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철도싸법경찰대에게 바칩니다







12월 24일 오전7시 서울역 철도사법경찰대 사무실



김경장은 크리스마스 이브이지만 전혀 기쁜 표정이 아니다.

원래대로라면 비번이었어야 할 날이었기 때문이다.

뉴스에는 온갖 IS에 관한 뉴스들이 가득했다.

IS가 크리스마스 무렵에 동아시아에 대한 테러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의 김경장은 비번인데도 불구하고 테러대비

특별근무에 투입되어야 했다. 사무실에 평소 상주인원의

2배가 있는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사무실의 TV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던 김경장은 이내

지루해졌는지 TV를 내버려두고 담배나 피러 갈 참이었다.

그러나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김경장을 놀게 할수 없다는듯

사무실 유선전화로 전화가 울려왔다.

보나마나 노숙자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김경장은

전화를 받을수 밖에 없었다, 그게 그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전화를 받은 김경장은 퉁명스럽게 관등성명을 대었다.

\'철도사법경찰대 경장 김민혁입니다.\'

전화기 너머에서는 익숙한 50대 후반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네 역장입니다. 다른게 아니라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1호선 하행 플랫폼으로 LPG가스통을 옮기고 있다는 신고를 받아서요.\'

LPG 가스통이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누가 지하철로

LPG가스통을 들고가는가? 아마 철도 시설 수리업체가

들고 운반한 것을 오해한 행인이 신고를 한 것일지라

...지만 신고를 받은 이상 누군가는 나가서 상황파악을 하고 민원해결을 위한 조치를 해야만 했다.

김경장은 그것이 절대 자신이 되기 싫었다, 최대한 책임을

미루고 싶은 생각이었다.

\'1호선 하행 플랫폼이면 공익 애들이 나가는게 더 빠르지 않겠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김경장이 머무르는 사무실은 지하철보다 일반 열차 플랫폼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김경장의 바램과는 동떨어진 답변이었다.

\'그게 그렇지만서도... 오늘 IS인지 뭔가가 테러 예고도 했고... 이런 류의 신고는 보통 철도경찰이...\'

말꼬리를 흐리는 역장의 말솜씨가 노련하면서도 참 기분나빴다. 60대 다 되가는 역장과 입씨름 해봤자 도움이 될
리 없다는것을 느낀 김경장은 자기가 나가서 확인하겠다는

약속을 한 뒤에\' 철도사법경찰\'이 써진 검정 외투를 입고

이순경을 챙겨나와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밖은 12월 말, 크리스마스 이브였기 때문에 꾀나 추웠다.

사람들은 모두 눈사람 마냥 두껍게 외투를 걸치고 다녔다.

물론 몇몇 여학생들은 엄동설한에 아랑곳 않고 앏게 옷을

입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김경장의 눈을 즐겁게 해

줄 뿐이었다.

신고지점인 1호선 하행선은 출근시간대를 맞아 유동인구가

엄청났다, 마치 개미굴에서 나오는 개미떼를 보는 듯 했다.

이렇게 바글바글대는 사람들 사이에 작업복을 입은 사람을

찾기란 통 쉬운일이 아니다. 사실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김경장과 이순경은 10분여를 작업복의 남성을 찾기

위해 돌아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순찰일지에 뭐라 적어야 되나 고민하던 순간 어디선가

멀지 않은 곳에서 웅성이는 소리를 들었다.

러시타임대의 지하철에서 나는 웅성임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마치 사고가 나거나 예기치못한 일을

맞이했을때 나는 웅성임이었다. 김경장과 이순경은 곧바로

그 웅성임의 발원지로 뛰쳐나갔다. 그것은 놀라움의 극치였다.

작업복을 입은 중동계로 추정되는 남성이 2통의 LPG가스통

앞에서 주섬주섬 용접기를 꺼내고 있었다. 언뜻 제3자가

보면 그저 작업자일지 모르겠지만 서울역의 사정을 잘 아는

김경장이 보았을때 조끼에 레터링 된 \'대원산업\'이

서울역에서 외주 맞긴 업체가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수 있었다. 게다가 IS가 예견한

테러 예고일의 하루전날

아랍인 노동자가 LPG가스통 앞에서 용접이라니,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김경장은 이 아랍인 테러용의자를

제지하려고 했다, 그는 군중사이를 뚫고 나가며 크게 외쳤다.

\'선생님, 작업 중단해 주십시요! 철도사법경찰입니다!\'

하지만 그 말은 오히려 역효과가 나버리고 말았다.

그 말을 의식한 듯 아랍인은 빠르게 용접기를 켜고

LPG가스통의 몸통을 지졌다. 그러자 사람들이 상황을 알아채고

가스통에서 멀어지려고 안간힘을 써가며 비명을 지르면서

뛰쳐나갔다, 사람들은 넘어지고, 구르고, 넘어진 사람을 밟아가며

지하철 플랫폼에서 빠져나가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통제되지 않은 수많은 인파가 제때 빠져나가기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김경장은 아랍인을 가스통에서

멀리 떨어뜨리려고 가스통으로 인파를 뚫고 들어가려

했지만 밖으로 나가려는 인파에 끼어 제대로 접근할수가

없었다. 김경장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숙이고 인파사이를

쥐처럼 지나갈수밖에 없었다, 지나가는 와중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밟혔지만 아픈 내색을 하지 않았다.

가스통이 터지면 더 이상 아플수도 없기 때문이었다.


김경장이 비로소 인파를 뚫고 가스통이 보이는 거리에

도달했다, 권총이나 테이저건으로 충분히 제압 가능한

거리였지만 그런 장비는 철도사법경찰에게 지급된 적이 없었다.

결국 맨손으로 일을 처리해야 했다,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거리까지 전속력으로 뛰어가자 인파에 묻혀 들리지 못한 소리가 들렸다.

\'알라후 아크바르!

알라후 아크바르!

알라후 아크바르!\'

가스통을 지지는 내내 따크비르를 열창하던 아랍인은

김경장이 자신에게 거의 다 도달하자 더욱 더 집요하게

가스통을 지졌다, 하지만 김경장의 손에 작업복 뒷덜미를

잡힌 후 내동댕이 쳐진 후에는 더이상 가스통을 괴롭힐 수

없었다, 김경장은 팔을 뒤로꺾어 용의자를 제압한 후

가스통의 상태를 눈으로 살펴봤다.

시뻘겋게 달궈진 가스통의 몸통부분은 정말로 상황이

아슬아슬하고 위험했다는 것을 인증해 주었다.


그러나 그때



\'피피픽!\'

가스통의 용접부위에서 외마디 비명이 새어나왔다.

이내 강한 섬광이 발생하고 플랫폼에서 탈출하지 못한

대다수의 인파는 가스통의 폭압과 화염이 집어삼켜 버렸다.








테러발생 2시간 뒤, 서울역 철도사법경찰대 사무실



TV에서 속보가 나오고 있다, 테러에 관한 소식이다.

12월 24일 오전 7시 30분경에 일어난 폭탄테러로

180여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