분 전인 오후 3시30분께 갑자기 멈춰 섰다.

이 열차 8호 차에 타고 있던 이정민(25)씨는 "갑자기 보던 TV 모니터가 꺼져 예감이 좋지 않았다"며 "조금 뒤에 열차가 고장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열차가 서서히 서행하더니 완전히 멈춰섰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열차가 멈춰선 뒤에는 에어컨 가동이 중단되고 복도 쪽의 불마저 꺼지면서 승객들은 어둠 속에 찜통더위와 싸워야 했다.

20분이면 정비된다는 안내 방송만이 20분 후에 또 20분, 10분 이런 식으로 연장되면서 승객들의 불안감은 더해 갔다.

가족 칸에 탔던 김창영(34)씨는 "안내방송이 잘 들리지 않았다. 곧 도착한다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잠시 뒤에 보니 상황이 점점 악화됐다. 차가 멈춰섰으면 여러 번 안내방송을 하고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데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가족 칸에 탔던 또 다른 승객은 "너무 더웠다. 더위를 참지 못해 옷을 배 위까지 걷어올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휴가를 보내기 위해 부산행 KTX를 탄 정호운(25)씨는 "더위 때문에 불평을 하던 어른들이 많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정씨는 "조명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중간에 잠시 점검을 하겠다는 소등 안내방송이 나오고 10분정도 꺼졌지만 이내 열차의 양쪽에 비상등이 켜졌다.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설명했다.

8살, 10살 아이들을 데리고 이 열차를 탄 김모(34)씨는 "정차한 뒤 40분가량 지나자 더위를 못 이긴 아이들이 울음을 터트렸고, 이내 다른 아이들도 함께 울어 열차 안은 아이들의 울음 소리로 가득찼다"고 말했다.

승객들은 안내방송과 승무원들의 태도에 강한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아이들과 함께 열차를 탄 한 승객은 "승무원이 객실을 찾아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데 성의없는 안내방송만 나왔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사고 열차가 부산역에 도착한 뒤에도 환불이 빨리 이뤄지지 않아 강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사고차량에 탑승한 권유학(70)씨는 "환불을 이렇게 늦게 할 수가 있느냐. 열차에서 고생한 사람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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