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이런 글 쓴다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리는 없겠지만 이 아이디어가 철갤 보다가 떠올랐기 때문에 어쨌든 처음에는 여기에 쓴다. 고등학교 정도의 사회과학 지식이 있으면 충분히 이해될 수준이다.


   왜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전 인구의 50%가 모여 살까? 서울의 인구 밀도는 왜 그렇게 높을까? 서울보다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가 있는 나라들은 모두 남한보다 후진국이며, 선진국 도시 중에서는 일본 도쿄가 겨우 서울에 근접하지만 역시 우리보다는 사정이 낫다. 자기 눈으로 확인하고 싶으면 영어 위키를 활용하라. 도쿄권의 인구 밀도와 수도권의 그것이 거의 같다고 착각하는 사람은 도쿄 23구의 인구와 서울특별시의 인구, 간토 평야와 수도권의 지형을 서로 비교해 보라. 그 답은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이 주어지면 나올 것이다.


  왜 우리나라 공기업들은 거의 다 적자를 보고 있을까? 왜 우리나라 공기업들은 공공재를 공급하지 않는 경우에도 행정 기관과 같은 행태, 즉 비효율 자체를 보여주고 있을까? 그 답은 다 알다시피 우리나라 공기업들은 정부에 종속되어 최고 경영자부터 말단 직원까지 공무원과 다를 바 없으며 따라서 정치권의 절대적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더 쉽게 풀이하자면 정치권의 지배를 받다 보니 공기업들이 공급하는 재화는 균형 가격 이하에서 공급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적자를 볼 수밖에. 설령 적자를 보지 않는 부문이라 해도 그것이 균형 가격 이하에서 공급된다는 사실은 그대로다. 유권자들은 공기업이 공급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이 비싼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적자를 세금으로 메우는 경우에도 세금은 모두가 나누어 내는 것이기 때문에 공기업으로 손해를 보는 모든 국민들보다 이득을 보는 이해관계자들의 집단 행동이 더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기업이 공급하는 재화는 균형 가격 이하에서 공급된다. 그리고 초과 수요가 생긴다. 이는 중학교 수준의 경제학이다. 이게 철도나 교통과 무슨 상관이냐고? 교통 관련 주요 기업들이 다 공기업이기 때문에 관계가 많다.


  누구나 알다시피 서울의 집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을 고려하면 아마 세계 최고 수준일 것이다. 그 이유는 당연히 인구 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사람이 도시에 모여 사는 이유는 많은 이익이 있기 때문인데, 이를 집적 이익이라고 한다. 그런데 인구 밀도가 너무 높아지면 집적 불이익이라고 하여 더 이상 모여 사는 게 이득이 아닌 상황이 초래된다. 이유는 누구나 알 수 있듯 땅, 물과 같은 자원의 공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인구 밀도가 너무 높아지면 우선 땅부터 귀해진다. 위로, 아래로 한정된 토지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하지만 역시 한계가 있다. 서울의 인구 밀도가 높으니 비싼 집값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서울로, 서울이 아니면 최대한 서울 근처 수도권으로 모여 들까? 맨날 집값이 미쳤다고 불만을 토해내는 그들은 왜 같은 값으로 몇십배 더 좋은 집을 살 수 있는 지방에 가 살지 않을까? 더 좋은 직장과 문화, 교육시설이 있어서라고? 근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소비재 기업들이야 소비시장 곁에 있으면 좋으니 엄청난 땅값을 부담하더라도 기업 본사를 서울에 두는 게 좋겠지만 다른 시설들은 땅값이 그렇게 비싼데 어떻게 서울에 그렇게 몰려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행정기관과 공기업들이 균형 가격 이하에 각종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해 주기 때문이다. 그 재화와 서비스들이 토지가 중요한 생산요소라서 땅값에 직접 영향을 받아도 그렇다.


  드디어 결론이다. 이 결론을 읽기 전에 우선 '유도된 수요'와 '루이스-모그리지 명제' 등을 한국어 위키에서 읽고 오는 것이 좀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다만 위의 법칙들은 어디까지나 부분적인 것에 불과하다. 그 법칙들의 상위에 있는 경제 법칙은 '균형 가격 이하의 공급은 초과 수요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다른 공공 요금들도 그렇지만 특히 교통 요금은 지대, 즉 땅값과 직접 관련이 된다. 서울의 도로와 철도에 드는 비용은 집값만큼이나 땅값과 연동된다고 봐도 좋다. 그런데 서울 시민들은 시내 도로를 마음껏 공짜 또는 싼값으로 이용한다. 지하철 요금을 지방보다 몇십배 더 내지도 않는다. 그리고 서울 구간 철도 이용객들이 그 구간 이용 요금을 서울 땅값에 비례해서 낸다는 말도 들은 적이 없다. 서울과 수도권의 땅값을 고려하면 절대 그럴 수 없는데도. 서울의 교통 가격은 대중 교통이든 자가용이든 모두 서울의 집값만큼 지방의 교통 가격보다 더 높게 균형 가격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서울 시민과 수도권 주민들은 지방 주민들과 거의 차이 없이 교통 요금, 더 나아가 공공 요금(심지어 문화,교육시설도 공공 지원을 받는다!)을 지불한다. 세율도 지방 주민들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면서 서울과 수도권에 사람이 몰려 누릴 수 있는 집적 이익은 모두 누릴 수 있다.  거기다 사실 땅값, 집값도 정부에서 각종 정책을 세워 균형가격보다 더 낮추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런데도 서울,수도권에 사람들이 몰리지 않으면 그야말로 이상한 일이 아니겠는가?다만 초과수요에는 반드시 비용이 수반된다. 터무니없는 땅값, 집값. OECD 최장 통근 시간, 넘치는 교통 수요로 인한 지옥철, 금천구청 같은 지옥같은 적체 구간 등. 그래도 서울에 살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 나도 서울에 살 재산과 기회만 있었으면 살았을 것이다. 집값만 부담할 수 있으면 모든 점에서 서울, 수도권 주민들은 행정기관, 공기업의 균형 가격 이하 재화,서비스란 시혜를 받는다. 물론 난 은퇴 후에는 지방으로 이사하겠지만.


  글 첫머리에서 말했듯 디시 철갤에서 이 글의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더 직접 말하면 철갤러 갈갈이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고, 이제 그에게 금천구청, 망우 등의 적체 구간 문제의 해결책을 확실히 제시할 수 있다. 서울의 땅값으로 그 주변 토지를 보상하고 수용하라. 그 땅에 시설을 확장하고 거기 든 돈은 이용자들에게 요금으로 남김없이 징수하라. 단 한푼도 세금으로 메우면 안된다. 그럼 그곳의 철도 교통 적체는 확실히 해소된다. 사실 서울,수도권에서 살면서 불평불만을 늘 내뱉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것과 똑같은 해결책을 적용하면 그들의 문제는  많은 부분 해소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