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기기관의 시대에 대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다지 깊게 아는 편이 아니오. 스스로도 그런 편이고. 일본 역시도 최대한 올라가 봤자 일본국철 시절의 A~E 형 기관차들 계보 정도가 한계고 말이오. 허나, 유럽이나 미국에서 이쪽 장르야 말로 철도 관련 취미의 극치라 할만큼 심도가 있는 영역이라 할 수 있소. 또한, 일본이나 한국, 넓게 가서 중국까지 쳐도 유럽이나 미국에서 쓰인 증기기관의 다양성을 따라잡기에는 여러모로 어려움이 존재하기도 하오.
증기기관차를 보존 상태건 아니건 실물로 본 적이 있다면, 그 압도적인 규모에 새삼 놀라게 되오. 사람 키만한 동륜만으로도 거의 기가 질릴 정도의 거물들이 많은데, 개 중에서도 거물이라면 바로 이 녀석, Big Boy 라 할 수 있소.
사실, 출력으로서는 이보다 더 강력한 H-8 타입의 증기기관차가 있고, 견인력은 또 Y6b 타입의 증기기관이 압도하오. 또 축중이 더 무거운 경우도 여럿 존재하지만, 이 빅 보이의 전장과 중량, 종합성능을 압도할만한 대량생산 기관차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되오. 동륜 배치는 4-8-8-4, 전장 40,487mm, 총중량 539.7t 에 축중 30.7t , 추정 출력 6,290kW에 견인력 61,422kg... 그야말로 괴물에 가까운 덩치라 할 수 있소.
이 기관차는 대륙횡단철도의 서측을 담당한 유니온 패시픽(Union Pacific)이 개발, 채용한 물건이오. 1941년에 배치가 되는데, 그 배치의 목적은 단기로 3,600t의 화차를 견인하여 미국에서도 가장 빡센 축에 드는 유타 주의 동쪽, 셔먼 힐(Sherman Hill) 등이 포함된 험악한 산지를 넘어가는 것이었소. 평균 기울기가 15.5 퍼밀(미국 친구들 식으로는 1.55 퍼센트 내지 1-in-65), 최고점이 셔먼 서밋(정점)의 2443m 고도인데, 얼핏 생각하면 별거 아니라 생각하기 좋지만, 지금도 해당 구간은 완만하게 조정을 했음에도 보기가 잔뜩 붙어서 넘어가는 루프 구간이라고 하오. 미국에 있어서는 거의 우스이 고개에 맞먹을 만한(물론 우스이 고개는 개량 전에 66.7퍼밀까지 나오는 극악산악이지만-_-) 곳이라고 보아도 될 곳이라 하오.
아뭏든, 개발 직후 25대가 UP에 의해 주문되었다고 하오. 그리고 저 구간에 투입이 되었소. 제작사는 ALCO였는데, 당초 이름을 올릴때 일종의 개발 명 비슷하게 부른게 "빅 보이"였고, 정식 명칭으로서는 해당 구간에 있는 고산인 "와사치(Wahsatch)" 등을 고려했지만, 이미 언론 등에서 "빅 보이"라는 이름이 굳어져서 그대로 그것이 클래스 명이 되었다고 하오.
기술적으로는 고압 보일러의 채용 등도 있지만, 특히 이채로운 것은 이른바 "맬릿(Mallet)" 타입의 차량 구조라 할 수 있소. 우리나라나 일본의 경우 증기기관의 분류를 동륜 수(A~E, 각각 1~5개의 동륜축), 그리고 탱크 타입(기관차 자체에 석탄과 물을 탑재)인지 아니면 텐더 타입(뒤에 탄수차를 연결)인지 정도로 구분하지만, 대형 기관차의 경우 연접식(Articulated)이냐 아니냐에 따른 구분이 존재하오. 저 "맬릿"이라는 형식의 기관차레이아웃은 동륜군을 2개로 나누어서 별도의 대차화 시키고, 거기에 각각 피스톤과 크랭크를 설치하되, 그 동력 공급은 하나의 보일러를 통해서 실시하는 방식이오. 즉, 오늘날의 기관차와 비슷하게 동력 보기를 설치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소.
4-8-8-4 라는 표시는 즉 부수차륜 4개(2축)+동륜8개(4축)+동륜8개(4축)+부수차륜 4개(2축) 을 의미하고, 대충 차륜의 배치가 oo OOOO OOOO oo 라는 형식으로 배치가 되는 것을 의미하오. 위의 사진에서 잘 볼 수 있소만, 뒤의 부수차륜이 잘 안보일 거요.
