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짤방은 1879년에 처음 운행했던 베르너 폰 지멘스의 전기철도요. 3마력 짜리 기관차로, 전시회장에 설치된 300m 구간의 레일을 달렸소. 기왕 찾는김에 B&O에서 1895년인가에 썼던 최초의 간선철도용 전기기관차 같은 걸 올릴까 했는데, 이건 사진이 웹에 없더구려. 책에는 몇 개 있지마는. 아래 이야기가 나온 김에 간단하게 좀 적어볼까 하오... 애시당초 전기 철도의 개발은 오염 문제에서 출발하였소. 지멘스 역시 1880년대에는 시가전차를 만들어 보급을 시켰었고, 영국이나 미국에서도 전기를 쓰는 수송 시스템은 거의 시가지 내를 돌아다니는 시가전차 내지 경량철도에 주로 쓰였소. 이는, 마차철도류가 말의 분뇨 같은 냄새나고 심지어는 전염병의 위험이 있는 폐기물을 생성한다는 점이나, 증기기관차 류가 매연을 야기하고 심지어 기술적 불완전성으로 보일러 폭발(!)의 위험이 있엇다는 점에 비교하면 명백하오. 물론 내연기관류가 시원찮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 덕에 20세기 초반까지 시가전차는 상당히 성행하였소. 간선철도에의 전기 사용도 비슷한 배경에서 출발하오. B&O(발티모어 앤 오하이오 철도)의 전기철도 도입 역시 시가지를 관통하는 터널 때문에 도저히 증기기관차를 쓰지 못했기 때문이었고, 뉴욕의 전기철도 도입도 똑같은 이유로, 즉, 시내 진입시의 철도 매연 문제 때문이었소. 영국의 지하철 역시도 그래서 초기에 증기견인에서 전기로 바뀌었소. 이후 전기 견인 방식의 장점들, 즉, 비교적 균일하고 안정적인 견인력과, 동력축 늘리기가 용이하다는 점이 대두되면서, 조건이 열악한(지하, 고산지대, 급경사 등) 지역에 전기철도가 널리 보급되고, 이제는 본선구간들 조차 전기철도가 점령하기 시작하고 있소... 시작은 부실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한 케이스라 할 수 있소. 전기철도의 근본적인 효용성은 동력원과 소비원을 분리하는데서 나타난다 할 수 있소. 디젤-전기 기관차 같은 경우 하나의 차량에 엔진과 발전기, 그리고 전동기를 모두 탑재해야 하고, 그만큼 중량과 부피 면에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소. 물론, 석유를 공급받음으로서 완전히 독립적으로 움직인다는게 가능하긴 하지만 말이오. 허나, 전기철도의 경우 엔진과 발전기는 지상 어딘가에 잘 모셔두면 되오. 다만, 기관차에 전동기를 두면 될 뿐이오. 물론, 실제로는 급전과정상의 문제나 제어 문제 때문에 기관차에는 변전기가 부속되어야 하고, 발전기와 엔진은 송전 능력의 한계 때문에 여러 군데 설치가 되어야 한다는 문제는 있소만... 저 둘을 분리하게 됨으로서, 발전 부분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한결 용이해 지오. 모터 부분 역시 더 최적화된 설계를 할 수 있게 되고 말이오. 7100대 특대형 기관차와 8200대 전기기관차의 스펙을 비교해 보면 이 점은 확연하오. 전기철도는 이렇게 차량 요소를 고정거치하고 효율화 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많은 고정비를 소요하게 되오. 발전소와 변전소가 설치되어야 하고, 선로를 따라 급전을 하기 위한 가공가선(카테너리) 설비가 설치되어야 하오. 또한, 설비만 깔아놓는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라, 다니는 교통량과 차량 규격에 따라 공급되어야 할 전기량 같은 것이 관리되어야 하오. 부족하다면 발전소나 변전소를 더 증설해야 하고 말이오. 그만큼 손이 많이 가고, 복잡하며, 비싼 시스템이라 할 수 있소. 그러다 보니, 전기 철도를 설치하는게 늘 경제적인 것 만은 아니오. 실제 전기운전을 할 경우에는 대충 30% 정도 저렴하게 철도를 굴릴 수 있게 되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차량의 연비가 30% 정도 좋아진다는 이야기에 가깝소. 요즘처럼 기름값이 비쌀때라면 이 연비 향상으로 얻는 경제적 효과는 정말로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고 말이오. 허나, 대신에 고정비용을 지출해야 하오. 설비비가 대량으로 들어가는 것도 그렇지만, 변전소같은 요소에 소요되는 고정비가 대거 생겨나게 되오. 이런 비용은 운행 편수를 줄이더라도 감축되지 않거나, 매우 미미하게 감축되오. 결과적으로, 하루에 일정한 교통량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전기화는 말 그대로 돈지랄이 되는 것이오.-_- 프랑스에서는 1970년대에 이 손익분기점을 대충 계산해 봤는데, 유가가 20불 전후일 때 하루 30편성 정도가 다녀야 대충 채산성이 맞는다는 평가가 나왔고, 이후 오일쇼크기(40~50불/배럴당)에는 하루 15편성까지 낮아지게 되었소. 