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들어 떼제베 신칸센 논쟁을 할때 떼제베가 우월하여 한국고속철에 채택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로

관절대차가 있으며 관절대차가 매우 안전하기 때문에 우월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것은 글쎄.. 좀 생각해봐야하는 문제임


1. 수송효율


일단 관절대차는 승강구를 객차 끝에 놓지 못하므로 수송력에 활용하지 못하는 낭비되는 공간이 생김

따라서 일부 동호인들도 지적한 바가 있듯이 단위면적당 수송효율이 더럽게 떨어짐


KTX 20량 1편성 기준 388m 이므로 1량당 19.4m

만약 관절대차 아닌 가상의 고속열차를 23.5m 짜리 표준 객차사이즈 기준으로 봤을때 388m / 23.5m = 16.5 


즉 동일길이의 최대량수는 16량임


둘다 동력집중식이라 가정하고 앞뒤 동력차를 빼면 TGV는 18량, 가상열차는 14량이 됨

TGV 1량당 수송가능한 인원은 935 / 18 = 51.9, 약 52명


가상열차를 그냥 정원이 72명인 무궁화호와 좌석간격이 똑같다고 가정했을때 935 / 72 = 12.98, 약 13량 필요함


즉 TGV로는 동력차포함 20량이 필요한 수송인원이, 관절대차 아닌 열차는 동력차포함 15량이면 됨


게다가 이게 동력분산식으로 가버리면, 앞뒤 동력차까지 승객을 태울수 있으니 13량으로 끝나버리게 되지


23.5 x 13 = 305.5m.


계산해보면

앞뒤 기관차 고려시 수송효율은 비관절대차가 관절대차보다 약 10% 정도,

동력분산식으로 기관차 고려 안할시 약 21% 정도 수송효율이 높음. 


즉 같은 길이를 차지하면서 훨씬 많은 수송력을 제공할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단순히 좌석수 공급에만 지나지 않고, 차량을 유치하기 위한 땅값, 선로용량 등등 많은 영향을 미침



2. 한국철도와 TGV의 궁합


잠시 철도의 아주 프로페셔널한 영역을 일부만 이야기하겠음

차륜답면에는 테이퍼 라고 하는 답면구배가 있음. 즉 차륜을 약간 경사지게 깎아서 레일과 차륜이 닿는 부분을

'면'이 아닌 '점'으로 해주어 곡선통과를 원활하게 해주는 역할이지

문제는 이 테이퍼때문에 열차가 주행하면서 한량한량이 x y z 축 중 y축을 기준으로 회전하는 행동(yawing)을 하는데

이게 전체 열차로 봤을때는 뱀처럼 흐물흐물 거리는 형상이라 하여 이를 '사(蛇)행동'이라고 하지

사행동은 열차주행에 있어서 심각한 안전저해요소임


테이퍼가 크면 클수록 사행동이 심해지는데

문제는 고속열차의 경우 더 높은 속도에서 곡선을 통과해야하기 때문에 테이퍼를 크게 줄수밖에 없음.


또한 관절대차는 축중부담이 아주 크지. 상식으로 알고있다시피 2량에 해당하는 중량을 1개의 대차에 몰다보니

한개의 대차가 부담하는 중량이 아무래도 클 수밖에 없음.


이런 점들을 해소하기 위해 고정축거 즉 대차의 차륜과 차륜 간의 거리를 길게 잡는데


문제는 이게 우리나라 선로 실정에 정말 너무나도 안맞는 것임.

고속선 혹은 고속선 급 선로만 다니도록 설계된 고속형 관절대차를 400R 500R 600R 이하의 곡선이 난무한 기존선에 끼워넣다보니

선로와 차량이 함께 동시에 작살이 나지.