저런 괴물같은 형상이 어째서 필요한가 하면, 증기기관의 동륜 수는 무작정 늘리는게 불가능하기 때문이오. 일단 동륜 수가 늘수록 크랭크의 구조가 매우 복잡해지기 시작하고, 또 레일에 가하는 횡압 역시 엄청나게 커져서 탈선이나 레일 파손을 초래하게 되오. 주행저항 면에서도 좋은 역할을 못하기도 하고 말이오. 그러나, 산악구간에서는 동륜이 많을 수록 더 잘 타고 올라갈 수 있고, 화물을 견인할때도 힘을 최대한 쓸 수 있다는 강점이 존재하게 되오. 즉, 산악에 초대형 화물열차에 쓴다면 동륜 수에 목숨을 걸만 하다 할 수 있소. 사실상 부수차륜의 숫자는 어떨지 몰라도, 동륜 8개씩 2개조 구성은 당시 증기기관이 할 수 있는 한계라 할 수 있소.
이 녀석의 데뷰는 단순히 열차만 덜렁 올리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고, 선로 설비의 개량이 부수되어야 하였소. 일단 레일 중량부터 현재 UIC 의 표준 25톤 레일 규격인 60kg 레일이 아닌, 65kg 레일로 30톤에 달하는 축중을 받쳐내도록 시설해야 했고, 이 녀석이 다녀야 할 선구인 오그덴(Ogden)-그린 리버(Green River)에는 직경 41m 짜리 턴테이블을 설치해야 했소. 이 괴물은 최소 회전 반경이 의외로 작은 87m였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134m 반경을 돌 경우 보일러 실(둥근 부분)이 거의 60cm 까지 바깥으로 튀어나올 정도여서 그에 따른 주변 장애개소 정리가 따라야 했다고 하오.
저 괴물은 먹는 것도 엄청난데, 최대 출력 지속 시 시간 당 45,000kg에 달하는 물과, 20,000kg에 달하는 석탄을 소비하였다고 하오. 탄수차 규격이 최대 90톤의 물과 28톤의 석탄을 적재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1시간 20분 정도를 전력 질주하면 오링이 나버리는 셈이오. 최고 속도는 112km/h로, 당시의 화물열차 치고는 그런대로 준수한 축에 든다 할 수 있소.
이후 셔먼 힐 구간이 8.5 퍼밀 정도로 완화되어 신선 개통이 되면서 더 약한 기관차로도 6000톤의 화물을 달고 넘어갈 만큼이 되었소. 즉, 빅 보이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지만 워낙에 대형 기관차로 유명세를 떨쳤던 만큼, 그 육중한 중량에도 불구하고 6 대가 보존, 전시되고 있다고 하오. 불행히 이 중 어느 녀석도 주행 가능하지는 못하다고 하지만, 그 거대함을 지금도 볼 수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있다 할 수 있겠소.
현재의 디젤기관이나 전기기관 계통에서는 200톤을 넘는 녀석이 그리 많지 않소. 미국의 경우 Do-Do(4축 보기 2개) 배치의 디젤기관차가 있다고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로, 대개 Co-Co(3축 보기 2개) 나 Bo-Bo-Bo(2축 보기 3개) 차륜 배치가 널리 쓰이며 출력이 부족하면 중련을 해서 쓰는 편이오. 증기기관의 시대에는 중련 운전이라는 게 매우 곤란했기에 저런게 나올 수 있었지만, 지금은 중련 편성으로 그정도의 출력을 쉽게 얻을 수 있는 만큼 두번다시 저런 괴물이 달리는 걸 보기는 힘들 것이오. 당장에 KTX만 해도 저 놈 2대 분의 출력이 나오고 있으니.-_-
P.S: 동륜 배치를 설명 하는 게 좀 어려울 수 있소. 그러나 규칙을 알면 쉬운 편이오. 저 4-8-8-4는 미국식 표기인데, 앞쪽 보조륜(부수차륜)-동륜-뒤쪽 보조륜(부수차륜)의 서술 순서로 읽으면 되오. 맬릿 기관차의 경우는 동륜이 2개로 나누어지기 때문에 4-8-8-4로 적게 되오.
증기기관의 경우 기어와 차축을 써서 구동하지 않고 오로지 피스톤에 직결된 크랭크 만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숫자를 써서 표기를 하오. 즉, 저 동륜 숫자는 하나의 크랭크로 묶여저 움직이는 숫자를 의미한다고 해석하면 되오.
반면 전기나 디젤 기관차의 경우 A, B, C, D, E 등으로 표시를 하는데, 이는 직접 축이 구동하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오. A는 1축, B는 2축... E는 5축을 의미하오. 뒤에 작게 o를 붙이는 건 보기대차를 표기하고, 그 자리에 숫자가 붙으면 한 보기 대차 내에 붙은 부수차륜수, o 이 붙으면 부수차륜이 없음을 표기하던가 그렇소. 만약 별도 대차 등으로 부수차륜이 붙을 경우 숫자를 앞에 붙여버리게 되오. 즉, 2Eo 라면 부수 차륜 2에, 동력축 5개 짜리를 의미하오.
