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오지던 그저께 3월 11일, 아산역에 다녀왔읍니다. 왜 갔냐고?



이거 때문에.


다들 아시는 1회용 교통카드죠잉. 근데 전라도 광주사는 촌놈인 내겐 별 쓸데없는 요놈이 세 장이나 쌓여 있었음.


이유는 지금 한창 군복무중인 말년 동생놈이 집에 휴가 다녀갈때마다 한장씩 쌓임. 저어기 변두리인 경기도 깡촌에서 시외버스타고 서울로


들어오면, 수도권 전철을 중간에 타고온 뒤 용산역서 바로 고속열차로 날아오는데, 그때마다 환급하는걸 잊어버리는지 지갑에 끼워들고 옵니당.


뭐 올때마다 끊어오는 열차표는 내 차표수집에 자양분이 되지만, 1회용 교통카드는 이미 2009년 초기형과 사진처럼 보증급 환급안내 글귀가 들어간


후기형, 노란색 버전인 후기형까지 다 지니고 있으므로 모아둘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환급받으면 500원씩 되돌려 주는데도, 마다하고 형아 쓰라고


친절하게 갖다줌. 그걸 처분하기 위해, 천안아산역에 갑니다. 그래서 잉(여) 철분여행이 되겠습니다. (아 시작부터 설명蟲 행세라니)





오전 12시 좀 넘은 시각, 광주역으로 갑니다. 요새 송정리(광주송정역)만 가서 광주역 모습이 보고픔. 마침 배도 고프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잉여美가 넘치는 여행에서 먹을게 빠질 수 없죠. 편의점 먼저 감.





점심식사는 님들도 잘 아시는 백주부 아저씨 나오는 도시락임. ^^ 요즘 엄마없는 물가시대에 3500원 치고 존니스트 훌륭해서


먹을때마다 감탄 나옴.




다 쳐묵. b 





식사 마쳤으니 목적지인 기차역으로 갑니다. 개축완공된 지 12년이 다 되어가는 광주역 디자인은 다시 봐도 이상하고 신기함.





옆에 관광열차 홍보 피켓과 임대알림 피켓. 작년 4월 호남고속선 개통 뒤 고속열차 운행을 철수하면서 쇠락분위기가 눈에 띄게 두드러지니까


이렇게 관광사업 홍보랑 임대홍보에 목 매달수밖에 없는 현실.




던킨도넛 매장이 있던 자리. 지금은 철수하고 빈 공간만 황량함.





이곳도 원래 승객이 머무르던 벤치가 있던 자리인데 다 치워버렸네여. 안마의자랑 스토리웨이 편의점만 남음.





어둡어둡.





대기타는 벤치는 이렇게 세 줄로 줄었습니다. 예전엔 여기 다섯 줄에 방금 편의점 있던 네 줄 해서 엄청 많았지요.





자동발매기는 오래전에 완전히 날아감. ^^ 창구만 두 곳(평시엔 한 곳만)뿐이니 이젠 간이역 냄새남.


현재 한국철도 중심축은 고속철도라는걸 다시금 실감. 




같은거 해봤자 나는 서민열차인 GOD궁화호 탑니다. ^^ GOD궁화호 찬양!





(2)





1호차 47석.


아니나다를까, 커튼과 좌석이 보들보들하고 빳빳하다. 좌아아거리는 공조장치에서 나는 알싸하고 탁한 화학약품 냄새도 차내를 감돌며 객차는


오른 무명의 철뜨억 승객에게 자신이 때빼고 광냈다는 것을 알린다. 크으 7100원이 아깝지 않다. 머리랑 목이 좀 아파서 혼났을 뿐. 




헌데 망치로 땅땅 두들겨댔는지 옆으로 기관차가 긁고 지나가 버렸는지 알 수 없는 이 일그러짐과 벗겨진 도색에 드러나는 은색 철판.


사실 리미트 객차 공조장치 개량할 때 붙은 저 넓은 창틀 있잖아, 난 저거 강화 플라스틱인줄 알았음.  





(5)





옆에 유치되어 있던 다른 무궁화호 편성.






집과 가까워서 열차편 맞으면 가끔씩 들리는 극락강역.





존니스트 쾌청한 3월 11일 금요일 날씨. 5년 전 3월 11일 금요일도 아주 맑고 쾌청했지! (응?) 





익산 도착. 글쓴이는 여기서 천안아산 가는 열차로 갈아탑니다. 뭐로 갈아타냐고요?





헌마을호. #1158 용산행. 종운까지 약 2년 남았습니다. 남는건 사진 뿐입니다. 진짜로.





승객 없을때 냉큼 특실 쳐들어가서 도둑촬영함.





(2)





1992년식 부수차. 옛 대우중공업 패찰.


 



5호차, 64석, 객차번호 523호.





그리고 인상깊었던 놈 하나. 언제부턴가 객실출입문 위에 있던 자동 감지기를 하나 둘 떼거나 막아버렸는데, 몇몇은 아직 살아있음.


너무 감지가 잘 되어서 조금만 기척을 내도 문이 열리는터라 막아버렸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6호차.