KTX가 다니는 구간의 곡선구간은 외측레일을 KTX가 하도 많이 깎아먹어 선로교환주기도 상당히 짧아졌고,

또 차량에 엄청난 무리가 가기 때문에, 전에 뉴스에도 나왔듯 프랑스 알스톰 사에서 AS를 장담못한다고 할 정도이고

지금 코레일 고속차량담당부서에서 제발 좀 기존선에서 KTX를 다 걷어내고 고속선으로만 다녔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할 정도임

이런 상황인데 일부 동호인들은 오히려 TGV의 기존선 운행실적을 TGV의 장점으로 완전 정반대의 표현을 하곤 하지 


3. 기존선 운행실적?


TGV 는 기존선 운행실적이 있는데 신칸센은 기존선 운행 실적이 없다??

참.. 이건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동호인들이 백배는 더 잘 알고 있다시피

신칸센은 말그대로 기존 재래선과 궤간이 다르기 때문에 전용선에서만 운행하고 당연히 기존선에 운행할 수가 없는거 아닌가?

굳이 궤간이 몇 mm 라느니 이런건 굳이 내가 표현할 필요도 없잖아?

오히려 기존선을 개량해서 표준궤로 만든 미니신칸센에서는 노선의 선형이건, 운행조건이건 신호시스템(ATS)이건

한국과 훨씬 더 가까운 조건을 보여주는데 이것을 보고 어떻게 철도동호인이라는 사람들이 '기존선 운행 실적' 운운 할수가 있는지..


물론 시기적으로, 미니신칸센 개통하기 전에 이미 TGV로 선정이 되었다는 것은 그것은 어쩔수 없고 인정할수 밖에 없으나

그 후에라도 TGV 선정이유에 대해 말할때 철도동호인들이 그렇게 말하는것은 내가 보기에 상당한 아이러니임


프랑스의 기존선 이라는 것이 우리나라 철도와 비교했을때 경부 호남선(동호인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개태사 드리프트)같은 조건인지,

아니면 전라선 같은 조건인지 한번 직접 알아보기 바람.


오히려 고속선이냐 기존선이냐 하는 논의 보다 4~600R 이 난무하는 노선에 관절대차가 운행한 적이 있냐 없냐 그것을 따졌어야함


4. 관절대차가 안전?


안전이라는 것을 무한정 적용하다보면 결국 열차는 세워져 있을때가 가장 안전하므로 열차의 운행안전속도는 "0" 이 되어야 함

열차가 움직인다는 것은 그 자체가 안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열차가 움직이고 주행하는 이상 100%의 안전은 없다 라는 한계를 인정하고

그 기준을 만든것이 바로 SIL (Safety Integrity Level)이라고 하는 안전 기준 임


관절대차는 뭐 잭나이프 현상을 예방하고 어쩌고저쩌고..

대구역 사고에서 관절대차가 아니면 어쩌고저쩌고..


관절대차 아니였으면 큰 사고가 났을것이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렇게 쉽게 단정을 짓는지?

대구역 사고는 3개 열차가 서로 옆구리를 친 사고인데 열차가 이동중 인접열차 옆구리를 때리는 사고는 한국철도 사고사례에서 종종 있어왔던 사고임

굳이 관절대차가 아니더라도, 차량과 차량 사이 연결기가 서로를 잡고 있는 힘이 생각보다 꽤 강력하기 때문에

동호인들이 이야기하는 관절대차의 안전한 효과 정도는 그 상황에서 충분히 발휘되었을 거라는 거지

무슨 200km/h 이상의 속도로 열차가 다 나자빠지고 차량이 차곡차곡 포개지는 그런 사고라면 모를까..

대구역 사고를 두고 '역시 우리의 선택은 옳았다!' 라는 식의 논리는 상당히 곤란하다는것임

사고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고,


자 그럼 200km/h 이상에서 사고가 나면 어쩔거냐?? 라고 물어올 텐데,

일본 신칸센은 동호인들이 수시로 지적할 정도로 차량 강성이 아주 약한건 사실이지

그렇다면 일본놈들은 안전에 대한 개념이 약하거나 없어서 차를 그렇게 종잇장처럼 얇게 만들었을까?


