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왜 새마을호에서 비둘기호까지 등급이 세분화되어 있었냐고?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국민소득이 지금보다 한참 낮은건 물론이고, 독재치하라 노동자 임금수준은 국민소득 비례로 봐도 더더욱 형편없어서 서민들은 차비도 대기 어려운 사람들이 넘쳐났다.

그래서 당시에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만 특급열차를 이용할 수 있었고, 가난한 사람들은 장거리도 완행열차를 탈수밖에 없었던 시절이었다.
지금처럼 완행과 급행의 역할이 단거리 이동용과 장거리 이동용의 차이라기보다는 이용객의 소득수준에 따라 고급 열차와 하급 열차 이용이 갈리던 시절이었던 거지.

그게 3저호황으로 우리나라의 고도성장이 완료되고 87년 이후 민주화로 노동자 임금이 먹고살만큼 올라가면서 상황이 바뀐다.
이제 서민들도 집집마다 차 한대씩 갖고 있는 마이카시대에 새마을호가 아무리 비싸봤자 차끌고 다니는 것보단 싼데 뭐하러 돈아끼려고 서울-부산을 비둘기호나 통일호 타겠어? ㅋㅋ 돈은 더 들어도 무조건 가장 빠르고 편한 수단이 최고인 시대가 된거지.

결국 완행열차는 장거리 승객이 급감하고 단거리 수요만 담당하게 되었는데, 그 단거리 수요라는 것도 시원찮아졌음.
왜냐? 선로용량과 철도 총수요를 생각할때 한 노선에 다닐수 있는 열차 운행횟수에는 한계가 있고 그 운행횟수를 쪼개고 쪼개서 완행열차를 넣어봐야 몇번 들어가지도 못하는데, 과거 도로가 비포장이었던 시절엔 어쩔수 없이 시간맞춰 나와서 완행열차 탔지만 지금은 도로가 말끔히 포장되서 버스가 나쁘지 않은 속도로 자주 다녀주니 그럴 이유가 없거든.
시간표 맞춰 나오는 것도 당시 비둘기호는 시도때도 없는 상위열차 대피로 정시성이 똥망이라 허탕칠때도 많았고.

지방에서도 간선국도연선의 주요 읍면을 연계하는 버스들은 10분-30분 간격까지 다녀주는데 완행열차 많이 굴려봤자 하루 10번이나 들어갈까 말까 하는거랑 경쟁이 될까?

결국 90년대부터 이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열차등급이 점차 인플레되고 비둘기호로 다니던 편성이 통일호를 거쳐 무궁화호로 승격되면서 점차 간이역들은 날려먹고 시군청 소재지만 정차하는 걸로 말끔히 정리하게 된거지.

그리고 새마을호의 역할은 ktx가 흡수하면서 대도시나 중견도시급 이상만 정차하는 기존선 특급도 존재 의미를 잃고, 일반열차는 되도록이면 연선에 있는 모든 도시에 혜택을 주는게 효율적이 된 상황이 되니까 지금처럼 간선에선 일반열차 대부분이 시군청 소재지 + 일부 큰 읍 정도만 정차하는 정도로 평준화가 이뤄진거다.

ktx와 시내버스라는 각각 속도와 접근성/운행횟수 면에서 우수한 교통수단이 기존에 일반열차들이 하던 역할을 흡수하고 일반열차는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도시간 중거리 이동에 전념하게 된 지금이 비둘기호가 새마을호,무궁화호, 통일호 비켜주려고 1시간씩 서있고, 중소도시는 특급열차가 통과하는 시간대엔 배차가 몇시간씩 빵꾸나던 시절보다 훨씬 나은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