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는 달리고 싶다' 준고속철 상용화 지연 갑갑현대로템 개발 동력분산 열차, 경전선 납품 협상 결렬…수주실적·운전기록 없어 국외 초대형 입찰 도전 못해

지난 26일 국내 첫 동력분산식 (준)고속열차 첫 상용화를 위한 현대로템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간 협상이 결렬되자 현대로템은 상당히 답답해하고 있다.

이번에 유찰된 경전선 '부산 부전∼마산' 구간은 정부가 도입 예정인 준고속철도 5개 구간 중 길이만 보면 가장 짧다. 그런데도 현대로템이 갑갑해하는 이유는 개발한 지 3년이 지나가는데도 국제 고속철도 수주전에 명함도 못 내미는 차세대 고속철도 차량인 '해무(HEMU-430X)' 때문이다.

현대로템이 프랑스 알스톰사로부터 도입한 KTX, 자체 개발한 KTX-산천Ⅰ·산천Ⅱ는 동력집중식 고속열차다. 산천 시리즈는 최대 시속 330㎞를 낸다. 상업 운행 최대 시속은 300㎞이다. 이와 달리 2012년 현대로템 자체 기술로 개발한 국내 첫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해무(HEMU-430X)'는 전동차마다 엔진을 별도 장착하고 있다. 동력원을 맨 앞쪽과 뒤쪽 차량에만 연결하는 동력집중식보다 짧은 정차역 간에 빠르게 속도를 올릴 수 있고, 급제동 시 안전성이 더 높다. 동력집중식보다 1편성(1대)에 더 많은 차량을 붙여 운행할 수 있어 그만큼 승객을 더 태울 수 있다. 고속철도 운행업체로서는 장기적으로 더 경제적이라는 강점이 있다. 최대 시속도 430㎞로 KTX-산천 시리즈보다 100㎞나 빠르다. 한 량당 가격이 'KTX-산천'보다 '해무'가 30% 정도 더 비싼 게 단점이다.

세계 고속철도 시장에서 동력분산식 열차는 최근 5년간 75%를 차지할 정도로 급격하게 늘었고 최근 신설 고속철도 발주 국가는 거의 예외 없이 동력분산식을 채택한다. 세계 네 번째로 고속열차를 개발했지만 한국은 동력집중식에 의존하며 세계시장 변화를 뒤늦게 읽어 경쟁국 업체보다 늦은 2012년에야 동력분산식 열차 개발에 성공했다.

철도는 안전성을 제1 가치로 하는 만큼 고속철도 수주 시 상업운전 기록은 필수적이다. 경쟁국보다 동력분산식 열차 개발이 늦은 데다가 기술 개발 3년이 지났어도 상업운전 기록이 전혀 없으니 '해무'는 국제 시장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다.

이에 현대로템은 정부 추진 준고속철도 사업에 발맞춰 '해무-430X'를 개량한 '해무-250'을 2014년 말까지 개발하며 준고속철도에서나마 상업운전 기록을 우선 확보해 세계 고속철도 수주 경쟁에 뛰어들려고 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최대 시속 430㎞인 '해무-430X'를 국내에서 상용화하려면 시속 300㎞에 맞춘 기존 고속철도 구간에 있는 장대(레일) 등 시설물을 상당히 보강해야해 당장 국내에 도입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무-250' 수주 실적과 상업운전 기록을 바탕으로 국제 수주전에 응하려는 이유인 셈이다.

이렇듯 경전선 '부산 부전∼마산' 구간은 준고속철도 예정 구간 중 노선이 가장 짧고, 차량 구입(30량)도 다른 구간보다 적을 것으로 보이지만 수주 실적과 운전 기록 확보 차원에서 상당히 중요한 입찰이었다.

코레일이 재입찰은 하겠지만 국제 공개경쟁입찰이어서 40일간 재입찰 공고를 내야 하는 등 절차 진행 기간만 최소 두 달 가까이 걸린다.

문제는 올해도 초대형 고속철도 수주전이 눈앞에 있다는 점이다. 현대로템과 국토부에 따르면 이르면 오는 4월께 터키 철도청이 발주하는 앙카라~이즈미르(606㎞), 앙카라~코냐(212㎞) 구간, 전체 사업비 32조 원(건설비 포함) 규모의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국제 입찰이 있을 예정이다. 연말에는 전체 연장 324㎞의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사업 입찰이 있을 계획이다. 전체 사업비는 14조 3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호찌민~나짱 남북 간 준고속철도(420㎞) 사업도 연내, 혹은 내년 상반기 발주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정부는 현대로템과 국민은행 등이 참여하는 민관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지만 이번 입찰 실패로 '해무' 수주 실적 확보가 늦어져 국제 수주전에 어려움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정부가 내세운 국내 준고속철도 구간 차량 입찰이 언제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점도 현대로템을 갑갑하게 만든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수주 규모가 2014년과 비교해 4분의 1 규모로 주는 등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이번 입찰 규모가 1200억 원대(30량 도입)인 점을 고려하면 순조롭게 진행되면 최소 5000억 원 이상의 신규 수주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전선 '부산 부전∼마산' 구간을 제외하고는 준고속철도 도입은 미정이다.

국토교통부 철도운행안전과 관계자는 "경전선 일부 구간(부전∼마산)을 제외하고는 공사 시작 시점과 개통예정일이 언제라고 말할 수 없다. 서해선만 해도 상당한 시설 개량이 필요해 코레일과 협의 중이다. 자치단체들, 코레일 측과 협의를 해야 해 쉽지만은 않다"며 이를 확인시켜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