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졸속공약 남발
정치권 충청 경유지 ‘흥정’ 대전·충북 갈등만 부추겨
광주·나주·무안 경유 놓고 호남지역서도 주장 엇갈려

 

KTX 정차 노선이 6.4 지방선거 공약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고무줄처럼 변경 추진되는 혼란에 빠졌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KTX 호남선의 경우, 현재 충북 오송으로 정해진 중간 분기점을 서대전으로 바꾸거나 세종역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전남지역의 경우 목포를 종착역으로 할 게 아니라 나주까지 연장, 전남 중부권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공약이 제시되면서 기존 노선안과 충돌을 빚고 있다. 고속철도 노선 확보는 지역 표심 확보를 위한 메가톤급 공약이지만 국가정책 차원에서 추진되는 기존안을 지자체장 후보가 흔들 수 없다는 점에서 지키지 못할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지적이다.

■충청·호남 지역 노선 변경 싸움

신설되는 KTX 호남선이 충청권과 호남권을 지나는 노선을 놓고 정치권 내 흥정이 벌어졌다. 충청권은 KTX 호남선 서대전역 경유와 세종역 신설이 핵심 화두다. 내년 초 개통예정인 호남선 KTX 노선이 충북 오송역에서 분기되면서 서대전과 충남 계룡, 논산을 지나지 않게 됐다. 이에 대전지역에서 현재의 서대전 경유 노선을 유지해야 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나머지 지자체가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대전시장 후보인 권선택 전 의원은 "대전을 탄생시킨 것이 대전역 경부선이었다면 서대전역은 대전을 대도시로 발돋움하게 만든 발판 역할을 해 왔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권 후보는 호남선 KTX의 서대전역 경유비율 50% 존치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KTX호남선 오송역을 보유한 충북지역이 오송역의 경쟁력 하락을 우려, 반발하고 있다. 이시종 현 충북도지사는 "대전.오송.천안 가운데 어디로 할지에 대한 논란에서 중간 지점인 오송역으로 호남권과 합의를 했던 상황"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이 논란은 지난달 정부가 세종시를 경유하는 새로운 KTX 노선 신설을 검토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또 다른 불씨를 낳았다. 또 다른 충북도지사 후보인 이기용 교육감은 "KTX 세종역 설치계획을 밝힌 세종시에 공식 항의까지 하겠다"고 단언했다.

중원을 달려 내려온 KTX 노선은 호남지역에서 또 다른 논란에 빠졌다. 호남선 KTX의 광주역 경유와 전남 나주 혁신도시 경유, 무안공항 경유 여부를 놓고 광주와 전남지역 출마자들 간 공약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전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의원과 이석형 전 전남 함평군수는 KTX 나주역 경유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석형 의원 측은 "기존 광주송정역~무안공항~목포역 노선보다는 전남 혁신도시인 나주를 거쳐야 한다"면서 "혁신도시가 되면서 정부기관 이전도 많을 예정이고 교통요충지로 성장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미래를 보면 나주를 거치는 노선이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KTX 나주역 경유 공약은 현 전남도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이미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업성 검증 안된 포퓰리즘

문제는 지방선거에서 KTX 노선 변경 같은 공약이 남발되는 것은 상당수 단발성에 그친다는 점이다. 지자체장의 권한으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중장기적 국책사업이기 때문. 설령 이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해 선거 공약으로 대안을 제시하더라도 사업타당성에 대한 설득력 있는 근거제시가 부족한 경우가 태반이라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국메니페스토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KTX 관련 문제는 지자체 권한 범위에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표를 얻기는 좋으나 선거 이후에는 지켜지지 않는 대표적인 공약"이라고 못박았다. 이 사무총장은 "KTX 관련 공약은 대부분 노선을 연장하거나 역을 새롭게 만드는 것인데 국책사업을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면서 "동남권 신공항과 마찬가지로 여러 지역에 걸쳐 있는 문제를 공약으로 내세우게 되면서 지역 간 갈등을 촉발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비판했다.

지방선거 출마자들 사이에서도 자성과 경계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남도지사 선거에 나선 이낙연 의원실 관계자는 "KTX 노선에 관한 것은 국토교통부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도지사 후보로서 어떤 의견이 있을 수는 있으나 도지사가 어떻게 하겠다고 주장해서 되는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광주시장 예비후보 새정치민주연합 이용섭 의원도 현재 송정역으로 정해진 KTX호남선 1단계 종착지를 광주역으로 연장하는 공약이 남발하는 것과 관련, "지난 수년간 논란이 되어 왔던 KTX 광주역 진입 문제를 지금까지 결론내지 못하다가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정치쟁점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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