철도 모형 바닥에 계신 분들이 이쪽은 잘 아시는 듯 하오. 혹여라도 오류가 있으면 사정 없이 덧글을 때려 주시오. :-)
P.S 2: 좀 더 자료를 검토하다 보니 오류가 발견되어 수정을 하였소. 역시 교차검증을 좀 꼼꼼히 했어야 하는데, 오늘 정말 삑사리가 많구려.-_-
4-8-8-4 The Big Boy!! 저 놈의 별명은 Miler요. '마일러'라는 이름만 봐도 할말 다 하지 않았소. 저런 차량 언젠가 공략해볼까 했는데 역시 만철횽아가 먼저 하셨네 ㅎㅎ
개인적으로 느끼지만.. 저거 석탄 삽질 졸라게.. 할 생각하면 아득할 뿐이다... 그래도 저런 괴물이 지구상에 존재했다는것만으로도 신기할 뿐이오.
에효 전기기관차가 확실히 편하구나. 물과 석탄 --
당연히 자동급탄기구가 설치되어 있소. 삽으로 퍼 넣는다는 건 소형기관차나 좀 옛날 기관차의 이야기라 할 수 있소. 또, 후기형 중 하나는 중유를 때도록 설계되었다고 하오. 우리나라의 901호 증기기관차에 대해서 사람들이 석탄 안때니 사이비라고 하는데, 사실 디젤 보일러를 쓰는 방식이어서 그렇지 분명히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녀석이 맞는 걸로 아오.
저게 얼마나 경악스러운 괴물이냐 하면 '마일러' 말 그대로 1마일짜리 기차를 끌고 다니던 놈이오. 기관차 모두가 각각 한해에 5만마일씩 20여년 동안 100만마일리지를 쌓은 엄청난 괴물이기도 하고요.
증기기관 바닥은 정말 넓소. 수직 보일러 타입같은 극초기 증기기관부터, 개럿형/맬릿형 기관차 까지 정말 엄청난 영역이라 아마 그거 조사해서 글 올리는 것만으로도 1년은 너끈히 보낼 수 있을게요. ^^
아, 3600톤의 화차라고 하면, 지금 쓰는 2축보기 화차 만재를 기준으로 하면 45량이오. 당시에는 더 작고 더 가벼운 화차를 달고, 또 공차 회송 같은 것도 겸하다 보면 거의 1km가 넘는 편성이 나오게 되오. 셔먼 힐이 아니라면 더 긴 편성을 끌고다니게 될거고 말이오-_-.
예전에 우리네 전라선 슬치터널에서 기관차에 보조기관차까지 연결하여 올라갔던 것처럼 '셔먼 힐'도 보조기관차를 썼다고 하오. 이것이 처음에는 별로 문제가 안 되었으나 30년대가 지나면서 미칠듯이 폭증하는 물동량에 열차가 장대화되고 그 때문에 동력이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하오. 3중련은 기본이고 태평양전쟁 개전 후에는 기관차 4중련까지 있었다니 할말이...
아무튼 4중련까지 가버리자 보조기관차가 항상 3대 대기해야 한다는 압박이 생겼고 운전인원 6명에 차장/신호인력/보수인력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한 사람들을 언덕 밑에 항상 대기시켜야 하는 문제가 생겼소. 그래서 UP가 골머리 아파하던 차에 4-8-8-4 Big Boy가 혜성같이 나타난 것이외다.
황구라 덧글은 삭제.
비록 석탄도 괴물같이 먹어버리는 놈이었지만 높은 연비보다 보조기관차/보조인력이 없어지면서 절감되는 비용이 워낙 커서 21년간 UP의 밥줄이 되어준 기관차이오. 단, 이놈은 축중 자체가 너무 무겁다보니 선로균열이나 축 균열도 자주 발견되는 등 내구성에 문제가 많았다고 하오. 디젤기관차의 시대에도 어느정도 버티었지만 결국 만철조사부장께서 언급했듯이 셔먼 힐의 선형개선 후에는 운명을 다 하오.
그리고 이 놈이 운반했던 화물이 재밌는데, 저 거대한 덩치는 철광석과 석탄화차가 알맞아 보이지만 의외로 말년에는 곡물도 운반했다고 하더이다. 50년대 캘리포니언 농담으로 사람은 '슈퍼치프'로 식사는 '빅보이'로 나른다고도 했으니
항상 부장님의 연재글(!) 잘 읽고 있습니다. 철도마니아가 아니라도 재미가 넘치는 글 감사합니다.
밑에 짤방의 증기기관차가 내뿜는 매연(?)이 엄청나네요. 만철조사부장님의 연재글은 재미있어요. ^^ 기다려져요.
겉모습은 증기기관이 아니고 제트추진 같네 ;;;;
http://www.google.com/lochp?hl=en&tab=wl&q=
구글 로컬에서 green river를 찾으면 나오는 Cheyenne이라는 도시의 왼쪽에 셔먼 힐 루트가 있다고 하오.
http://www.mentalfusion.com/erben22/upwyoming/cheylarpic.html
에 이 구간의 구배를 총정리한 그림이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