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지난 일이지만, 갈갈이라는 갤러가 표정속도 120이면 철도가 버스를 압살한다고 주장했고 난 그 반론으로는 표정 145쯤 되는 호남ktx가 고속버스에 밀리는 현실을 들었다. 그런데 갈갈이는, 호남ktx는 대전으로 둘러가는 노선이라서 직선으로 뻗은 고속도로와 비교 대상이 안된다고 반론했다.

 

 좀 지난 논쟁이지만 왜 비교 못하는가? 한국의 철도연장은 여객 3383km(앞으로 나오는 통계는 주로 교통통계DB 것)인데 이건 간선철도에 넣으면 안되는 대구남연결선(동대구~고속선) 4km 같은 노선들을 싸그리 포함한데다 기존선들은 구불구불한 곡선 선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서 나온 거리이기  때문에 고속도로 총연장 4111.5km에 비하면 3000km 정도밖에 안된다고 봐야 한다. 이건 각각의 전국 노선도를 보면 바로 직감되는 사실이다. 즉, 대한민국의 철도 연장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늘어난다면 앞으로도 철도 이용객들은 고속도로보다 목적지를 빙 둘러서 훨씬 긴 거리를 지나는 경로로 다닐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고속도로의 보통 제한속도는 100~110인데 제한속도보다 조금씩 빠르게 가는 차들이 많은데다 앞으로 제한속도는 상향될 가능성이 꽤 크다. 신설되거나 개량되는 고속도로들은 제한속도를 점점 상향하고 있지 않은가? 그뿐인가? 버스는 꼭 고속도로만을 안 다녀도 된다. 지름길이 있으면 국도를 이용해도 되고, 시내 진입도 자유롭기에 버스 터미널들은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기차역보다 훨씬 시내교통이 편리한 시내에 위치한다. 한국의 도로연장은 10만6413.5km이다.
 

  이런 현실에서 표정속도 120이면 철도가 버스를 압살한다고? 웃기는 소리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철도를 타 선진국 수준으로 지금 고속도로보다 훨씬 더 촘촘하게 박든지, 표정속도를 지금보다 압도적으로 높이지 않으면 몇몇 노선 외에는 철도가 경쟁력이 없다.
 

 덧글: 철도가 국토 간선 교통수단으로 낫다고 믿는 사람으로서 슬픈 얘기지만, 이렇게 고속도로 총 연장이 철도 총 연장보다 비슷하거나 한참 웃도는 나라는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나라 중에는 거의 없다. '간선 철도망과 간선 고속도로망의 길이는 약 3000km로 거의 같은데, 이는 다른 세계 주요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철도 인프라 과소 현상이라는 지적이 철도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국철도연구회, 《자동차 권하는 사회》(양서각, 2007) : 78~81쪽].' 한국위키에서 재인용한다. 지금은 2014년이니까 그 격차가 더 커졌다. 그래서 지금 우리나라는 아우토반으로 유명한 독일보다 더 조밀한 고속도로망을 가지고 있다. 독일 국토가 우리보다 3.5배쯤 되는데  아우토반 연장은 2009년 12813km(우리나라는 09년 3776km)였다. 우리나라 고속도로가 얼마나 빨리 건설되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독일 철도 2011년 총 연장은 41876km로서 고속도로 연장의 3배가 넘는데 도시철도 비율이 얼마쯤인지는 모르나 어쨌든 우리나라처럼 기형적으로 고속도로가 발달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웃기는 건 정작 1인당 도로 연장은 우리나라가 선진국 수준이 전혀 못된다는 거다. '2013년~2017년 국가재정 운용계획-SOC교통분야' 에서 인용하면 '◦ 전체 도로연장의 경우 ‘09년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33개 OECD 국가들 중에서 국토면적 대비는 약 20위, 인구 내지는 차량대수당은 약 30위를 전후로 하고 있음. ◦ 고속도로의 경우 국토면적 대비는 OECD 국가들 중에서는 약 5위, 인구1인당 및 차량 1대당 순위는 약 20위를 전후로 하고 있어 고속도로의 순위는 비교적 높은 것을 알 수 있음. - 고속도로는 대부분의 지역간 통행을 처리하는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중에서 연장 기준으로는 약 10%에 불과하지만 수송분담율은 43%를 차지하고 있음.(2011년 기준)' 이란다.
 

 나중에 쓰겠지만 철도가 괜히 세계적 르네상스를 맞은 게 아니다. 도로의 장점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장거리 간선 교통수단으로서 철도가 가진 장점이 만만찮은데, 우리나라는 철도를 너무 홀대한다. 1985년부터 거의 2000년대까지 일반철도의 속도 향상이 전혀 없었고 1970년대부터 총연장도 거의 길어지지 않았는데, 뭐 표정속도 120이면 충분하다고 하고 지방-지방 철도 노선은 고속도로 수요나 채우고 오라니 철갤러들 맞나? 시대착오적인 수도권 제일주의에 국토계획,개발 같은 데는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으면서 철도에 관심이 있다니 좀 그렇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