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조합원광장에 올라온 글 입니다.

http://krwu.nodong.net/home2008/bbs/board.php?bo_table=cham01&wr_id=9254

 

 

철도 파업 대체인력에 동원되신
철도 대학교 학생 여러분은 안녕하십니까?
 

저는 파업에 참가하고 있는 철도노조 조합원입니다. 철도 대학 학생 여러분들이 희망하는 철도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여러분도 대학을 졸업하면 철도 관련 일을 하게 될 것이고 아마도 많은 분들은 철도 노동자가 되겠지요.
 

함께 철도를 지탱할 미래의 동료로서 여러분들에게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지금 한국 철도는 정부의 잘못된 진단과 왜곡된 정책으로 큰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지속되어온 철도 민영화 문제를 모르시진 않겠지요? 이른바 경쟁체제 도입을 통한 효율화를 명분으로 추진되는 정부의 철도 정책이 가져올 재앙은 이미 다른 여러 나라에서 확인 되고 있습니다. 철도를 사랑하고 책임지고 있는 노동자들은 지금 진행되는 철도 정책을 막기 위해 가혹한 징계를 각오하고 모두 한 마음으로 파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열차를 운행하는 것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노동자들이 현장을 떠나는 아픔을 삭이며 국민의 철도를 만들고자 하는 이때에 철도 대학생 여러분들이 저희들의 빈자리를 메워 대체 인력으로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참담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지금 전국의 대학에서는 파업참가 철도노동자 수 천 명을 직위해제하는 코레일의 야만적 행위에 분노하며 당신은 안녕하시냐?’고 묻고 있는데 가장 큰 지지와 성원을 보내 주셔할 여러분들이 파업파괴 행위에 앞장서는 모습은 정말 안타까울 뿐입니다.
 

스펙 쌓기와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대학이 취업학원으로 전락한지 오래라지만 그래도 대학은 말 그대로 큰 배움을 얻는 곳입니다. 진리와 정의는 대학의 가장 숭고한 이상이고 또 그 정신으로 한국의 민주주의를 튼튼하게 만들었던 주인공들이 바로 대학생들이었습니다. 이 멋진 전통 앞에 철도 대학생 여러분들, 그대들은 떳떳하십니까?
 

저희 선배 철도 노동자들이 싸우는 것은 바로 철도 대학생 여러분들이 미래에 일할 직장의 건강함을 확보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치열한 이윤 경쟁에 내몰려 비정규직, 외주화된 일자리가 일상화된 철도 현장에서 일하시길 원하십니까?
 

여러분들이 대체노동 대가로 코레일로부터 받는 짭짤한 부수입은 모두 저희 철도 노동자들의 피 같은 돈입니다. 파업이 끝나면 코레일은 파업에 따른 손실분으로 철도 대학생 분들 같은 대체인력에게 지급된 돈을 모두 계산해 손해배상 청구를 합니다. 지난 몇 번의 파업과정에서 철도 노조는 수백억의 배상비용을 추징 당했습니다.
 

철도 대학생 여러분들이 열차 운행에 투입되는 것은 무자격자를 임시변통으로 때우는 아주 위험하고 불법적인 일입니다. 열차 운행은 엄격한 자격요건을 필요로 하고 충분한 견습과 훈련을 갖춰야 수행할 수 있는데 안전을 무시한 코레일의 행태에 젊은 대학생 여러분들이 동원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고통을 당한 이웃이 있으면 그 고통을 대가로 이익을 챙기지 않는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불이 난 떡 방앗간 근처에서는 이웃 떡집들이 장사하지 않았습니다. 프랑스 청소 노동자들의 파업 때 시청사에 쓰레기를 갖다 버리면서 노동자들에 연대했던 시민들도 있습니다.
 

철도 대학생 여러분들의 양심에 호소합니다.
미래에 한국 철도를 같이 짊어질 동료들에게 호소합니다.
지금 이 시대 정의와 양심이 살아있음을 보여주세요. 저희에게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고 있는 수많은 시민들이 보이지 않습니까? 여러분들의 행위는 값싸고 안전한 국민의 철도를 만들고자 하는 시민들과 철도노동자들의 등에 비수를 꽂는 행위입니다.
 

여러분들의 선배들이 철도를 지키려고 나섰습니다. 도와주세요. 함께 합시다. 우리 같이 힘을 합쳐 멋진 철도 현장을 만듭시다. 국민들에게 행복을 주는 공공철도 건설에 동참해 주시길 간곡히 호소합니다.
 

2013. 12. 14.
직위해제를 감수하고 파업현장을 지키는 한 사람의 철도 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