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야기 - 2호선 신도림역이 생겨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
(2호선은 왜 영등포역이 아닌 신도림역에서 환승할까?)
앞에 첫 번째 이야기를 올리고 오랫동안 바쁘게 지내다가 이제야 두 번째 이야기를 쓴다. 이번에 쓸 이야기는 신도림역 비하인드 스토리다.
신도림역은 지금 봐도 참 재미있는 역이다. 헬도림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막장환승역의 대명사가 된 역이니 말이다. 솔직히 환승거리 자체는 그다지 길지 않은데 역 구조가 거시기해서 환승할 때 지옥도가 벌어진다.
사실 역 부지를 보면 막장환승역이 아닌 개념환승역으로 만들 여지가 충분했으나 당시에는 구로역, 용산역 같은 평면 분기 환승이 아닌 서로 다른 노선이 지상과 지하에서 X자(또는 T자) 형태로 교차하는 도시철도 환승역을 만든 전례가 없기 때문에, 게다가 당시 토목 기술의 한계로 신도림역, 시청역, 신설동역은 어쩔 수 없는 막장환승이 되고 말았다. 사당역, 복정역, 교대역 형태 같은 지하 2개 노선 환승 구조는 계획 당시 토목기술로는 무리였다.
근데 사실 2호선은 처음 계획할 당시 순환선이 아니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박정희 정권 당시 2호선 계획은 영등포에서 왕십리까지 가는 노선이었으며 1호선의 수요를 분산시키려는 목적이 강했다.
근데 아까도 말했지만 당시 토목기술의 한계로 영등포역 밑에 2호선이 지나가게 하는 건 좀 무리였다. 당시 기술로 공사 잘못 하면 지상역 건물에 균열이 생기고 지하 터널이 하중을 버티지 못해 붕괴될 위험이 있었다. 1, 4호선 서울역과 1호선 청량리역이 지상역 한가운데를 지나지 않고 옆으로 비껴나가간 이유가 이때문이다. 그럼 왜 2호선 처음 계획은 영등포역과 왕십리역 사이 노선으로 정한 걸까?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열차 운행 방향이 똑같았다. 1호선이 지상 구간과 직결이 가능했던 이유이기도 했는데 2호선 계획 단계 시절만 해도 이게 별 문제가 없었다. 당시 계획은 영등포역 지상에서 출발하여 한강을 건너 지하로 들어가서 왕십리역까지 가고 지상에 나와서 경원선이나 중앙선과 직결한다는 계획이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지금의 왕십리역 경의중앙선과 분당선 환승을 떠올리면 된다. 왜냐고? 그 시절에는 열차 운행방향이 같았으니까....
국유철도운전규칙
제4장 운전
제5조(열차의 운전선로) 상·하열차를 구별하여 운전하는 한쌍의 선로에 있어서 열차의 진로는 좌측으로 하여야 한다. (후략)
계획 당시에는 2호선을 현재 왕십리역에서 출발하는 분당선처럼 1호선과 사이좋게 노선을 나눠갖고 영등포에서 출발하여 고가로 가서 한강을 건너 지하로 가는 게 충분히 가능했다. 한 마디로 2호선도 당시 계획대로라면 지상 노선과 직결이 가능한 노선으로 계획되었던 것이다.
이게 그대로 시행되었다면 좋았을텐데 두 가지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하나는 철도관련 법령의 개정이고 다른 하나는 2호선이 순환 노선으로 계획이 수정된 것이다.
순환선 문제는 사실 큰 문제는 아니다. 돈이 더 들더라도 지금 경의중앙선 용산역 구간처럼 S자로 돌아가게 할 수도 있지만 법령이 바뀐 건 좀 심각한 문제였다. 현재 이 법령을 보면 왜 문제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도시철도건설규칙
제1장 총칙
제5조(열차의 운전 진로) 상행·하행 열차를 구별하여 운전하는 한 쌍의 선로의 경우 열차의 운전 진로는 오른쪽으로 한다. (후략)
그러니까 당시 일제 잔재를 청산한답시고 일제시대에 굳어진 열차 운행방향을 자동차 방향처럼 바꿔버리겠다는 거였는데 철도는 자동차도로와는 달리 일제시대에 건설된 인프라가 워낙 견고하여 바꾸기에는 무리이고 이미 직결 개통한 1호선 지하 구간도 어쩔 수 없이 놔두지만 이후 개통하는 지하철 노선들은 무조건 저 도시철도건설규칙을 적용하겠다는 것이었다.
이게 대체 뭐하는 지거리야?
바꿔, 바꿔, 바꿔, 모두 다 바꿔!!!!
일제 잔재는 모두 다 바꿔!!!!
바로 이때문에 영등포역에서 1호선과 선로를 나눠갖고 지상에서 출발한다는 계획은 전면 수정되었다. 게다가 순환노선으로 확대된 이상 도봉산역 환승구조처럼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영등포역 밑으로 지하로 파서 들어가야 하는데 아까도 말했듯이 당시 토목기술의 한계로 이거는 좀 무리가 있었다. 괜히 지금의 복정역처럼 만들었다가는 뭔 사고가 날지 모르기 때문에 신설동역, 시청역은 두 역이 서로 떨어지게 거리가 두게 만들었으며 영등포역은 아무리 해도 답이 안 나와서 결국 구로역 방면으로 신설역을 하나 더 만들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게 훗날 막장환승, 헬게이트역으로 악명 떨치게 되는 신도림역이었다.
그리고 기존 철도청(지금의 코레일과 철시공의 전신)은 일제시대 열차 방향과 그에 따르는 인프라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일제 시대부터 이어진 기존의 철도 인프라와는 전혀 다른 철도노선을 관리하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철도청과는 전혀 다른, 2호선 지하철을 관할하는 새로운 공기업을 따로 만들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오늘날 서울메트로의 전신인 서울지하철공사가 되시겠다. 그리고 서울지하철공사 다음으로 생겨난 서울도시철도공사, 부산도시철도공사, 9호선 메트로 등등, 서울과 각 지방 지하철을 관장하는 기업들은 죄다 코레일과는 반대 방향으로 열차 운행을 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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