일본이나 독일도 이런 평가 기준을 뽑아보니 대충 저정도쯤 나온 모양이고. 즉, 저거보다 덜 다니는 노선이면 전기화를 해봤자 고정비도 제대로 못뽑을 가망이 큰 만큼 삽질이 되는 거라 할 수 있소... 우리나라의 주요 선구 중 하루에 왕복 15편성이 안다니는 선구는 그리 많지는 않소. 여러 이유로 잘 안다니는 동해남부선 일부나, 영동선, 군산선 정도? 여객편수는 적어도 화물이 다니거나 하는 일이 잦은 구간도 많고, 강원도 지역의 철도는 워낙에 급구배/급곡선이 많고 해서 전기운전 외엔 마땅한 대안이 없는 곳도 많아서 일단 요즘같이 고유가 시대에는 경제성 면에서는 나쁠 것은 없다 할 수 있소. 미국의 경우는 복선이라 하더라도 워낙에 노선 길이가 길기도 하고, 하루 운행 편수 역시 생각만큼 많은 게 아니라서 전기화의 장점이 없지만, 우리나라는 장점이 엄청나다 할 수 있소. 문제는... 전기화에 따른 비용과 기간이라 할 수 있소. 우리나라의 경우 복선 전기화를 할 경우 대충 1km당 25~35억 정도의 단가가 소요되오. 단순 계산으로 경부선을 일거에 전기화 한다고 하면 1조 3천억원에서 5천억원의 돈이 깨지게 되는 것이오. 거기에 차량가격도 8200대 전기기관차 1량당 44억원이 드는데, 디젤기관차가 현재 거의 400량이 넘는 상황에서, 이를 절반 정도 대체해 버린다 하더라도 근 8,800억원, 즉 1조 가까이의 돈이 날아간다는 계산이 나오게 되오. 여기에 새로이 정비 설비 같은 것도 들어와야 하고 기관사들 재교육도 해야 하고 하는 등... 경부고속철에 비하면야 싸다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상당한 돈이 들어가는 사업이 되오. 또, 일거에 해 치울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거기에다, 전기철도는 어떤 재난이나 사고 발생시에 취약한 구석이 있소. 2차대전 당시 일본 군부가 고속화나 효율화를 위해 전기철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저항했던 사항이 바로 이 "유사시" 문제였소. 변전소나 가선을 손상당할 경우 그대로 시스템이 올 스톱되어 버리오. 디젤이나 증기라면 구원운전을 하면 된다지만, 전기는 그것도 여의치 않고 복구에 상당한 시간을 소요하게 되오. 어차피 철도 자체가 취약하지만, 그 취약도를 엄청 올리게 되는 효과를 가지는 셈이오. 우리나라도 비슷한 문제가 있는 셈이었고, 그만큼 이걸 주저한 배경이 된 것으로 생각되오. 현재 전기철도로의 전환은 이러한 불안 요소를 어느정도 잡을 자신이 있다는 점도 있지만, 이게 아니더라도 워낙 물동량이 많다 보니 도저히 전기화 안하고서는 감당이 안된다는 문제도 있을 것이오. 또, 이제는 유가가 너무 뛰어버리기도 했고 경제성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만큼 천상 전기화를 하지 않으면 비용에 치이게 생겼고 말이오. 사실, 저런 취약 요소를 제외한다면 우리나라의 전기화는 너무 늦었다는 생각도 많이 드오. 고속철도 프로젝트의 영향도 있고, 80년대에 인프라 투자가 주춤거렸던 문제도 있고 복합적이긴 하지만 너무 전기화가 늦다 보니 시스템의 비효율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어찌 조처해 보질 못하는 상황이랄까.... 올해 하반기면 경부선 전기화가 완료되는 걸로 알고 있소. 일전에 8200대가 견인하는 새마을 객차 사진이 올라와 있었는데, 아마도 경부선 쪽 시운전을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오. 아니면 호남선 투입에 앞서 영업 시운전 격으로 다니는 걸지도 모르고 말이오. 전기화가 될 경우 가감속 능력의 향상으로 인해 운행 편수도 늘릴 수 있고, 시간도 단축되오. 현재 경부선 시흥-서울간이 130편 다니는 걸로 포화된다고 하는데, 전기운행이 시작되면 10~15편 정도는 더 늘릴 수 있게 되고 그만큼 일반열차 편수 증편이 가능해 지게 되오. 물론, 장대편성화도 승무원의 업무부담 문제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용이하게 할 수 있고 말이오. 새마을 디젤동차 같은게 아직 남아 있는 만큼 극적인 용량 증가는 어렵겠지만, 내년 초의 경부선 다이어가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된다 할 수 있겠소. P.S.: 다이어 개정이 이루어지게 되면 새마을의 경우 좀 더 정차역을 줄이게 될지도 모르겠구랴. 지금같이 가다가는 무궁화와 새마을의 소요시간 차이가 좁혀질 가망이 다분하니 말이오. 전기견인할 경우 천안까지는 무궁화가 새마을을 개발살 내버릴지도 모르겠소.-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