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모르는 日 신개념 ‘터미널 백화점’을 가다

쇼핑객 열차대이동 신기하기만…

교토 이세탄·오사카 한큐백화점

거대한 패션 스트리트 방불

한·중 관광객이 고객 20% 비중

경기침체불구 연매출 700억엔

청량리역 롯데百도 벤치마킹


[교토ㆍ오사카=성연진 기자] “일본 수학여행객들을 비롯해 교토역을 찾는 한국과 중국 쇼핑객이 백화점 전체 고객의 20%를 차지합니다.”

지난달 28일 교토 이세탄백화점. 일본 최대의 역이라는 교토역에 들어서자마자 역사(驛舍)라기보다는 거대한 패션 스트리트에 들어선 기분이었다. 열차를 타기 위해 잠깐 머무르는 터미널에 화려한 쇼핑공간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패션의 이세탄’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패션 전문 백화점인 이세탄 교토 백화점은 지난 2005년 일본 철도회사인 JR서일본과 손을 잡고 2005년 문을 열었다. 해외 건축공모전을 통해 탄생한 외관부터 패셔너블해서 일본인은 물론 해외 여행객에게도 관광명소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일본 교토 역사의 이세탄 백화점이 쇼핑을 즐기는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이날 폐점시간인 오후 8시가 가까워지자 매장 내 스피커에선 일본어는 물론 한국어 방송도 흘러나왔다. “이세탄백화점을 찾아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면세 서비스는 2층 카운터에서 7시45분에 마감합니다.” 백화점에서 1만엔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5% 소비세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카운터 마감을 알리는 방송이었다.

패션 전문 백화점이지만, 외지를 찾은 여행객의 또 다른 즐거움이 ‘먹을거리’라는 데 착안해 식품관을 강화한 것도 이세탄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이세탄백화점 총무담당 이시카와 씨는 “교토역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으로 구매력이 탄탄하다”면서 “관광객이 선호하는 식품관을 지하 2개 층에 배치하고, 관련 상품 구성도 30.3%로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매출도 상당하다. 개점 첫해 645억5800만엔의 매출액을 기록한 뒤 2006년 673억5100만엔, 2007년 699억2499만엔 등 상승세가 거침없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신종플루의 악재가 겹친 2008년 매출액이 693억1200만엔으로 약간 감소했지만 일본경제가 장기 불황에 허덕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적표다.

이 같은 터미널형 백화점의 성공은 철도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선 낯설지 않다. 고속열차와 기차, 전철 교통망이 거미줄처럼 엉켜 있는 역사엔 어김없이 화려한 조명을 뿜어내는 터미널형 백화점이 들어서 있다. JR센트럴이 나고야에 다카시마야 백화점을, JR동일본은 루미네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제2의 도시로 통하는 오사카엔 세계 최초의 ‘터미널 백화점’인 우메다 한큐백화점이 자리 잡고 있다. 한큐전철이 1929년에 세운 한큐백화점은 당시 라이벌이던 한신전철의 한신백화점과 터미널 경쟁에서 승리한 뒤 지난 2007년 한신백화점과 통합, ‘H2O 리테일링’ 지주회사를 설립했다.

이와사키 한큐백화점 부장은 “오사카뿐 아니라 나고야 손님까지 터미널 백화점을 찾는다”며 “지난해 일본 최대 규모인 1만6000㎡의 남성 패션관을 벤치마킹한 매장을 오픈한 뒤부턴 신칸센을 타고 도쿄로 쇼핑가던 고객까지 한큐백화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신 백화점과 통합하면서 상품 구색을 다양화한 것도 고객 흡인력을 높였다”면서 “남성 패션관뿐 아니라 총 7000㎡짜리 스포츠관과 8만4000만㎡짜리 본관이 재단장하면 일본 내 빅5 유통매장으로 탈바꿈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같은 일본 ‘터미널 백화점’ 성장에 자극받아 한국의 역사백화점도 새롭게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롯데백화점이 오는 8월 오픈하는 청량리 민자역사점이 대표적인 경우다. 롯데 청량리 역사점은 ‘휴앤미(休&美)’ 개념을 적용해 고객 휴식과 문화생활을 함께 즐기는 새로운 쇼핑공간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