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확실히 같은 \'독한영화\'라도 \'외제\'보다는 \'국산\'이 피부로 와닿는다. \'악마를 보았다\'에서 심하게 느낀 부분인데 좀비영화도 제대로 국산을 만드니 피부로 와닿는다.
2. 사실 \'부산행\'은 \'좀비영화\'보다 \'재난영화\'에 가깝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좀비 특유의 정통성이 돋보이지 않는다. 끈적끈적하게 조여드는 좀비의 공포와 야무지게 식사하는 좀비의 먹성은 썩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재난영화로서의 폐쇄성과 고난을 헤쳐나가는 인간의 모습은 잘 보여준다.
3. 일단 영화를 보기 전부터 플롯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폐쇄공간에 좀비라니, 이보다 매력적일 수 있나 싶었다. 그리고 이 폐쇄공간(기차)은 이동한다. 좀비영화고 재난영화임과 동시에 한국에서 정말 오랜만에 보는 \'로드무비\'인 것이다.
4. 이전에 가장 최근에 본 좀비영화는 단연 \'좀비스쿨\'이다. 좀비 말고는 아무것도 볼 게 없는 영화였다. 아마 좀비에 대한 묘사는 딱 그 정도다. 뭐 그보다 쪽수가 많은건 나름 장점이다. 사람에 따라 \'월드워Z\'의 \'좀비 쓰나미\'가 생각날 수 있을 것이다. 뭐 그 정도로 무자비하다는 뜻이다(아, 이 영화에는 \'좀비카펫\'이 등장한다).
5. 재난상황 속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만큼 인물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상화(마동석)와 운송회사 상무(김의성)가 가장 눈에 띈다. 마동석은 특유의 거친 상남자 매력과 귀요미 매력은 동시에 폭발시킨다. 게다가 그 로맨티스트적 모습은 사람에 따라 \"공유보다 더 멋있어\"라는 소리가 나올 수 있다. ...확실히 이 영화에서는 공유보다 마동석이다.
6. 김의성은 그동안 영화에서 악역을 많이 맡았다. 단언컨대 이 영화에서 김의성은 그동안 맡은 역할을 통틀어 가장 나쁜놈을 연기한다. 관객이 보다가 \"으...암 걸릴 것 같아요\"라는 반응이 나오면 무조건 김의성 때문이다.
7. 석우(공유)의 성격이 변해가는 것도 다소 전형적이지만 봐줄만하다. 영화의 드라마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거라 생각된다. 그 맥락에서 봤을때 수안(김수안)의 역할은 다소 재미가 없다. 너무 착한 딸이라 석우와 수안 사이의 드라마가 돋보이지 않는다.
8. 이 영화의 숨은 명품 캐릭터는 노숙자(최귀화)다. \'존멋, 개간지\'였던 상화만큼이나 노숙자는 대단히 멋있다.
9. 영국(최우식)과 진희(안소희)의 드라마는 그럭저럭이다. 단 안소희가 영화 후반에 뜬금없이 연기를 잘해서 상당히 놀랬다.
10. 연상호 감독의 영화 중 가장 밝은 영화인 것 같다. 영화를 보는 내내 \"연상호라면...연상호라면...\"이라며 예상한 결말을 완전히 빗나가버린다. 문제는 사람이 그동안 워낙 다크포스 가득한 이야기를 써내다 보니 밝고 화기애애한 드라마를 낯설어 한다. 아마 어느 지점에서 \"전형적이다\"라는 인상을 받게 될 것이다. ...이해하자, 오글거리는 말 잘 못하는 사람같더라...
11.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로 마무리 지은 것은 연상호 감독이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중간중간 연상호 식의 \'자비없는 연출\'은 돋보였다(CJ식으로 만들었다면...먼산).
12. 결론: 정통 좀비영화에서는 상당히 어긋났지만 오락영화로써 재미는 충분하다.
추신1) 익무여신님 카메오, 놓치지 말자!
추신2) 역시 동대구역은 환승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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