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사진이나 모형으로 보신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소. 증기기관 중에서는 거의 최소형 모델에 근접한 녀석이 아닐까 생각되는 녀석이오. 독일도 아닌 바이에른 시절의 기관차로, 주로 로컬 선에 널리 사용된 모델이오. 이후 독일제국철도(Deutsche Reichsbahn Gesselschaft ; DRG)에도 계승이 된 기관차라고 하오. 위의 녹색이 바이에른 시절, 아래의 검정색이 DRG 시절의 도색이오.
이 녀석의 별명은 Glaskasten, 즉 유리상자(Glass Box)되겠소. 대개 초기의 그리 고성능이 나오지 않는 소형 기관차들은 제대로 된 밀폐 기관실을 제공하지 않았었소. 아무래도 화기가 있다 보니 덥고 공기가 나빠지는 문제도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가볍고 별다른 부속을 붙이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오. 그런데 이 기관차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보통은 노출되어 있는 보일러 실에 별도의 캐빈을 달고, 그 사방으로 유리창을 달고 있었다오. 그래서 유리상자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하오.
이 녀석의 생김새나 크기로 알 수 있다시피, 이 기관차는 결코 간선용으로 만들어진 녀석이 아니오. 지선이나 단거리 노선, 역의 입환기로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녀석이오. 그렇기 때문에 가급적 손이 안가고, 적은 인원으로 다닐 수 있도록 디자인 되었소. 작은 녀석인 주제에 석탄은 자연낙하 구조의 반자동급탄기를 장착하고 있고, 또 보일러의 조작부를 모조리 캐빈 내에 두는 형태를 취하였소. 화구는 바깥에 있는 구조긴 했지만 말이오. 그래서 이 녀석은 실제 기관사 1인 만으로도 운전이 가능했다고 하오. 대개의 텐더형 증기기관차들은 기관사, 부기관사, 화부 등 3~4인이 승차해야 했던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손이 안가는 구조라 할만 하오.
동력 전달 방식도 상당히 독특한데, 보통의 증기기관차들은 스팀 피스톤에서 크랭크 로드가 뻗어나와, 동륜을 직접 구동하는 방식을 취하오. 이 쪽이 일단 기계적으로 단순하고, 동륜을 최대한 키우면서도 조밀하게 배치하기 유리하기 때문이오. 좀 이해가 어려울 수 있는데, 증기기관차의 바퀴들을 쭉 늘어놓고 생각해 보면 대충 이해가 갈 게요. 그런데 이 녀석은, 좀 괴상한 방식을 취하오. 크랭크 로드를 동륜 중간에 있는 잭 샤프트에 걸고, 여기서 다시 동륜에 걸린 크랭크 로드를 움직이는 쓸데없이 복잡한 방식을 취한 것이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아마도 동력 배분을 용이하게 하고 전체 길이나 중량 배분을 조절하기 위한 방법이 아닌가 싶은데, 듣기로는 나중에 일반적인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하오.
이 녀석은 사실 메이저한 물건이 될 가능성은 전무한 녀석이오. 그러나, 워낙에 유니크한 모양새 덕에 나름대로 유명했던 듯 하오. 지금도 DB AG 쪽에 보존 차량이 남아있다고 하는 것 같소. 운행을 하기엔 성능이 너무 떨어지니 관광용으로 달리긴 좀 힘든 듯 하지만 말이오...
로컬 선 용의 차량 디자인을 새로 한다는 것에 대해서 우리나라의 철도 사업자는 지극히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소. 물론 이 녀석이 활약하던 시절인 19세기 시절이야 로컬선 조차도 합승마차를 가볍게 압도할 수 있었던 시절이었으니 이런 차량을 만드는데 부담이 없었을 수는 있소. 지금과 달리 철도의 자연독점이 존재하던 시절이니 말이오. 그러나, 일부러라도 이런 경량, 생력화된 차량을 만들어 운행했다는 것은 철도가 가진 산업 이상의 가치를 생각한 것이 아닌가 싶소.
물론, 평야나 도회지의 로컬선은 도로교통 등으로 대체하거나, 대수송 교통수단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할 필요는 있소. 그러나, 산간이나 격오지 지역의 로컬선에 대해서는 돈이 안된다고 방치하고 편수를 줄이기 보다, 경량, 소형, 단편성의 로컬용 차량을 디자인 해서 투입하여 그 지역의 교통과 경제를 견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오. 강원도의 경우 인구 과소현상 덕에 행정 서비스의 허점이 생기고, 그로 인해 주거 환경이 악화되어 인구 과소현상이 심화되는 것을 볼 수 있소. 인터넷과 같은 IT기술만이 아니라, 대중 교통 서비스의 개선도 행정서비스의 빈 공간을 줄이는 좋은 방편이 될 수 있소. 물론, 이 논리가 심해져서 일본에서 처럼 지방교통선 적자 문제가 생길 정도가 되면 곤란하지만, 강원도나 경북과 같은 특수성을 가진 지역이라면, 전용의 로컬 전동차를 투입해서 주민 편의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지역의 경제와 복지를 개선하는 그런 발상을 해 봄직 하다고 보이오.