내가 탈 7호차! 초콜릿 좌석은 사랑입니다.





물론 나이먹은 할배차+꾸려일 클래스 합작인 짬뽕지뢰도 존재함. ^^ 내 앞좌석. 나중에 앉은 젊은 처자가 자리를 보고 승무원에게 자리 교환을


요청했는데, 싹다 매진먹어서 좌절. (...)




출발 전 공기 마시려고 승강장에 나옴. 마침 정차한 컨테이너 화물편이 있길래 무심코 찍었지요. 그리고 이게 그날 복선이 될 지는 꿈에도 몰랐다.





반대편으로 들어오던 장항선 무궁화호. 8호차까지 달려서 한 컷.





익산 출발 뒤, 군산하굿둑 지나면서 한 컷. 날도 좋고 물도 잔잔해서 떠있는 배가 많았음. 확대로만 찍었는데 풍경이 정말 좋았읍니다.


옛 선로는 풀 우거지고 덜컹거리면서 정취 좋고, 신선은 솨아아아 공기가르는 소리와 함께 조용하게 흘러가고, 헌마을호는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다시끔 되새겨준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MAN대차의 공기스프링과 온 힘을 다해 진동을 부여잡는 댐퍼는, 극상의 좌석과 조화를 이루며 승객들을


골아떨어지게 만드는 데 지금도 충분하다. (실제로 앞쪽에 아저씨 한분 ㄹㅇ 드르렁 行) 나도 몇 번 졸다 깸.




교행.





그리고 2시간 여를 달린 뒤, 아산역에 도착합니다.





(2).





언제 해도 좋지만 매도 먼저 맞는게 났다고, 본래 목적에 충실합니다. 환급기 찾으러 바로 달려감.


  



투ㅋ 입ㅋ





땡그랑. 무려 올해 발행된 500원짜리.


매미리스한 물가로 땡전 500원따위로 뭘 할 수 있냐는 날선 의문이 자라나는 시대, 하지만 이 500원을 무시하진 마시라.


-이 500원만 있다면 편의점에서 하X트X로의 500ml 생수 한 병을 살 수 있고,

-교통카드 잔여액 500원이 있다면 3000원이 아닌 2000원만 충전해도 수도권 전철을 두 번 탈 수 있으며,

-퇴계 이황 네 분 대신 세 분만 바치면 백주부 아저씨 도시락을 사고,

-무엇보다 작년만 해도 이 500원이 없다면 기차역 승강장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리고 난 이 500원 세 개를 손에 넣어, 저녁식사때 단돈 3000원으로 돈까쓰를 맛볼 수 있었다. 그러므로 다시는 500원짜리를 무시하지 마라.

(사실은 4500원짜리 편의점 도시락의 돈까쓰를 먹었습니다)




임무를 마치고 철분으로 돌아갑니다. 신창행 전철 한 컷.


수도권 전철을 차창 밖에서 보면 "서울에 거의 다 왔구나."란 기분이 든다. 그러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수도권 전철이 오가는 천안과 평택,


수원은 서울일까. 아니지. (행정구역은 엄연한 충청남도랑 경기도 도시니까) 근데 광주 촌1놈인 나는 꼬맹이 시절때나 지금이나 느낌이 한결같다.


"저 서울가고 있어요@@@!!!"라고 말하면서 원래는 수원에 간다던지, 용인에 간다던지, 인천에 간다던지, 파주에 간다던지 하는 것. 실제로 경기도


윗 지방에 사는 친척 형님 말씀 중 기억나는 것이 있다. "야, 언제 서울 한번 올라와라. 내가 구경 시켜줄게."




(2).


천안아산역으로 올라갑니다. 일반열차만 보고타기엔 아쉬워서 고속철도 뽕도 빨아보려고 [천안아산-서대전] 열차표를 끊었음. ^^ (시발 복선)




2000년대 한국 고속철도 철골공구리 궁전의 정수인 천안아산역.





(2)






(3)



<동영상 나갑니다>








열차풍은 확실히 상어가 더 세고 묵직하고 시원하다.


산천어는 덜하면서 비교적 조용함.




역명판에 뭔가 혐오스러운 글자가 들어있는 것 같은데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글쓴이는 17시 48분 #663 서대전 경유 익산행 퍼렁산천어 탑승.




고속열차 참 오랜만에 타는데요, 1호차 맨 끝이라서 산천어 특유의 달달달달달+출렁임을 각오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음. (헐)


300km 잘 안뽑고 260이상으로 무난하게 달려서 그런지 느낌이 헌마을호에서 느꼈던 일렁임과 같아서 놀랬다. 밀폐성은 산천어도 개선됐나.


예전엔 터널 들어가면 귀가 멍해졌는데 안그러네. 우좌지간 생각보다 30여분을 편하고 빠르게 왔네여. ^^




서대전 도착해서 후미 대갈샷 한 컷. 이제 #1409 무궁화호 타고 집에 내려가면 되겠구나 싶어서 룰루랄라 했는데,


이미 혼돈의 장막이 내려오고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못하고 밥 자시러 갔읍니다.





혼돈을 알기 전, 저녁 장막이 영롱해서 찍었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