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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하고 서울전차 덕질에 꽂혀서 이것저것 연구하면서 고지도를 50장 정도 봤는데 방금 마주친 이 지도도 꽤나 흥미로운 것 같음.


원정(모토마치)랑 야요이쵸(미생정) 위치가 제대로 나와있는 지도가 많지 않은데 이 지도의 제작자는 철도에 꽤 힘을 쏟앗는지 전반적으로 철도노선들에 대한 묘사 퀄리티가 좋은 편임.


구용산선(전자상가쪽으로 가는 라인) 종점이 연장되어 표시되어있던 지도도 있고 원효로3가에서 끊기는 지도가 대부분이라서 초기에 운영하다가 폐선된건가 헷갈렸었는데

이 지도를 보니 발전소라고 명시되어 있음. 이걸 보니 많은 지도에서 여객노선이 아니라고 표시하지 않았던 거구나 정리가 확 됨.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들지만 당시에는 화물트램이 일상적인 운송수단이었고, 여객보다 화물영업이 더 주인 전차 노선들도 있었다고 함.


기이한걸로는 경복궁역(총독부)에서 동쪽으로 경복궁 담을 따라 빙 돌아 건춘문 앞까지 가는 전차 노선이 있다는 것임. 이 노선은 다른 지도중에서도 1개 지도에서만 다시 나옴.

이상한건 경복궁의 벽이 원래는 직각이었고 그 꼭지점에 서십자각, 동십자각이 있었는데, 효자동선(경복궁 서쪽으로 돌아가는 선)을 만들면서 곡선을 완만하게 하기 위해 서십자각을 파괴해버린 반면 동십자각은 전차 노선이 안국동쪽으로 직진하여 다행히 파괴되지는 않았지만 일제가 경복궁 동쪽으로 도로를 놓으면서 동십자각이랑 이어져있던 벽을 잘라버려 도로속의 섬 처럼 되어버렸다는 사진을 포함한 구체적인 증언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는 것임. 건춘문행 노선의 존재는 그 기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임.

또한 이상한 것은 1937년 지도임에도 1929년에 이미 개통한 경복궁-안국동 직진노선이 없다는 것임.

건춘문의 경우 경복궁을 일제가 조선박람회장으로 쓰다가 경복궁 앞쪽에 조선총독부를 지어서 전면 입구가 막히자 대신 건춘문을 경복궁 자리에서 하는 각종 박람회장 입구로 사용하였는데, 건춘문행 노선이 실재하였다면, 박람회 등 행사 기간에만 임시로 운행하는 노선이었을 가능성도 있음. 아니면 동십자각을 박살내고 건춘문으로 연장하는게 원래 계획이었으나 어떠한 이유로 인해 취소되고 안국동쪽으로 직결하는 것으로 바꾸었는데, 일부 지도에 반영되지 못하고 예전 계획대로 표시한 것을 10년 가까이 이어받은 지도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음. 하여튼 경복궁을 능멸한 일제는 씹새끼임.


다음으로 기이한 것은 서쪽 끝에 보이는 형무소트램(......). 이 노선도 마찬가지로 예전에 철갤에 올렸던 1개 지도에서만 추가로 확인됨. 예전에 철갤에 올렸었던 지도는 해상도가 좋지 않아서, 아 내가 제방 표시를 트램표시로 착각했었구나 했는데, 이 지도에서도 벽/제방 표시와 분명히 다르고 전차 표시가 맞아보임. 워낙 해괴한 노선이고 외곽지역이라 지도에 상세히 묘사되는 일이 적어서 아직 저 노선의 전모는 도통 모르겠음... 형무소에서 노역으로 생산한 물자(특히 연와벽돌)를 운반하는 노선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형무소 특성 상 수압식철도(도록고)였을 가능성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