P.S.1 :
오송 낚시꾼은 뭐가 캥기시길래 인도제 프록시를 써 가면서 노시나 모르겠소. 자기 한 몸 불살라 철갤 활성화를 해 보시고 싶은게요? 누군가가 떠들던 논리가 생각나는구랴... 허허. 그리 살지 마시구랴. 그런 당신을 위해서 요즘 사람들은 이뭐병이라는 말을 만들었다오.
P.S.2 :
경부선의 틸팅화나 복복선화는 70년대 IBRD의 연구에서도(이건 원문을 못구해본지라 뭐라 말하기 어렵구랴. IBRD 아카이브라도 뒤져봐야 하려나...) 경부고속도로나 경부고속철과 병행 비교되었던 주제라 할 수 있소. 1970년대 영국의 APT 같은 프로젝트가 있었기 때문에 틸팅 역시도 검토 변수에 포함되었던 것으로 보이오.
그러나 당시의 평가 결과는 고속신선의 건설 쪽이었소. 이는 고속신선이 복복선화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으며, 복복선화와 달리 부지 확보나 운행속도 면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오. 고속선을 분리할 경우 저속/고속의 혼합운행에 따른 사고나 운전취급의 어려움을 줄일 수 있는데다, 재래선 선형을 추종하기 위해(또는 부분 개량 정도로 그침으로 인해) 최고속도를 대거 제한하는 불합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오. 영국이 틸팅으로 갔던 것은 그동네 주요 간선이 R=1000m, 20퍼밀 이하로 설계된 경우가 많아서 틸팅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잠재력이 있었기 때문이오. 19세기 초반의 기관차 성능 부족 때문에 저렇게 잡은게 20세기에는 전화위복이 된 셈이랄까.
틸팅에 대해서는 예전에 썼던 바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재래선을 공유하기 때문에 분기, 대피, 추월 등과 같은 매우 복잡한 운전 조건이 발생하오. 이 말은, 그만큼 에러나 고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또 그로 인해 대형 사고가 초래될 가망이 있다는 이야기 되겠소. 아울러, 경부선의 경우 선형도 좋지 못하오. 이번에 거의 4조 가까이 들여 전기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전기화 추진을 하면서 동시에 취약개소(R=400m 미만, 급경사, 소단면터널 등)를 대폭 개선한 바 있소. 그래놓고서도 3급선에서 2급선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게 경부선이라오. 이런 상황에서는 틸팅 투입으로 극적인 수송량 증강이나 고속화를 달성하기 어렵소.
현재 철공과 시설공단 등이 염두에 두고 있는 고속철도화 계획 자체는 상당히 잘 짜여져 있다고 보이오. 호남고속철의 정치성이나 영업수지 문제, 괴상한 선형 부분은 좀 문제가 있지만, 고속선 접속 노선의 고속화 개량(150~200km/h 운전화), 산간 및 수도권 근교 노선의 틸팅화(특히 청량리 터미널 기준 노선의), 지역간 노선의 개량(경전선 등)은 상당히 합리적인 계획이라 보이오. 일본의 경우 전국신칸센 정비계획을 거창하게 세웠지만, 실제 실천과정에서 경제성이나 재원 문제가 계속 터지고 있고, 프랑스도 신선의 대폭 확충 계획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는 데 비하면, 우리나라의 계획은 몇군데 빈티가 나고, 몇군데는 정치꾼과 부동산빠들의 캐삽질이 보이지만 합리성이 돋보인다 할 수 있소.
그런 합리성이야 말로 추구해야 할 무엇인가라 할 수 있소. 뽀대와 로망이 무슨 소용이고, 자존심이 무슨 소용이오. 나라가 망하고, 빈한해지면 모든게 덧없는 바보짓일 뿐이오. 로망에 살다 로망에 죽은 미시마 유키오가 되어서는 안되지 않겠소? 뭐 로망이 좋아 개인적으로 하라키리를 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소만, 남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할 것이오.
할복아저씨 ㄷㄷㄷ 촌철살인의 마지막 글이군요.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세상에 저런 기관차도 있었군요. 잘 보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