잭나이프 현상이건, 차량이 몇겹으로 차곡차곡 포개지건, 그런 정도의 사고가 아예 안나게끔 시스템적으로 철저히 끊임없이 보완을 하기때문에

그런것이지.


비행기를 예로 들까? 비행기가 만약 비행력(?)을 완전히 잃고 추락한다고 치자

이때를 대비한 안전장치가 필요한가? 글쎄 웬지 필요한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실제로 만들어져있지는 않잖아?

승객 전원에 낙하산을 달아주고 밖으로 내던지는 장치라던지

아니면 비행기에 초거대 낙하산을 달아 낙하속도를 낮춰준다던지.. 그런건 아무도 생각도 안하고 생길 일도 없지?

만약 초거대 낙하산 옵션이 뭐 비행기값의 1/3에 달하고, 유지비나 기름값도 1.5배씩 더 든다면,

아무리 안전에 신경쓰는 항공사라도 그런 옵션을 선택할 항공사가 있을까?


이렇듯 안전을 위한 장치를 구상하면 한도 끝도 없어.

그래서 '안전한 정도에 대한 기준'을 위에 말한것 처럼 SIL 이니 뭐니 해서 따로 정해져 있지.

이 기준만 충족하면 그건 안전한거야. 그 이상의 안전은 '옥상옥'에 불과함 


오히려 관절대차의 위력을 발휘할 만한 사고가 아닌, 그 이하의 경미한 사고가 났을 때는

현장에서 차량 분해하고 재조립하느라 정말 안해도 되는 개고생을 몇배로 해야 하므로 사고복구하고 본선개통되는 시간만

잔뜩 늘어나곤 하지.


철도사고는 사고방지시스템이 사고났을때 한명이 덜 다치게 하는것보다 훨씬 중요함.

따라서 철도안전측면에서 봤을때도 아예 그런 사고를 안나게 할 자신이 있기 때문에 일본놈들이 차를 그렇게 약하게 만들고

관절대차 아닌 차를 만들었는데도 죽은 사람이 하나도 없는것임. 


아 물론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튼튼한 차가 좋은것 아니냐' 라고 해서 TGV를 선정했다면 뭐 할말은 없지.

그러나 어쨌건


'아 우리의 관절대차느님이 해냈구나 ㅠㅠ 역시 TGV는 짱이얌 우리의 선택은 옳았어ㅠㅠ 관절대차 아니었으면 다죽었을텐데ㅠㅠ'


이건 진짜 희대의 개소리임.





결국 관절대차는 수많은 단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반면, 장점을 전혀 발휘하고 있지 못하는 실정임.


나는 다른건 몰라도 관절대차 이거 하나만 가지고도 TGV 선정에 매우 불만스러운 입장을 가지고 있음.


그리고 동호인들의 입장과는 달리,

적어도 철도현업과 철도기술관련 부서 등에서는 운용 측면이나 한국철도와의 궁합 등으로 봤을때는

TGV보다는 신칸센 이 더 적합했다는 의견이 우세함


반드시 철도관련자들의 의견과 동호인들의 의견이 동일해야한다는건 절대 아님.

의견과 생각은 다를수 있지. 뭐 또 스펙 이외의 정치적 견해나 그런것들이 반영될 수도 있고.


그러나 스펙을 비롯한 팩트에 있어서는 적어도 정확하고 객관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어야지

그간 철도동호회에서 TGV선정 배경에 대해,

가치 문제가 아닌 엄연한 '팩트 문제'를 두고, 토론과 논쟁을 통해 도출해 낸 '결론'을 만들고

그게 마치 '정설'인양 계속 내려오고 있다는게 참 답답하고 때로는 짜증도 남


이게 바로 '동굴의 우상'이 아니고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