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잇단 지하철 기관사 비극, 1인 승무제가 문제다.

우울증과 공황장애에 시달리던 서울도시철도공사 기관사 김모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 소속 기관사가 자살한 것은 2003년 이후 9번째다. 김씨는 정신적 고통을 견디지 못해 도움을 호소했지만 적절한 대처가 이뤄지지 않은 채 끝내 극단적 상황을 맞았다는 점에서 더 안타깝다.

김씨는 25만㎞ 무사고 운행 기록(2007년)을 세웠으며 우수직원으로 선정될 만큼의 베테랑 기관사였다. 하지만 김씨는 결코 건강하지 않았다. 2005년부터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 처음에는 사측에 이를 알리지 않았다. 노조 측은 이를 두고 2000년대 중반 이후 공사 내에서 자행된 퇴출 프로그램(‘5678서비스단’ 등) 때문일 것이라고 의심한다. 김씨의 경우 정신과 치료 사실을 회사에 알릴 경우 인원감축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음을 걱정했을 가능성이 짙다는 것이다. 김씨는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까지 집중적으로 휴가를 썼지만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3일이 돼서야 회사와 노조에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김씨가 이렇게 계속 신호를 보냈음에도 회사 내 누구도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철도기관사들의 업무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2007년 가톨릭대병원 연구결과 기관사들의 공황장애 평생유병률은 일반인의 15배에 이르렀다. 2014년 서울시 자료를 보면 1년 이내에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기관사가 995명 가운데 33명이나 됐다. 특히 때때로 자살시도 사건까지 목격해야 하는 기관사들의 심신은 황폐화할 수밖에 없다. 지하철 5~8호선은 모든 객차가 혼잡지역인 서울 도심의 지하구간을 달리는 데다 1인 승무로 운행된다. 또 어둠 속을 달리는 기관사들은 터널증후군의 위험에 빠지기 쉽다. 여기에 출입문 개폐와 안내방송은 물론 민원처리까지 도맡아야 하는 과도한 업무도 문제다. 2인 승무제를 운영하는 서울메트로(1~4호선)의 경우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인정된 기관사 자살자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선택한 1인 승무제라지만 기관사의 황폐한 삶, 그리고 자살 위험과 바꿀 수는 없다. 기관사의 척박한 근무환경은 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2005년 660여명의 사상자를 기록한 JR서일본철도의 후쿠야마선 탈선사고도 비용절감을 앞세운 무리한 운행 때문에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